일반적으로 선박이 화물운송 중, 기상악화 혹은 하역업자의 주의의무 소홀 등으로 선적한 화물에 손상이 발생하였을 경우, 운송인에게 손해배상의 책임이 있다는 판결(민사)을 해왔다. 이는 하역업자가 ‘운송인의 이행보조자’일 뿐이므로 항해 중에 발생한 화물 손상은 선장에게 그 책임이 있다는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위와 유사한 화물손상사고에 대한 대법원 판결(대법원 2017.6.8. 선고 2016다13109)에서는 운송업자뿐만 아니라 화물을 고박한 업자에게도 일부 책임이 있을 수 있다는 판결을 하였다. 그리고 최근 2019년 3월 18일경 서울고등법원에서는 화물고박업자에게 화물손해배상금 중 일부 금액을 지불하라는 ‘화해권고결정을 한 결정문이 있어서 다음과 같이 소개한다.

 

1. 계약 관련 사항
화물(러더 등)의 매도인 B는 2015.11.30경 매수인 C에게 총중량 311,770Kg의 러더 2세트를 AAA만불에 매도하는 계약을 체결하였다. 그리고 매도인 B는 SD에게 한국 목포항에서 중국 상하이항까지 제조업체 DH사의 화물인 러더 선적 작업과 해상운송을 의뢰하였고, SD는 원고인 (주)SHK에게 이를 재위탁하였다.
(주)SHK는 이 사건 화물을 선적, 운송할 선박(M/V CH호)의 해운선사 VS와 항해용선계약을 체결하였고, 위 선박의 해운선사인 VS는 다시 선주의 대리인인 한국의 (주)WN 해운회사에 하역작업을 의뢰하였으며, (주)WN 해운회사는 수년간 거래가 있었던 항만 용역업자인 피고 (유)OT항업에 화물의 고박작업을 의뢰하였다.

 

2. 화물고박작업
(주)SB에서 M/V CH호에 화물의 선적작업을 하였고, (유)OT항업은 화물(러더)의 고박작업과 관련하여 동 화물 제작회사(DH사)의 고박 조건을, 그리고 (주)WN 해운회사로부터 고박조건 및 의뢰를 각각 받고 M/V CH호의 화물 고박작업을 아래와 같이 수행하였으며, 작업비도 (주)WN해운회사에서 수령하였다.

 

2.1 화물의 고박 조건
2.1.1 러더 제작회사(DH사)의 고박 조건

Rudder 제작회사인 DH사는 M/V CH호에 선적되는 화물인 RUDDER를 고박할 경우 Wire나 Chain으로 고박을 하면 화물이 아주 예민하게 가공된 핀 종류이므로 화물에 손상이 될 염려가 있으니 사용하지 말라는 지시를 (유)OT항업에게 하였다. 또한 (유)OT항업은 Lashing Belt를 사용해서 고박작업을 하라는 지시가 있었기 때문에 지난 2010년 1월부터 고강도 폴리에틸렌 재질의 Lashing Belt로 교체하여 위 화물들의 고박작업에 사용해 왔다.

 

2.1.2 ㈜WN해운회사의 고박 조건
1) 수주작업조건 : Rudder 1세트 당,
① Rudder Blade는 20mm Wire Rope 8줄로 고박한다.
② Rudder Stock는 안전하중 5톤의 Lashing Belt를 회전시켜 70톤 기준으로 고박하면서 한쪽 7가닥 또 다른 한쪽도 7가닥 도합 14가닥을 Lashing Belt로 고박한다.
③ 기타 Box Cargo는 Box 당 Lashing Belt 2줄씩 고박한다.

(유)OT항업은 동 선박의 이 사건 화물사고 발생 바로 전항차인 지난 2015년 11월 12일에도 상기와 똑같은 화물을 똑같은 조건하에 화물고박작업을 하여 같은 목적항인 중국 상하이로 안전하게 운송된 바 있었다.

 

2.2 사고항차의 화물 고박상태
(유)OT항업은 화물의 제작사(DH사)와 (주)WN해운회사의 고박 조건에 따라 본선의 선장 혹은 1등항해사의 감독, 지시하에 각 화물에 대한 고박작업을 아래와 같이 실시, 완료한 후 화물 고박이 이상없이 되었으므로 항해 중에 화물과 관련된 사항에 대해서는 더 이상 화물고박업자에게는 책임이 없다는 ‘고박증명서’를 받았다.

 

1) Rudder Stock의 무게가 약 65톤 정도이고 Heeling Moment가 약 22톤 정도이므로 한 쪽에 5톤의 Lashing Belt를 5가닥이면 되나 계약 당시 70톤을 기준으로 하였기 때문에 한쪽에 7가닥 또 다른 한쪽에 7가닥 도합 14가닥의 고강도 폴리에틸렌 재질의 Lashing Belt를 사용, 고박하였다.
2) Lashing Belt의 각도는 45도가 가정 안정적인 각도이기 때문에 서로 동일한 방향으로 균등하게 장력을 유지하도록 하였고, 그 각도도 45도 정도가 되도록 고박하였다.
3) 장력 조절기는 Lashing Belt와 같은 안전강도를 가진 제품을 사용하였기 때문에 연결된 부분 즉, 장력 조절기 역시 Lashing Belt 와 동일한 안전강도의 효과가 있다.
4) 고박줄은 제조회사(DH사)의 지시에 따라 화물 러더스톡이 정밀을 요하고 와이어(WIRE) 밧줄로 인한 손상을 막기 위해 고박자재로 고강도 폴리에틸렌으로 교체하여 사용했다.
5) 고박자재로 많이 사용하는 고강도 폴리에틸렌의 강도 테스트 실험증명서를 선장에게 제출하여 강도에 이상이 없다고 하여 사용했다.
한편 고박업자인 (유)OT항업은 (주)SHK를 전혀 알지 못했고, (주)WN해운회사로부터 M/V CH호의 선적된 화물(DH사)에 대한 고박작업을 의뢰받아서 상기와 같이 화물고박작업을 시행하였을 뿐이다. 

 

3. 사고개요 
M.V CH호는 목포항에서 러더 제조업체인 DH사(주)의 수출품인 1셋트의 무게가 약 65.3톤인 러더 스톡(Rudder Stock) 2셋트와 1셋트 무게가 약 66.3톤인 블레이드(Blade) 2셋트 및 부속품(Access
ory) 등 총중량 311,770킬로그램을 싱글 데크 화물창에 적재하고 2015년 12월 2일 13시 50분경 동 항구를 출항하여 중국 상하이항으로 향하였다.


같은 날 20시 00분경 이 선박이 목포 수로를 따라 항해할 때 풍력계급이 6정도로 기상이 악화되고 있는 상태에서 예정항로를 따라 항해를 계속하던 중, 같은 날 22시 30분경, 33도 48분 42초, 동경 125도 11분 48초 해상부터 선체의 롤링과 피칭 등에 의하여 심한 동요를 하면서 항해하였고, 같은 날 24시 00분경에는 풍력계급이 6~7정도로 기상이 더 악화되었다.
같은 달 3일 01시 00분경 선체의 심한 동요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선원들은 화물창으로 내려가서 확인한 바, 러더 스톡 2개의 고박이 파손되면서 목재 받침대에서 이탈되어 이동하였고, 부속품의 목재 박스들도 손상된 것을 확인하였다.
같은 날 06시 00분경 악천후로 인한 러더 스톡의 이동으로 탱크 탑이 균열되면서 평형수가 화물창내로 유입된 것을 발견한 선원들은 화물창내의 물을 배출하고 약 65톤의 중량물 러더 스톡들을 다시 고박하였으며, 강재 스토퍼로 용접, 고정시켰다.


그 후 이 선박은 항해를 계속 하다가 같은 날 09시 00분경 기어박스의 손상으로 주기관의 운전이 불가하여 더 이상 항해를 하지 못하고 닻을 투하한 후 예인선을 요청하고 대기하다가 같은 해 12월 5일 13시 45분경부터 중국측 예인선에 피예인되어 2016년 1월 2일 22시 30분경 중국 닝보항에 입항한 후 같은 달 3일 10시 10분경 부두에 접안하였고, 중국측 서베이어에 의해 화물의 손상원인과 범위에 대한 조사를 받았다.
이 사고로 러더 2개가 약간 녹이 슬었고, 7개의 라싱벨트로 고정되었던 러더 스톡은 긁힘(Scratch)과 굴곡(Dent)등이 생겼으며, 기타 부속품들도 긁힘이 생기는 등 경미한 손상이 발생하였다.

 

4. 보험금 처리 및 손해배상금 청구소송 및 판결
4.1 보험금 처리 및 소송

2017.10.9경 SD는 매도인 B측 보험자에게 XXX유로를 지급하기로 합의하였고, SD는 약 YYY유로를 (주)SHK에 청구하여 2017.10.6경 위 금원을 수령하였다.
그리고 2017.11.28경 (주)SHK는 (유)OT항업을 상대로 약 TTT원의 손해배상 청구의 소장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출하였고, (유)OT항업은 2018년 11월 2일경 1심의 판결에 불복하여 서울고등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하였다.
 
4.2 각 법원의 판결
4.2 1심(서울중앙지방법원)의 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유)OT항업이 고박작업을 제대로 하지 않은 과실로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다고 봄이 상당하고,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주)SHK가 손해를 입었으므로 (유)OT항업은 (주)SHK에 대하여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의 책임이 있다면서, 2018.10.19경 약 TTT원을 (주)SHK에게 지급하라는 판결을 하였다.

 

 4.2 2심(서울고등법원)의 화해권고결정
서울고등법원은 2019.3.18경 공평한 해결을 위하여 당사자의 이익, 현실적 집행가능성 및 그 밖의 모든 사정을 참작하여 (유)OT항업이 (주)SHK에게 FFF원을 지급할 것을 결정하였다.

 

5. 대법원의 화물손상사고 판례 내용
운송인은 선박이 화물을 선적하고 목적지로 항해하여 수하인에게 화물을 인도할 의무를 갖는데, 화물 적부시 화물고박업자가 고박을 했다 하여도 화물의 안전을 위한 예방조치를 강구할 의무가 있고 또한 화물손상 발생시 운송업자에게 그 책임이 있다는 최근 대법원의 판결(2017.6.8) 내용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운송계약이 성립한 때 운송인은 일정한 장소에서 운송물을 수령하여 이를 목적지로 운송한 다음 약정한 시기에 운송물을 수하인에게 인도할 의무를 지는데, 운송인은 그 운송을 위한 화물의 적부에 있어 선장·선원 내지 하역업자로 하여금 화물이 서로 부딪치거나, 혼합되지 않도록 그리고 선박의 동요 등으로부터 손해를 입지 않도록 하는 적절한 조치와 함께 운송물을 적당하게 선창 내에 배치하여야 한다.


또한 운송인은 화물 적부가 독립된 하역업자나 송하인의 지시에 의하여 이루어졌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적부가 운송에 적합한지의 여부를 살펴보고, 운송을 위하여 인도받은 화물의 성질을 알고 그 화물의 성격이 요구하는 바에 따라 적부를 하여야 하는 등의 방법으로 손해를 방지하기 위한 적절한 예방조치를 강구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다”라고 판결하였다.
그리고 “선박에 적재한 화물의 지지대에 문제가 있었다면 하역업자로서는 마땅히 지지목을 교체·보완하거나 버팀목 등으로 화물과 화물 사이의 공간을 채우는 등의 안전조치를 취하여야 하였음에도 문제가 있는 지지목을 그대로 사용하면서 별다른 안전조치를 강구하지 아니한 채 만연히 와이어만을 사용하여 이 사건 화물을 고박하였으므로, 하역업자가 고박에 관하여 주의의무를 다하였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결하였다.


상기 판례에서 선박이 화물창에 화물을 선적하고 항해하여 목적항에 도착, 화물을 인도하는 순간까지 화물 안전에 대한 책임은 운송업자에게 있다고 하였고, 화물고박업자에게 책임부과를 하지 않았으나, 최근 판례에 의하면 앞으로 만일 화물고박업자가 화물의 안전조치를 소홀히 하여 화물 손상이 발생하게 되면 그 일부 책임을 면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5. 결론
위 사건 화물손상사고의 손해배상청구건에 대하여 원고(피항소인)와 피고(항소인)의 각각 주장(준비서면)을 게재 및 검토하기는 지면관계상 어려워 생략한다.
다만 화물고박업자가 고박작업을 완료한 후 동 화물을 선적한 선박이 출항하여 항해하는 동안 악천후에 조우하여 심한 선체의 동요로 인해 고박한 것이 풀리거나 절단되어 화물이 이동하면서 손상이 발생하였을 경우나, 항해 중 선원들의 주기적으로 화물의 고박 상태를 점검, 확인하지 아니함으로써 화물의 손상을 조기에 방지하지 못하여 화물손상이 발생한 경우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선박이 항해 중, 위와 같은 사유로 화물손상이 발생하였을 경우, 본선측에서 자신들의 책임회피를 위하여 제시하는 항해일지나 선원들의 진술 등의 진위 여부를 제3자가 확인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다. 또한 본선측 선원이나 관련자 외에는 어느 누구도 그 화물 손상사고의 발생원인에 대한 진실을 확인하기 어렵고, 증거를 제시할 수도 없다.
따라서 하역업자나 화물고박업자가 제대로 작업을 하였다고 하여도 항해 중 본선의 상황을 알 수 없기 때문에 만일 항해 중 화물손상이 발생한 경우, 운송인이 하역업자나 화물고박업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다면 아무런 대응책이 없으므로 매우 난감한 상황이 아닐 수 없으며 이럴 경우 씁쓸한 생각이 든다. 그러므로 하역업자나 화물고박업자는 위 법원 판례를 참고하여 적절한 대응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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