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시일반’으로 단기양성과정 활성화시켜야
 ‘해기’지 통해 일반인에게 ‘해기직’ 인식시킬 터

 

민홍기 해기사협회 회장
민홍기 해기사협회 회장
그동안 거침없는 성장을 거듭하며 지배선단 기준으로 세계 6위까지 올라선 한국 해운산업의 낯빛이 마냥 좋지만은 않다. 세계시장의 호황과 국내 해운기업들의 선전 속에 선대를 활발하게 확충해나가고 있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선원 부족현상이 더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선원 수급문제는 한국 해운산업이 진정한 해양강국으로 확고히 자리매김하기 위한 최대의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충분한 묘책이 제시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지난 5월 한국해기사협회의 수장으로 새롭게 취임한 민홍기 회장이 ‘해기사 양성의 촉매제 역할’을 하겠다고 다짐하고 나서 눈길을 끈다.


민 회장의 구상은 우선, ‘해기’지를 전격적으로 변화시켜, 해기사만을 위한 것이 아닌, 일반인에게 해기직을 인식시키는 계기를 마련하고, 정부와 선사 등 관련단체들의 중지를 모아 해기사 양성프로그램을 더욱 활발하게 실행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부산에 위치해 있는 해기사협회관에 직접 찾아가 해기사양성과 관련 계획은 물론 향후 협회의 운영방안을 들어보았다.

 

- 취임소감은?
“12년 만의 귀환이다. 96년 8월 협회 상무직을 떠나 연수원으로 자리를 옮기고 난 후 꼭 12년 만에 다시 돌아왔다. 그래서인지 전혀 낯설지가 않고 마치 한동안 타지를 떠돌다 고향에 돌아온 듯 포근한 감정을 느끼고 있다. 특히 전기(前期) 선거에서 석패의 경험을 딛고 당선된 것이어서, 감회 또한 남다르고 강한 의욕과 무거운 책임감을 동시에 느끼고 있다.”

 

- 협회의 당면과제와 향후 운영방향은?
“주지하다시피 우리 협회는 연이은 두 번의 치열한 회장선거를 치렀다. 그 과정에서 친목과 화합이 다소 흐트러진 상황이다. 무엇보다 이점을 최우선 과제로 꼽고 있고, 되도록 빠른 시일내에 복원시킬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다음으로는 월간 ‘해기’지의 개편을 꾀할 것이다. 일반인들에게 해기사는 여전히 낯선 직종이다. 가끔 전화상으로 해기사라는 소속을 밝히면 상대는 ‘회계사요?’라는 반응이 나오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개편되는 ‘해기’지는 해기사만 보는 것에서 벗어나, 제3자인 일반인들에게도 널리 읽힐 수 있도록 만들 예정이다. 이로써 자연스럽게 선원직을 인식시키고, 홍보할 수 있도록 활용할 것이다.”

 

- 체질개선을 위한 조직개편 계획은?
“지난 7월 1일 협회건물에 민원센터를 개소했다. 이는 해기사와 관련된 일련의 업무를 협회에서 서비스하기 위함이다. 이로써 그동안 해양수산연수원의 복지센터에서 수행하던 해기사시험응시원서접수와 각종 교육훈련증서(재)발급, 외국면허 신청접수, 해기사면허 갱신접수(5급이상, 상선) 등을 본 협회 민원센터를 통해 제공받을 수 있다. 특히 회원들 한명 한명을 직접 접하게 되는 민원센터의 직원들은 무결점서비스 제공을 위한 친절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다. 업무의 확대에 따라 원톱 상무체제에서 투톱 상무체제로 조직을 개편했고 이를 바탕으로 미등록 회원에 대한 회원확보 방안을 강구할 예정이고, 재정확보 등을 위해 광고수주 등에 따른 인센티브 제도도 도입할 예정이다.”
 
- 최근 최대 과제로 부각되고 있는 해기사 양성에 대한 근본대책은?
“선원수급과 관련된 지금의 현상은 ‘질’을 따지기 전에 ‘양’의 문제로 심각한 상황에 놓여 있다. 대학에서 정규로 양성되는 해기사를 기다리기에는 시간이 부족한 지경이다. 그렇다면 연수원 프로그램인 단기양성과정을 대폭 확대해야 하는데, 예산문제에 봉착해 당장 올 하반기부터는 실시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선사는 물론 정부에서도 일정부분 책임을 져야한다. 지금은 인식의 차를 보이고 있지만, 관련기관의 중지를 모으는 일에 협회가 적극 활약할 계획이다.

 

지금의 젊은 해기사의 승선기피현상은 어찌보면 가족과 함께 희노애락을 함께하며 살아가고 싶어 하는 인간의 본능적 욕구에서 기인한 것이기 때문에, 영원한 숙제라고 생각한다. 단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원직을 선택할 수 있는 유인책이나 그럴듯한 매리트가 필요한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선원직업의 경력개발 프로그램’ 도입을 제안하고 싶다. 선원을 염두에 두고, 관련대학을 선택해 입학하는 그 순간부터 선원이 되기까지 그리고 그 노하우를 살려 할 수 있는 육상직에 대한 희망까지 심어주어야 한다.

 

물론 지금도 해양대학교를 비롯해 관련 교육기관 등에서 다양한 지원책을 펼치고 있지만, 서로 연계되지 않는다는데 한계가 있다. 승선경력에 따라 차등지원하고, 육상직으로의 전환시, 우대조건이 전방위에 자리잡혀야 할 것이다. 실제로 국내 해운산업을 리드하고 있는 중역으로 포진돼 있는 해운기업 사장이나 주요직에 선원을 거친 사람이 대다수이다.

 

이를 적극 홍보함으로써 해기직업에 대한 선택을 적극 유도하는 방안으로 삼아야할 것이다. 여기에다 영국과 일본 등 선진해운국이 톤세제도를 도입하면서 적용조건에 자국선원의 양성을 명문화했다는 사실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이미 시행되고 있는 것은 어찌할 수 없겠지만 일몰제 이후 재도입의 경우 이를 필히 도입해야 할 것이다.”

 

- 외국 해기사의 고용확대에 대한 소견은?
“외국 해기사의 채용은 선사의 경쟁력과 직결되는 부분이 있어 우리 해기사를 위한 일이라며, 결사반대를 외칠 수는 없는 문제다. 그나마 다행스러운건 해운산업의 호황과 그에 따른 선복의 급증으로 인해 지금 해기사는 전 세계적으로 심각할 정도의 부족현상을 보이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외국 해기사의 인건비도 우리나라와 별 차이가 나지 않고 그나마도 쉽게 구인되지 않는 상태이다. 우리나라도 2007년 700여척의 국적선대가 2010년에는 1,000척이 넘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고, 조선을 비롯한 관련 산업에서 필요로 하는 해기사의 숫자도 가능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따라서 승선을 원하든 육상근무를 원하든 해기사가 일자리가 없어 거리를 헤매는 일은 당분간 없을 것이다. 다만 외국 해기사뿐 아니라 외국 노동자의 무분별한 국내 진출은 향후 불황이 왔을 때 심각한 사회불안요소로 작용할 개연성이 크므로 전문기관의 용역연구 등을 토해 나름대로의 로드맵을 갖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본다.”

 

- 마지막으로 후배 해기사, 해기사를 꿈꾸는 젊은이에 하고픈 얘기는?
“후배 해기사들은 최소한 1항*기사 이상의 경력을 쌓은 후 육상의 관련 산업으로 진출해 달라고 하고 싶다. 선*기장까지는 아니더라도 면허는 1급을 가지도록 권유하고 싶다. 해기선원직업은 특수 분야로서 아무나 진입하기 어렵고 제한경쟁을 하기 때문에 조금 노력하면 이 분야에서 두각을 보일 수도 있고 나아가 리더가 될 수 있는 상당히 매력있는 직업이다. 삼면이 바다이고 대외 의존도가 높은 경제구조에다 향후 개설될 해양의 시대를 고려할 때 유능한 젊은이들이 과감하게 도전해 볼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풍부한 직역이라고 확신한다.”

저작권자 © 해양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