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esselsValue는 영국의 글로벌 해운·조선 분석 및 선박가치평가 기관이다. 필자인 박홍범씨는 런던 본사에서 Senior Analyst로 각 종 해운·조선 시장 분석, 시장의 수요공급 분석 Tool 개발 등의 업무를 해왔다. 현재는 VesselsValue 한국 지사장을 맡고 있으며, 다양한 해운/조선 세미나에 주요 연사로 참여하고 있다. 본지는 올한해 박홍범 지사장의 칼럼을 격월로 게재한다. -편집자 주-

해운 시장은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정치, 경제, 환경적 이슈, 무역흐름 변화 등 수 많은 요소들에 의해 변동한다. 이 모든 것들은 결국 해운의 수요와 공급을 변화시키고 그에 대한 결과로써 시장이 결정된다. 시장이라고 함은 크게 해운업을 통한 주 수입원이 되는 용선료와 선박가치일 것이다.

필자는 이러한 시장의 이슈나 현상에 대한 분석을 제공할 예정이나, 그에 앞서 먼저 위에 언급한 시장 분석에서 핵심이라고 생각하는 요소인 용선료, 선박가치, 수요, 공급에 관한 연관성을 설명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앞으로 기재할 보다 세밀한 분석에 대한 백그라운드를 만들고자 한다. 이번 칼럼의 모든 데이터는 VLCC를 예를 들어 설명하겠다.
 

 
 

먼저 용선료와 선박의 가치이다. 하기 그래프는 VLCC의 연간 평균 용선료와 선박가치를 (선령5년 기준) 보여준다. 두 요소는 양의 상관관계를 가진다. 단 선가는 용선료의 변화에 후행하는 경향이 있으며 (Lagging) 항상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VLCC의 경우 계절적 요인으로 동절기 용선료가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이유로 용선료가 상승했다고 해서 선가가 크게 상승할 확률은 크지 않다. 반대로 수급 균형이 개선되어 (예: 폐선수 증가/인도 감소) 용선료 상승 추세가 한 달간 유지되었다고 가정하면 선가가 상승할 확률은 매우 크다. 즉 용선료가 상승하였다고 하면 이 현상이 Fundamental한 개선에 의한 결과인지 혹은 일시적이거나 Sentimental 한 개선인지 파악할 필요가 있고, 그에 따른 선가의 변화도 연관지어 생각해야 한다. 또한 이러한 특성으로 시장의 사이클이나 큰 그림을 파악하기에는 선가가 보다 좋은 지표가 될 것이고, 단기적 흐름이나 Sentiment를 파악하기에는 용선료가 보다 적합할 것이다.

다음은 해운의 공급과 시장의 관계이다. 당연히 선박의 공급이 증가하면 시장은 하락한다. 즉, 음의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다. 하기 그래프는 연간 용선료 평균과 선박 공급 성장률을 보여준다. VLCC 선대 성장이 둔화된 2013, 2014을 바탕으로 2015년 용선료는 최고점에 도달했고 이후 다시 급상승한 선대 크기에 따라 시장은 하락했다. 하지만 2019년의 경우 선박공급 성장률이 상승했기에 용선료는 하락하는 게 정상이지만 반대로 큰 폭으로 증가했다. 이는 Fundamental한 수급 개선에 의한 상승은 아니며 이는 이 칼럼 마지막 부분에 설명하기로 한다. 해운 공급과 시장의 관계에서도 주의할 점은 마찬가지 Lagging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즉, 특정 년도에 선박공급이 감소하였다고 시장이 바로 개선되기보다는 시차를 두고 개선되는 경우가 많다. 선박 공급은 전체 선대의 크기로 측정 가능하며 영향을 미치는 주 요소는 인도 및 폐선 척수, 선가, 환경 규제, 용선시장상황, Scrap Price 등이다.
 

 
 

그 다음은 해운의 수요와 시장의 관계다. 공급과는 반대로 당연히 해운의 수요가 증가하면 시장에는 긍정적일 것이다 (양의 상관관계). 아래 그래프에서 보여주듯 VLCC 수요 성장이 극에 달했던 2015년과 2016년에 걸쳐 용선료는 최고점에 도달했으며 그 이후 수요 성장이 급락하고 이에 따라 용선료도 크게 하락했다. 선박의 수요 측정은 보통 톤마일 혹은 본사에서 사용하는 용어인 카고마일을 이용한다. 이는 선박을 통해 운반한 전체 화물양과 항해거리를 곱한 것이다. 수요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소로써는 에너지나 커머디티의 생산량, 수출입양, 가격, 무역흐름 (특히 장거리 및 단거리 항해의 구성비), 세계 정세 등이다.

그럼 이제 아래 공급과 수요를 함께 살펴보자. 수요 성장률이 공급 성장률보다 높으면 시장에는 긍정적일 것이다. 즉, 하기 그래프에서 연간 평균 수요 성장률에서 공급 성장률을 뺀 수치를 보여주는 회색 선이 높은 수치일 수록 시장에는 긍정적일 것이다. 예외 상황인 2019년을 제외하고는 그러한 흐름을 보여주는 것을 그래프를 통해 볼 수 있다.

해운의 수요에 영향을 미치는 예시(위에 언급한 시장의 이슈나 현상)로 한가지만 살펴보자. 하기 그래프는 브렌트유의 연평균 가격과 VLCC 수요 성장률을 보여주는 그래프(P188)이다. 이는 ‘원유가격이 VLCC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가?’ 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한 데이터이다. 원유가격이 매우 높았던 2013, 2014년 VLCC 시장은 불황인 반면 원유가격이 매우 낮았던 2015년에서 2017년까지 시장은 호황이었다. 이는 원유가격 하락에 따른 VLCC 시장의 영향은 긍정 및 부정적인 부분이 합해져 있으나 크게 봤을 때는 극도로 낮은 원유 가격은 해상 물동량 증가 및 Contango를 노린 Storage 증가 등으로 인해 VLCC 수요에 긍정적임을 설명하는 데이터이다.

위와 같이 해운시장 (용선료, 선박가치)은 수급에 의해 결정됨을 확인하고 이 요소들에 대한 상관관계를 살펴보았다. 여기에 해운을 더욱 어렵고 복잡하게 만드는 한 가지 요소가 더 존재한다. 바로 Geopolitical Issues 혹은 랜덤 변수들이다. 2019년 VLCC 수요는 감소하고 공급은 증가했기에 시장이 악화되어야 하나 정 반대의 상황을 보였다. 사우디 정제시설 공격, 중동 정세 악화 및 선박들에 대한 미사일 공격, 미국의 중국 VLCC 및 베네주엘라 기항 선박 등에 대한 Sanctions 조치 등으로 인해 실제 사용 가능한 선박 척수가 급격하게 줄어들어버린 것이다. 결과적으로는 이 역시 선박의 공급을 줄여 시장 상승을 보여준 것이나 언제든 위 선박들이 다시 시장에 나올 수 있기에 폐선증가, 신조선 축소 등에 의한 Fundamental한 수급 개선과는 성격 자체가 다른 것이다.

하지만 현 시대는 데이터와 기술 발달으로 인해 이러한 갑작스런 사건 혹은 국제 정세적 변수들에 대한 현상파악 및 예측마저도 일정부분 가능한 시대가 왔다. 하기 그래프는 실시간으로 운항하지 않는 VLCC 선박의 비중을 보여주는 본사 자료이다. 올해 10월 VLCC 용선료 최고점에 달하기 전부터 꾸준히 상승해옴을 볼 수가 있으며, 많은 이들이 이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면서 예상할 수 있었던 현상이다.

요약하면 어떠한 이슈나 현상이 발생하면 우리는 이들이 해운의 수요와 공급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또한 Fundamental한 변화인지 아니면 단기적 혹은 Sentimental한 변화인지 판단해야 한다. 그에 따라 용선료는 어떻게 변할 것인지 또 이에 따라 선가는 어떻게 변할 것인지 연결 시킬 필요가 있다. 이러한 접근법으로 앞으로 시장에 대한 분석 혹은 언급한 시장 주요요소들에 대한 변화 등을 칼럼으로 제공하겠다.

저작권자 © 해양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