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은 인간생활의 역사적 분기점으로 기록될 듯하다. 여러 석학들이 ‘코로나 이전(Before Coronavirus : BC)’과 ‘코로나 이후(After Coronavirus : AC)’로 시대를 구분하기 시작하였다.

필자는 3월호 칼럼에서 코로나19 대유행이 초래할 메가트랜드의 몇 가지 변화를 언급한 바 있다. 그리고 이러한 트랜드 변화에 잘 적응해야 함을 강조하였다. 그러나 3개월 후인 현재 상황에서 보면 메가트랜드 변화에만 집중하는 것으로는 부족할 것임을 느끼게 된다. 변화의 양과 속도가 예상보다 더 크고 빠르기 때문에 적응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래서 기업들은 아예 기존의 적응방식보다는 새로운 적응방식을 찾고 있는 모습이 포착되고 있다.

미국, 일본, 유럽 등 많은 나라들이 봉쇄를 풀고 경제활동을 재가동시키고 있다. 미국 오하이오주의 한 자동차극장도 닫았던 문을 다시 열게 되었다. 그런데 이 극장의 재개관 준비는 매우 엉뚱한 것이었다. 통상적이고 상식적인 변화적응 방식이라면 다시 오게 될 고객자동차가 몇 대나 될지를 예상하는 것이다. 그래야 정량적인 준비를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화면의 질을 유지하거나 개선하는 것이다. 그래야 고객들에게 양질의 영상을 제공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극장측은 이러한 틀에 박힌 적응방식보다는 영화를 보러오는 사람들이 무엇을 걱정하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준비를 하였다. 그래서 화장실에 초점을 맞추고 고객들에게 홍보하였다. 화장실을 청결하게 수리하고 수를 늘렸으며 이용자의 거리를 넓혔다. 그리고 거리유지규범을 지키지 않을 불량고객을 퇴치할 수 있는 모니터요원들을 채용하였다.

코로나이후(AC) 한 자동차전용극장이 화장실을 새로운 경쟁수단으로 채택한 것은 우리 해운업계에 적어도 2가지를 시사하고 있다. 첫째로는 기존 틀 안에서만 새로운 세상을 준비하면 안된다는 것을 암시한다. 기존 틀 안에서도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겠지만 이미 기업들이 치열하게 경쟁해온 기존 틀의 경쟁력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신규 투자도 새로운 경쟁영역을 대상으로 해야 한다.

코로나이후(AC) 생활에서는 고객들이 비대면(untact)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실내극장보다는 실외자동차전용극장을 선호할 수 있다는 것은 합리적 추론으로 쉽게 예상할 수 있다. 그래서 자동차 주차면적을 넓히고 스크린 수를 늘리는 투자를 하고, 또 주차관리요원을 증원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적응방식은 코로나이전(BC) 생활에서 활용했던 것이다. 다가오는 AC시대에는 고객들에게 질병안전이라는 새로운 질적.양적 개념이 필요해진 것이다. 그래서 이 극장측은 새로운 경쟁영역을 설정한 것이다. ‘화장실이 취약하거나 잘못 관리되면 고객이 오지 않을 것이다’라는 새로운 상황을 설정한 것이다.

둘째로는 이 극장의 화장실 선택이 자동차전용극장의 단기, 중기, 장기 경쟁력을 모두 높여줄 수 있음을 암시하는 것이다. 문닫기 이전에 찾아오던 기존 고객을 계속 오게 하는 단기대책으로 화장실이 필수불가결한 핵심변수가 될 수 있으며, 화장실을 미래지향적으로 개선하는 것은 새롭게 찾아올 신규고객을 붙잡을 수 있는 중장기 대책도 될 수 있을 것이다.

기존 화장실을 깨끗하게 청소해서 위생적으로 안심하게 이용하도록 하고, 화장실 수를 늘려서 기다리는 시간을 줄여주고 동시에 이용자간 거리를 유지시켜줄 수 있으며, 화장실 규범을 지키지 않는 불량고객을 퇴치하는 모니터요원을 신규 채용함으로써 양질의 고객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화장실은 자동차전용극장이 단기적으로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신규 핵심변수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또 바이러스문제는 앞으로도 계속 새로워질 현상이므로 질병안전은 중장기적으로 채택해야 할 고정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화장실의 혁신은 자동차전용극장의 중장기대책으로 좋은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즉, 화장실을 미래지향적으로 탈바꿈시키는 혁신은 자동차전용극장의 중장기 혁신전략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선도적으로 화장실혁신에 성공한 극장은 또 다른 새로운 영역의 혁신도 선도할 수 있는 시간적 물적 여유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즉 화장실은 AC시대에 자동차전용극장이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하는 새로운 출발점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바야흐로 전 세계 해운업계도 코로나이전(BC)시대에서 코로나이후(AC)시대로 넘어가고 있다. BC시대의 세계 해운시장은 중국 중심이었다. 글로벌 생산·유통 네트워크의 중심에 중국이 있었다. 그러나 AC시대에는 중국중심 글로벌 가치사슬이 유지되기 어려워지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을 계기로 중국의 리스크가 무엇인지 드러났고, 중국중심 글로벌네트워크의 문제점이 얼마나 심각한지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미 미국, 일본, 유럽 주요 국가들은 중국에 진출해 있는 자국기업의 본국 유턴을 금전적으로 지원하는 정책을 실시하였다. 따라서 중국에 생산시설을 운영하는 기업들이 본국으로 회귀하거나 아니면 제3국으로 이동하는 사례가 많이 발생할 것이다. 해운시장에서도 이미 중국은 네트워크 중심으로서의 문제점이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다. 많은 선박들이 중국기항을 포기하거나 기피하고 있어 중국 항만에 선적대기 화물이 쌓이고 있다. 심지어 수입국 항만에서는 중국출발 화물의 하역을 거부하는 사태도 발생하고 있다.

AC시대의 중요한 극복과제 중 하나는 아시아인과 아시아화물에 대한 기피현상이다. 특히 중국, 중국인, 중국화물에 대한 혐오가 시작되는 현상이다. 그러므로 해운기업은 중국중심의 BC시스템을 중국혐오가 싹트고 있는 AC시대에 적응할 수 있게 개선해야 한다. 특히 여전히 큰 시장으로 남을 중국의 정부당국이 이러한 현상에 어떻게 대응해가는지 주시해야 한다. 이 새로운 현상을 키우는 방향인지 축소시키는 방향인지를 잘 가늠해야 한다.

AC시대의 또 다른 특징은 당분간 전 세계 총 물동량의 빠른 증가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세계 소비시장의 중심인 미국과 유럽의 코로나바이러스 극복이 아시아 지역보다 한 템포 느리기 때문이다. 그리고 포스트차이나 후보지역 중에서 베트남을 제외하면 인도네시아나 인도 모두 팬데믹 한 가운에 있기 때문에 외국인 투자를 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베트남도 코로나 대응과정에서 예측 가능한 사회가 아님을 보여준 바 있기 때문에 다국적 기업들의 투자가 쉽지 않을 것이다. 미래의 투자 중심이 될 수 있는 남미와 아프리카는 이제 바이러스유행이 시작되었기 때문에 조기에 물동량이 증가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물동량 측면의 이러한 예상은 이미 모두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해운회사들은 많은 선박의 운항을 중지시키고 있다. 그리고 노후화 정도가 극심하지 않은 선박까지 해체시키려 하고 있다. 그런데 선박 해체시설의 중심인 인도와 주변국들이 코로나유행에 갇혀있어 선박해체도 급진전되기 어려운 상황이 조성되었다.

AC시대의 세 번째 특징으로 거론되는 것은 디지털화의 심화이다. 비대면 문화를 싹틔운 코로나바이러스 유행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4차산업혁명의 속도를 더욱 증가시킬 것이다. 따라서 자동화, 디지털화, 인간비대면화에 관련된 기술투자가 크게 촉진될 것이다. 해운관련 기업들도 화주관련 네트워크의 디지털화, 선박과 항만의 자동화, 친환경선박 투자 등을 가속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러한 해운의 디지털화는 이미 BC시대에 시작되었던 변수이다. 비록 AC시대에서 더욱 중요해질 변수이기는 하나 AC시대에 나타난 새로운 변수는 아니다. 즉, 많은 해운기업들이 시작했거나 시작해야 함을 알고 있는 것이다.

우리 해운기업들은 자동차전용극장의 화장실을 해운시장에서도 찾아야 한다. 고객의 걱정거리를 찾아야 한다. AC시대의 3가지 특징 즉 탈중국화, 상당기간 저성장, 가속화되는 디지털화 등을 마주하는 화주들이 무엇을 걱정하는지 그 시급한 걱정거리를 찾아야 한다. 단기 유동성 확보도 중장기 지속가능성 확보도 화주의 새로운 걱정거리에서 추구해야 한다. 이미 익숙한 화주의 기존 걱정거리가 아닌 화주의 새로운 걱정거리를 찾아야 한다. 해운시장의 화장실을 찾아야 한다. 그래서 새로운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는 새로운 적응방식을 구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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