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는 선박보험금 청구 못한다

 
 

사건
1심 서울중앙지법 2017. 11. 3. 선고 사건번호 2016가합549207 보험금(피고 승소)
2심 서울고법 2018. 11. 16. 선고 사건번호 2017나2071933 보험금(항소 기각)

원고/항소인 한국산업은행
피고/피항소인 1. 메리츠화재해상보험
                   2. 한국해운조합

 

사건의 내용
세월호의 소유자인 청해진해운은 메리츠화재 /한국해운조합과 선체보험계약/공제계약을 체결
했다. 2014년 4월 15일 세월호는 평형수, 연료유, 청수를 복원성 기준인 1,077톤보다 적게 적재한 반면, 화물은 복원성기준인 1,077톤보다 1,065톤이나 많은 2,142톤을 적재했다. 그리고 관련 규정에 따른 적절한 고박을 하지 않고 인천항을 출항했다. 제주도를 향해 가던 중 4월 16일 08:48 진도 해상에서 화물과적 및 부실 고박으로 인해 횡경사를 견디지 못하고 복원력을 상실해 10:17 전복되어 침몰하였다. 원고는 선체보험금 77억원과 공제금 36억원의 지급을 보험자에게 구하였다.

 

피고 보험자의 주장
침몰 사고는 세월호의 증·개축 공사, 과적, 부실 고박으로 인한 감항능력 결여로 인해 발생했다. 청해진해운 대표이사, 상무이사, 해무총괄이사는 이 같은 감항능력 결여의 원인 및 그로 인해 감항능력이 결여된 사실을 알고 있었다. 결국 피보험자인 청해진해운의 악의(privity)가 인정되므로 영국해상보험법에 따라 보험자는 면책된다.

 

제1심 판결
보험자가 면책되려면 감항능력 결여와 보험사고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어야 하고 입증책임은 보험자가 부담한다.
면책요건으로서 피보험자의 ‘악의’는 피보험자가 감항능력 결여의 원인이 된 사실뿐 아니라, 원인된 사실로 인해 선박이 통상적인 해상위험을 견디어낼 수 없게 된 사실 즉, 감항능력이 결여된 사실을 알고 있는 것이다. 감항능력이 없음을 적극적으로 아는 것뿐 아니라, 감항능력이 없을 수도 있음을 알면서도 이를 갖추기 위한 조치를 하지 않고 그대로 내버려두는 것도 포함한다.
세월호는 사고 당시 화물과적과 부실고박으로 복원성에 관한 감항능력이 결여되어 있었고, 이러한 감항능력의 결여와 침몰과는 상당 인과관계가 인정된다.


청해진해운 대표이사는 청해진해운의 경영전반을 총괄하는 지위에 있었고, 상무이사는 대표이사를 보좌하면서 물류팀, 해무팀을 비롯한 각 부서별 업무를 총괄해 점검·감독하는 지위에 있었다. 해무총괄이사는 해무팀의 최고 결재권자로서 운항의 안전에 관한 제반 업무를 총괄하는 지위에 있었다.
세월호는 2012년부터 2013년 사이에 증개축 공사로 무게중심이 51cm 상승했다. 세월호가 복원성을 유지하려면 적재 화물을 1,324톤 감소시키고 평형수를 1,448톤 증가시켜야 해 결국 1,077톤의 화물만 적재할 수 있게 되었다. 또 증개축으로 선박 좌우에 30톤 중량 차이가 발생해 좌우 불균형이 심화되었다. 그럼에도 매출 극대화를 목적으로 화물 과적과 부실 고박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졌다.
해무총괄이사는 세월호에서 화물 과적과 부실 고박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음을 구체적으로 알고 있었다. 대표이사와 상무이사도 증개축 이후 세월호의 복원성이 악화되었고, 적정량을 초과하는 화물이 적재될 경우 세월호에 위험이 발생할 수 있음을 알고 있었다.


침몰사고 이전인 2014년 1월에도 세월호가 제주에서 출항하려다가 풍압 때문에 부두를 떠나지 못해 출항 못한 사고가 있었다. 이때 청해진해운 제주지역본부는 “구조변경으로 인한 선박무게중심 이동으로 화물의 양적하시 기울기로 안전사고의 위험이 있고, 구조변경으로 인한 풍압면적 과다로 부두에서의 이안이 어렵다”는 사고경위서를 작성한 바 있다.
사고 이틀 전 2014년 4월 14일에도 인천항에서 청해진해운의 다른 선박이 과적 문제로 운항관리자로부터 출항 통제를 받자 이를 지켜보던 상무이사는 욕을 하면서 선장에게 “야. 빨리 가. 출항해”라는 말을 하여 출항을 강행하도록 했다.
대표이사, 상무이사, 해무총괄이사는 조직적으로 세월호의 입출항과 화물적재, 고박 등 안전관리에 관한 의사결정을 해오면서, 감항능력이 없을 수도 있음을 알면서도 이를 갖추기 위한 조치를 하지 않고 그대로 내버려두었다. 이들의 악의는 피보험자 청해진해운의 악의와 동일시할 수 있다. 따라서 보험자는 면책된다.

 

제2심 판결
(1) 감항능력 결여에 관하여, 2심은 1심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세월호가 구조변경, 과적, 평형수 부족으로 복원성이 취약한 상태에서 운항하다가, 진도 부근에서 급히 우회전하면서 복원성 저하로 횡경사가 매우 크게 발생했다. 횡경사와 선회 원심력으로 고박불량 상태였던 화물이 이동하면서 선박의 경사를 더욱 심화시켜 침몰에 이르게 되었다.
나아가 선체조사위원회의 조사에 의하면, 바닷물 유입으로부터 최우선적으로 보호되어야 할 침수 가능 구획 내외부의 각종 개구부가 열려 있었고, 달리 폐쇄할 수 있도록 준비되지도 않는 등 수밀구획 관리가 전혀 이루어지지 아니하였다.
이것은 감항능력 결여에 해당한다.

 

(2) 악의의 주체는 누구인가?
원고는 ‘청해진해운은 유병언 일가 소유 회사로서 경영진을 관리하고 선박운영계획 등 운영을 실질적으로 좌우한 주체는 유병언 회장이고, 대표이사나 상무이사는 해운업에 관해 아무런 지식이 없고 실질적 의사결정권한이 없었다. 해무총괄이사는 의사결정권자 유병언 회장의 지시에 따라 업무를 수행하는 실무인력에 불과해 대표이사, 상무이사, 해무총괄이사가 감항능력 결여에 관한 악의의 주체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2심법원은 유병언이 그룹 소유자로서 청해진해운의 중요 경영사항에 관해 재가하는 방식으로 경영에 참여하긴 하였지만, 세월호를 비롯한 개별 선박의 입출항과 화물영업에까지 직접 관여했다고 보기 힘들다고 보아, 세월호의 대표이사, 상무이사, 해무총괄이사를 감항능력 주의의무의 주체로 보았다.

 

평가
이 사건의 논점은 두 가지이다.
첫 번째 불법 구조변경, 과적, 고박불량이 세월호를 감항능력 결여에 빠뜨렸으며 이로 인해 보험자는 영국해상보험법에 따라 보험금 지급의무를 면한다고 본 1심과 2심 법원의 판단은 정당하다.
두 번째 감항능력 결여에 대한 악의의 주체를 누구로 볼 것인가. 그룹 회장은 큰 경영계획만 세울 뿐 개별 선박의 감항능력 결여에 대해 알지 못한다고 보는 것이 상식적이다. 오히려 선사의 대표이사, 상무이사, 해무총괄이사는 선박의 운영에 관해 직접 지시하고 점검하는 역할을 하므로, 이들이 선박의 감항능력 결여를 안 경우에 그들의 악의를 선사의 악의로 본 법원의 판단은 합리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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