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세계보건기구)가 지난해 3월 11일 코로나19 팬데믹을 선언한 지 1년이 됐다. 당시 코로나19 감염은 114개국에서 12만명 정도 접수된 상황이었으나 올해(2021년) 2월 23일기준 1억 1,226만명으로 늘어났다. 백신개발과 접종이 시작됐지만 팬데믹 국면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1년을 훌쩍 넘기며 장기화된 코로나19 팬데믹(이하. 팬데믹) 상황은 인류의 생활과 경제에 유례가 없는 충격과 큰 변화를 불러왔다. 바이러스의 감염확산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국가 및 지역별 록다운과 사회적 거리두기, 방역조치로 인해 비대면 언택트 생활은 이제 개인과 기업, 국가에서 일상화됐다.


해운물류, 항만 및 조선 등 관련 해사산업계도 코로나19 팬데믹의 파고를 그대로 맞아 비상사태가 계속되고 있다. 특히 일상에 필요한 물품과 원자재 이동을 사업으로 한 업종이어서 해운 및 해사산업계의 팬데믹 여파는 확산 시기별, 지역별, 사업별로 희비가 갈리며 여러 가지 형태로 나타났다.
2019년 말경 중국에서 처음 발생해 전 세계로 확산된 코로나19는 초기에는 주변국을 중심으로 빠르게 영향을 미쳤다. 특히 크루즈선에서 승선여객이 대규모로 감염되는 사태가 일본 기항선박에서 발생하면서 세계 곳곳에서 국제여객선의 운송이 전면 중단됐다. 한중, 한일간 카페리항로가 많은 우리나라는 관련항로의 여객수송은 멈추고 화물만 수송되는 반쪽짜리 사업을 이어왔다. 화물수송에서는 팬데믹 초창기에 중국 입출항 원자재 수송선박들의 운송이 정지되면서 벌크화물의 운임지수는 한때 사상초유의 저시황을 시현했으나 이후 중국의 코로나19가 진정되면서 시황이 점차 회복됐다. 생활필수품을 수송하는 정기선해운 시장은 팬데믹 초기에는 물동량이 줄어들었지만 여름을 전후로 팬데믹 대응을 위한 물품들의 수요증가로 물동량이 증가했다. 여기에 미국을 비롯한 북미지역과 유럽지역의 팬데믹 상황이 재차 악화되며 내륙물류 상황이 나빠지며 관련 해운시황은 급등세를 지속했다. 지금까지 높은 시황이 유지되고 있으며 동남아항로 등 전반적인 항로에서 높은 시황이 이어지고 있다. 

 

의외의 팬데믹 특수, 정기선해운시황 호조세 지속
코로나19 팬데믹이 선언된 지난해 3월 이후 정기선   (컨테이너)해운시황은 3-4월 하락했다가 5월부터 서서히 회복되더니 여름철을 지나 하반기 이후 증가폭이 커지고 연말에는 급등했다. 특히 코로나감염 상황이 심각한 북미과 유럽지역의 해상항로에서 방역제품과 재택근무, 비대면 일상에 필요한 물품 등의 수요확대로 인해 해상화물 수요가 늘어난 데 비해 선박의 공급과 육상에서의 물류 및 관련설비의 부족 및 병목현상으로 인해 시황폭등 현상이 발생했다. 국내외 선사들은 임시선박을 투입하며 원활한 국제물류를 지원하고 있지만 일부국가의 물류관련인력의 감염상황과 물류장비 부족 등이 물류공급 혼란을 야기하고 있어 좀처럼 해소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유럽항로의 경우 상하이해운지수를 기준으로 볼 때, 팬데믹 초기인 2020년 3월 운임이 800불 초반대였으며 4월에는 740불 전후로 떨어졌다. 이후 5월부터 점차 회복되어 9월 1,000불을 넘어서고 계속 상승세를 타다가 12월 들어 3,000불대로 폭등했으며, 올해 1월에는 4,000불대를 기록한 이후 2월까지 계속 유지되고 있다. 스팟운임 기준 지난해 2월보다 300% 이상 높은 운임 수준을 보이고 있으며 장기계약 운임 역시 전년 대비 45% 이상 상승한 상태이다.
북미항로의 경우는 지난해 2월 이후 1,500불 내외를 유지하다가 5월 이후 가파르게 상승해 6월에는 2,500불을 기록한 뒤 상승세를 지속하더니 9월들어 3,8-900불선을 유지하다가 올해 1월에 4,000불을 찍고 유사한 시황을 유지하고 있다. 2월 들어서는 중순경 다소 떨어지는 양상을 보였으나 미국에 닥친 한파여파로 또다시 상승세를 유지하는 모습이다. 북미항로는 시황의 상승시기가 유럽보다 6개월가량 앞서 시작돼 지금까지 높은 시황을 유지하고 있다. 동 항로에서 동서안 ‘컨’항만들은 묘박지에 접안 대기 중인 선박들로 붐벼 물류의 지체현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항만현장 인력의 집단감염으로 인해 최소인력 운영이 계속되며 항만적체가 해소되지 못하고 있는 데다가 남동부를 중심으로 미국에 강타한 한파 영향으로 내륙물류가 마비되며 북미대륙 내 컨테이너화물 공급망 경색이 더욱 심화된 상황이다.


이처럼 북미항로와 유럽항로의 시황 폭등은 팬데믹에 따른 물류인력 수급문제와 물류장비의 원활하지 못한 수급 등 내륙과 항만에서의 문제에 팬데믹 상황에 맞춘 글로벌선사들의 탄력적인 선복 운영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특히 트럭과 항만 관련인력 등의 감염상황에 따른 내륙에서의 물류 병목이 해상운송의 흐름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밖에 중동항로는 팬데믹 초기 3월-8월까지 침체시황을 보이다가 9월부터 오르기 시작해 지난해 연말과 올초 급등한 시황강세를 유지하고 있다. 싱가폴을 비롯한 동남아항로는 싱가폴의 경우 지난해 10월까지 약보합세의 시황(150-200불사이)을 유지하다가 11월부터 급상승해 현재 900불 후반을 기록하고 있다. 베트남과 방콕의 경우도 팬데믹 선언 이후 9월까지는 시황이 하락세(200-90불)이다가 10월부터 상승해 11월에는 800-900불까지 폭등했다가 조정되어 2월들어 700-800불대를 유지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도 동남아지역의 다른 항로와 유사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10월까지는 140-300불까지 하락과 오름세를 보이다가 10월이후 급등해 11월에 750-950불까지 치솟았고 올해 들어서 상승세는 지속돼 2월에는 900-1,050불사이의 시황을 시현하고 있다. 


컨테이너해운시장은 지난해 예측할 수 없었던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이 오히려 특수를 누리게 한 시기로 기록됐다. 올해 초 경영실적을 속속 발표하고 있는 글로벌 컨선사들의 지난해 매출과 수익이 드라마틱한 실적을 통해 이를 증명해주고 있다. 팬데믹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선사들의 탄력적인 공급조절 효과에 물류공급란이 겹치면서 정기선해운업계는 의외의 특수를 누리는 비정상적인 호황을 맞은 것이다. 

 

벌크선 작년 상반기 침체이후 회복세 이어
원자재를 실어나르는 벌크시황도 팬데믹 이후 5월까지는 전 항로에 걸쳐 물동량 감소로 한때 BDI지수가 500P를 믿돌 정도(390P대)의 시황침체를 면치 못했으나 6월이후 상승과 하락을 거듭하면서도 지난해 하반기 2,000p까지 상승하는 등 호조세를 보였다. 올해 들어서도 1,800-1,900P대를 오르내리며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시황은 호조세가 이어지고 있다.
탱커해운은 지난해 2월이후 급등했다가 여름이후 하반기 들어서 급락세가 지속됐다. 이에 따라 스팟시장에서 원유선과 프로덕트선 모두 올해 들어서도 저점을 유지하고 있다. 2월 중순 현재 북반구의 기상악화에 따른 운항차질과 중국 연휴이후 수요 유입으로 운임이 소폭 반등했으나 연료비 부담으로 일 수익력의 악화가 지속되고 있다. VLCC도 연료비 상승에 따른 저속운항 선박 증가에도 불구하고 선박공급 과잉이 해소되지 않으며 약세가 지속되고 있다. 그나마 제품선의 경우 다소 상승세로 전환되는 분위기이다.


저유가로 선박연료유 가격 낮아 ‘비용 호재’
IMO가 지난해부터 시행한 황산화물(SOx)규제 강화로 인해 세계 해운시장의 선박연료는 황산화물을 0.5%이하로 함유해야 하며, ECA(배출규제지역)를 시행하고 있는 국가의 관련지역에서는 0.1% 이하 기준을 맞추어야 항만 입항이 가능하다. 이에따라 전 세계 선박은 지난해부터 탈황장치를 통한 황산화물 비중을 낮추거나 저유황유, 또는 마린가스오일(MGO)를 선박연료로 이용해야 한다.
이에 기존 고유황유(HSFO)와 저유황유(LSFO)간의 가격차이가 선박운항의 원가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됐으나 지난해 3월이후 팬데믹 상황에서 국제유가가 저수준을 계속 유지하면서 두 선박연료유는 가격 자체가 높지 않은 200-300불을 유지해왔으며 두 연료간 가격차이도 적어 해운기업의 비용 측면에서 호재로 작용했다. 지난해 말부터는 국제유가가 오름세로 돌아서며 올해 들어서도 계속 상승해 2월 21일기준 HSFO(387불)와 LSFO(503불)선이다. 그러나 두 연료간 가격차이가 117불가량이다.
이는 지난해 연중가격보다는 높은 수준이지만 아직도 IMO의 선박연료의 대기오염물질 배출 규제강화에 부합하기 위한 선사들의 저오염 연료의 이용에 따른 비용부담은 크지 않은 상황이다. 낮은 선박연료유 가격은 팬데믹 상황에서도 해운업이 타 산업계에 비해 양호하거나 호황을 누리게 한 비용측면의 호재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선원교대 문제 심화, 언택트 활동 일상화
조선분야에서는 팬데믹 초기 신조선과 탈황장치 탑재 수리와 관련, 중국조선소의 불가항력 선언(Force M
ajeure)이 잇따르며 납기지연 사태가 발생하고 신조 협상도 부진해 사상 최악의 불황을 맞았다. 그러나 팬데믹 상황에서도 정기선해운업이 호황을 누리게 되고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으로 탈탄소화 선박연료와 디지털화된 첨단선박의 수요가 더욱 부각되면서 최근에는 컨테이너선을 중심의 신조발주가 활발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팬데믹으로 방역이 강화되면서 항만의 방역도 강화됐다. 우선 크루즈선에서의 집단감염사태로 크루즈선박의 각국 항만의 입항이 거부당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으며 현재도 크루즈선박은 급유나 선용품 공급 목적이 아닌 경우 관광목적의 입항은 불가능한 상황이어서 현재 크루즈해운은 거의 중단사태이다. 우리나라 국제항만 중에도 부산항에서 러시아 어선원의 감염으로 인한 관련 감염자가 대거 발생하는 일이 발생해 항만방역이 더욱 강화됐다.


각국 주요항만에서의 방역강화로 항만에 입항하는 선원의 경우 타항만에서 출항한지 14일 경과해야 입항이 가능하며 선원의 교대를 위한 입항도 가능한 항만이 한정돼 있다. 이로인해  세계적으로 선원교대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팬데믹 상황에서 선원교대 문제는 해운업계의 가장 큰 현안으로 부각했다.
우리나라 선사의 경우 한국입항시 주로 선원을 교대하고 있으며 외국선원의 경우 항공으로 출입국해 선원교대를 진행하고 있다. 세계적으로는 필리핀과 인도, 호주, 싱가폴 등에서 선원교대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코로나 감염상황이 유행을 거듭하면서 각국은 규제를 강화했다가 완화하기를 반복하고 있어 선원교대 상황은 여전히 어려운 지경이다. 이에 IMO와 ITF 등 국제기구와 해운업계가 원활한 선원교대 지원을 요청하고 있으나 각국정부는 자국민의 안전과 직결된 사안이어서 자국과 기항 및 경유항만 국가의 코로나19 감염상황에 맞추어 대응하고 있다.


최근에는 백신개발에 따른 접종에서 선원과 항만하역업 종사자의 접종을 우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전 세계적으로 커지고 있다. 선원의 승선 중 감염사태는 선박이 중단될 수도 있는 중대한 사안이어서 선사들을 선원의 선내 방역뿐만 아니라 각국 항만기항시 방역에도 만전의 방역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해외선사의 경우 일부 선원이 감염자가 발생했지만 아직 국내선사의 한국인 선원에서 감염자가 발생하지는 않았다.
한편 코로나19 팬데믹은 사회적 거리두기의 일상화를 통해 해사산업계 종사자들의 근무행태에도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재택근무와 비대면 회의, 온라인 세미나 등 언택드 활동이 자리를 잡은 것이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팬데믹 상황에 여러활동이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했으나 여름철을 지나 이같은 상황에 적응하기 위한 노력이 점차 드러나기 시작했다. 개인과 기업, 사회는 비대면 방식으로 교류할 수 있는 방안으로 줌과 유튜브 등 언택트 방식을 통해 각종 회의와 세미나를 시도했다. 4차산업혁명기술로 개발된 여러가지 기술이 활용되어 지난해 하반기에는 각종 국제 세미나가 온라인을 통해 봇물 터지듯 개최돼 각국의 팬데믹 상황과 그에 따른 해운물류산업계의 영향 및 전망을 교류하며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는 2월말경부터 백신접종이 시작되고 여러나라에서 백신 접종이 시작 또는 시행되고 있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의 종식에 대해서는 아직 누구도 분명히 예상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올해에도 현재까지 해사산업계의 대면행사는 개최되지 못하고 있으며 연초 기관단체와 기업의 총회와 세미나 등도 여전히 비대면으로 진행되고 있다. 현재 진행형인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이 조속히 종식되기를 바라며 지난 1년을 훑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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