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가 선하증권(Ad Valorem Bills of Lading)

선주 혹은 용선자는 화주 측으로부터 화물의 가액을 선하증권에 기재하여 달라는 요구를 받을 때가 종종 있다. 그러나 변호사나 P&I 클럽들은 위와 같은 기재가 있는 선하증권은 종가 선하증권이 되기 때문에 그러한 기재를 하지 않도록 권고하고 있다. 본 호에서는 종가 선하증권이 무엇이고, 클레임 발생 시 관련된 쟁점은 무엇인지 알아보며, 이를 바탕으로 선주 및 용선자의 대응방안을 살펴본다.

 

종가 선하증권의 의미
종가 선하증권은 ‘Ad Valorem Bills of Lading’이라고도 하는데, 여기서 ‘Ad Valorem’은 라틴어로 ‘가격에 따른(according to the value)’이라는 의미로써 선하증권 전면에 운송물의 가격을 기재한 선하증권을 말한다. 고가품 등의 경우, 송하인이 선적 전에 화물의 종류, 품질, 가액 등을 운송인에게 신고하여 종가운임(從價運賃)을 지급하며 동 사항들이 선하증권에 기재되길 요청하는 경우가 있는데, 실제 이에 따라 화물 가액이 기재된 선하증권인 것이다.
송하인이 이러한 요청을 하는 이유를 살펴보면, 매매계약의 내용에서 매수인(혹은 매매대금 지급 거래에 개입된 은행)이 선하증권에 신용장 참조 표시가 삽입되기를 요구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이는 기본적으로 선하증권이 신용장 거래의 대상이 되는 화물에 대하여 일치하게 발행되었음을 보장하기 위해서 인데, 매수인은 신용장 조건에 일치하는지 확인하는데 시간을 소요시켜 매수인이 대금을 지급하기까지의 시간을 추가적으로 확보하고자 하는 저의에서 요구하기도 한다.
그러나 선하증권을 발행하는 운송인으로서는, 송하인의 이러한 요구에 응한다면, 잠재적인 위험에 노출되게 된다. 이 경우 운송인은 아래와 같이 개별적 책임제한제도를 원용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개별적 책임제한의 배제
1) 해상물건운송인이 포장당 또는 선적단위당 일정 금액으로 그 책임을 제한할 수 있는 제도가 포장당 책임제한제도이고, 운송물의 중량 1킬로그램당 일정 금액으로 그 책임을 제한할 수 있는 제도가 중량당 책임제한제도인데, 이러한 포장당 책임제한제도와 중량당 책임제한제도를 ‘개별적 책임제한제도’라 한다.
우리 상법은 1991년 개정 시 헤이그 비스비규칙 제4조 제5항을 참조하여 운송인의 책임을 일정 금액으로 제한하는 포장당 책임제한 제도를 도입하고, 포장당 또는 선적단위당 책임한도액은 헤이그 비스비규칙상의 666.67계산단위보다 감액된 500계산단위로 정하였으며, 컨테이너 조항도 그대로 수용하여 규정하였다. 그 후 2007년 개정 시 헤이그 비스비규칙 제4조 제5항을 그대로 수용하여 포장당 또는 선적단위당 책임한도액을 666.67계산단위로 인상하는 동시에 중량당 책임제한제도를 도입하여 운송인은 위 포장당 또는 선적단위당 책임한도액과 중량당 1킬로그램당 2계산단위의 금액 중 큰 금액을 책임한도액으로 하였다(상법 제797조 제1항 본문).

 

2) 그러나 이러한 개별적 책임제한이 배제되는 경우가 있다. 운송물의 내용과 가액이 선하증권 등에 고지된 경우이다. 헤이그 비스비규칙 제4조 제5항(a)는 ‘물건의 성질 및 가액이 선적 전에 송하인에 의하여 고지되고 선하증권에 기재되어 있는 것이 아닌 한(Unless the nature and value of such goods have been declared by the shipper before shipment and inserted in the bill of lading,..)’ 운송인에게 개별적 책임제한이 적용된다고 규정하여, 책임제한이 배제되는 경우에 관하여 설시하고 있다.
우리 상법도 이를 받아들여, 송하인이 운송인에게 운송물을 인도할 때에 그 종류와 가액을 고지하고 선하증권이나 그 밖에 운송계약을 증명하는 문서에 이를 기재한 경우에는 개별적 책임제한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규정한다(상법 제797조 제3항 본문).

 

3) 따라서 위와 같이 종가 선하증권이 발행된 경우, 개별적 책임제한이 배제되어, 운송인은 선하증권이나 그 밖의 문서에 기재된 가액에 따라 배상하여야 한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선주는 여전히 정액배상주의와 총체적 책임제한 규정은 주장할 수 있다는 점은 유념할 필요가 있다).

 

관련 이슈
1)다만 헤이그 비스비규칙 제4조 제5항 문언상 ① 화물 가액과 함께 고지하여야 하는 ‘화물의 성질’의 내용이 무엇인지, ② ‘선적 후 선하증권 발행 전’ 송하인이 화물의 성질과 가액을 고지한 경우에도 개별적 책임제한이 배제되는지 ③ 신용장 참조 표시를 선하증권에 기입한다면 종가 선하증권이 되는지(운송인으로서는 신용장 번호의 표시 그 자체는 화물의 가액 고지가 아니라고 주장할 것이지만, 화주 측은 화물 가액을 바로 알 수 있는 신용장 번호 표시는 화물 가액을 고지하는 행위와 같다고 주장할 수 있기 때문에 분규지점인 것이다) 등은 불분명하다. 이에 관하여 각국 법원의 입장을 분명히 밝힌 판례도 충분하지 않은 현실이다.

 

2)개별적 책임제한의 배제에 관한 상법 제797조 제3항과 관련하여 우리 법원은 ‘수출업자가 수입업자에게 거래 상품의 명세를 기재하여 보내는 상업송장’이 동조 동항의 ‘선하증권이나 그 밖에 운송계약을 증명하는 문서’에 해당하는지에 관하여 판단한 바가 있다(대법원 2015. 5. 28. 선고 2014다88215 판결 등).

 

하급심은 운송인 측이 화주 측으로부터 화물 가액의 고지받아 잘 알고 있다는 점(상업송장에 화물 실제가액이 기재되어 있고, 운송인 측이 물품가액 신고가 필요한 통관업무를 수행하였음에 비추어, 운송인 측이 물품가액을 고지 받아 잘 알고 있다고 보았다)에서 책임제한을 배제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화물 가액의 고지에 관한 사정뿐만 아니라 ‘선하증권이나 그 밖에 운송계약을 증명하는 문서’에 화물 종류와 가액을 기재한 사실이 있는지 여부를 살펴보아야 하고, 동 사안에서의 상업송장에는 화주와 해상운송인 간에 체결된 운송계약의 내용에 관하여는 아무런 기재가 없다는 점에 비추어, 동 상업송장이 우리 상법에서 명시한 해상운송인의 책임제한 배제서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 화주와 해상운송인 간에 해상운송계약을 체결한 서류에 해당되지 않고, 또한 동 해상운송계약을 증명하는 해상운송인이 발행한 운송서류라고도 볼 수 없다는 것이다.

 

P&I 클럽의 담보범위
우리 클럽 보험계약규정 제30조 제1항 제8호에 의하면 ‘종가선하증권이나, 기타 권리증서, 운송계약 또는 화물운송장 하에 화물이 운송되고 단위가액 또는 포장당 가액이 미화 2,500 달러를 초과하는 금액으로 기재된 경우에는 단위당 또는 포장당 미화 2,500 달러를 초과하는 책임’에 관하여는 보상하지 아니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IG Pooling Agreement의 Appendix V, para 14(d) 및 IG 소속 개별 클럽의 각 보험계약규정에도 같은 취지의 규정이 있어 담보가 제한된다.

 

운송인의 대처방안
운송인은 종가 선하증권으로 인한 개별적 책임제한 배제 위험을 인식하고, 송하인이 선하증권에 화물 성질, 종류 및 가액 또는 신용장 번호 등을 기재할 것을 요구하는 경우 아래와 같이 대처하여야 한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헤이그 비스비규칙 제4조 제5항의 해석에 관하여 판례가 충분하지 않아 사안에 따라 각국 법원의 판단을 예견하기 어려울 여지가 때문에, 이 경우 가입 P&I 클럽의 협조 하에 진행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운송인은 송하인의 위와 같은 요청에 관하여, 가입 P&I 클럽의 담보사항과 연관된 사항이기 때문에 P&I 클럽의 확인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선하증권 발행을 일단 지연시켜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송하인이 계속하여 요구하는 경우, 가입 P&I 클럽의 의견 등을 전달하며, 책임제한 배제 가능성으로 인한 현저한 위험의 증가를 이유로 종가운임 방식의 운임 재산정을 협의할 것을 요구하여, 송하인이 되도록 위와 같은 기재를 하지 않고 진행하도록 유도하여야 한다.
○발행이 불가피하다면 P&I 클럽과 협의하여 담보 제한 여부를 확인하고 담보가 제한될 경우 운송인책임특약(실무상 S.O.L 보험으로 칭하기도 한다)에 가입하는 것이 좋다.
○용선자의 경우, 설령 용선자가 선하증권상의 운송인이 아니더라도, 종가 선하증권에 관하여 위와 마찬가지로 방어적인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 많은 용선계약서가 선주 이익을 위한 배상조항이 있고, 용선자가 화주 측의 요구에 응하여 선하증권에 신용장 번호를 삽입할 것을 지시하여 책임제한이 배제가 되는 결과를 초래하였다면, 당해 선하증권이 원용한 헤이그 비스비규칙 상 책임보다 초과된 부분에 관하여 용선자가 책임질 여지가 높기 때문이다.

 

결어
선하증권에 화물 내지 신용장에 관한 기재를 추가하여 달라는 송하인의 요구는 언뜻 보기에 사소한 요구이며 충분히 수용가능한 요구로 보인다. 그러나 그러한 기재로 인하여 당해 선하증권이 종가 선하증권으로 여겨져, 헤이그 비스비규칙 제4조 제5항 내지 우리 상법 제797조 제3항의 개별적 책임제한 배제사유에 해당된다면, 운송인으로서 박탈당하는 방어권은 막대하다. 더욱이 이 경우 P&I 클럽의 담보도 미화 2,500 달러를 초과하는 책임에 관하여는 제한된다는 점에서 운송인으로서는 상당한 위험에 노출되게 된다. 종가 선하증권의 위험성에 관하여 실무 담당자들의 충분한 숙지와 적절한 대응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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