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의 소재
2020년 들어 전 세계적으로 COVID-19 창궐로 인하여 선원근로관계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글은 COVID-19가 선원근로관계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기존 판례, 연구성과를 기초로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감염병예방법’)의 규정을 중심으로 간략하게 살펴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논의는 안전배려의무(보호의무), 작업거부권, 재해보상, 송환, 유급휴가의 순서대로 진행한다.

 

안전배려의무
선원은 선박에 승선하여 생활하면서 근로를 제공하는 특수성이 있다. 이 경우 선박소유자는 선원이 COVID-19에 감염되지 않도록 하여야 하고, 만약 선원이 감염된 경우에는 신속하게 하선시켜 적절한 치료를 받게 할 의무가 있다. 이와 관련된 문제가 안전배려의무(보호의무)이다.

 

가. 개념
안전배려의무란 일응 선원의 안전·보건에 관한 선박소유자의 주의의무라고 할 수 있다. 판례는 “사용자는 근로계약에 수반되는 신의칙상 부수의무로서 피용자가 노무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생명·신체·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인적·물적 환경을 정비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여야 할 보호의무를 부담하고, 이러한 보호의무를 위반함으로써 피용자가 손해를 입은 경우 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2)고 판시하여 주로 ‘보호의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만, 여기서는 ‘안전배려의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도 한다.3) 종래의 안전배려의무론은 산업재해가 발생한 경우 손해배상사건과 같이 사후구제이론으로 발전하였으나, 최근에는 산업안전보건법령의 정비와 더불어 근로자의 생명·신체에 관한 예방조치확보를 위하여 사전조치로서 안전배려의무로 확대되었다.4) 감염병과 관련하여 선박소유자는 선원에 대한 보호의무의 내용으로 감염병의 예방과 확산 방지의무를 이행하여야 한다.

 

나. COVID-19와 관련된 안전배려의무의 내용
안전배려의무의 구체적인 내용은 선원근로계약 등 당사자의 약정이나 단체협약, 취업규칙 등에 의하여 결정되지만, 이러한 규정이 없는 경우에는 개별적 근로관계와 관련하여 사회통념상 타당한 범위 내에서 인정되어야 한다. 판례5)도 선박소유자가 부담하는 안전배려의무의 구체적 내용은 선원의 직종, 노무내용, 노무제공장소 등 안전배려의무가 문제되는 당해 구체적 상황 등에 의하여 결정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COVID-19와 관련하여, 선박소유자는 COVD-19 선원이 승선하는 선박에서 감염이 발생하지 않도록 방역에 필요한 모든 조치를 다하여야 한다. 질병관리청장, 시·도지사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은 감염병을 예방하기 위하여 선박·항공기·열차 등 운송 수단, 사업장 또는 그밖에 여러 사람이 모이는 장소에 의사를 배치하거나 감염병 예방에 필요한 시설의 설치를 명하는 조치를 취할 수 있다(감염병예방법 제49조 제1항 제7호). 해운법에 따른 여객선을 관리·운영하는 자는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감염병 예방에 필요한 소독을 하여야 한다(감염법예방법 제51조 제3항, 시행령 제24조 제3호).


 
다. 안전배려의무위반의 효과
판례는 아직까지 안전배려의무의 위반의 효과로서 손해배상청구권만을 인정하고 있으며, 더 나아가 이행거절권이
라든가 이행청구권의 문제에 대해서는 다루고 있지 않다. 그러나 학설은 선박소유자의 안전배려의무위반에 대하여 선원은 안전배려의무이행청구·안전배려의무에 위반되는 행위의 중지청구와 노무급부거절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본다.6)
선박소유자가 안전배려의무를 위반하는 경우, 선원은 선박소유자에 대하여 채무불이행책임을 물을 수 있고, 불법행위책임을 물을 수도 있다.7) 안전배려의무의 내용을 특정하고 의무위반에 해당하는 사실을 주장·증명할 책임은 그 의무위반을 주장하는 선원이 부담하고,8) 안전배려의무위반을 이유로 선박소유자에게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사고가 선원의 업무와 관련성을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또한 그 사고가 통상 발생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이 예측되거나 예측할 수 있는 경우여야 하고, 그 예측가능성은 사고가 발생한 때와 장소, 가해자의 분별능력, 가해자의 성행,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 기타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9)

 

라. 선원의 안전위생에 관한 의무
선원은 선내 작업 시 위험 방지와 선내 위생의 유지에 관하여 (i) 선내 안전·보건 및 사고예방 기준을 숙지하고 준수할 것, (ii) 선내 위험장소임을 알리거나 선원의 접근이 금지·제한되는 장소임을 알리는 표지의 표시된 지시에 따를 것, (iii) 화물창 안에서의 작업, 용접작업, 도료작업, 무거운 물건을 취급하는 작업, 전기를 사용하는 작업, 어로작업, 높은 곳에서의 작업, 선체 외부작업 및 얼음을 제거하는 작업 등 위험한 작업을 하는 경우 안전벨트·안전그물망·구명의 등 보호기구나 장비를 사용할 것, (iv) 거주환경의 청결유지 등 개인의 위생 관리를 철저히 할 것 등을 지켜야 한다[선원법(이하 ‘법’) 83조 1항, 시행규칙 47조의8].
위 조항 중 감염병과 관련된 것은 ‘거주환경의 청결유지 등 개인의 위생 관리를 철저히 할 것’이 될 것이다. 만약 선원이 감염병 예방을 위한 위생관리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감염병에 감염되더라도, 재해보상에 관하여는 과실상계가 적용되지 아니하므로, 선박소유자는 여전히 재해보상의무를 부담한다.
 
작업거부권
가. 문제의 소재

감염병과 관련하여 선원은 방역조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아니한 선박 또는 확진자가 발생한 선박에 승선을 거부하는 것이 가능한지 여부가 문제된다. 이는 기존 노동법학에서 작업중지권의 문제로 다루어진 것이다.
먼저 작업중지권의 근거 또는 정당성에 관하여 살펴보면, 작업중지권의 행사에 의하여 보호되는 근로자의 법익(생명, 신체에 관한 인격권)이 그로 인하여 침해되는 사용자의 법익(재산권, 노무지휘권 등)보다 더욱 중요하고 비중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사용자의 법익을 양보하도록 요구할 수 있게 해주는 연대성의 원칙에 따른 평가를 통하여, 작업중지권은 그 법적 정당성이 인정된다. 작업중지권이 긴급권이라고 보는 이상 (i) 작업중지권 행사 이외에는 위난을 피할 다른 방법이나 수단이 없는 경우에 한하여 인정된다는 ‘보충성의 원칙’, (ii) 긴급상황으로 인하여 침해되는 이익이 보호되는 이익보다 크거나 같은 경우에는 정당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익형량의 원칙’, (iii) 작업중지권은 사회윤리나 법질서 전체의 정신에 비추어 적합한 수단으로 사용되어야 한다는 ‘적합한 수단의 원칙’이 적용된다.10)
그중 작업중지권의 행사에 의하여 보호되는 법익인 생명·신체의 이익은 침해되는 이익보다 더욱 우월적 가치에 있으므로,11) 이익형량의 원칙은 문제가 되지 아니한다. 다만 근로자가 근로조건의 개선을 목적으로 하거나 품질관리를 목적으로 작업중지권을 행사하는 경우, 그로 인하여 보호되는 이익은 근로계약상 권리 또는 재산권이므로, 이익형량의 원칙상 정당한 작업중지권으로 평가할 수 없다.


나. 선원의 민사상 작업중지권
(1) 의의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발생한 근로자의 사망사고와 관련하여 대법원12)은, 작업의 편리성 등에 치중하여 3m 간격으로 설치되어 있던 추락방지망을 제거하고 매트리스를 설치하는 등의 추가적인 위험방지조치를 강구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산업안전기준에 관한 규칙에서 그와 같은 추락방지망 등을 설치할 의무에 관하여 따로 규정하고 있지 않는 이상, 사업주는 산업안전보건법위반죄의 책임을 부담하지 않지만, 사고현장에서 안전보건에 관한 실무를 담당한 현장소장과 수급인의 근로자인 비계팀장에 대해서는 형법상 업무상과실치사죄의 성립을 긍정하였다. 민사상 작업중지권을 논의하는 의미는, 선원법·산업안전보건법의 적용에서 배제되는 영역에서 이루어지는 작업중지권에 대하여 그 정당성을 부여함으로써, 근로자를 법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2) 근로제공거부권
(가) 동시이행의 항변권으로서 작업중지권

근로관계에서 근로자가 정당하게 근로의 제공을 거부할 수 있는 경우로는 사용자가 임금지급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 이외에도, 사용자의 안전배려의무불이행에 대하여 동시이행항변으로서 근로제공을 거부하는 경우가 있다. 동시이행의 항변을 통한 근로제공의 거부는 사용자의 안전배려의무가 근로계약의 주된 급부의무라는 전제 아래 근로제공과 대가적 견련관계가 있으므로, 근로제공의 본질적 전제 요건인 사용자의 안전배려의무의 중요한 내용이 이행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근로자는 그 의무의 이행이 이루어질 때까지 잠정적으로 근로제공 내용의 변경뿐만 아니라 그 중지도 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13)

 

(나) 행사요건
동시이행의 항변권으로 작업중지권을 행사하는 경우에는 사용자의 안전배려의무위반으로 인하여 산업재해가 발생할 위험이 있는 사실로 충분하고,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을 요건으로 하지 아니한다. 예를 들면, 산업안전보건법령상 사용이 금지된 재료나 설비를 사용하여 작업을 하게 한 경우, 근로자는 그러한 작업지시의 금지를 청구하거나 작업지시를 거부할 수 있다. 또한 산업안전보건법령상 사고방지를 위하여 일정한 장치나 설비를 반드시 설치·구비하여야 하는 경우, 근로자는 그러한 사고방지 장치나 설비가 설치·제공될 때까지 근로제공을 거부할 수 있다. 그러나 사용자가 안전배려의무를 이행하더라도 업무에 통상 내재하는 위험이 있는 경우에는 동시이행의 항변권을 행사할 수는 없다.

 

(3) 안전보건조치 청구권
근로자는 소극적인 근로제공거부권 이외에도, 사용자의 안전배려의무를 근거로 적극적으로 사용자에 대하여 자신의 근로제공에 필요한 안전 및 보건상의 조치를 사용자에게 요구할 수 있는 청구권을 가진다(안전배려의무이행청구권).14) 근로자가 청구할 수 있는 구체적인 조치의 내용은 기본적으로 산업안전보건법령의 규정 내용이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지만, 관련 규정이 현대의 산업기술의 발달을 제때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에 명문이 규정이 없더라도 근로자가 제공하는 근로의 내용과 특성, 근로를 제공하는 작업환경의 문제점, 청구 당시 개발된 안전보건 관련 장구의 현황 등을 고려하여 그 내용을 확정할 수 있다.15) 위험방지조치에 여러 가지 방법이 있는 경우, 사용자는 부담최소한의 원칙에 따라 기술적·경제적으로 부담이 가벼운 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16) 일본에서는 예방조치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하여, 이를 부정하는 판례17)와 특정한 위험업무에 종사하는 계약에 수반하여 의무이행가능성을 긍정한 판례18)가 대립하고 있다.

 

다. 선원의 선원법상 작업거부권
(1) 의의

선원에게는 산업안전보건법상 작업중지권이 인정되지 아니하지만, 선원근로관계에 관한 특별법인 선원법 83조 2항에 규정된 작업거부권, 안전배려의무위반에 대한 근로제공거부권이 인정된다. 독일 해양노동법(Seearbeitsgesetz) 68조 1항은, 선박이 오염된 항구에서 작업하여야 하거나 선원에게 중대한 건강상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전염병이 발생한 항구를 즉시 떠나지 아니한 경우(5호), 선박이 무력분쟁으로 인하여 특별한 위험이 발생한 수역을 항해할 예정이거나 그러한 수역에서 즉시 떠나지 아니한 경우(6호) 등에는 선원은 민법 626조에 규정된 해지예고 없이 선원근로계약을 즉시 해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 선원법에는 위와 같은 명문의 규정이 없지만, 위와 같은 경우에는 위험을 이유로 선원은 작업거부권을 행사하여 승선을 거부하거나 선원근로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러나 선원에게 부과된 공법상 의무에 의하여 작업거부권이 제한될 수 있다.

 

(2) 내용
선원은 방호시설이 없거나 제대로 작동하지 아니하는 기계의 사용을 거부할 수 있다(법 83조 2항). 방호시설이 없는 기계는 재해가 발생할 위험이 높기 때문이며,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기계도 오작동이나 통제의 곤란함 때문에 재해가 발생할 위험이 높기 때문에 명문으로 작업거부권을 인정하고 있다.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을 요건으로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산업안전보건법상 작업중지권보다 그 요건이 완화되어 있다. 이 경우 방호시설에는 감염병 예방조치가 완비된 선박이 포함된다고 해석할 수 있으므로, 위 조항의 입법취지를 고려하면 선원은 감염병 예방조치가 완비되지 아니한 선박에 승선을 거부하거나, 안전하지 아니한 항구에서 하선을 거부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3) 효과
정당하게 작업거부권을 행사한 것은 위법성조각사유에 해당하므로, 선원은 그에 따른 민사상·형사상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 그러나 정당성이 인정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업무방해죄 등의 죄책을 지지만, 형법 22조 3항에서 불안한 상태에서 당황으로 인한 과잉긴급피난의 경우 책임조각사유를 인정하고 있으므로, 장시간 근로 및 열악한 작업환경으로 인한 피로의 누적, 주의력감퇴 등으로 합리적인 판단을 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인 선원이 착오로 작업거부권을 행사한 경우에는 형사책임을 물을 수 없다. 오상긴급피난의 경우에는 위법성조각사유의 전제조건에 관한 착오이므로, 고의에 관한 죄책을 물을 수 없고, 과실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과실범의 죄책을 물을 수 있는데,19) 형법 314조에 규정된 업무방해죄는 과실범을 처벌하는 규정이 없으므로, 결국 선원은 형사책임을 부담하지 아니한다.

 

재해보상
가. 감염병 감염과 직무상 재해

선원이 승선 중 감염병에 감염된 경우에는 아래와 같은 해양노동의 특수성을 고려하면, 직무수행성이 인정되므로, 직무상 재해에 해당한다.20)


첫째, 선원에게는 재선의무가 인정되므로[선원의 장기직장구속, 이가정성(離家庭性), 이사회성(離社會性)],21) 선원은 임의로 선박에서 이탈할 수 없고, 선원이 재선 중인 사실만으로도 승무정원의 충족이나 근무시간규제의 준수 등 선박공동체의 유지에 기여하게 된다.


둘째, 선원이 선무에 종사하지 아니하고 휴무(휴식·휴게 등) 중이라도 항시 다종다양한 작업(일상적 작업, 비일상적 작업, 돌발적 작업, 잠재적 작업)을 수행할 준비를 하여야 한다(광의의 직무항시수행성). 그러므로 선원이 술에 취하거나 약품에 중독되어 있더라도 직무수행능력을 상실하지 않는 한 직무수행 중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셋째, 선박은 선원이 근로를 제공하는 근로의 장일 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식사22)·운동·용변 등 생리적 필요행위, 작업준비·마무리행위 등 작업에 수반되는 필요적 부수행위, 선원이 작업시간 외의 시간 중에 선박의 시설을 자유롭게 이용하는 경우, 휴무기간 중에 선박에 잠시 머무르는 경우 등은 모두 직무와 관련 있는 행위로 평가하여야 한다.


넷째, 선박소유자의 지배관리권이 미치는 영역은 원칙적으로 선박과 육상사업장이지만 이에 한정되지 아니하고 선박과 인접한 해상, 부두시설, 화물도 작업장이 될 수 있다. 특히 정박 중의 계선, 적하·양하, 수리, 정비 등 선원들이 하는 작업은 선박의 외연을 벗어나 위의 시설과 장소를 필연적으로 사용하지 않으면 안 되고 선장의 하역감독권과 선박권력은 그곳까지 확대되기 때문이다.23)


다섯째, 선원이 근로를 제공하는 선박은 이동성을 그 특징으로 하므로 선원의 직무수행성도 이를 고려하여야 한다. 즉 선원의 지배영역(생활의 근거지나 유급휴가지 등)에서 승무지로 이동하거나, 하선지에서 선원의 지배영역으로 이동하는 것도 직무의 전개·이행을 위한 과정이라고 보아야 한다.24)


여섯째, 선원의 휴무는 선박에서 이루어지기도 하지만, 기항지에서도 이루어지는데 기항지는 선박소유자의 의사에 따라 결정되므로, 선원의 휴무에 관한 권리는 많은 제약이 따른다. 그러므로 기항지에서 휴무 중에 발생한 재해도 선원의 직무에 내재하는 위험성의 발현으로 볼 수 있다.

 

나. 증명책임
직무상 재해에 관한 주장·증명책임은 재해보상을 구하는 원고(선원·유족)가 부담한다. 선박소유자가 직무외 재해라고 주장하는 것은 부인에 불과하다. 직무상 재해에는 선박소유자의 면책사유는 존재하지 아니하므로, 선박소유자가 선원에게 재해발생에 고의가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법률상 의미가 없다. 또한 재해보상청구에서는 과실상계가 적용되지 아니하므로, 선박소유자가 선원에게 과실이 있다고 주장하는 것도 법률상 의미가 없다.25)

 

다. 감염병예방법상 특칙
2015년 발병했던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과 같은 법정 감염병, 신종 코로나 등은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감염자를 격리조치하거나 입원치료하게 해야 한다. 이러한 경우 감염병예방법에 의해 치료비가 지원된다. 지원대상은 확진 환자와 의사환자(의심환자), 조사대상 유증상자이고, 지원기간은 격리 입원한 시점부터 격리 해제때까지다.

 

송환
가. 의의

선원근로계약을 체결한 곳 이외에서 선원근로계약의 종료 등으로 인하여 선원이 하선하는 경우가 있으며, 특히 외국항에서 선원이 하선하는 경우에는 선원은 귀국여비가 없어 유랑의 곤궁에 처하거나 어쩔 수 없이 그곳에서 근로에 종사하여야 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고, 신속한 출입국절차, 여행수단의 준비 및 관련 비용의 지출 등 복잡한 문제가 발생한다.26) 이러한 문제는 선원 개인이 해결할 수 없으므로 선원법은 선박소유자에게 송환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송환(repatriation)이란 선원이 선원근로계약의 종료 등으로 인하여 하선한 경우 선원의 거주지 또는 선원근로계약 체결지 등 송환목적지까지 귀향시키는 조치를 말한다. 송환의무는 선원근로계약의 종료로 인한 경우에는 원상회복의무의 일종이고, 기타 사유로 하선하는 경우에는 선원보호를 위한 법정의무이다.

 

나. 송환의무의 발생원인
(1) ILO 166호 협약

ILO 166호 선원의 송환에 관한 개정협약[Repatriation of Seafarers Con-ven-tion (Revised), 1987 (No. 166)] 2조는 (i) 선원근로계약이 외국에서 종료한 경우 (ii) 단체협약 또는 근로계약에 규정된 통지기간이 경과한 경우 (iii) 선원이 질병 또는 부상을 입었으나 여행이 가능한 경우 (iv) 선박이 난파된 경우 (v) 선박소유자가 파산, 선박의 매각 또는 선박등록지의 변경으로 선원을 계속 고용하기 불가능한 경우 (vi) 선원이 전쟁해역의 항행을 거부하는 경우 (vii) 근로계약에 규정된 바에 의하여 선원의 근로관계가 종료된 경우 등을 선박소유자의 송환의무 발생원인으로 규정하여 열거주의를 택하고 있다.
감염병과 관련하여 ‘선원이 질병 또는 부상을 입었으나 여행이 가능한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2) 선원법의 규정
선원법 38조 1항은 ‘선원이 거주지 또는 선원근로계약의 체결지가 아닌 항구에서 하선하는 경우’에 송환의무가 발생하는 것으로 규정하여 송환의무 발생원인을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선원이 하선하는 경우로는, (i) 선원근로계약이 종료된 경우 (ii) 하선징계를 받고 하선하는 경우 (iii) 선원이 질병 또는 부상을 입었으나 여행이 가능한 경우 (iv) 쟁의행위의 수단으로 하선파업을 하는 경우 등이 있다. 국적선에 승선한 외국인 선원이 선원근로계약을 외국항에서 체결한 후 체결항 이외의 다른 항구에서 감염병치료 등의 목적으로 하선하는 경우에도 외국인 선원의 본국27) 또는 체결항으로 송환하여야 한다.

 

다. 송환목적지
(1) 선원의 거주지 또는 선원근로계약의 체결지

선원법은 ‘선원의 거주지’ 또는 ‘선원근로계약의 체결지’를 송환목적지로 규정하고 있다. 선원의 거주지는 선원근로계약체결 당시 선원이 실제 거주하던 장소를 의미한다.28) 그러나 선원의 거주지나 선원근로계약 체결지로의 송환이 반드시 선원에게 유리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위에 규정된 장소로의 송환비용을 초과하지 않는 한 ‘선원의 희망지’ 또는 ‘선박소유자와 선원이 합의한 장소’도 송환목적지에 포함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29)

 

(2) 송환목적지의 선택권자
송환목적지의 선택권이 선박소유자에게 있는지,30) 아니면 선원에게 있는지 문제된다. 송환은 선원보호를 위한 제도이고, 선원법 38조 1항 본문은 선원의 거주지 또는 선원근로계약의 체결지 중 선원이 원하는 곳까지로 목적지를 규정하면서, 단서에서는 선원에게 송환의무에 갈음한 송환비용 청구권을 인정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송환목적지 선택권은 선원에게 있다고 보아야 한다.31)


라. 송환의무의 내용
(1) 무상송환
(가) 요건

선박소유자는 선원이 거주지 또는 선원근로계약의 체결지가 아닌 항구에서 하선하는 경우에는 선박소유자의 비용과 책임으로 선원의 거주지 또는 선원근로계약의 체결지 중 선원이 원하는 곳까지 지체 없이 송환하여야 한다. 다만 선원의 요청에 의하여 송환에 필요한 비용을 선원에게 지급할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법 38조 1항 단서).32) 이를 선원무상송환이라고 한다.

 

(나) 선박소유자가 부담할 비용
선박소유자가 부담할 비용은 송환 중의 교통비, 숙박비, 식비, 선원이 보유한 30kg 이하의 화물에 대한 운송비용, 선원의 부상 또는 질병에 따른 의료관리에 필요한 비용을 말한다(법 38조 3항, 시행규칙 19조).33) 위의 각 비용은 실비를 의미하나, 구체적인 액수는 선원의 지위에 따라 해상관행에 의하여 정한다.34) ‘송환 중’이란 선원이 하선한 때부터 지체 없이 출발할 수 있을 때(송환에 필요한 준비기간)까지 및 하선지에서 출발한 때부터 송환목적지에 도착한 때까지를 의미하므로, 선원이 하선한 때부터 지체 없이 출발할 수 있을 때까지의 숙박비 및 식비도 송환비용에 포함된다.35)

 

(다) 송환수당
선박소유자는 무상송환의 경우에는 하선한 선원에게 송환에 걸린 일수(日數)에 따라 그 선원의 통상임금에 상당하는 금액을 송환수당으로 지급하여야 한다. 송환을 갈음하여 그 비용을 지급하는 경우에도 또한 같다(법 39조). 송환에 소요된 일수는 하선 시부터 지체없이 출발할 수 있을 때(송환에 필요한 준비기간)까지 및 하선지에서 출발한 때부터 송환목적지에 도착한 때까지의 일수를 의미한다.36) 송환수당은 선박소유자가 송환하는 경우에는 매월 1회 지급하고, 송환에 갈음하여 송환비용을 지급하는 경우에는 그 비용을 지급할 때 같이 지급하여야 한다.37)

 

(라) 송환비용과 송환수당의 보호
송환비용과 송환수당은 양도하거나 압류할 수 없다(법 152조). 송환수당청구권은 3년간 행사하지 않으면 시효로 소멸한다(법 156조).

 

(2) 유상송환
(가) 요건

선박소유자는 (i) 선원이 정당한 사유 없이 임의로 하선한 경우 (ii) 선원이 22조 3항에 따라 하선징계를 받고 하선한 경우 (iii) 단체협약, 취업규칙 또는 선원근로계약으로 정하는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와 같이 선원에게 책임있는 사유가 인정되는 때에는 송환에 든 비용을 선원에게 청구할 수 있다(법 38조 2항 본문). 이를 선원유상송환이라고 한다. 다만 선박소유자는 6개월 이상 승무하고 송환된 선원에게는 송환에 든 비용의 100분의 50에 상당하는 금액 이상을 청구할 수 없다(법 38조 2항 단서). 따라서 유기선원근로계약을 체결한 선원이 계약기간 만료 전에 외국에서 임의로 하선하여 귀국한 경우에는 선원이 송환비용을 부담하여야 한다.38)

 

(나) 하선징계가 무효인 경우
하선징계는 선원법 22조가 규정한 징계사유 및 절차를 준수하여야 하므로, 위 징계절차에 의하지 아니한 하선조치 또는 강제하선은 무효로서 송환비용은 선박소유자가 부담하여야 한다.39)

 

(다) 교대선원의 출국비용
선원이 선원근로계약에 정한 바에 의하지 아니하고 중도에 귀국할 경우 선박소유자는 송환비용을 선원에게 청구할 수 있으나 이는 선박소유자의 송환비용부담의무를 면제한 규정이다. 따라서 선원의 선원근로계약 불이행에 대한 위약금 또는 손해배상액의 예정을 금지하고 있는 선원법 29조의 취지상, 선원의 근로계약불이행으로 인한 교대선원의 출국비용까지 선원이 부담하는 것은 아니다.40)

 

(3) 송환비용 선지급 요구의 금지
선박소유자는 선원근로계약을 체결할 때 선원에게 송환비용을 미리 내도록 요구하여서는 아니 된다(법 38조 4항).

 

유급휴가
가. 의의

유급휴가는 일정기간 계속 승무한 선원에 대하여 비교적 장기간에 걸쳐 유급으로 근로의무가 면제되는 날을 의미한다. 이는 선원에게 일정기간 근로의무를 면제함으로써 심신의 피로를 회복하여 건강을 유지하고, 선원이 여가를 선용하여 사회·문화적 시민생활을 누리고, 가족과 사회와의 연계를 회복하게 하려는데 그 취지가 있다.41) 휴가는 선원의 권리이므로 휴가로 정해진 날에 휴가사용을 근거로 불이익하게 취급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으며, 근로관계 존속을 전제로 하므로 휴가종료 후에는 복직이 당연히 예정되어 있다.42) COVID-19와 관련하여 정부지침에 따라, 선원들은 자가격리 기간 동안 자신의 유급휴가를 사용하거나, 선박소유자로부터 유급휴가수당 이외에는 어떠한 보상도 받지 못한 채, 선원 스스로 감내해야 하는지 문제된다.

 

나. 적용범위
(i) 어선(어획물 운반선과 선원법 74조에 따른 어선은 제외) (ii) 범선으로서 항해선이 아닌 것 (iii) 가족만 승무하여 운항하는 선박으로서 항해선이 아닌 것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선박에 대하여는 선원법 제7장의 규정을 적용하지 아니한다(법 75조).

 

다. 성립요건
(1) 8개월간의 계속 승무

선박소유자는 선원이 8개월간 계속하여 승무한 경우에는 그때부터 4개월 이내에 선원에게 유급휴가를 주어야 한다(법 69조 1항 1문). ‘계속 승무’란 선원이 동일한 선박소유자에 속한 선박의 선원으로 계속 재직하고 있는 것을 의미하고, 8개월 동안 매일 근로하여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므로, 주휴일에 근로하지 않거나43) 직무상 질병으로 출근하지 못한 경우44)에도 계속성에는 영향이 없다. 이는 근기법상 ‘계속 근로’와 동일한 의미로서 광의의 승무에 해당한다.45) 승무기간에는 수리 중이거나 계선 중인 선박에서의 근무기간(법 69조 1항), 선원이 동일한 선박소유자에 속하는 다른 선박에 옮겨 타기 위하여 여행하는 기간(법 69조 2항), 유급휴가기간46) 등이 모두 포함된다.


예인선 선장이 월 6∼10회 정도 예인선을 운항하고 나머지는 대기하는 경우에도 계속 승무의 요건을 갖춘 것이므로 유급휴가는 인정된다.47) 예인선 선원들이 2001. 4.경부터 퇴직일까지 당일 오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24시간 격일제로 예인선에 승무해 온 경우, 선박소유자는 근로의무가 있는 날을 기준으로 8월간 계속 승무한 선원에 해당하는 선원들에게 유급휴가근로수당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48)


(2) 8개월에 미달하는 경우
선원이 8개월간 계속하여 승무하지 못한 경우에도 이미 승무한 기간에 대하여 유급휴가를 주어야 한다(법 69조 4항). 2012. 2. 4. 이전에는 ‘선원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한 것이 아닌 경우’에 한하여 유급휴가를 인정하였으나(구 선원법 67조 4항),49) 현행 선원법(2011. 8. 4. 법률 11024호로 전부 개정된 것)은 위와 같이 선원의 귀책사유 유무에 관계없이 유급휴가를 인정하고 있다. 선박소유자가 임금지급을 연체하던 상황에서 선박의 수리비지급도 지체하여 선박압류 및 감수보존조치를 당하게 됨에 따라 선원들이 선박에서 계속 근무하지 못하고 하선하게 된 경우에도 선박소유자는 유급휴가를 주어야 한다.50)

 

라. 감염법예방법상 특별규정
제41조의2(사업주의 협조의무) ① 사업주는 근로자가 이 법에 따라 입원 또는 격리되는 경우 「근로기준법」 제60조 외에 그 입원 또는 격리기간 동안 유급휴가를 줄 수 있다. 이 경우 사업주가 국가로부터 유급휴가를 위한 비용을 지원받을 때에는 유급휴가를 주어야 한다.
② 사업주는 제1항에 따른 유급휴가를 이유로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처우를 하여서는 아니 되며, 유급휴가 기간에는 그 근로자를 해고하지 못한다. 다만, 사업을 계속할 수 없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③ 국가는 제1항에 따른 유급휴가를 위한 비용을 지원할 수 있다.
④ 제3항에 따른 비용의 지원 범위 및 신청ㆍ지원 절차 등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사업주는 질병에 걸린 근로자에 대해 휴가를 부여할 의무는 없으나 그 질병이 감염병, 정신병 또는 근로로 인해 병세가 크게 악화될 우려가 있는 질병으로서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질병에 걸린 자에게는 의사의 진단에 따라 근로를 금지하거나 제한해야 한다. 이 경우 휴가 등의 유급 여부는 회사 사규에 따르면 될 것이나, 관련한 규정이 없으면 ‘무노동 무임금 원칙’으로 돌아가 무급처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51) 다만, 그 감염병 등이 감염병예방법에 따른 감염병일 경우에는 이 법에 의거해 휴가를 부여할 수 있고, 특히 취업규칙에서 유급 여부를 어떻게 정하고 있는지와 무관하게 특별법을 적용해 유급휴가로 운영하고, 이로 인해 발생하는 급여상당액의 비용은 국가로부터 보전받을 수 있다.

 

마. 2020. 8. 27. 노사합의
선원이 감염병에 감염되었거나 격리가 필요한 경우에도 유급휴가를 줄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전국해상선원노동조합연맹과 선주협회는 2020. 8. 27. 자가격리 기간 중 통상임금 70% 또는 1일 10만원을 지급하고, 자가격리 기간은 유급휴가에 산입하지 않기로 합의하였다.52)

 

7. 결어
이상에서 COVID 19를 둘러싼 선원근로계약상 여러 가지 쟁점을 간략하게 살펴보았다. 하루 빨리 감염병확산이 종식되어, 오대양을 우리 선박과 선원들이 자유롭게 항해할 날이 오기를 기다리면서, 부족한 점은 다음의 연구과제로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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