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1월, 우리나라의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DAC(개발원조위원회)1) 가입은 단순히 대한민국이 선진 공여국 반열에 올랐다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DAC 가입국 중 1995년까지 국제원조를 받았던 유일하게 개도국 경험을 가진 나라로서 국제사회에 보이는 상징적 의미뿐만 아니라,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공여국과 수원국 간의 효과적인 연결고리 역할을 기대받고 있다.
그보다 앞선 2003년 6월, 국제 해사 분야에 있어서 대한민국은 국제해사기구(IMO)와 기술협력에 관한 양해각서를 체결하여 매년 IMO에 대한 재정 기여를 통해 기술협력(Technical Cooperation) 사업을 지원하기로 하였다. 그 결과, 2003년부터 2019년까지 약 840만 불의 재정 지원을 통해 해상 안전과 해양환경 보호 등과 관련된 123개의 기술협력 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하였다.


국제해사기구 기술협력국(IMO Technical Cooperation Division)에서 주관하여 시행하는 기술협력사업(ITCP, Integrated Technical Cooperation Programme)과 우리나라를 포함한 공여국이 시행하는 ODA(공적개발원조) 사업을 비교하여 살펴보면 그 내용은 다소 다르지만, 사업 목적 차원에서 다음과 같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먼저 ODA 사업의 근본적인 목적은 개발도상국이 더 이상의 개발원조가 필요 없도록 하는 데 있다. 즉, 개발도상에 있는 국가를 지원하여 다른 나라에 의지하지 않고 독립적인 힘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ODA 사업의 최종 목표라고 할 수 있다. IMO 기술협력 사업은 해상의 특수성 및 IMO 기능과 관련되어 있다. IMO 주요 기능 중 하나는 해사 안전과 해양환경 보호를 위한 국제적 규정 제정 및 개발이며, 그보다 더 중요한 사항은 개발된 국제규정을 회원국들로 하여금 준수하도록 독려하고 협력하는 일이다. 그 이유는 해사 안전과 해양환경 보호가 단일 국가의 노력으로만 담보되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가 다양한 활동 및 효과적인 정책 시행을 통해 해양환경을 깨끗하게 보전한다고 할지라도, 이웃한 중국이나 일본에서 발생하는 해양오염 사고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이것이 육상과 다른 해상의 특수성이며, 이러한 사실을 기반으로 IMO 기술협력은 전문가 파견, 장학금 지급 그리고 장비 보급 등과 같은 형태로 개발도상국에 기술과 지식을 전달하여 해당 국가가 IMO 국제 협약과 같은 국제규정을 여타의 도움 없이 독립적으로 준수하도록 하는데 주목적을 두고 있다.

 

IMO Knowledge Partnership Workshop
2019.12.16.~12.20일 동안 방콕의 UNESCAP(아시아·태평양 경제사회위원회)2) 본부에서 IMO 주최, UN ESCAP 주관 그리고 태국 정부의 후원으로 22개의 국가에서 총 34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2차 Asia regional Knowledge Partnership 워크숍이 개최되었다. 필자는 우리나라 대표로서 동 워크숍의 전 과정에 참여하였으며, 본 기고에서는 국제해사기구(IMO)가 해양수산 부문의 기술협력 및 ODA 사업과 관련하여 추구하고자 하는 역할 및 그와 관련한 주요 논의 내용을 개략적으로 소개하고자 한다.

 

안정적인 기술협력 사업을 위한 IMO의 노력
IMO의 5개 위원회 중 하나인 기술협력 위원회(TCC, Technical Cooperation Committee)에서 IMO 사무국은 매년 연차보고서를 통해 그해에 수행한 기술협력 사업 내용과 재정 상황을 회원국에 공유하고 있다. 동 보고서 내용을 살펴보면, IMO 기술협력사업은 기구에 기탁되는 신탁기금, UNDP(유엔개발계획)와 UNEP(유엔환경계획)의 기술원조자금, 그리고 각 회원국 정부의 기부금 등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사실을 바탕으로, 이전부터 IMO는 기술협력 사업 시행에 있어서 좀 더 안정적이며 장기적인 재원 마련을 통한 적극적인 기술협력 활동 확장 방안을 모색해왔다. 일례로, 2007.6.18.~6.21일 동안 개최된 제57차 IMO 기술협력 위원회에서 사무국은 의제 문서(TC 57/5/2)를 통해 DRAFT STRATEGY FOR LONG-TERM FINANCING OF THE ITCP(기술협력 프로그램의 장기재원 마련을 위한 전략방안)을 제안한 바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기술협력 활동에 있어 재정의 양적 부분은 다소 증가하였으나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재원 마련전략은 아직도 해결해야 할 숙제로 현재까지 남아있다.


그러는 와중에 2011년, OECD/DAC가 선정하는 ODA 적격 국제기구(List of ODA-eligible international organisations)로서 IMO가 그 목록에 이름을 올리게 되었다. 동 목록은 웹페이지 www.oecd.org/dac/stats를 통해 확인 가능하며, 이 목록에 기재되어 있는 기구 및 기관에 대한 지원만이 다자간 ODA로 인정된다. 다자간(Multilateral) ODA는 공여국이 국제기구에 출연 또는 출자를 통해 수원국을 지원하는 간접 원조방식으로써, OECD/DAC에서 정한 특정 국제기구에 대한 출연 및 출자와 해당 기구에 대한 양허성 차관3)을 의미한다. 즉, 국제기구는 각국 정부가 회원이 되고 개도국의 개발 지원을 주요 목적으로 하여, 출연된 재원은 공여국의 간섭을 받지 않으면서 국제기구가 독립적으로 재원을 사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위 내용을 포함한 현재까지 활동 내용을 바탕으로 2018.6.18.~6.20일 동안 개최된 제68차 IMO 기술협력 위원회에서 사무국은 의제 문서(TC 68/4(a))를 통해 Long-term Resource Mobilization Strategy(장기재원 마련전략)를 제안하였고 동 회의에서 승인되었다. 동 전략 내용을 살펴보면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기술협력 사업을 위해 기구는 새로운 재원 마련 차원에서 아래 5가지 요소에 관해 적극적인 접근을 할 것을 밝히고 있다. 그 중 첫 번째가 회원국의 ODA 사업이다.

 

① 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 (ODA) of IMO Member States;
② UN Development Aid system;
③ multilateral development banks (MDBs);
④ other innovative financing mechanisms; 
⑤ other issues to support resource mobilization activities.

 

IMO Knowledge Partnership Workshop 개최
앞서 밝힌 바와 같이 2018년 6월 승인된 ‘장기재원 마련전략’을 바탕으로 2018년 11월 대한민국 서울에서 IMO 주최, 대한민국 해양수산부 주관 및 후원으로 ‘제1차 IMO Knowledge Partnership Workshop’이 개최되었다. 당시 개최된 워크숍의 이름은 ‘제1차 Donor/Recipient Workshop’ 이었는데 이는 추후, 공여국과 수원국의 명확한 구분보다는 국가 간의 정보 공유 및 협력을 좀 더 강조하는 의미에서 ‘Knowledge Partnership Workshop’으로 명칭이 변경되었다.
필자는 2018년과 2019년에 개최된 각각의 워크숍에 모두 참석함으로써 해양수산 부문의 기술협력과 ODA 사업에 있어 IMO가 추진하고자 하는 정책 방향에 대해 좀 더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IMO는 회원국의 ODA 사업과 결부하여 해사 분야 기술협력을 포함한 다양한 원조 사업의 확장을 계획하고 있다. 동 워크숍의 개최 목적은 IMO 차원의 장기 계획 중 초기 단계로서, 각 회원국에 기구의 정책 방향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발전적인 인적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데 있다. 해양수산 부문에서 국제해사기구(IMO) 차원의 ODA 사업 수행과 관련하여 기구는 많은 강점이 있다. 아래 5가지 요소는 워크숍에서 IMO 측이 밝힌 기술협력을 포함한 ODA 사업에 있어 IMO의 강점을 간략하게 나타낸 것이다.

 

① Global standard setting organization
② Knowledge and Expertise in maritime related activities
③ Experienced in technical cooperation activities - over 50 years
④ Network with maritime administrations - inter-governmental org, Industry
⑤ Part of the United Nations system

 

첫째, IMO는 해사안전과 해양환경 보호에 관한 국제 협약을 제·개정하는 전문기구라는 점이다. ODA 수원국 대부분이 이러한 국제 협약을 준수하기 어려운 상황에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IMO는 좀 더 효과적이고 실질적인 ODA 사업을 계획하고 수행할 수 있는 장점이 있으며, 나아가 향후 IMO 추진 방향을 고려하여 발전적인 사업 수행이 가능하다.
둘째, IMO는 국제 해사 분야에 있어서 다양한 경험과 전문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ODA 사업을 시행하는 공여국 또한 이러한 경험과 자국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개발도상국에 접근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해운의 모든 부문에서 전문성을 지닌 국가는 흔치 않다. 그에 반해 IMO는 선원 교육, 항만 관리, 조선 및 법률 부문 등 해운과 관련된 모든 분야에서 축적된 지식과 경험이 있으므로 단일 국가가 시행하는 ODA 사업보다는 다양한 관점에서 개도국의 발전을 끌어낼 수 있다.
 

셋째, 기술협력과 관련된 부문에서 50년 이상의 경험이 있다는 점이다. 서두에 언급한 바와 같이 ODA 사업과 기술협력 사업은 다소 차이는 있으나 그 목적 측면에서 많은 부분이 상통된다. IMO에서 토목이나 건축과 같은 유형의 생산품을 개발하는 사업을 시행하지는 않지만, 많은 회원국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기술협력 활동을 통해 각 국가의 강점과 취약점에 대한 정보와 경험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내용을 바탕으로 효과적인 사업이 가능하다.
 

넷째, 국제 해사 분야에 있어 풍부한 인적 네트워크가 구성되어 있다는 점이다. 일례로, 세계해사대학(WMU) 운영의 경우에도 IMO 기술협력 사업의 하나로 수행되고 있으며, 동 대학을 졸업한 많은 학생이 각국의 해사 분야에서 전문가로서 활약하고 있다. 또한, 국제기구 회의 자체가 각 회원국의 정부 대표가 참석하기 때문에 이러한 인적 네트워크만을 통해서도 효율적이고 신속한 개발원조 사업을 수행할 수 있다.
다섯째, UN 산하 기구라는 점이다. IMO는 UN 산하의 전문기구로서 기본적으로 특정 국가 또는 특정 대륙에 편중된 정책을 펼치지 않는다. 참고로, 국제해사기구 협약(IMO Convention 48) 제1조에는 ‘국제해운에 영향을 주는 모든 기술적 사항에 관계된 규칙과 관행에 있어 정부 간 협력을 주도’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즉, IMO는 ‘정부 간 협력’을 기조로 사업을 수행한다. 이런 부분이 강조되는 이유는 비록 공여국이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ODA 사업을 수행된다고 할지라도, 막상 재정을 투입하는 개별 국가의 입장에서는 좀 더 전략적인 접근을 통해 국익을 고려해야 하는 미묘한 상황 또는 갈등이 종종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IMO 차원의 사업 수행에서는 공정한 협력관계를 바탕으로 이러한 불편한 상황을 배제할 수 있게 된다.

 

논의 내용
워크숍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5일 동안 개최되었으며 크게 4가지 세션으로 구성되었다. 첫째는 각국 해사 분야의 전반적인 현황 및 기술협력 활동에 관한 소개이며, 둘째는 각국 해양수산 부문의 주요 ODA 사업 현황 및 문제점 발표, 셋째는 동 워크숍을 포함한 IMO의 발전적 역할에 관한 분임토의 그리고 넷째는 방콕의 항만청과 교육기관 등의 현장 투어이다.
워크숍은 비공개로 진행되었으며 참가자는 각국 정부의 승인을 얻은 대표자(Representative)로서 워크숍을 통해 발표한 내용 중에는 다소 밝히기 민감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어 동 기고문에서는 이러한 내용은 언급하지 않고, 제목과 같이 IMO의 역할 및 정책 방향을 간략히 소개하고자 한다. 다양한 논의 중, 참가자들은 현재 시점에서 IMO가 해양수산 부문의 ODA 사업과 관련하여 어떠한 역할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의가 많이 있었다. 그림은 IMO에서 설명하는 그 역할에 대해서 간략하게 나타낸 것이다.


기본적으로 국가별 기관별로 ODA 사업 선정, 예비타당성 검사 및 후속 조치 등에 관한 절차와 기준은 상이하다. 현재 시점에서 IMO는 이러한 절차나 기준에 관해 언급하지 않으며, 다만 사업 수행에 있어서 그림과 같이 공여국과 수원국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고자 한다. 앞서 밝히 바와 같이 국제 해사 분야에서 이러한 ‘연결고리’ 역할에는 IMO가 많은 강점을 지니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어떤 방법을 통해 이런 역할을 수행할 것이며 혹은 이를 적용한 사례 여부에 관한 질의가 있었다. IMO 측은 현재 동 워크숍 자체가 2018년 장기재원 마련전략이 승인되고 개최되는 두 번째 워크숍으로서 동 전략에 관한 홍보와 Pilot Project 착수에 중점을 두고 있음을 밝혔다.
추가로 참가자들은 동 워크숍이 단지 논의로서만 그치지 않고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 “연결고리” 역할을 수행하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IMO 차원의 Knowledge Partnership 목적에 걸맞은 플랫폼(Platform) 개발을 강조하였다. 이에 IMO 측은 현재 IMO 데이터 시스템의 하나인 CMP(Country Maritime  Profile)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공여국과 수원국 모두가 자국의 ODA 사업에 관한 자료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고려 중임을 밝혔다.

 

이번 ‘제2차 Asia regional Knowledge Partne
rship Workshop’에 참여하면서 해양수산 부문 ODA 사업의 중요성과 특히 개도국 측면에서 기술협력을 포함한 ODA 사업 실정을 체감할 수 있었다. 워크숍을 통해 발표한 내용 이외에도 일주일 동안 논의에 참여하면서 각국의 대표들과 대화를 통해 ODA 사업 진행상 어려움의 이유 및 개선 방안에 관해서도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공통으로 제기된 문제 중 하나는 ‘적합한 전문인력의 부족’이었다. 아무리 많은 자금을 투자한다고 할지라도 그에 상응하는 적합한 인적 자원이 뒷받침되지 않는 이상 효과적인 ODA 사업의 진행이 어렵다는 것이 많은 참가자의 의견이었다.
또한, ODA 사업과 관련한 IMO 차원의 역할에 관해서도 첫날에는 IMO가 과연 무슨 역할을 어떻게 할 수 있는지 참가자들은 의아해했지만, 지속적인 토의를 통해 IMO가 추진하고 하는 정책 방향에 대해서 많은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다만 워크숍 진행에 있어 다소 아쉬운 점은 참가국 중 OECD DAC에 가입된 국가는 대한민국과 호주뿐이었으며 ODA 사업을 지원하는 다양한 선진 공여 국가 및 ODA Agency의 참여율이 저조한 점이다. 이는 추후 다양한 경로 및 방법을 통해 보완될 필요성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2019년 우리나라 ODA 사업이 총예산은 3조 2,003억 원이며 그 중, 해양수산 분야에 해당하는 예산은 443억 원으로 전체 ODA 사업에서 약 1.4%를 차지한다. 워크숍에서 다른 참가국이 발표한 내용을 살펴보면 해양수산 부문 비율이 다소 낮은 것은 유사하다. 그렇지만 예산 비율이 적다고 해서 그 중요성마저 적은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반도 국가로서 해상무역이 경제발전의 기둥 역할을 해온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이처럼 다른 개발도상국도 해양수산 부문의 개발 중요성을 분명하게 인지하고 있으므로, 다양한 지원 및 협력 방안을 고려하여 우리나라의 위상을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해양수산 부문의 ODA 사업을 확장할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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