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현 교수는 2004년과 2005년 미국 텍사스대학 유학시절에는 ‘미국해상법교실’을, 2013년 싱가포르 국립대학에서 연구할 때에는‘싱가포르 해상법교실’을 열어 해양한국 독자들에게 소식을 전해주었다. 이번에도 안식학기를 맞아 일본 동경대학교 법과대학에서 객원연구원(visiting researcher)으로 있는 김 교수는 ‘일본 해상법교실’을 개설하여 6개월간 일본 해상법 관련 다양한 정보를 전해주기로 했다. -편집자 주-

일본 상법 운송편의 개정내용
우리나라와 같이 일본도 상법에는 2편 상행위편에 운송규정이 있다. 해상운송도 2편 상행위에 포함된다. 그렇기 때문에 해상법이 없다면 이 운송규정이 모든 경우에 적용된다. 그렇지만 우리나라와 일본은 상법안에 특별히 ‘해상편’을 두고 있다. 그래서 해상편이 특별규정이라서 먼저 적용되어 2편은 적용되지 않는다. 적용을 위해서는 한국 상법 제5편(일본 제3편)에 제2편에 대한 준용규정을 가진다. 예를 들면 선하증권이 가지는 물권적 효력을 해상편의 선하증권에 적용하려면 준용규정을 둔 것과 같다. 일본이 해상법이 개정되었다고 하여 해상법만 보면 큰 코 다친다. 이번의 개정은 상법 제2편 제8장 운송영업 규정도 크게 개정되었다. 이번 호에는 이에 대하여 살펴본다.

대원칙
운송에는 운송수단에 따라 해상운송, 육상운송 그리고 항공운송이 있다. 이번 개정작업에서는 이 세가지 운송수단 모두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규정을 상행위편 운송규정에 넣었다는 점이다(일본 상법 제569조, 570조). 그래서 수하인이 가지는 운송물인도청구권은 상행위의 운송규정의 준용규정 없이 바로 해상운송의 경우에도 적용되게 된 것이다. 선하증권과 같은 경우는 실무적으로 화물상환증이 없다는 점을 전제로 이를 과감하게 상행위편에서는 삭제하고(구 상법 제572조 이하) 해상운송에만 규정을 두었다(일본 상법 제761조-제764조).

위험물 통지의무
송하인은 운송물이 인화성, 폭발성 기타 위험성을 가지는 경우, 그 인도전에 운송인에 대하여 그 취지 및 운송물의 이름, 성질 기타 안전한 운송에 필요한 정보를 통지하지 않으면 아니된다(일본 상법 제572조). 최근 컨테이너 운송 등에서 여러차례 큰 화재 및 폭발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로써 이런 주의의무를 특별히 송하인에게 부과시켰다. 이를 위반하여 운송물이 적재된 경우 운송인은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게 되는바, 특별한 언급이 없기 때문에 일반원칙에 따라 과실책임이라고 해석된다. 송하인도 매도인으로부터 통지받지 못하여 그 내용을 모른 경우에는 이에 과실이 없었다면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이러한 규정을 가지고 있지 않다.

정액배상주의
수하인이 운송물(1000만원 짜리)을 배송받은 다음 이를 제3자에게 큰 마진을 붙여서 매각하도록 된 경우(1500만원)에 운송물이 운송중 분실되었다면 수하인은 운송인에게 얼마를 청구할 수 있을까?

민법에 의하면 채무자가 되는 운송인이 그러한 계약내용을 알았는지가 중요하다. 몰랐다면 통상손해인 1000만원으로 되지만, 알았다면 1500만원을 지급해야한다. 특별손해의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경우에만 배상한다는 원칙이다. 그런데, 상법에서는 이런 특별한 사정을 인정하지 않고, 도착지의 가격으로 손해를 한정하는 법제도를 가지고 있다(상법 제137조; 일본 상법 제576조). 일종의 운송인 보호제도이다. 도착지의 가격인 1000만원으로 만 배상하면 운송인은 책임을 다하는 것이다.

고가물의 책임
상품권, 보석과 같은 것은 상법상 고가물이다. 고가물에 대하여는 운송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한다. 고가물의 운송에는 더 높은 운임을 지급해야한다. 그런데, 마치 보통물인 것처럼 운송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러한 불합리를 방지하기 위하여 우리 나라(상법 제136조)와 일본 상법은 고가물의 특칙을 두고 있다. 고가물임을 신고하지 않고 운송을 맡긴 경우에 운송 중 없어진 경우에는 손해배상의무가 운송인에게 없다(일본 상법 제577조 제1항). 운송인이 운송계약의 체결당시 고가물임을 안 경우와 고의 혹은 중과실로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적용이 없다(동 제2항).

수하인의 지위
운송이란 물건의 장소적 이동을 위한 것이다. 서울의 갑이 부산의 을에게 박스 하나를 보내려고 한다. 부산에 도착 한 박스는 누가 찾을 권리가 있는가? 갑이다. 갑이 운송계약을 운송인과 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가 부산에 까지 내려와서 박스를 찾아야하는가? 비효율적이다. 두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자신의 대리인으로 하여금 박스를 찾도록 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을에게 판 것이기 때문에 운송인에게 을에게 인도하라고 지시하면 될 것이다. 이러한 약속이 없는 경우는 어떻게 할 것인가? 법률의 개입이 필요하다.

우리 상법 제140조와 같이 일본 상법도 운송물이 도착지에 도착하면 수하인도 송하인과 동일한 권리와 의무를 가진다고 했다(일본 상법 제581조). 송하인은 운송물인도청구권을 가진다. 수하인이 이를 이제 가지게 된다는 의미이다. 수하인이 청구를 하면 이제는 수하인이 인도청구권을 가지고 송하인의 권리는 사라진다(동 제2항). 운송인은 수하인에게 운송물을 인도해주어야 한다. 이런 내용이 해상운송에도 곧바로 적용된다. 이번 개정에서 운송물이 도착지에 도착하지 못한 경우에도 수하인이 청구권을 가지도록 입법조치를 취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와 같은 개정이 필요하다. 수하인이 운송물을 수령한 경우에 인임을 지급할 의무를 부담한다(제3항).

제척기간 등
우리 상법 제814조와 같이 일본 상법도 운송인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의 제기는 1년 이내로 해야한다고 정하고 있다(제585조 제1항). 합의로 연장이 가능하다(제2항). 계약운송인-실제운송인의 경우 계약운송인은 실제운송인에 대한 제척기간은 자신이 합의 혹은 청구한 날로부터 3개월 연장된다(제3항).

불법행위책임
우리나라와 일본은 청구권 경합론이라는 확립된 법제도를 가지고 있다. 운송계약을 이행중 운송물이 멸실되었다면 이는 운송계약위반이다. 즉, 채무불이행책임을 운송인에게 청구할 수 있다. 그런데, 민법 제750조의 불법행위책임이 성립하기 때문에 법원에 불법행위를 청구원인으로 하여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다. 각 청구원인이 법률효과가 다르기 때문에 유용하다. 그렇지만, 하나의 행위에 대하여 법률효과가 다른 2개의 청구원인이 존재한다는 것이 이상하기도 하다.

운송인과 송하인이 포장당책임제한의 액수를 얼마로 정했다고 하자. 이는 채무불이행 책임에는 당연히 적용되지만, 불법행위책임에는 어떻게 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불법행위는 당사자 즉, 원고와 피고가 조절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불법행위는 법률에 의하여만 볍률효과가 변경되는 것이다. 따라서 원고와 피고가 정한 책임제한액은 동 사안에서 적용되지 않는다. 결국 피고 운송인은 전액배상을 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른다. 상법 운송규정도 마찬가지이다. 고가물의 책임도 상법은 계약책임을 전제로 하는 것이므로 불법행위로 청구를 하면 상법의 규정이 적용이 없어서 전액배상을 받을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그런데, 이러한 우리 법원의 입장은 해상운송관련 국제조약에서는 인정되지 않는다. 국제조약은 당사자가 약정한 내용이 모든 법률관계에 적용되어야 한다고 본다. 따라서, ‘청구원인 여하에 불구하고(혹은 불법행위에도)’라는 단어를 사용하여 계약책임의 규정을 불법행위책임에도 적용하려고 한다(상법 제798조 제1항).

우리나라 상법 운송편에 대하여 법무부에서는 이와 같이 해상법과 같이 청구권경합을 부인하는 입장을 상법에 반영하려고 했지만 실패했다. 따라서 육상운송의 경우는 고가물의 특칙, 정액배상은 계약책임에만 적용된다. 반대로 해상운송은 계약책임뿐만 아니라 불법행위책임에도 적용된다. 이번 일본 상법 개정은 모든 운송에 있어서 상법의 규정은 계약책임뿐만 아니라 불법행위에도 적용되도록 하였다(일본 상법 제587조). 적용대상은 정액배상주의, 고가물의 책임 그리고 제척기간 등이다. 일본이 우리 나라 상법보다 앞서간다.

이행보조자의 책임(히말라야 조항)
운송인이 직접하역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하역회사에게 운송인은 하역을 의뢰한다. 하역작업 중 손해가 발생하면 화주는 운송인에게 손해배상책임을 묻는 것이 일반적이다. 운송계약에 위반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운송인은 계약상 혹은 상법상 책임제한을 해버린다. 이에 화주는 불법행위 책임을 하역회사에게 묻는다. 하역회사는 책임제한을 할 수 없다. 운송인은 책임제한을 하면서 하역회사는 책임제한을 하지 못하는 것이 불합리하다. 이에 운송인과 화주는 그러한 경우에 하역회사가 책임제한이 가능하도록 약정을 체결하였다. 이를 히말라야 조항이라고 한다. 하역회사는 포장당 책임제한이 가능하다.

이런 내용은 해상운송에만 있는 것인데, 이번 일본의 상법개정에서는 모든 운송의 경우에 이것이 가능하도록 확대시켰다(일본 상법 제588조). 다만, 운송인의 피용자라고 표현되어 있어서 하역업자, 창고업자와 같은 독립계약자(independent contractor)에게도 적용될 것인지는 의문이다. 우리나라 798조 제2항과 같은 선장과 같은 피용자에만 해당하는 것으로 사료된다. 독립계약자는 선하증권에 그러한 내용을 추가한 경우에만 계약의 효력으로서 같은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복합운송인의 책임
하나의 운송에서 2개 이상의 서로 다른 운송수단을 사용하는 운송을 복합운송이라고 한다. 복합운송을 위한 별개의 실체법을 두는 방법과 적용할 법률만 정하는 방법이 있는데, 일본도 우리나라와 같이 후자를 택했다. 사고의 원인이 밝혀진 경우 원인이 발생한 당해운송에 적용되는 국내법 혹은 일본이 비준한 조약을 적용한다(제578조 제1항). 원인불명의 경우는 아예 규정을 두지 않았다. 계약당사자의 의사에 따른다는 것이다. 우리는 운송구간의 거리가 긴 구간의 법을 정하기로 하였다. 일본의 복합운송규정은 육상, 해상 및 항공 모두에 적용된다는 점에서 해상운송이 반드시 포함되어야하는 상법 제816조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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