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송을 재위탁한 운송인은 타임바 3개월 연장됨

 

 
 

논점이 많고 법원 간 견해가 다른 구상 사건
대법원이 2018년 12월 13일 선고한 2018다 244761 구상금 판결(원고/피상고인 현대해상화재보험, 피고/상고인 제일산업기계, 피고보조참가인 케이엔티카고, 원고 승소, 상고 기각)은 매우 흥미롭다. 원칙적으로 운송인의 권리와 의무는 운송물이 도착한 날부터 1년 내에 소멸한다. 이것을 제척기간(타임 바)이라고 한다. 다만 상대방과 합의해 1년의 기간을 연장하는 것은 무한히 가능하다. 그리하여 실무상 클레임이 발생하면 운송인과 화주는 손상의 원인과 합의금에 대해 협상을 벌인다. 그러다 보면 1년이 경과하는 경우가 많아 타임 바를 연장하는 것이다.


그런데 계약운송인이 인수한 운송을 다시 제3자 실제운송인에게 위탁하는 경우가 있다. 화주와 계약운송인이 클레임을 합의했더라도, 그 합의금을 화주에게 지급한 계약운송인이 제3자인 실제운송인에게 다시 클레임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화주와 원래 운송인 간에 타임 바가 완성되었더라도, 운송인은 제3자 실제운송인에게 추가적으로 3개월 동안 클레임을 제기할 수 있다. 이에 관한 상법 규정의 해석을 분명히 한 것이 이 대법원 판례이다.
그리고 운송인의 손해배상액에 관해 1심법원이 직접 운송하지 않은 계약운송인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손해의 70%만 지급하라는 동정적인 판결을 했는데, 2심법원과 대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보수적으로 손해배상 일반원칙에 따라 100% 지급하라는 판결을 한 점도 관심을 끈다.

 

사건의 내용
현대로템은 포드 인디아에게 프레스 장비 등을 수출하기 위해 운송을 현대글로비스에 위탁했다. 현대글로비스는 이를 수행하기 위해 계약운송인인 피고 제일과 복합운송계약을 체결했다. 원고 현대해상은 현대글로비스와 화물에 대해 배상책임 보험계약을 체결했다. 화물의 해상운송을 실제로 담당한 피고보조참가인 KNT는 실제운송인으로서 송하인 현대로템, 수하인 포드인디아인 선하증권을 발행했다. 화물은 2013. 4. 11. 평택항에서 선적되어 2013. 5. 21. 인도 문드라항에 도착했는데, 2013. 5. 21. 하역작업 중 하역사의 부주의로 화물 중 1개 포장이 선창으로 추락해 다른 2개 포장과 충돌해 3개 포장이 심하게 손상되었다.
현대로템은 현대해상의 적하보험에 가입했는데, 현대해상으로부터 적하보험금을 지급받았다. 현대해상을 대리한 A법률사무소는 현대해상의 구상권을 현대글로비스에게 행사하는 과정에서 현대글로비스와 2016. 2. 20.까지 타임바를 연장하기로 합의했다. 2015. 9. 11. 현대해상은 현대글로비스로부터 5천만원을 지급받기로 합의했다. 현대해상은 현대글로비스의 배상책임자의 지위에서 현대로템의 적하보험자인 현대해상에게 배상책임보험금 4,700만원(합의금 5천만원에서 자기부담금 300만원을 공제)을 지급했다. 즉 현대해상은 배상책임자인 동시에 적하보험자였다.

 

판결 
피고는 운송주선인 아닌 운송인이다.
피고 제일은 자신이 운송인이 아니라 운송주선인이므로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피고 제일이 현대글로비스와 ‘복합운송계약서’라는 계약을 체결했으므로 화물의 운송을 인수한 계약운송인이어서 운송인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보았다. 실제운송인 KNT가 선하증권을 발행한 것은 사실이지만, KNT가 제일로부터 운송을 재위탁받아 선하증권을 발행했더라도 제일이 현대글로비스에게 부담하는 의무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타임바는 준수되었다.
상법 제814조 제2항은 “운송인이 인수한 운송을 제3자에게 위탁한 경우 송하인이 제1항의 기간 이내에 운송인과 합의하거나 운송인을 제소한 경우, 합의나 제소 후 3개월 동안 운송인은 제3자에 대해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이것은 운송을 재위탁(하도급)한 운송인이 실제로는 제3자의 업무수행 과정에서 생긴 일로 송하인에게 손해배상을 하고도 제척기간 경과로 제3자에게 구상하지 못하는 억울한 사태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운송인 현대글로비스는 송하인 현대로템(사실은 현대로템을 대위한 현대해상)과 합의해 손해배상 청구기간을 2016. 2. 20.까지 연장한 후 그 기간 내인 2015. 9. 11. 손해배상 합의를 했다. 이로부터 3개월  이내인 2015. 11. 13. 원고 현대해상이 피고 제일에 대해 소송을 제기했으므로 제척기간 내에 제기한 유효한 소송이다.

 

1심 과실상계를 2심이 번복함
피고 제일은 자신이 직접 화물을 운송한 것이 아니라 KNT에게 운송을 재위탁했고, 사고는 하역 중 발생했는데 제일은 인도의 하역사를 관리 통제하기 힘들었으므로 자신의 손해배상책임을 경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심법원 서울중앙지법 단독판사는 이 주장을 받아들여 제일의 손해배상액을 70%만 인정했다.
그러나 2심법원 서울중앙지법 제4민사부는 “이 같은 사정은 모두 원고 현대해상과 관련성이 희박한 피고 제일의 내부 사정에 불과하다. 달리 원고의 과실을 참작하거나 피고의 책임을 제한할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1심판결을 번복하고 피고 제일의 책임을 100% 인정했다.

 

평가
송하인과 운송인 간에 합의된 제척기간 연장은 존중되어야 한다. 그리고 제3자 실제운송인에게 운송을 재위탁한 계약운송인을 보호하기 위해, 운송인과 송하인 간에 합의된 기간이 경과하더라도 그후 3개월 간은 제3자에게 청구할 수 있다는 상법의 취지도 보호되어야 한다. 그러한 의미에서 제척기간에 관한 이사건 판결은 적절하다. 다만 손해배상의 범위를 1심은 70%만 인정하고, 2심과 대법원은 100% 인정했는데, 70%만 인정하여 실제로 운송하지 않은 선의의 계약운송인의 손해를 조금 덜어주었으면 어땠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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