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제화물의 운송

세계철강협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3위), 중국(1위), 일본(2위) 동아시아 3국이 2019년 전 세계 철강 수출량 기준으로 나란히 1, 2, 3위를 차지했다. 그만큼 한·중·일에서 선적되어 해상으로 운송되는 철강제품의 양이 여타 지역의 수출량을 압도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이런 철강 제품 수출은 대부분 해상운송을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이와 관련된 사건·사고도 많이 발생한다. 한국선주상호보험조합에서도 작년 한해 접수한 화물 클레임 중 철제품과 관련된 클레임이 25% 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철제품과 관련된 클레임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다. 즉, 운송량이 많은 만큼 클레임 건수도 많다.


철강제품은 일반적으로 포장된 상태로 운송되어 추가가공을 요하지 않는 완제품(finished steel product), 포장없이 운송되어 사용 목적에 따라 추가가공이 필요
한 반제품(semi-finished steel product), 포괄적인 가공이 필요한 제품(unfinished steel product)으로 구분할 수 있다. 따라서 동일한 해수손이 발생하였다고 하더라도, 화물이 완제품인지 혹은 반제품인지 여부에 따라 손상 정도가 달라지거나 제품 품질(quality)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가 확연히 달라질 수 있다. 또한 철강제품은 그 종류 및 형태가 다양함으로 화물별로 선적 방법도 다양하고 고려사항도 천차만별이다. 아래에서는 철강제품과 관련하여 주로 발생할 수 있는 손상 유형과 주요 제품별 선적 방법, 그리고  클레임을 예방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하여 살펴본다.

 

화물 손상의 양태
철제 화물의 손상은 다양한 환경에서 다양한 형태로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화물 손상은 아래 범주 내에서 발생한다. 다음에서는 화물 취급과정별로 발생하는 화물 손상 양태를 알아보자.

 

1) 선적 전 손상
철제품 특히 완제품은 송하인의 창고에서 항구로 이송되는 동안 혹은 항구에서 보관되거나 항내에서 이송되는 동안 화물 취급으로 인한 손상이 발생될 가능성이 높다. 만약 화물 선적 전에 손상이 발견되었다면 송하인·용선자·선주에게 이 같은 사실이 적시에 통보되어, 손상된 화물을 교체하거나 관련 내용이 화물수취증 및 선하증권에 정확하게 명기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특히 철제품은 염분에 매우 취약한데, 공기 중 염분함량이 높거나 화물이 항내 야적지에 별다른 보호조치 없이 장기간 보관된 경우, 항해 중 녹손이 발생하거나 이미 발생한 녹손이 악화될 수 있다. 따라서 화물 선적 전에 선적될 화물의 상태를 명확하게 파악하고, 관련 내용을 정확하게 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2) 화물하역 작업 중 손상
철체품의 물리적 손상은 화물의 선적 혹은 양하 작업 중 쉽게 발생한다. 화물 취급과정에서 부적절한 크레인 운용 및 슬링의 사용, 화물창 내에서 지게차의 부적절한 운용 등으로 물리적 손상이 발생하는 경우가 특히 많다. 이 경우 화물 자체에 대한 손상뿐만 아니라, 중량물인 철제품에 의해 선체도 손상될 가능성이 높고 선박의 감항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가 있다. 따라서 화물작업이 용선자 혹은 하역사 책임하에 이루어진다고 하더라도, 본선에서는 화물이 선적되고 양하되기까지의 과정을 면밀히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 또한 화물의 물리적 손상은 화물이 인도된 후에도 항내에서 수하인의 창고로 이송되면서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화물이 양하된 후 운송인의 책임구간이 종료되는 시점에 사진 등의 방법을 통해 화물 상태를 기록하여 추후 제기될 수 있는 클레임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참고로 하역사 등에 의한 물리적 손상은 선적·양하 방법에 따라 그 손상 형태가 다르기 때문에 주의를 요한다. 예를 들어 수하인이 운송인 책임 구간내에서 화물에 물리적 손상이 발생하였다고 주장하며 클레임을 제기한 경우, 화물의 손상 형태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만약 화물 손상 형태는 지게차에 의한 손상으로 추정되나, 운송인 책임구간 내에서 지게차가 사용되지 않았다면(예를 들면 슬링에 의해서만 선적·양하가 이루어진 경우), 이는 운송인 책임구간 밖에서 발생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이러한 점에서 본선이 화물의 손상 형태뿐만 아니라, 선적·양하 방법에 대해 기록해두면 추후 발생할 수 있는 클레임을 대처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3) 운송 중 손상
해상 운송 중에는 통상 수침에 의한 손상이 많이 발생한다. 항해 중 화물창 덮개(hatch cover) 혹은 출입문(access hatch)이 적절하게 수밀되지 않아 해수가 선체로 유입되거나, 화물창 바닥, 배관, 빌지시스템 등 화물창 내 구조물의 결함으로 선박평형수가 역류하여 화물창에 유입된 경우 화물의 수침손이 발생할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하여 화물 선적 후 화물창 폐쇄 및 수밀 작업을 적절하게 시행하고, 화물창 내 구조물에 대한 점검을 게을리하지 않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내외부 해수의 유입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화물창내에서 수침이 발생하는 경우가 간혹 발생한다. 온도차이로 인해 화물창내에서 결로현상(condensation)이 발생하는 것이 바로 그것인데, 해수에 의한 직접 노출은 그 손상 범위가 상대적으로 한정적이나 결로로 인한 범위는 광범위할 수 있다는 점에서 특별한 주의를 요한다. 항해 거리가 길고 온도차가 클 것으로 예상되거나, 선적지와 양하지의 기온차이가 큰 경우 본선은 항해 중 화물창 및 대기 중의 이슬점을 모니터링하고 적절한 통풍항해 중 철제화물에 대한 물리적 손상이 발생할 수 있다.

 

부적절한 적부·고박·더니지 등으로 화물이 무너지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는데, 이는 클레임의 대형화뿐만 아니라 선체 손상이나 선박 복원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성이 크다. 필요에 따라서는 선박이 가까운 항구로 이로하여 손상된 화물을 재선적하거나 양하하여야 할 상황이 발생하기로 하는데, 이로 인한 시간적·금전적 손해가 클 수밖에 없다. 화물 붕괴는 주로 과적·부적절한 혼재 혹은 잘못된 적부계획에서 비롯된다.

 

화물별 선적 방법
철제품은 종류별로 그리고 화물 특성별로 선적 방법이 다르다. 아래에서는 해당 철제품의 선적 시 일반적으로 고려되는 사항을 알아보고자 한다. 만약 실제 관행 혹은 본선 선적 지침과 차이가 있을 경우, 관련 당사자들과의 협의가 우선하여야 할 것이다.

 

1) 코일(Coil)
주로 선적되는 코일에는 열연코일(Hot Rolled Coil)과 냉연코일(Cold Rolled Coil)이 있다. 반제품인 열연코일은 통상 추가공정이 필요함으로 포장되지 않은 채 운송되는 경우가 많고, 완제품인 냉연코일은 목적지에서 제품 생산 공정에 바로 투입됨으로 포장되어 운송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코일은 화물 적양하과정에서 긁힘 혹은 구부러짐과 같은 손상을 입기 쉬워 화물 취급에 주의를 요한다. 코일은 통상 선수미 방향으로 선적하고, 1단적만 할 경우에는 반드시 키코일(Key Coil)을 놓아야 한다. 키코일은 중앙에 배치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나, 여건이 허락되지 않은 경우에도 가장 외곽에 배치하는 것은 피하여야 한다. 키코일의 선정 및 배치는 코일의 무게·특성이 고려되어야 하나, 일반적으로 1단적 코일의 공간이 키코일 폭의 30~60% 사이에 있을 때 적절하며, 60% 이상일 경우 2개의 키코일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와이어 로프(Wire Rope) 혹은 스틸 밴드(Steel Strapping Band)가 코일 고박에 주로 사용된다. 일반적으로 안전사용 하중(safe working load)이 4톤인 25-40mm의 스틸 밴드가 주로 사용되고, 코일의 중심을 가로 질러 통과하는 밴드는 보통 4~6개, 외부를 두르는 밴드는 3개가 사용된다. 고박 시 밴드는 전용공구로 단단히 조여야 하며, 길이는 가능한 짧게 잡아야 한다. 스틸밴드로 고박한 경우에는 별도의 추가 조치가 요구되지는 않으나 와이어 로프로 고박한 경우에는 필요시 목재 더니지로 보강하는 것이 권고된다.

 

2) 와이어 로드(Wire Rod)
와이어 로드는 탄소량에 따라 보통선재와 특수선재로 분류되는데, 통상 상온에서 가공되어 철선·강선으로 제작된다. 형태는 통상 단면이 둥글고 코일모양으로 감겨져 있으며 지름은 5.5mm~16mm으로 다양하나 일반적으로 5.5mm가 많이 사용된다. 와이어 로드는 통상 포장되지 않은 상태로 적재되나, 완제품 형태로 제작된 경우에는 포장된 상태로 운송된다. 일반적으로 코일보다 무게가 가벼워 높은 단으로 적재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로 인하여 가장 아래 단에 적재된 와이어 로드는 상대적으로 적재 및 운송 중에 변형되어 손상되기가 쉽다. 따라서 최대 적재 단수는 화물의 크기, 무게, 구조, 강성 등 여러 요인을 종합하여 결정되어야 하나, 일반적으로는 4단적이 권고될 수 있겠으나, 8단 적재 이상은 하지 않아야 한다.


와이어 로드는 화물창 전체에 걸쳐 선적할 경우, 모든 단에 대한 고박이 필요하지 않을 수 있으나, 이동 방지를 위해서는 상부 3단적 정도는 고박이 필요하다. 화물창 일부에만 화물을 선적할 경우, 화물창 후미에 화물을 적재하고 와이어를 사용하여 고박한다. 이때 고박은 화물 자체에만 고박하지 않고 화물창 내 격벽의 D-ring 등과 같은 장치를 활용하여야 하고, 필요시에는 이러한 구조물을 격벽에 용접하여 설치 및 활용하여야 한다.

 

3) 플레이트(Plate)
플레이트는 주로 건축·교량·차량·선박 등에 사용되며 압연기를 이용하여 최종 목적에 맞게 다양한 크기 및 무게로 제작된다. 보통 두께 5~80mm, 크기 2,000~12,000×1,000~3,000mm까지 다양하고 무게는 최대 20톤 정도에 이른다. 일반적으로 포장되지는 않으나, 냉연 플레이트(Cold rolled Steel Plate)의 경우에는 포장되어 선적되기도 한다.
적재는 선수·선미 방향 또는 횡방향 또는 혼합형으로 적재할 수 있으나, Side to Side방식이 일반적이다. 선적 작업 시 양하항의 양하를 용이하게 하고 걸쇠(hook)를 쉽게 벗겨지게 하기 위하여 제품과 제품 사이에는 일정 간격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9m이상의 플레이트를 지게차를 이용하여 선적할 때에는 제품의 구부러짐을 방지하기 위하여 2대의 지게차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4) 파이프(Pipe)
파이프는 주로 액체와 가스 수송에 사용되며, 그 사용 목적에 따라 직경과 길이가 달라진다. 파이프는 통상적으로 번들형태로 많이 선적되는데, 이때 동일한 지름을 가진 파이프끼리 타이트하게 묶여야 한다. 서로 다른 크기 및 유형의 파이프를 함께 적재하면, 적재상태가 균일하지 않아 파이프가 손상될 가능성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크기가 다른 파이프를 적재하여야 할 경우에는 더 큰 직경 또는 무거운 파이프를 하단에 놓아야 하며, 파이프간 간섭으로 접촉 손상이 일어나지 않도록 조치하여야 한다.
파이프는 선수미 방향으로 적재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선수부 또는 화물창 폭과 비슷한 길이의 파이프가 선적되는 경우에는 횡방향으로 적재되는 경우가 있다. 파이프 끝단에 플랜지(flange) 등이 있을 경우, 교차로 적부하여 파이프간 접촉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여야 하고, 파이프 끝단이 격벽과 부딪히지 않도록 적절한 더니지도 배치되어야 한다.

 

클레임 예방 가이드
철제화물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화물 손상을 예방하고, 사고 발생 시 본선 책임 범위를 보다 명확하게 하기 위하여 아래와 같이 방안들이 고려될 수 있다.

 

1) 선적 전 검사(Pre-load Survey)
철제 화물은 선적 과정 혹은 그 이후 화물 취급 과정에서 쉽게 손상될 수 있고, 화물 특성상 선적 전에 이미 녹손이 발생해 있을 수도 있다. 이에 대부분의 클럽들은 철제 화물(주로 완제품 혹은 반제품)에 대한 선적전 검사를 강력하게 권고하고 있다. 선적 전 검사를 진행함에 따라 선임된 검정인은 선적 전 화물의 손상 여부를 검사하고 선장에게 본선수취증 및 선하증권에 기재할 화물 상태에 대하여 조언한다. 또한 화물이 적절하게 선적·고박되었는지 확인하고, 해치커버 상태 및 밸러스트 탱크의 하자를 확인하기도 한다.
특히 철제화물에 수침손상이 발생한 경우, 해수손인지 담수손인지 확인하기 위하여 질산은 테스트가 진행된다. 화물에서 클로라이드 성분이 확인(염화나트륨 속)된다면, 화물이 해수손을 입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철제화물 표면에서 클로라이드 성분이 검출되었다고 하여 반드시 화물창에 해수가 침투하였거나 운송인 책임구간에서 화물 손상이 발생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염분은 해수로 청소된 화물창내에 존재할 수도 있고, 바다의 염분이 화물창내에서 응결되어 화물 표면에 맺힐 수도 있으며, 선적지에서 선적 전 화물이 이미 해풍에 오랜 기간 노출되어 염분이 검출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선적지 검사에서 선적 전 화물에서 염분이 확인된다면, 송하인에게 이러한 사실을 알려 화물을 교체하던가 화물의 상태가 선하증권에 명확하게 명기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2) 용선계약과 유의사항
해상운송 도중 화물창내에서 화물사고가 발생한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손상이 반드시 운송인의 과실로 발생했다고 볼 수는 없다. 영국법상 해상운송계약에서 화물의 선적·적부·운송·관리 및 양하 의무는 원칙적으로 운송인에게 있다. 그러나 운송 자체와 같이 해상운송계약의 근간을 이루는 업무는 계약을 통해 화주에게 이전하는 것이 불가하나, 선적·적부 등과 같이 부차적인 업무는 FIOST(Free In and Out Stowed Trimed)와 같은 조항을 삽입하여 화물 관리의 책임을 화주에게 이전시킬 수 있다. 다만, 미국 및 중국과 같은 국가에서는 계약을 통한 화물 취급 의무의 이전이 인정되지 않기도 하나, 국내에서는 이러한 의무 이전이 인정됨으로 선주로써는 용선계약 체결 시 고려해볼 만한다. 더구나 선하증권에 이같은 사항을 명기할 수 있다면, 추후 화주가 제기한 클레임을 방어하는 데 있어서 도움이 될 수도 있다.


물론 화물 취급에 관한 의무를 화주 혹은 용선자에게 이전하였다고 하더라도, 본선에서 화주의 적부계획을 변경하거나 개입하여 화물 손해가 발생한 경우, 그에 따른 책임은 다시 본선이 지게 된다. 즉 일반적으로 활용되는 정기용선계약서(NYPE 양식)에 따르면, 화물 작업은 선장의 감독(supervision)하에 용선자의 책임과 비용으로 용선자가 실시하기로 되어 있다. 따라서 화물작업에 대한 선장의 지나친 관여는 화물작업에 대한 책임을 다시 용선자에서 선주로 이전시킬 위험이 있는 것이다.

 

3) 선하증권상에 상세 기술 및 보상장 (Letter of Indemnity) 관행
선하증권에 화물상태는 정확하게 기술되어야 한다. 선의의 선하증권 소지자는 화물 명세를 믿고 화물 거래를 하였기 때문에 운송인은 선하증권에 기술된 대로 화물을 선하증권 소지인에게 인도하여야 한다. 철제화물이 선적 전 녹이 슨 경우, 화물 상태를 간략하게 녹이슴(Rusty)이라고 작성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표현은 매우 부정확하고 현실적으로 본선에서 확인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음으로, 현지 검정인으로부터 반드시 조언을 구하여야 한다. 예를 들어 녹이 슬었을 경우, 15%이하의 녹이 발견된 경우는 Rust Spotted, 15%에서 75%는 Partly Rusty, 그 이상은 Rusty로 표현되기도 한다.


문제는 화물 상태가 좋지 않음에도 송하인의 요청에 의해 실제 화물의 상태를 선하증권에 기재하지 못하고, 무하자 선하증권을 발행하여야 하는 경우가 있다. 이때 송하인 혹은 용선자는 후일 문제가 생기면 운송인의 손해를 보전시켜주겠다는 보상장(Letter of Indemnity) 발행을 전제로 무하자 선하증권 발행을 요청한다. 그러나 이는 선하증권에 사실과 다른 사항을 기재하는 것은 수하인을 속이는 공모행위로 간주될 위험이 높고 무엇보다 P&I클럽의 담보가 거절될 위험이 높다. 따라서 이러한 운송인의 위험을 설명하여 송하인 혹은 용선자가 쉽게 부당한 무하자 선하증권 발급을 요구하지 못하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4) 레틀라약관(Retla Clause)의 유효성에 관하여
운송인은 화물의 상태에 대하여 명확하게 기술하여 선하증권에 기재하여야 한다. 따라서 선적 전에 녹손(rust)이 발견되었을 경우 운송인은 관련 내용을 선하증권에 기재하여 송하인에게 교부하면 된다. 그러나 앞서 언급되었듯 실무상으로 이러한 내용이 기재된 선하증권은 은행거래에서 통용되지 않은 경우가 많아 운송인은 화주와의 영업관계를 고려하여 무하자 선하증권(apparent good order and condition)을 종종 발행한다. 그리고 운송인은 자신의 책임을 제한하기 위하여 선하증권에 철제화물과 관련하여 무하자 표시(표면에 외관상 양호한 상태로 선적되었음)가 있다고 하더라도 화물에 녹 혹은 습기가 없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소위 레틀라약관(Retla Clause)을 삽입한다.


다만 이러한 약관이 유효한지에 대해서는 국가마다 입장을 조금씩 달리하고 있다. 미국은 운송인이 검수 증
명서 및 화물수취증에 심각한 녹손(heavy rust)을 기재하였음에도 무하자 선하증권이 발행된 Tokio Marine Fire Insurance Compandy v. Relta Steamship Company 케이스에서 레틀라약관의 유효성을 인정한 바 있다. 그러나 영국은 Saga Explorer 케이스를 통해 약관의 유효성을 부인하였다. 영국법원은 레틀라 약관이 화물의 외관상태에 대한 표시이기 때문에 철재화물에서 통상적으로 발생되는 표면상 녹이나 습기에 대한 진술로 국한시켜야 하고, 녹손 등에 대한 명확하게 기술되어 있는 본선수취증과 달리 외관상 양호하다는 기재는 부실표시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였다. 우리나라의 경우 2016년 레틀라약관의 유효성을 인정하는 하급십 판결(서울중앙지방법원)이 나온 바 있으나, 국내 상법의 강행규정 및 선하증권의 효력에 비추어 유효성이 부인되어야 한다는 견해 또한 존재한다.


이미 여러 클럽들에서 철제화물 운송과 관련된 상세한 가이드라인을 작성하여 회원사들에게 배포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련 사고들이 끊이지 않고 클레임의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도 현실이다. 구체적인 화물의 적부·고박 작업 등은 해당 화물의 전문가라 할 수 있는 하역사·화주·용선자가 진행한다고 하더라도, 본선 및 화물의 안전을 위해서는 본선의 선원 혹은 선주들 또한 이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더욱이 동아시아에서 철제화물이 운송되는 비중을 감안하면, 그 중요성은 두말할 나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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