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0일 한국 벌크선 ‘브라이트 루비’호 피랍

 

소말리아 해적행위가 심화되면서 UN안보리는 타국군대의 소말리아 영해 진입을 허용했다. 의심선박을 검문 중인 캐나다군.
소말리아 해적행위가 심화되면서 UN안보리는 타국군대의 소말리아 영해 진입을 허용했다. 의심선박을 검문 중인 캐나다군.


지난 9월 10일 한국 벌크선 ‘브라이트 루비’호가 소말리아 인근 아덴만 해상에서 해적에 납치되는 등 소말리아 해적으로 인한 국내 선박의 피해가 늘고 있다. 1만5,000톤급 벌크선 브라이트 루비호는 한국선원 8명을 포함하여 모두 21명의 선원이 탑승해 있었으며, 비료를 싣고 유럽에서 아시아로 항해하던 중 피랍되었다.


지금까지 아덴만에서는 2006년 4월에 동원호가 해적에게 피랍되어 117일만에 풀려났으며, 지난해 11월에는 원양어선 마부노 1, 2호가 납치되어 174일만에 석방되는 등 매년 한국적선과 한국선원의 해적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일본 또한 지난해에는 케미컬 탱커가 약탈당한 데에 이어, 올해 4월에는 원유 탱커가 해적으로 추측되는 소형선박으로부터 총격을 받았고, 8월에 또 케미컬 탱커가 해적의 공격을 당하기도 했다.


현재 아덴만에서는 소말리아를 거점으로 하는 몸값 목적의 해적행위가 횡행하고 있다. 이러한 해적행위는 2007년에 40건 이상이 발생했으며, 올해에도 지금까지 30척이 납치되어 이 가운데 선박 10척, 선원 130여명이 아직까지 억류 중이다. 소말리아 해적행위는 매년 급격한 증가추세에 있으며, 이는 국제사회의 위협으로 부각되고 있다.

 

소말리아 내전 이후 ‘무정부 상태’
아덴만은 아시아 대륙의 예멘과 아프리카 대륙 소말리아 사이에 있는 해역으로 인근에 동아시아 국가 에너지 수요의 상당부분을 담당하는 중동의 원유와 가스전이 소재하고 있으며,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여 지중해로 이어지는 길목으로 연간 2만여척의 선박이 이용하고 있는 주요항로이다.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주요 해역을 안심하고 항해할 수 없는 현 상황은 세계 해운 관계자들의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소말리아는 1991년에 발발한 내전으로 인해 국토가 분열됐으며, 그 이후 사실상의 무정부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UN 평화유지군에 의한 인도적 해결방안도 큰 도움을 주지 못한 채, 국토는 황폐화되어 많은 아사자와 기근에 고통받는 사람들을 낳고 있다. 또 소말리아 전역에서는 수많은 무장집단이 난립하여 마치 춘추전국시대와 같은 혼란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무장집단의 세력은 수백명에서 수천명까지 다양한 규모와 양상을 보이고 있으며, UN 또는 적십자가 준비한 식량 강탈을 전문으로 하는 비굴한 집단까지 있다.

 

인질 몸값으로 무장세력 병력 유지 악순환
이러한 집단 가운데 해상 전력을 가지고 있는 세력이 자금획득의 수단으로 몸값 목적의 약탈행위를 시작한 것이 소말리아를 거점으로 하는 해적행위의 근원이 됐다. 지금까지의 사례에 따라 추측한 인질의 몸값은 1인당 1억원에서 1억5,000만원 정도이다. 이는 소말리아에서 소대규모(약 30명)의 인원을 무장시키고 1년간 고용이 가능한 금액이다.

 

따라서 대형 선박 한척을 납치하여 인질 30인분의 몸값을 받으면 1년간 1,000명 이상의 병력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또 몸값의 일부는 이슬람 과격파의 자금으로 흘러들어가고 있다는 지적도 있으며, 해적에게 자금, 기술, 인적자원 등의 제공과 관련하여 제3국이 개입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사례도 발견됐다.


소말리아 해적행위는 최근 내전 격화에 따라 군자금 확보를 위해 그 빈도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으며, 좀도둑이나 강도의 수준이 아닌 범죄 비즈니스라고 부를 수 있는 수준까지 올라온 상황이다. 이로 인해 아덴만을 통과하는 선박에 대한 보험료가 급증하고 있으며, 피해자측 대리인으로 해적과의 몸값 협상을 대행해주는 ‘전문 교섭인(Negotiator)’까지 활약하고 있는 실정이다.

 

민간선박 자위수단으로 LRAD 주목
해적의 피해를 방지하려면 먼저 항로의 선정과 통과시간의 조정 등 해적과 가능한 접촉하지 않도록 하는 사전 방지책에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하지만 불운하게 해적의 공격을 받았을 경우 아무런 자위수단을 갖고 있지 못한 민간선박이 취할 수 있는 수단은 긴급 통보와 서치라이트*기적의 연속소사, 지그재그 항주 등으로 한정되어 있다.


최근에는 선박 자위수단으로 LRAD(Long Range Acoustic Device : 장거리 음파기)라는 병기에 대한 기대가 급부상하고 있다. LRAD는 미국 무기제조사에 의해 수년 전에 개발된 것으로서 큰 소음을 단속적으로 발사하여 상대의 전의를 상실시키는 효과가 있다. 미국 여객선이 소말리아 해적의 공격을 받았을 시 LRAD로 격퇴시킨 실례도 있다.

 

LRAD에서 발사되는 소리는 화재경보기와 유사하나 음량이 1.5~2배 가량으로 압도적으로 높으며, 강한 지향성을 가지고 좁은 범위에 한정해서 도달하기 때문에 발사한 본인을 포함해서 주위사람에게는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상대방에게 상해를 입히지 않고 전의를 상실시킨다는 점이 이 무기의 장점이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장기적인 청각장애를 발생시킬 수 있다는 위험성도 부정할 수 없다. 또 LRAD 역시 ‘무기’이기 때문에 오히려 해적의 전의를 상승시킬 수 있다는 부담도 있기 때문에 해운선사들이 이를 도입할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소말리아의 해적행위가 심화됨에 따라 UN안보리는 타국 군대가 소말리아 영해에 진입하는 것을 허용하는 결의안을 채택한 바 있으나, 몸값 교섭 없이 해결된 경우는 지난 4월 프랑스가 군사작전으로 자국 유람선을 탈환한 것과 지난해 10월 납치된 북한의 대홍단호 선원들이 자력으로 해적을 제압한 사건정도뿐으로, 해적행위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과 국제적인 협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LRAD는 빛에 강력한 소음을 실어 원하는 방향으로 쏠 수 있게 만든 장치로, 화재경보기가 울릴 때 내는 소음의 두 배에 달하는 145∼150dB의 소음을 발생시켜 300m 이내 사람들을 무력화시킨다.

 

미국의 ‘아메리카 테크놀로지’사가 개발한 이 음파무기는 사람의 내이(內耳)에 영향을 미쳐 귀마개 착용에 무관하게 평형감각 상실과 심각한 두통 등을 일으키며, 심할 경우 청력 상실까지 발생시킬 수 있다. LRAD는 한 세트에 100만달러에 달하며 무게 17kg, 직경 84cm의 둥근 접시 모양이다.


2004년 미국의 산티아나 SWAT(경찰 특공대)팀이 차량 절도 폭력조직 체포를 위해 그 근거지에 LRAD를 사용하여 10명의 용의자를 검거한 바 있으며, 이라크 주둔 미해병 기지와 미육군의 긴급 수송 업무용 차량에 LRAD를 장착하는 사업을 진행 중이다. 또 미해군은 카메라와 통합센서를 부착하여 실내에서 통제 가능하게 개량한 제품을 보안용을 채택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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