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여객운송 지연시 운송인은 어떤 책임을 지는가? 육상운송에 관한 상법 제148조에 의하면, 운송인은 주의를 게을리하지 않았음을 증명하지 않으면 여객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 그리고 손해배상액을 정할 때 법원은 피해자와 가족의 정상을 참작해야 한다. 또 해상운송인의 감항능력주의의무에 관한 상법 제794조는 “운송인은 출발 당시 다음에 관해 주의를 게을리 하지 않았음을 증명하지 않으면 운송물의 멸실 또는 연착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 1)선박이 안전하게 항해하게 할 것, 2)필요한 선원이 승선하고 필요품을 공급할 것, 3)선창을 적합한 상태로 둘 것” 이 조항들은 해상여객운송에 준용되므로, 해상여객운송인은 주의를 게을리 했거나 감항능력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은 경우 승객의 연착손해에 대한 책임을 진다.

항공에서 배우자
전통적으로 해상운송과 항공운송은 법리가 유사하며 서로 영향을 주어왔다. 최근 항공여객운송 연착에 대한 상반된 판례가 눈길을 끈다. 크루즈가 연착하는 경우 이 항공 판례들이 해상여객운송인의 책임에 영향을 줄 것이다.

연착은 면책!
2009년 대전지법 판례 (2009.6.26. 선고 2007가합3098)에서 원고는 개인 51인, 피고는 대한항공이었다. 원피고는 서울과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를 왕복하는 여객운송계약을 체결했고, 원고는 2007.1.22. 23:50 코타키나발루 출발 예정 항공기에 탑승을 시작했다. 항공기가 1.23. 00:35 이륙했으나 엔진이상으로 코타키나발루로 회항했으며 01:05 우측 엔진만 작동하는 상태로 착륙했다. 고압터빈 앞 공기흐름 안내장치가 설계취약과 열로 떨어져 나가며 터빈 날개에 충격을 주고, 엔진의 불규칙 움직임으로 인한 진동이 다른 부품을 파손시켰기 때문이다.

원고들은 1.23. 15:35 피고가 제공한 대체항공편으로 코타키나발루를 출발해 계획보다 하루 늦게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원고들은 15시간 45분 늦게 코타키나발루를 출발해 하루 늦게 인천에 도착했으니 정신적 손해 1인당 400만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대한항공은 출발 도착시간은 대강의 시간 예정에 불과하고 변경 가능하다고 항변했다. 실제로 운송약관에는 “시간표의 시간은 예정에 불과하고 보증되지 않으며 운송계약의 일부가 아니다. 항공스케줄은 예고 없이 변경 가능하다”고 기재되어 있었다. 나아가 피고는 15시간 지연은 합리적인 범위 내라고 주장했다.

법원은 다음의 이유로 대한항공을 면책시켰다.

대한항공은 사고 발생 2월 전 15개월마다 엔진 등 주요부품을 정밀점검하는 c체크를 실시했다. 사고 20일 전 400 비행시간마다 실시하는 a체크를 실시했으나 엔진에 문제가 없었고, 출발 전 검사에도 이상이 없었다. 문제의 항공기는 과거에 기체구조, 조종계통, 엔진에 결함이 없었다. 이 사건 엔진결함은 출발 전 검사로 발견할 수 없었으며, 과거에 동일 엔진을 장착한 항공기에 동일한 사고가 발생한 일이 없다. 사고 후 엔진제작사 프랫 휘트니는 공기흐름 안내장치에 금속 재질과 냉각 효율의 설계 결함이 있음을 인정했고, 사고 후 공기흐름 안내장치 신제품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기장은 비상조치 매뉴얼과 승무원 운영매뉴얼에 따라 사고에 적절하게 대처했으며, 코타키나발루에는 1.23. 아침까지 타비행기 이착륙계획이 없었다. 대한항공 코타키나발루 지점장은 회항 보고받은 즉시 코타키나발루 시내 호텔을 수배하고 호텔까지 이동 차량을 준비했으며, 출입국관리소에 재입국 수속 간소화를 요청했다. 그래서 승객들이 신속히 입국수속을 거쳐 04:30 코타키나발루 시내 5성급 하얏트호텔과 르메리디앙호텔에 투숙할 수 있었다.

대체기가 1.23. 14:00경 코타키나발루에 도착했고 피고와 출입국관리소가 협의한 결과 재출국 승객은 탑승권만으로 출국수속을 할 수 있었다. 피고가 정비를 완벽히 수행해도 방지할 수 없는 설계 결함 사고였고 이에 대해 대한항공이 통제 불능이었다. 코타키나발루에 대체기가 없어서 인천공항의 항공기를 투입해야 했는데, 당초 이륙후 13.5시간이 경과한 1.23.14:00 대체기가 도착했다. 항공기와 승무원을 수배하고 운항준비하며 양국 관청에 운항 신고를 해야 하고 인천과 코타키나발루 운항에 5.5시간 걸리는 것을 고려하면 신속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했다. 대한항공이 코타키나발루에 만약의 사고에 대비한 대체기를 항시 대기할 필요는 없다.

연착에 책임져야!
반면 연착책임을 인정한 2019년 판례가 흥미롭다. 서울동부지법은 2019.7.3. 선고 2018나29933 사건에서 개인 50인이 필리핀에어아시아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1. 2심 승소판결을 내렸으며 피고가 상고하지 않아 확정되었다.

원피고는 인천과 필리핀 칼리보 왕복 여객운송계약을 체결했다. 인천에 오기로 한 항공기는 인천에 오기 전 필리핀 국내 운송에 4회 투입되었으며 상당히 연착되었다.

2018.1.28. 13:50 필리핀 타클로반을 출발해 15:15 마닐라 도착 예정이었는데 실제로는 관제통제로 대기하다가 14:04에야 타클로반을 출발해 15:35 마닐라에 도착해 20분 지연되었다.

두번째 스케줄인 15:40 마닐라 출발 17:10 타틀로반 도착 일정은, 항공기 시스템 정비와 관제 출발지시 대기로 16:43 출발 18:53 도착해 1시간 43분 지연되었다.

세 번째 일정은 17:45 타클로반 출발 19:10 마닐라 도착 예정이었는데, 출발차례를 대기하고 관제통제 대기로 19:34 출발 21:10 도착하여 총 2시간 지연되었다.

네 번째 일정은 20:05 마닐라 출발 21:10 필리핀 칼리보 도착 예정이었는데, 항공로 혼잡으로 인한 관제 대기로 22:25 출발 23:53 도착해 2시간 43분 지연되었다.

다섯 번째 일정은 1.29. 00:20 칼리보 출발해 05:25 인천 도착 예정이었는데, 당일 03:00부터 09:00까지 활주로 이용통제로 이륙하지 못해 09:19 출발하고 14:26 도착해 9시간 1분 지연되었다.

여섯 번째 문제의 일정은 1.29. 06:55 인천 출발 10:15 칼리보 도착 예정이었는데 15:12 출발하고 18:45 도착해 8시간 30분 연착하였다.

필리핀에어는 1.29. 05:14 승객들에게 출발시각이 14:45로 변경되었음을 이메일로 통지했다. 그러나 승객들은 지연 사실을 모르고 예정출발시각에 맞춰 새벽에 인천공항에 도착하여 공항에서 8시간 이상 추가대기해야 했다.

필리핀에어는 1)항공교통관제 허가가 지연되었고 칼리보공항 사정으로 출발이 지연되었으므로 책임이 없다. 2)즉시 승객들에게 이메일로 출발 지연을 안내하면서 보상으로 ①30일 내 항공일정 변경, ②90일 내 사용할 수 있는 필리핀에어의 크레딧으로 변경, ③전액 환불 등 하나를 선택할 수 있음을 안내하고 승객들에게 식사권을 제공해 손해를 피하기 위한 조치를 다했으므로 면책된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원고들에게 승소판결을 내리면서 1)항공기는 1.28. 14:00경부터 순차 지연되기 시작해 21:00경에는 일정이 2시간 지연되었다. 항공사는 그 무렵 승객들의 인천공항 출발이 2시간 이상 지연될 것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는데도 승객들에게 아무런 통지를 하지 않았다. 2)1.29 00:20 칼리보 출발 예정시간인데 이미 2시간 43분 지연되었다면 03:00부터 09:00까지 활주로 통제로 6시간 이상 추가 지체될 것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그런데도 승객들에게 아무런 통지를 하지 않았다. 예정 출발시각 06:55로부터 불과 1시간 40분 이전인 05:14경 승객들에게 지연 통지 메일을 발송했을 뿐, 승객들이 신속히 확인할 수 있도록 전화나 문자메시지를 보내지 않았다. 즉 승객들의 지연손해를 막기 위해 합리적으로 요구되는 모든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승객들은 8시간 이상 공항에서 대기하고 여행일정 변경이 불가피하여 정신적 고통을 입었다. 항공사는 지연시간을 구체적으로 고지하지 않아 승객들이 다른 항공편을 이용할 기회를 박탈하고 여행일정 전반에 지장을 초래했으므로 1인당 3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

여객운송에서 도착시간을 완벽하게 지키기는 쉽지 않으며 부득이하게 연착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그럴 때 항공사가 승객에게 최대한 신속히 고지하여 다른 항공편을 이용할 기회를 주고 승객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대체기 투입, 호텔 숙박과 교통편, 식사 제공 등 최선의 노력을 한다면, 승객들의 정신적 고통이 완화되며 위자료 배상책임도 면제 또는 감경될 수 있을 것이다. 크루즈가 대중화하는 현실에서 여객운송업자가 기억할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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