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NS 협약과 P&I 보험

HNS(Hazardous and Noxious Substances) 화물은 해상운송 중 화재, 폭발 또는 오염사고 발생 시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이 경우 피해의 규모도 커지는데 일반책임제한제도인 LLMC(Limitation of Liabili
ty for Maritime Claims) 또는 국내법이 적용되어 피해자들은 충분한 보상을 받지 못할 수 있다. 이에 대한 강구책으로 1996년 IMO를 중심으로 HNS 협약을 제정하였는데, 10여년이 넘도록 현재까지 발효되지 못하고 있다. 또한 해당 협약은 2010년 개정서를 통하여 실무적인 문제점을 보완하였지만 아직 발효요건이 충족되지 않았다. 2015년에는 IMO가 ITOPF, IOPC Funds와 공동으로 ‘The HNS Convention Why It is Nee
ded’라는 인쇄물을 제작하여 협약의 주요 내용을 설명하고 HNS 화물의 위험성에 대한 업계의 관심과 협약 가입을 위한 노력을 촉구하였으나, 2019년 10월 기준 해당 협약을 비준한 국가는 5개(캐나다, 덴마크, 노르웨이, 터키, 남아공)에 불과하다.


최근 들어 EU 및 IMO 이사회가 회원국의 협약 가입을 적극 촉진하고 있고, 2019년 10월 개최된 IOPC Funds 총회에서 스웨덴, 필리핀, 네덜란드, 프랑스 및 핀란드 등의 국가가 자국의 협약비준 준비상황을 설명하면서 협약비준에 대한 관심을 표명하였다. 또한 2019년 10월 IG클럽에서(UK, Skuld) 발생한 서큘러도 멀지 않은 미래에 HNS 협약이 발효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번 호에서는 HNS 협약의 주요내용과 협약 발효 시 P&I보험에 미칠 영향에 대하여 살펴보도록 한다.

 

<1996년 HNS 협약 주요내용>
1. HNS 의미

HNS(Hazardous and Noxious Substances)란 황산, 질산, 벤젠, 나프타 등 약 6,500 종에 달하는 위험, 유해물질을 의미한다. 이러한 물질들은 해상운송 중 화재 및 폭발의 위험이 높거나, 해상으로 유출될 경우 독성, 부식성 등으로 인하여 해양환경 및 인체에 치명적인 피해를 줄 수 있다.

 

2. 1996년 HNS 협약 제정배경
지난 수십 년간 해상에서 유류오염사고에 대한 법적, 제도적 장치는 상당한 수준으로 발전되어 왔으나, 상대적으로 HNS 화물로 인한 피해의 심각성은 큰 관심을 받지 못하였다. 하지만 HNS 화물이 해상운송 중 화재, 폭발 또는 오염사고 발생 시 유류오염사고 못지않게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위험대비 및 피해자들에 대한 충분한 보상액 마련을 위하여 1996년 HNS 협약이 제정되었다. HNS 협약은 유류오염 손해배상과 관련하여 성공적으로 정착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1992년 유류오염손해에 대한 민사책임에 관한 국제협약(CLC)’ 및 ‘1992년 유류오염 손해보장을 위한 국제기금의 설치에 관한 국제협약(Fund Conventi
on)’을 모델로 한 것이다.

 

3. 1996년 HNS 협약의 문제점
IMO를 중심으로 여러 국제기관과 단체들이 HNS 협약의 조기 발효를 위하여 노력하였음에도 불구하고 1996년 협약 제정 후 10년이 넘도록 발효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표류하였다. 협약 발효 실패에 대하여 국제해사기구 법률위원회가 분석한 결과, 1996년 협약은 크게 3가지 문제점을 갖고 있었다.
첫째, 포장형태로 운송되는 약 3,000여 종의 HNS화물에 대하여 각각의 수령자와 화물량을 파악하여 분담금을 납부하고 납부를 관리하는 방법이 실제로 매우 어려운 점 둘째, LNG 화물의 경우 보상기금 분담자가 수출자로 되어 있어서 많은 개발도상국들의 반대가 있었던 점 셋째, 협약 가입국이 전년도 HNS 수입량을 보고하지 않더라도 그에 대한 제재가 없다는 것이었다.

 

<2010년 HNS 협약 개정의정서 주요내용>
1. 1996년 HNS 협약 보완내용

1996년 HNS 협약의 문제점을 보완한 2010년 개정의정서는 포장형태의 HNS 화물에 대한 HNS Fund 분담금 납부의무를 폐지하였으며, LNG 화물에 대한 분담금 납부자를 수출자에서 수입자로 변경하였다. 또한 협약 가입국이 전년도의 HNS 화물 수입량을 보고하지 않을 경우 가입을 철회한 것으로 간주하는 제재조항을 신설하였다.
2010년 개정협약이 발효되기 위해서는 총 12개국이 협약에 가입하여야 하고, 그 중에서 4개국은 각각의 선복량이 200만톤 이상이어야 하며, HNS Fund를 조성하기 위한 화물량이 4,000만톤 이상이 되어야 한다. 이러한 조건을 모두 충족한 시점으로부터 18개월 후 협약이 발효된다.

 

2. 적용 범위, 물질 및 선박
협약 제3조에 의하면, 협약은 체약국의 영해를 포함한 영토 내에서 발생한 모든 손해, 체약국의 배타적경제수역내에서 발생한 오염손해, 체약국의 등록선박 또는 기국선박에 의하여 발생한 경우 당사국의 영토(영해포함) 밖에서 발생한 손해(환경오염에 의한 손해는 제외), 장소를 불문한 방제조치에 대해 적용된다.
HNS 협약에서는 위험, 유해물질의 목록을 직접 열거하지 아니하고 MARPOL, IMDG Code, IMSBC Code, IBC Code, IGC Code와 같은 국제협약이나 국제규칙을 원용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협약의 적용대상이 되는 물질이 수천가지에 이르고 그러한 물질을 규정하고 있는 국제협약이나 국제규칙이 수시로 개정되기 때문에 HNS 협약에서 자체적으로 적용물질 목록을 작성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HNS 협약의 적용대상이 되는 선박은 모든 형태의 해상 항행 선박이며, 체약국은 체약국 내 HNS 물질을 운반하는 총톤수 200톤 이하의 선박을 협약 적용 제외대상으로 지정할 수 있다.

 

3. 보상체계
HNS 손해보상체계는 기존의 유류오염사고에 대한 보상체계(CLC+Fund Convention)를 모델로 하여 만들어졌기 때문에 그 체계가 매우 유사하지만, CLC 및 Fund Convention은 각각이 독립된 협약으로 구성된 반면 HNS 협약은 선박소유자가 부담하는 제1단계 보상 및 HNS 화물의 화주가 조성한 기금으로 보상하는 제2단계가 하나의 협약으로 이루어졌다.
HNS 벌크화물을 운송하는 선박의 책임제한액은 최고 100M(Million) SDR이며, HNS 포장화물을 운송하는 선박의 책임한도는 최고 115M SDR이다. HNS 화물의 포장형태에 따라서 선박소유자의 책임제한액을 다르게 정한 이유는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2010년 개정협약에서 포장화물에 대한 HNS Fund 분담금 납부의무를 폐지하는 대신에 선박소유자의 책임제한액을 15% 인상하였기 때문이다.
HNS Fund의 최대 보상한도는 선박소유자의 제1단계 보상한도를 포함하여 최대 250M SDR이며, HNS 화물로 인한 손해액이 선박소유자의 책임제한 범위를 초과하는 경우나 선박소유자가 재정적으로 의무를 이행하기가 불가능한 경우 등에 HNS Fund가 보상을 하는 구조이다.

 

4. 선박소유자의 무과실책임 및 면책사유
HNS 화물을 운송하는 선박의 소유자는 무과실책임(엄격책임 또는 strict liability)을 부담한다. 선박소유자의 면책을 주장하기 위해서는 CLC에서처럼 손해가 전쟁행위, 손해를 의도한 제3자의 작위 또는 부작위, 정부기관의 부주의나 부당행위로 인하여 발생하였다는 것을 입증하거나, 화주 또는 그 외의 자가 화물의 위험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아서 손해가 발생하였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단, 선주 또는 선주 사용인이 HNS 물질 선적을 몰랐거나 선적을 몰랐던 사실이 합리적인 경우 등에 한함).

 

5. HNS Fund
HNS Fund의 특징은 일반회계와 독립회계로 구분하여 회계시스템을 운영한다는 점인데, 그 이유는 HNS 물질에 따라 사고발생확률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LNG나 LPG 화물은 현실적으로 사고발생확률이 낮아서 단일화된 회계시스템을 인정할 경우에는 다른 HNS 화물 분담금 납부자들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일반회계는 산적고체화물, 운영이 연기되거나 정지된 독립회계물질, 기타물질로 구성되며, 해당 회계에 속한 물질의 손해에 대해서만 보상책임을 부담한다. 독립회계는 유류회계, LNG회계, LPG회계 세 종류의 물질군으로 구성되며, 각 물질별 손해에 대해서 각 물질의 화주들이 납부한 분담금으로만 보상책임을 부담한다.

 

<P&I 보험에 미칠 영향>
1. 강제보험제도

HNS 협약은 사고발생 시 피해자 보호를 위해 선박소유자에게 책임보험/재정보증 가입을 강제하고 있는데, 일반적으로 제3자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담보하는 P&I보험으로 해당 요건을 충족시킬 수 있다.
HNS 협약 발효 시 P&I 보험자는 HNS Blue Card
(선박이 협약에서 요구하는 보험에 가입하고 있음을 보험자/재정보증자가 확인하는 증명서)를 발행하여 선박이 협약에서 요구하는 보험에 가입함을 증명해야 한다. 선주가 가입하는 보험/재정보증은 체약국이 발행하는 증명서에 기재된 만료일 또는 체약국에 보험계약이 종료됨을 통지한 날로부터 3개월 경과 시까지 보험계약이 유지되어야 한다.
한편, 협약은 보험자/재정보증자에 대한 직접청구권을 인정하는데 이때 보험자, 재정보증자는 HNS협약에 따른 책임제한 및 면책사유를 원용할 수 있고 선주의 고의(Wilful Misconduct)로 발생한 피해는 보험금 지급을 거절할 수 있다. 보험약관에 규정된 사유(고지/통지의무 위반, 보험료 미납 등)로는 지급거절이 불가하다.

 

2. 담보범위
다음은 일반적으로 HNS협약에서 규정하는 손해와 P&I 담보사항을 비교한 표이다.
이처럼 HNS협약에서 규정하는 손해는 현재 P&I보험 담보대상에 해당되는 사항들이다.

 

 
 

 

3. 개별선사 보험료 인상
HNS협약 발효가 직접적인 P&I시장 전반 보험료 인상요인이 될지는 미지수이다. 2009년 국토해양부 연구보고서 ‘효율적 해양사고 손해배상 체계 구축연구’에 의하면 협약 발효 후 일정기간 경과한 다음 각 선주 및 선박별 손해율 관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재까지 IG Club, 재보험자도 이에 대한 입장이 없는 상태이다.
한편, HNS협약 책임제한액을 이미 충족하는 대부분의 국제항행 선박은 보험료 인상에 대한 부담이 없지만, 보험담보금액이 HNS협약 책임제한액에 미달하는 선박들은(주로 내항선 및 소형선)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4. 사례 연구
(1) 가상 클레임 시나리오

컨테이너 A호(GT 8,000)가 ‘가’국의 ‘갑’ 컨테이너 터미널에서 화물하역 중 컨테이너 폭발사고가 발생하였고, 클레임 청구액으로 Gantry Crane 2기 전손(USD 25,000,000), 독일신차 승용차 200대 전손(USD 15,00
0,000), 부두 및 인근 선박들 청소비(USD 2,000,000), 부두하역인부 등 5명 사망 및 20명 부상(USD 2,500,0
00), 인근주민들 호흡 어려움 호소(USD 1,000,000) 제기되었다고 가정해 보자. 이때 LLMC와 HNS협약을 적용한 책임제한액을 정리하면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다.

 

(2) LLMC와 HNS협약 비교표
* LLMC 1976 협약

 
 

 

* LLMC 1996 협약

 
 

 

 

* HNS 협약

 
 

 

 

상기 비교표는 HNS 협약의 책임제한액이 LLMC 1976, 1996협약보다 높다는 것을 알려준다. 또한 HNS 협약 선주책임제한 초과액(부족액) USD 12,727,587이 HNS Fund(2nd Tier)에서 보상되는 점 감안하면 피해자 보호 차원에서 HNS협약이 LLMC협약보다 더욱 유리한 제도로 판단된다.

 

 

(3) P&I보험의 지급거절/불능 사유
P&I보험 약관상 A호 선주에 대하여 워런티 위반, 선사 파산 등 지급거절 사유가 발생하면 어떠한가? HNS 협약을 비준하지 않았을 경우 P&I보험은 지급거절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HNS 협약 비준 시 P&I보험은 이미 Blue Card를 발행했기 때문에 지급거절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HNS협약 선주책임제한액을 초과하는 금액은 HNS Fund에서 지급한다(최대 SDR 250M). 또한 P&I 보험자의 지급불능 상황이 발생해도 협약에 따라 HNS Fund에서 피해액을 지급하게 되고 이는 IOPC Fund와 유사한 구조이다.
우리나라는 2007년 질산을 선적한 ‘이스턴 브라이트’호 침몰사건으로 여수 앞바다에서 HNS화물 사고가 발생한 경험이 있다. 또한 2013년 12월 부산앞바다에서 케미컬운반선 ‘마리타임 메이지’호가 다른 화물선과 충돌하는 사고가 있었는데 인화성화물(paraxylene, acrylonitrile 등)로 인하여 화재를 완전히 진압하는데 19일이 소요되었다고 한다.
 

이처럼 HNS화물 사고는 왕왕 발생하고 있으며, LNG등 주 수입국으로 사고발생 시 피해배상 및 보상 문제가 크게 부각될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상법은 LLMC 책임제한액에 국한되므로 사고발생 시 피해자들은 매우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HNS협약은 LLMC보다 책임제한액이 높고 기금에서 추가보상이 가능하기 때문에 비준 시 피해자 보호 측면에서 유리할 것으로 판단된다.
HNS 협약 발효 시 P&I 보험자는 HNS Blue Card를 발행하여 선박이 협약에서 요구하는 보험에 가입함을 증명해야 한다. 협약은 보험자/재정보증자에 대한 직접청구권을 인정하며, HNS협약에서 규정하는 손해와 P&I보험에서 일반적으로 담보하는 위험들은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다. HNS협약 발효가 직접적인 P&I시장 전반 보험료 인상요인이 될지는 미지수지만 보험담보금액이 HNS협약 책임제한액에 미달하는 선박들은(주로 내항선 및 소형선)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P&I보험의 지급거절/불능 사유 발생 시 선주에 엄격책임주의 적용되고 보험자 직접청구권 인정 되어 피해자 보호 측면에서 유리하다.
결국 HNS 협약 발효 시 선주책임제한액 높아지고, 면책사유 있으나 일부 제한적일 수 있기 때문에 HNS 화물의 집하, 계약체결 및 운송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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