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和로 시너지효과 얻도록 균형자 역할하려”
‘한지붕 5가족’의 태생적 한계와 과열경쟁 풍토 과감혁신

해양수산업계의 연구두뇌기관인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의 제 5대원장에 前 해양수산부 해양정책실장을 역임했던 이정환(李正煥)씨가 취임했다. 李원장은 원외 출신이지만, 알고보니 KMI가 탄생할 97년 당시 해양부에 재직하면서 연구원의 설립을 이끌었던 장본인이다. 따라서 KMI의 장래에 대한 그의 관심은 남다른 데가 있다. 
취임하자마자 기획관리실장과 행정부서의 인사를 단행하고 조직개편과 경영혁신을 추진하고 있는 KMI의 새로운 CEO, 이정환 원장을 만나 해양수산개발원의 경영 향배(向背)를 알아보았다.


수개월간 새 원장직의 선임건으로 어수선했던 해양수산개발원에 요즈음 ‘기대’와 ‘걱정’이 뒤엉켜 또다른 형태의 술렁임이 일고 있다. 이정환 원장이 취임과 동시에 원장의 경영을 보좌할 기획관리실과 행정직의 인사를 서둘러 단행하고, 경영혁신과 조직개편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취임과 동시에 경영과 조직혁신‘메스’들어

97년 해운산업연구원을 비롯한 5개 기관을 하나로 묶어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이라는 이름의 국책연구기관으로 운영된 지 8년여. 한때는 우수연구기관의 명예도 거머쥐었던  KMI가 최근 조직원간의 위화감 팽배와 연구결과에 대한 대외신뢰도 하락 등 여러 문제점들과 함께 위기에 처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같은 시점에서 원장직을 맡은 이정환씨는 취임하자마자 경영과 조직운영에 ‘메스’를 들이대고 과감한 수술을 계획하고 있다. 이와관련 李원장은 “경영혁신을 위해 외부전문기관에 용역을 의뢰해, 그 결과를 바탕으로 11월 중으로 조직재편을 마무리하고 그에 걸맞은 인사를 조치할 방침”이라고 밝히고 “경영진단에는 전직원이 참여해서 경영진단 결과에 대해 모든 조직원이 구속력을 갖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李원장은 “외부기관에 경영진단을 맡긴 것은 선입견 없는 진단결과를 위한 것”이라고 말하지만 조직개편에는 연구원 발전방향에 대한 그의 생각이 뼈대가 될 것은 분명하다. 그는 이제까지 중심이 돼온 해운과 항만분야의 연구가 점차 줄어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해운분야의 선진제도가 이미 많이 도입되었고, 항만분야와 수산분야도 점차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 따라서 독도문제와 남북해양수산협력, 연안수역관리, 자원관리 등 새로운 분야를 아우른 큰 틀의 연구과제를 범연구원적으로 설정해 그에 적합한 조직체계를 갖추어 운영한다는 것이 조직개편에 대한 그의 구상이다.   

 

“양심적이며 일관성있는 연구로  연구원의 신뢰 높이겠다”

이번에 KMI가 추진하는 경영혁신의 목표는 경쟁력있는 연구원, 정책을 선도하는 연구원, 신뢰받는 연구원을 통해 ‘꿈과 희망이 있는 세계 일류의 연구기관’으로 발돋움하는 것이다.  특히 연구원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李원장은 연구품질의 향상과 효율적인 인력관리에 역점을 둘 방침이다. 연구자가 객관적인 자기논리 없이 용역자의 입맛에 맞는 연구결과를 내는 분위기를 쇄신하고자 한다. 특정지역의 이해에 치중한 연구결과를 도출하면서 한 기관에서 일관성이 없는 연구결과가 나와서는 안된다는, 양심을 파는 연구는 안된다는 그의 소신에 의거한다. 그는 이를 위해서 외부용역에 치중한 성과평가 제도를 개선하려 한다. 조직원간의 인화를 깨뜨린 주범인 연구결과에 대한 평가방법을 혁신적으로 뜯어고친다는 계획이다. 연구자간 위화감이 팽배할 정도의 과열경쟁 때문에 조직원간 정보교환과 지식축적이 안되는 부작용을 해결하는데도 주력할 방침이다. 그러나 李원장은 “경쟁풍토에서 경쟁요소를 모두 없애 버리면 동기부여가 되지 않으니 적정 한도내에서의 혁신을 유도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경영혁신의 목표는 오직 ‘기관발전’


지나친 경쟁풍토를 쇄신하고 합리적인 경영과 조직운영을 위해 추진되는 일련의 혁신에 대해 그는 “연구도 열심히 하지만 인간적인 정이 넘치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 가족적인 분위기 속에 서로 이해하고 협조할 때 시너지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협력하고 화합하는 분위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李원장은 지금의 뿔뿔이 흩어진 조직원 관계에는 태생적인 한계도 한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책연구원으로 출범당시 KMI는 ‘한지붕 5가족’의 살림으로 시작했다. 이러한 배경을 잘 알기에 그는 여러 가족으로 시작했지만 이제 한가족으로 융화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주는 ‘균형자’ 역할을 하려 한다. 이를 위해 신입연구자를 채용하면 인턴기간을 거쳐 스스로 소속팀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보직의 순환구조를 통해 특정팀에 우수한 인력이 몰리는 현상을 방지하는데도 세심하게 신경을 쓸 방침이다.
그는 “연구원에 불어오는 외풍을 막아주고 안정된 분위기에서 일하도록 환경을 만들어 주는 대표가 되겠다”며 “원외 출신이기에 아무 이해관계가 없으며, 따라서 경영혁신의 기준은 오직 기관의 발전일 뿐”이라고 강조한다.


李원장은 경영혁신과 함께 실사구시(實事求是)의 연구마인드를 요구할 생각이다. 현장을 따라 물류의 움직임을 직접 보고 고민하는 가운데 실질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탁상연구가 아닌 ‘살아있는 정책대안’을 내놓을 수 있다는 그 나름의 연구철학이 이를 뒷받침한다.   


이렇듯 전체를 아우르는 균형자 노릇을 자처한 이정환 원장의 경영구상이 잘만 실현된다면 KMI는 정감이 넘치면서 생동감이 있는, 그리고 연구품질의 신뢰도 확보한 국제적인 싱크탱크로 거듭날 것이라 기대해 본다.           <이인애>

 

<이정환 원장 약력>
△1947년 출생 △63년 중동고 졸업 △66년 서울대 사범대학 졸업 △83년 경희대 지리학 박사 △86-88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94년-96년 대통령 비서실 농수산비서관, 해양수산비서관 △96년-98년 해양부 해양정책실장 △98년-2001년 한국컨부두공단 이사 △2003-2004년 울산미래연구소 이사장 △2004년-2005년 4월 열린우리당 중앙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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