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항 수상구역의 항로에서 진입선이 항행선의 진로를 피하지 않아 충돌1)

이 충돌사건은 B호가 인천항 정박지에서 제1항로로 진입하면서 항로를 항행중이던 A호의 진로를 피하지 아니하여 발생한 것이나, A호가 적절한 피항협력 동작을 취하지 아니한 것도 일인이 되어 발생

사고내용

○사고일시 : 2008. 12. 16. 06:26경

○사고장소 : 인천항 팔미도등대로부터

북동방, 약 1.3마일 해상

 

 
 

사고개요
A호는 2008. 12. 16. 05:12경 인천남항에서 시멘트 양하작업을 마치고, 강제 도선이 면제된 선장의 지휘 하에 같은 날 05:36경 공선상태로 이안하여 삼척항으로 향하였다. 선장은 같은 날 05:50경 A호가 인천남항을 벗어나자 출항부서배치를 해제하였고, 1등항해사는 이후 선교로 올라와 선장을 보좌하였다. A호는 인천항 제1항로에 진입한 후 같은 날 06:06경 침로 210도로 정침하고 주기관을 12∼13노트의 항해전속(Navigation Full Ahead)으로 항로를 따라 항해하였다.

선장은 같은 날 06:08경 인천대교 통과 전 A호가 앞서가고 있는 2척의 선박을 추월하고 있는 상황이었으나 1등항해사에게 항해당직을 맡기고 조타실을 떠났다. 1등항해사는 레이더(탐지거리 3마일)와 육안으로 주위상황을 관찰하면서 조타수 및 실습항해사와 함께 항해당직을 수행하였고, A호는 침로 210∼211도, 속력 13∼14노트로 제1항로의 우측을 따라 항해하였다.

1등항해사는 같은 날 06:13경 인천대교를 통과하던 중 인천항 VTS센터로부터 “B호가 인천항 W-1정박지에서 양묘하여 인천항 갑문으로 입항하니 확인하라”는 통보를 받고, 이에 “알았다”고 응답을 하였으며 B호를 초인하였다.

1등항해사는 같은 날 06:23∼24경 VHF로 자선의 선수 우현 약 13도 방향, 약 0.7마일 떨어진 곳에서 제1항로로 막 진입한 B호의 호출을 받았고, 이때 “A호가 B호의 선수 앞쪽으로 통과하겠다”고 하였다.

1등항해사는 B호와 통화를 마친 후, 그 사이 자선의 선수 우현 약 15도 방향, 약 0.5마일까지 접근한 B호와 조금 더 멀리 떨어져 통과하려고 소각도 좌현 변침하여 침로를 약 207도로 변경하였다. 1등항해사는 같은 날 06:25경 제1항로를 가로지르는 모습을 보이며 자선의 진로 전방으로 진입하는 B호로부터 “좌현 변침을 크게 하여 달라”는 요청을 받고 “예, 알겠습니다”라고 응답하였다. 그러나 1등항해사는 자선의 선수 좌현 측 0.8∼0.9마일 전방에서 제1항로 우현 측을 따라 입항하는 제3의 선박 C호(총톤수 4,803톤) 때문에 좌현 변침을 크게 하지 못하고 소각도 좌현 변침하여 침로를 약 200도로 변경하였으며 속력은 그대로 유지하였다.

1등항해사는 충돌 직전 급박한 충돌의 위험을 느끼고 재차 좌현 전타하였다. 그러나 A호는 자선의 선수방위가 약 198도일 때 같은 날 06:26경 상기 사고장소에서 A호의 우현 중앙부와 B호의 정선수부가 양 선박의 선수미선 교각 약 73도를 이루며 충돌하였다. 이때 제3의 선박 C호는 A호와 B호의 충돌지점으로부터 약 0.7마일 남쪽에서 약 11.1노트로 제1항로를 따라 인천항에 입항하고 있었다.

한편 B호는 화물을 적재하여 약 11.60미터의 등흘수 상태로 인천항 W-1정박지에 정박하던 중 같은 날 05:45경 인천항 제7부두에 접안하려고 양묘를 시작하였고, 같은 날 06:00경 도선사를 태웠다.

도선사는 B호를 인천항 제7부두에 계류시키기 위해 만조시각인 같은 날 07:13경까지 인천항 갑문에 도착하여야 할 상황이었다. B호의 선교에는 터키인 선장의 감독 하에 3등항해사와 조타수가 근무하며 도선사를 지원하였다. 도선사는 같은 날 06:10경 B호(선수방위 225도)를 양묘한 후 좌현 선회시키면서 같은 날 06:12경 인천항 VTS센터에 위치이동보고를 하였고, 이때 VTS센터로부터 “인천대교 부근에서 A호가 남하하고 있으니 참고하라”는 통보를 받고 A호를 초인하였다.

도선사는 A호의 정확한 속력을 확인하지 아니한 채, 막연하게 A호가 약 3마일 떨어져 있으므로 서두르면 A호를 앞질러 제1항로에 진입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주기관을 같은 날 06:14경 미속전진, 06:15경 중속전진, 06:21경 전속전진으로 사용하여 속력을 올리면서 타를 사용하여 좌현 선회시켜 같은 날 06:22경 B호의 침로를 100∼110도로 하여 제1항로로 진입하기 시작하였다.

이때 B호 선장은 B호의 좌현 쪽에서 접근하는 A호를 발견하고, 도선사에게 본선이 심흘수선이라 위험하다며 주의를 촉구하였으나 도선사는 진행을 멈추지 아니하였다.

도선사는 자신의 예상과는 달리, A호가 B호의 선수 좌현 약 65도 방향으로 0.7∼0.8마일 떨어진 곳에서 우현 녹등을 보이면서 빠른 속도로 접근하고 있자, 같은 날 06:23∼24경 VHF로 A호를 호출하였고, 이때 A호에서 먼저 통과하겠다고 하자 A호를 B호의 후미로 통과시키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B호의 움직임을 설명하면서 “어쨌든 앞쪽으로, 앞쪽으로 가세요. A호”라고 말하며 A호에게 B호의 진로 전방으로 통과하라고 하였고, A호도 그렇게 하겠다고 응답하였다([표 1] 참조바람).

도선사는 이러한 통화가 끝난 직후 제1항로 중앙을 따라 입항하던 제3의 선박 C호가 B호에 가까이 접근하고 있었으나 이러한 사실을 알지 못하였으며, C호가 VHF로 B호를 호출하였으나 이에 응답하지 아니하였다. 도선사는 같은 날 06:25경 B호의 속력이 약 3.3노트에 이르렀음을 확인하고, 다시 A호를 호출하여 이미 상당한 전진타력이 붙었으니 대각도로 좌현 변침해 달라고 요청하였고, 이에 A호로부터 그렇게 하겠다는 응답을 들었다. 그러나 그 직후 B호 선장은 B호가 침로 약 080도, 약 3노트의 속력으로 항행하던 중 급박한 충돌의 위험을 느끼고 A호를 향하여 주간신호등(Daylight Signal)을 비춰 경고하면서 주기관을 전속으로 후진하였고, 도선사는 극우 전타를 지시하였으나, 이러한 피항동작의 효과를 거두지 못한 채 같은 날 06:26경 A호와 B호는 앞서 기술한 바와 같이 충돌하였다.
 

 
 

원인의 고찰

1. 항법의 적용
가. 수역 및 시계상태

이 충돌사건은 시계가 양호한 인천항의 제1항로 안에서 발생하였다.

나. 양 선박의 법적 지위
A호는 침로 210∼211도, 속력 13∼14노트로 제1항로 안에서 ‘항로를 항행하는 선박’에 해당한다. 한편, B호는 인천항의 제1항로 밖에 위치한 W-1정박지에서 정박하고 있던 중 닻을 감아올린 뒤 제1항로로 진입하고 있었으므로 ‘항로 밖에서 항로에 들어오는 선박’에 해당한다.

다. 항법의 적용
이 충돌사건은 인천항 제1항로에서 항로를 항행하는 A호와 항로 밖에서 항로에 들어오는 B호 사이에 발생하였으므로 ‘개항질서법’ 제13조제1항(현행 ‘선박의 입항 및 출항 등에 관한 법률’제12조제1항제1호)의 규정에 따라 항로 밖에서 항로에 들어오는 B호가 항로를 항행하는 A호의 진로를 피하여야 한다.

충돌 전 양 선박 사이에는 A호가 B호에게 B호의 전방을 통과하겠다고 하였고, B호가 이에 동의한 사실이 있으나 이는 ‘개항질서법’ 제13조제1항의 규정에 부합하는 내용이므로 새로운 항법관계를 형성하였다고 볼 수 없다.

2. B호의 부적절한 운항
B호는 인천항 제1항로 밖에서 항로 안으로 들어오면서 항로를 항행하는 A호와 충돌의 위험이 있었음에도 A호의 진로를 피하지 아니한 채 항행하였다. B호의 이와 같은 부적절한 운항은 이 건 충돌사고의 주된 원인이 되었다고 판단된다. B호는 항로에 들어오기 전 A호와 충돌의 위험이 있었으므로 진행을 멈추어 A호의 진로를 피여야 하고, A호가 자선을 통과한 후에도 항로를 항행하는 제3의 선박 C호(인천항에 입항 중인 선박)와도 충돌의 위험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항로로 진입하였어야 한다고 판단된다.

3. A호의 섣부른 동의와 피항협력동작 불이행
A호는 B호가 충돌의 위험이 있는 상태에서 항로에 들어오고자 할 때에 충돌의 위험을 알리는 경고신호를 보내거나 VHF 교신을 통하여 항로에 들어오지 말도록 요구하는 것이 적절한 조치였다고 판단된다.

또한 A호는 충돌 약 1분 전 B호가 대각도 좌현 변침을 요청할 당시에 이미 양 선박이 매우 가까이 접근되어 급박한 충돌의 위험이 있는 상태였고, 더욱이 좌현 전방에서 제3의 선박 C호가 인천항 입항을 위해 항로를 항행하고 있어 대각도 좌현 변침을 할 경우 A호와 C호 사이에 새로운 충돌의 위험이 생기는 상황이었다. 따라서 A호는 이러한 상황에서 B호의 대각도 좌현 변침 요청을 거절하고, 오히려 B호에게 항로에 들어오는 것을 멈추도록 요구했어야 하며, A호 자신도 급박한 충돌의 위험이 있는 상태에서는 주기관을 정지하거나 후진하는 등 충돌을 피하기 위한 피항협력동작을 취하는 것이 적절한 조치였다고 판단된다. 그러나 A호는 B호의 요청에 대해 섣부르게 알았다고 응답한 후 소각도 좌현 변침을 하느라 적절한 피항협력동작을 취하지 못하였다고 판단된다.

4. A호 선장의 직접지휘의무 불이행
A호 선장은 강제도선구역에서 도선면제를 받고 A호를 자력도선 중이었으므로 A호가 인천항의 강제도선구역(팔미도 도선점)을 벗어날 때까지 직접 지휘하여야 한다. 그러나 A호 선장은 A호가 미처 인천대교를 통과하기도 전에, 더욱이 다른 선박을 추월하고 있는 상태에서 1등항해사에게 조선을 맡기고 선교를 떠났다. 또한 선장은 선원법 제9조의 규정에 따라 선박이 항구를 출입할 때 선박의 조종을 직접 지휘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이행하지 아니하였다. 만약 선장이 사고 당시 직접 조선하였더라면, 통항방법에 관한 합의과정이나 충돌의 위험이 발생하였을 때 보다 효과적으로 대처하여 이 건 충돌사고를 피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판단되어 선장의 행위에 대해 못내 아쉽다.

5. B호의 충돌위험성 판단결여
선박은 당시의 상황에 알맞은 모든 수단을 활용하여 다른 선박과 충돌할 위험이 있는지를 판단하여야 한다. 그러나 B호 도선사는 “A호가 남하하고 있으니 참고하라”는 인천항 VTS센터의 통보를 받았을 때 A호의 속력을 확인하여 충돌의 위험성이 있는지 면밀히 판단해보지 아니한 채 막연하게 3마일 떨어졌으므로 서두르면 A호를 앞질러 제1항로에 진입할 수 있을 것으로 속단하였고, 이에 항로 진입을 서두르다 B호가 A호와 약 0.7마일까지 접근되고서야 매우 가까이 접근되었음을 인식하였다.

이후 B호 도선사는 A호에게 B호의 진로 전방으로 통과하도록 동의하고도 진행을 멈추지 아니하고 B호를 항로 안으로 계속 들어오도록 조선하였다. 이러한 정황으로 볼 때 B호 도선사는 이때까지도 양 선박 사이의 충돌 위험성을 주의 깊게 확인하지 아니하였다고 판단된다. 참고로 항로 근처에 위치한 정박지에서 정박 중인 선박이 닻을 올린 후 증속하면서 항로에 들어와 항로의 일반적인 방향으로 정침하여 정상적인 속력으로 항행하기 위해서는, 선박의 크기 및 화물의 적재상태와 조류방향에 따라 차이는 있으나, 적어도 15∼20분의 시간이 필요하고, 이 과정에서 조종성능이 일부 자유롭지 못하다. 따라서 항로 밖 정박지에서 항로에 들어오는 선박의 선장 또는 도선사는 사전에 항로를 항행하는 선박의 동정을 주의 깊게 확인하여야 한다.

6. B호 도선사의 주장에 대한 판단
B호 도선사는 “B호가 흘수제약선이므로 A호가 B호의 진로를 피하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므로 이에 대하여 살펴본다.

이 건 충돌사고 당시 B호는 흘수가 약 11.6미터이었고, 사고해역에서 수심이 가장 앝은 곳의 해도 상 수심(약 11m)과 당시 인천항 조고(약 7m)를 감안할 때 B호를 흘수제약선으로 보기 어렵다. 설사 B호를 흘수제약선이라 할지라도 개항(현행 무역항) 안의 항로 밖에서 항로에 들어오는 B호가 항로를 항행하는 다른 선박의 진로를 피해야 할 주의의무가 면제된다거나 항로를 항행하는 다른 선박보다 진로우선권을 갖는다고 볼 수 없다.

참고로 개항질서법에서는 다른 선박으로 하여금 항로를 항행하는 흘수제약선의 진로를 방해하지 아니하도록 규정되어 있을 뿐 항로 밖에서 항로에 들어오는 흘수제약선의 진로를 방해하지 아니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는 아니하다. 따라서 B호 도선사의 위 주장은 받아들일 이유가 없다할 것이다.

시사점
○항로 부근의 정박지에서 항로로 들어오는 선박은 극히 주의하여야 한다.

항로 부근의 정박지에서 항로에 들어오는 선박은 닻을 올린 후 증속하여 항로의 일반적인 방향으로 정침하여 항행하는데, 선박의 크기 및 화물의 적재상태와 조류방향에 따라 차이는 있으나, 15∼20분의 시간이 소요되고, 이 과정에서 조종성능이 일부 자유롭지 못하다. 따라서 사전에 선박의 동정을 주의 깊게 관찰하여 항로를 항행하는 선박들과의 충돌위험이 조금이라도 있다고 판단되면 무리하게 항로에 진입하지 말고 항로 밖에서 대기하여야 하고, 충돌의 위험이 완전히 사라진 후에 항로에 진입할 수 있도록 주의하여야 한다.

○통항방법의 합의는 신중하여야 하고, VHF 교신은 간단명료하여야 한다.
해상교통법은 입법기술상 해상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상황에 대하여 일일이 규정할 수 없으므로 충돌의 위험성이 있는 정형적 상황에 대해서만 규정하고, 나머지에 대해서는 선원의 상무에 맡겨 놓고 있다. 따라서 양 선박 간에 충돌의 위험이 있는 경우에는 당시의 특수한 사정과 조건에 따라 정형적인 항법규정에서 벗어나는 통항방법에 합의할 수 있고, 이러한 합의는 지형이 좁고 통항하는 선박이 많은 항내에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통항방법의 합의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상대선박의 확인이나 제3의 선박과의 관계에서 서로 오해가 생겨 또 다른 위험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가능한 한 지양하여야 한다. 특히 VHF 교신은 간단명료하게 의사를 표시하여야 한다.

○자력 도선하는 선박의 선장은 해당 개항 (현행 무역항)의 도선구역 안에서 직접 조선할 것
총톤수 500톤 이상인 선박(국내항해에 종사하는 총톤수 2천톤 이상인 선박)은 개항(현행 무역항)을 출입할 때 자격을 갖춘 도선사를 승무시켜야 한다(강제 도선). 다만 대한민국 선박의 선장은 일정 요건을 충족한 경우 강제 도선을 면제받고 선장이 직접 조선할 수 있다(자력 도선). 도선이란 도선구에서 도선사가 선박에 탑승하여 당해 선박을 안전한 수로로 안내하는 것을 말하며, 강제 도선의 목적은 ‘선박항행의 안전 및 운항능률의 증진을 기함과 동시에 항만기능의 보존 및 이의 원활한 운영을 도모 하는 것’에 있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자력 도선하는 선박의 선장은 개항(현행 무역항)을 출입할 경우 강제 도선의 목적에 부합하도록 해당 개항(현행 무역항)의 도선구역 안에서 직접 조선하여야 한다. 특히 선장은 자력 도선 중 실행가능한 한 강제 도선할 때와 부합하도록 최소한 자격을 갖춘 항해사 및 조타수 등 2명 이상의 선교자원을 선교에 배치하여 지원을 받도록 하여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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