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1월 5일 우리 정부가 발표한 ‘2020년 3분기 전 세계 해적사고 발생’ 동향 자료에 따르면 2020년 3분기까지(1~9월)의 전 세계 해적 발생건수는 전년 동기(119건) 대비 약 11% 증가한 132건이며, 85명(전년 동기 70명)의 선원이 납치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 동안 해적 소멸을 위한 제도를 마련하고 국제적인 공조를 통하여 체계적인 대응 방안을 수립하였지만 해적행위는 근절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번 호에서는 해적위험해역의 최근 동향 및 동 해역 항해 시 선사가 주의해야 할 사항에 대하여 살펴보고, 해적행위에 따른 보험의 문제를 다루어본다.

 

세계 해적사고 발생 동향1) 및 주의사항
 아래에서는 해적위험해역인 동아프리카, 서아프리카, 아시아 해역, 아메리카 해역을 순으로 최근 해적사고 발생 동향을 살펴보고, 동 해역 항행 시 주의사항에 대하여 살펴본다.

 

1. 동아프리카
소말리아 해역에서는 청해부대와 UN 연합해군의 해적퇴치 활동, 통항선박의 해상 특수경비원 승선 등 적극적인 대응으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해적사고가 발생되지 않았다. 하지만 연합군의 활동이 적은 인접국(모잠비크, 케냐 등)에서는 해적사건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소말리아 해적의 활동 가능성이 여전히 있다고 판단한다. 또한 소말리아 해적의 무장상태, 경험 축적 등을 고려할 때 그동안 해적활동 실패비용 만회 등을 위한 공격적인 해적활동을 재개할 것으로 예상하였다. 따라서 가능한 해적위험지역을 우회하여 항행하고 피해예방교육 훈련 및 해적경계활동 강화를 통해 안전관리에 만전을 기할 것을 당부한다.


2. 서아프리카
서아프리카 해역은 44건이 발생하여 전년 동기(50건) 대비 12% 감소하였으나, 전 세계 선원납치 피해가 이 해역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하였다(80명, 전체의 94.1%). 특히 나이지리아 인근해역에서 해적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되고 있으며, 인적 피해 및 총기피해가 집중되고 있다. 기니만에서 활동하는 해적은 중화기로 무장, 고성능 고속정을 활용하여 대양까지 활동범위를 넓히고 있고, 선박의 운항 상태(운항중, 정박중)에 관계없이 해적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베넹 인근해역의 해적들은 묘박지의 탱커선(Gas Oil)을 공격하고, 선박·선원을 납치하여 석방금을 요구하거나, 화물을 탈취한다. 기니만 해역은 연안국의 불안정한 정치경제, 코로나 19사태의 장기화, 연안국의 취약한 해상보안역량으로 인해 지속적인 해적피해가 예상된다. 우리 정부는 특히 현지 어선에서 조업 중인 우리 국민의 피랍사건이 연이어 발생한 바 있어(3건, 8명), 이 해역에서 조업·통항하는 선박들은 우리 정부가 정한 고위험해역2) 진입제한 등 해적피해예방 지침을 철저히 준수할 필요성이 있다 할 것이다.

 

 3. 아시아 해역
아시아 해역은 해적공격이 64건 발생하여 전년 동기(43건) 대비 44.2% 증가하고, 5명의 선원납치피해(말레이시아)도 발생하였다. 연안국 및 해적퇴치협정정보공유센터(ReCAAP) 등 국제기구의 노력으로 아시아 해역 해적 활동은 매년 감소 추세이나, 물품약탈 등 생계형 해적활동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싱가포르 해협은 해적들이 동쪽으로 항해하는 선박을 대상으로 심야에 공격을 시도하고 선원에게 발각될 시 바로 도주하는 경향이 있다. 말레이시아는 해적공격 1건이 발생하였으며, 최근 5년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술루-셀레베스 해역에서 무장단체의 활동이 지속되어, 선원 5명이 납치되는 사건이 발생하였다. 주로 어선, 예인선, 부선 등 작은 선박의 선원들이 납치를 당하고 있으며, 상선의 경우 2017년 3월 이후 납치된 선원은 없다. 인도네시아는 아시아에서 가장 해적사고가 많이 발생되고 있는 지역이다. 인도네시아 해경(Indonesian Marine Police)은 위험해역 지정 및 순찰을 강화하고, 동 해역 해적피해 예방을 위한 집중 수색작전을 지속적으로 수행 중이다. 필리핀은 해적공격이 4건 발생하였으며, 2017년부터 급증하던 민다나오(Mindanao) 지역의 반군세력에 의한 해적사고가 정부군의 지속적인 노력으로 감소 추세이다. 인도는 5건의 해적공격이 발생하였으며, 단순공격 형태를 띄고 있고, 묘박지에 있는 선박이 주공격 대상이다. 우리 정부는 아시아 해역이 서아프리카 해역에 비하여 선원납치피해 발생건수가 적지만, 피해가 늘고 있는 만큼 이 해역을 항해할 선박은 항해당직 선원 외 주변 경계를 위한 선원을 추가로 배치하는 등 대응을 강화할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4. 아메리카 해역
해적공격은 17건으로 전년 동기(19건) 대비 10.1% 감소하였으며 8건의 해적사건이 묘박지에서 발생하고, 4명의 인질피해가 발생하였다. 해적공격이 2017년 이후 증가하고 있으며, 주로 묘박지에서 발생되고 있으나, 최근에는 총기를 사용하여 항해 중인 선박까지 공격한다. 동 지역 해적들은 선원들과 대치하거나 공격하지 않지만, 최근 멕시코(4건), 에콰도르(3건) 인근 해역에서는 총기 소지 무장해적(6~8명)들에 의한 피해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또한 최근 중남미 국가들의 코로나19 확산이 최고조에 이르고, 경제붕괴 상황에서 해적활동 증가 가능성이 높다. 우리 정부는 가능한 해적위험지역을 우회하여 항행하고 연안국 통항보고 등 해적피해 예방조치를 지속적으로 이행하도록 당부하고 있다.

 

해적행위에 따른 사고예방
 1. 주요 지침서

해적위험해역을 항해하는 선박은 해적사고를 예방하고 대응하기 위하여 관련 내부지침을 상시 정비하고 선원들에게 해적대응요령을 준수할 수 있도록 철저한 사전 교육을 시행해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참고할만한 주요 지침서로는 국제해사기구(IMO)의 ‘국제해적피해예방지침(Cir.1601 - Revised Industry Counter Piracy Guidance, 2018.12)’, 국제해사민간단체의 ‘소말리아 해적피해 예방·대응 요령(BMP)’, 해적퇴치협정정보공유센터(ReCAAP), 국제상공회의소 산하 산하국제해사국(IMB), 발틱국제해상위원회(BIMCO)의 해적피해 방지 관련 권고서 등이 있다. 동 지침서의 주요 내용은 해적위험지역 진입 전 조치, 통항 중 조치, 해적공격 조우 시 조치로 나누어 긴급대응을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대응계획을 수립하고 있고, 특히 BMP의 이행은 선박의 해적피해방지에 크게 도움이 되는 것으로 많은 사례가 보고된 바 있어 선사들은 이를 적극 도입해볼 필요성이 제기된다.

 

2. 우리 정부 지침서
선사는 우리 정부가 2020년 10월 28일 발간한 해적피해 예방을 위해 전 세계 해적위험해역별 대응요령 등을 담은 ‘통합 해적피해예방·대응 지침서’를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이번에 발간된 지침서는 2017년 12월 28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국제해양선박 등에 대한 해적행위 피해예방에 관한 법률(해적피해예방법)’에서 정하고 있는 내용과 국제 규정 등을 반영한 최신 지침서이다. 동 지침서는 우리 국적 선박과 선원들이 해적대응 역량을 강화하여 대응할 수 있도록 세계 주요 해적위험해역별로 해적사고 발생동향, 통항보고 등 의무사항, 국내외 해적 대응체계 및 해적예방 요령 등이 담겨져 있다. 또한 해적위험해역별 다국적 해군 비상연락망을 수록하여 비상 시 신속하게 구조요청을 할 수 있도록 하고, 해적이 접근한 뒤 공격하여 승선하는 상황에서의 구체적 행동요령도 수록하여 구조 전이라도 자체적으로 대응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하였다. 해적위험해역 통항 지침에 관한 주요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해적피해를 방지할 수 있도록 특별한 주의를 기울이고, 가능한 우리 정부가 지정한 서아프리카 위험예비해역을 우회하여 항행할 것.
√ 불가피하게 서아프리카, 소말리아, 동남아 해역 위험예비해역 통항 시, 우리정부 해적피해예방요령 및 IMO에서 회람한 국제해적피해예방지침(Cir.1601 - Revised Industry Counter Guidance, 2018.12)을 준수할 것.


√ 해적피해예방법에 따른 자체대책 수립 및 시행, 해적행위 피해예방교육·훈련 및 해적경계활동 강화를 통해 해적행위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안전관리에 만전을 기할 것.
√ 해적조직의 활동영역이 확대되고 있으니 서아프리카 연안으로부터 최소 200마일 이상의 거리를 두고 항해할 것(250마일 이상 권고).
√ 나이지리아, 베냉, 카메룬 인근 해역(서아프리카 고위험해역)은 무장보안요원 또는 연안국 국가기관의 근접보호가 없는 항해·조업을 자제할 것.
√ 소말리아 피해를 방지할 수 있도록 특별한 주의를 기울이고 가능한 우리 정부가 지정한 해적위험해역을 우회하여 항행할 것.


√ 동남아 해역은 소말리아·서아프리카 해역과 함께 해적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해역이므로, 해적피해 방지를 위해 특별한 주의를 기울일 것.
√ 야간 해적경계를 강화하고 선미 쪽 침투가 많으므로 집중 감시하되, 위치를 노출하지 말 것.
√ 대부분 단순강도 형태로 조기 발견하여 대응할 경우 피해 예방이 가능하므로, 추가 당직자를 배치하는 등 해적 당직을 실시할 것.

 

보험의 문제
해적위험지역을 자주 항해하는 선박의 선주는 어떤 보험을 가입하여 해적위험을 예방할 수 있으며, 해적위험 예방에도 불구하고 해적사고 발생 시 보험자로부터 어떤 보상을 받을 수 있는가? 아래에서는 선체보험, P&I보험, 적하보험으로 분류하여 해적위험에 관한 담보사항을 각각 알아보고, 해적위험 발생 시 관련 이해관계인들이 각 보험자로부터 어떤 위험을 담보 받을 수 있는지를 살펴본다. 또한 해적사고 시 자주 논의되는 인질 석방금과 공동해손(GA) 문제도 다루어 보도록 한다.

 

1. 해적위험 담보사항
(1) 선체보험

 해적위험(Marine Risk)과 유사한 개념으로 전쟁위험(War Risk)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통상의 해상보험에는 전쟁위험이 담보되지 않으므로, 해적사고를 해상위험(Marine Risk)으로 볼 것인지 아니면 전쟁위험(War Risk)로 볼 것인지 문제되어 왔다. 해적행위는 처음에는 전쟁위험으로 취급되었으나 1983년 협회선박보험약관(ITC-Hulls)을 개정하면서 해적행위는 해상위험인 ‘폭력적인 절도’와 구별하기 곤란하다는 이유로 해상위험의 범위에 포함시켜 담보위험으로 취급하게 되었다. 따라서 해적위험으로 피보험선박에 멸실 또는 훼손이 발생한 경우 이는 선체보험자로부터 보상 받을 수 있다. 

 

(2) P&I보험
일반적으로 해적행위는 P&I보험에서 담보되는 위험이다.3) KP&I 보험계약규정 제36조(일반제외규정) 1. (2) (나)는 ‘나포, 포획, 강유, 억지 또는 억류 및 이러한 것을 목적으로 한 행위’를 보상하지 않는다고 규정하나 ‘해적행위’에 대해서는 제외하고 있다. 따라서 해적행위로 인하여 발생한 보상의 범위는 제3자의 손해에 대한 선주의 배상책임인 일반 P&I위험과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다. 선원의 사망, 질병, 부상에 따른 비용 및 책임뿐만 아니라 기름 유출, 난파선 제거, 화물손상/공동해손, 선원의 소지품 유실 등이 이에 포함될 수 있다. 한편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해적위험(Marine Risk)와 유사한 개념으로 전쟁위험(War Risk)를 구분할 필요가 있는데, 해적이 단순한 소총이 아닌 폭탄, 로켓, 어뢰 등 전쟁에 사용될 무기를 사용할 경우 이는 해적위험이 아니라 전쟁위험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전쟁위험은 P&I보험이 아닌 전쟁보험을 별도로 구매해야 보상 받을 수 있다. 

 

(3) 적하보험
협회적하약관(ICC A)는 해적위험을 담보하는 반면, 협회적하약관(ICC B,C)는 해적위험을 담보하지 않는다. 참고로 우리 상법 제796조(운송인의 면책사유) 제4호는 해적행위를 면책사유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화주는 해적행위로 인하여 화물을 강탈당하더라도 운송인으로부터 손해배상을 받을 수 없다.

 

2. 인질 석방금
인질 석방금은 선박의 손실 또는 멸실과 같은 재물손해가 아니고 선주의 배상책임에도 포함되지 않는다. 따라서 인질 석방금을 누가 부담하는지 문제가 될 수 있다. 인질 석방금은 해상납치보험(Kidnap & Ranson)의 별도 가입을 통하여 담보 받을 수 있다. K&R보험자는 인질 석방과 관련된 각종 비용과 석방금 및 석방금 전달사고 시 비용 등을 담보하며, 보안전문팀 유지 및 자문관을 선사에 파견하여 협상전략과 석방금 전달방안을 추천하기도 한다. 하지만 선사가 K&R보험에 가입하지 않았을 경우 누가 부담하는가? 실무적으로 인질 석방금을 누가 어떤 근거로 얼마씩 부담했는지는 기밀로 유지되는 경우가 많다. 인질 석방금을 인질의 안전, 관련 법령(영국은 인질 석방금 지급이 합법이나 싱가폴은 불법임) 등을 고려하여 선사가 비밀리에 지급하는 경우도 있고, 선체보험자, 전쟁보험자, 적하보험자가 부담하는 경우도 있다. 또한 인질 석방금은 클럽보험계약규정에서 보상되는 열거된 위험이 아니지만, 일부 클럽은 다른 보험자로부터 회수할 수 없는 경우 옴니버스 규정(Omnibus Rule)에 따라 이사회의 재량으로 보상을 고려하기도 한다. 한편, 인질의 석방을 위하여 인질 국적에 따라 해당 국가의 외교부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겠으나 인질의 안전 등 상황을 고려하여 도움 요청 여부를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   

 

3. 공동해손(General Average)
해적과 인질 석방금에 대한 협상이 진행되면 그 기간 동안 선박운영비용(선원의 임금, 고위험 수당, 음식과 보급품, 통신비 등)과 전문가 비용 등이 추가로 발생될 수 있다. 그동안 공동해손정산인들은 인질 석방금 그 자체는 공동해손 비용으로 인정하였으나 선박운영비용과 전문가 비용 등에 대해서는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2017년 영국대법원 판결(Mitsui & Co. Ltd and Others(Respondents) v. Beteiligungsgesellschaft LPG Tankerflotte MB Co. KG and another(Appellants), Judgement Oct 25, 2017 UKSC 2016/0164)을 계기로 최근 영국법원은 인질 석방금 뿐만 아니라 선박운영비용과 전문가 비용 등도 공동해손 비용으로 인정하는 경향이 있다. 이처럼 동 비용이 공동해손으로 인정될 경우 선주, 화주, 용선주는 정산을 통하여 각각 분담액을 부담하게 되는데, 선체보험과 적하보험은 각각 분담액에 따라 보상하고, P&I보험은 가입선사의 계약 위반(불감항성) 등 사유로 가입선사가 화주로부터 분담액을 회수 받지 못할 경우 동 비용을 보상하게 된다.4) 여기서 유념해야할 사항은 공동해손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선박, 화물, 선원 등이 공동으로 위험에 처해야 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해적이 선박에 승선하는 등의 경우가 아니라 선박으로부터 인질만 납치한 경우에는 공동해손 자체가 성립하지 않을 수 있다.

 

결어
해적행위 자체를 근본적으로 해소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해적행위는 조직화, 기업화되고 활동영역이 광역화되고 있으며, 그 수법과 행위가 점점 진화되어가고 있다. 따라서 선사는 국제사회 및 우리 정부 차원에서 마련하고 있는 각종 대책과 관련법을 준수하고, 해적위험지역을 자주 항해하는 선박의 경우 K&R보험의 가입 및 기국, 지역 법령에 따라 무장경호원을 승선시키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저작권자 © 해양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