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한국해법학회가 4월 22일 개최한 봄철 학술발표회에서 발표된 내용으로, 필자와 협의를 통해 전재한다.         -편집자 주-

 

 

 
 

“한국형 선주사업” 논의 배경
지난 2016년 8월 30일 자율협약을 체결한 채권금융기관 협의회의 한진해운에 대한 추가지원이 불가능하다는 판단하에 자율협약절차를 중단한 다음날인 8월 31일 금융위원회에서 주재한 한진해운사 관련 금융시장점검회의에서 한진해운의 우량자산을 현대상선이(현 HMM) 인수한다는 계획을 논의하였으나 당시 한진해운이 사선으로 운영하고 있던 61척의 선박2) 중 단 한 척도 인수된 선박이 없이 전 세계로 매각되었다.
물론 당시 우량자산으로 분류하는 기준이나 해석상의 차이는 있었겠지만 1만 3,000TEU 9척, 1만TEU 5척 포함 고민해볼 만한선대들도 아마 있었을 것이라 여겨진다. 그리고 이 선박들은 Maersk, MSC 등 글로벌 선사들과 그리스 선주들이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취득하여 현재까지 노선에 투입 운영 또는 재매각하여 상당한 수익을 거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그해 10월 31일 ‘제6차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해운산업경쟁력 강화방안을 발표하였으며 이는 현 한국해양진흥공사 전신이라고 할 수 있는 한국선박해양 설립계획을 포함하였다. 동 한국선박해양은 선사들의 원가절감과 재무개선을 주된 목적으로 두었다. 이듬해 2017년 3월 설립 목적에 충실하게 현대상선이 보유 중인 고원가 컨테이너선박 10척을 시장가격에 매입하고 재임대를 실시하여 비용구조 개선을 통한 원가절감, 부채비율 감소 및 유동성 공급하였다.3) 이어서 2018년 7월 한국해양진흥공사가 출범하여 유동성 제공이 주 목적인 세일앤리스백 프로그램을 제공하여 왔으며 드디어 2021년 선사의 운항경쟁력 제고와 외부의 선주사업 추진요구에 따라 한국형선주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며 현재 이를 위하여 외부 용역을 진행 중이다.
물론 한국형 선주사업이 무엇인지에 대한 상호 이해와 범위가 달라 다소 논란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생각하기에 다음과 같은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면 그에 대한 호칭이 무엇이던지 간에 향후 우리나라 해운산업의 발전을 위한 중요한 초석이 될 것이라 믿는다.

 

한국형 선주사업에 기대하는 역할
첫째, 국내조선소 수주 물량 중 국적해운사 발주가 차지하는 비중은 10% 미만이며 이는 50%를 상회하는 일본과 비교할 경우 우리가 달성하고자 하는 ‘해운조선상생’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치이다. 따라서 국내조선소에서 차지하는 국내 발주 비중을 높이기 위해서는 정기적이고 지속적으로 대규모 발주가 가능한 재원확보능력을 보유해야 한다.


따라서 해양진흥공사가 ‘해운불황기에 국적선대 확보에 필요한 국적해운사들의 수요를 선별 조사하여 국내조선소에 대규모발주를 통하여 경쟁력있는 원가를 갖춘 선대를 건조하여 일정기간(5~10년) 용선 제공 후 선사가 이를 취득할 수 있는 선택권을 부여토록 하는 경기역행적 투자를 실시’한다면 선사는 우수한 품질과 원가경쟁력을 갖춘 선박을 이용한 비용경쟁력을 바탕으로 불황기를 견뎌낼 수 있는 기반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며 국내조선소 입장에서는 이렇게 확보한 안정적인 일감을 바탕으로 불황기 해외선주사로부터 저가수주 유혹을 극복하고 적정수준의 선가를 요구할 수 있게 되어 해운불황의 시기를 단축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된다.  이러한 경기역행적 투자가 일회성으로 끝날 것이 아니라 일반적인 선박의 내용연수(25년)보다 짧은 기간(5~10년) 주기로 하여 기 확보 선대를 매각한 재원을 활용하여 지속적인 선대교체를 실시해나간다면 진정한 해운조선상생 목표를 달성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여겨진다.


둘째, 과거 선박투자에 실패한 주된 원인을 분석해 보면 구조적인 측면에 그 원인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해운자본력 부족으로 대개 해운호황기가 되어야만 선박금융이 가능하고 그 역시 대부분 국적취득조건부선체계약 방식을 이용한 높은 레버리지에 의존함으로써 해운불황기에 접어들면 영업을 통해 거둬들이는 수입만으로 차입금을 상환하기에 부족하게 되어 유동성 위험이 증가하게 된다. 물론 현재도 해양진흥공사를 포함한 정책금융기관들이 선박확보자금을 위한 자금대출이나 보증을 제공하고 있지만 이 또한 결국 선사가 상환해야 할 부채이다. 물론 간혹 필요에 따라 메자닌4) 성격의 금융제공자도 있지만 여전히 대다수는 차입금을 이용한 선박투자가 일반적이다. 이에 한국형 선주사업의 대상을 선박 척수로 한정하지 아니하고 국적해운사들이 투자하는 선박에 자본형식으로 참여한다면 선사로서는 선박운영기간 중 차입금상환 부담을 낮출 수 있고 배당이 가능한 이익이 발생하는 경우 그 이익에 한해서 배분할 수 있게 될 뿐만 아니라 향후 선박 처분 시에도 상호 협의하여 의사결정을 함으로써 선박보유에 따른 위험을 경감할 수 있을 것이다. 해양진흥공사 입장에서도 특정 선박만을 소유하기 보다는 국적선사들이 소유 및 운영하는 다수의 선박에 지분을 투자함으로써 위험을 분산할 수 있는 장점이 있으리라 생각된다. 위 제도가 활성화될 경우 현재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선박투자회사들의 역할도 활성화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셋째, 많은 분들이 한진해운 파산을 아쉬워하는 부분은 제가 이해하는 바로는 한진해운 자체가 아니라 한진해운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국적선사로서 오랫동안 쌓아온 노하우와 인적물적자산이 한순간에 공중분해 되었다는 점이다. 지난 2019년 발간된 한진해운 파산백서를 살펴보면 매각 처리한 55척 선박 중 34척의 선박들이 헐값에 해외로 매각되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5) 어떤 기업이든 그 흥망성쇠가 있고 해운산업이라고 그 예외가 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향후 이와 같은 불의의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면 우리나라 해운산업에 필요한 선박들에 대해서는 현재 검토 중인 한국형선주사업이 주체가 되어 해외로 헐값에 유출되는 것을 방지하는 안전망 역할을 해 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그렇게 된다면 여전히 한진해운 파산 이전의 국적선대규모를 회복하기 위하여 현재 경주하고 계시는 시간과 노력을 줄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넷째, 주지하시는 바와 같이 우리나라의 주요 전략화물은 제가 근무하고 있는 대한해운과 같은 전용선사를 이용하여 운송하고 있다. 그러나 과거와 달리 점차 장기화물운송계약의 기간이 짧아지고 선박 및 해운업을 둘러싼 여러 환경규제들이 강화되어감에 따라 과거에는 유효하였던 장기수송계약 기간 중 선박 취득과 관련한 대출금 전액을 상환하고 수송기간 종료 후 해당선박을 시장에 운용하여 추가 수익을 창출하거나 처분하여 투자 재원을 회수하는 사업모델이 점차 어려워지고 있는 현실이다. 따라서 과거에는 20년 이상이 일반적이었던 LNG수송계약조차도 점차 10년 이하 계약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계약이 종료되는 운영선사들에게는 계약 연장 및 새로운 장기계약으로 대체함으로써 기존 선박금융대출잔액에 대한 차환의 부담을 갖게 된다. 더 나아가 추진하는 계약의 척수 또한 1~2척의 단위가 아닌 화주 측의 관리 용이성과 건조선가 인하를 목적으로 Lot성 계약들이 등장하여 국내외 화주들로부터 어렵게 계약을 확보한 선사들의 입장에서는 막대한 재무적 부담이 발생하게 된다. 물론 사모펀드가 소유하는 선사들의 경우 자금조달용이성이 상대적으로 나아 이러한 계약을 체결하는데 있어 부담이 적더라도 기존 전통적인 운영선사들의 경우 이에 다른 거래금융기관들의 여신한도 제한, 금융비용 증가(해운사가 그룹 계열사인 경우 해당 그룹 전반에 영향을 미침), 사업의 안정성과는 별개로 부채비율 증가 등으로 인한 신용등급 하락 등의 전반적인 어려움에 직면하게 된다.


따라서 이처럼 장기계약이 확보된 전용선사들을 대상으로 선박을 확보하여 제공하여줌으로써 선박확보에 따른 어려움을 경감하여 줄 수 있고 또한 선사가 희망할 경우 선박의 일정지분을 취득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향후 선박 매각에 따른 이익을 기대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방안도 검토된다면 정기해운선사에 너무 치중되었다는 시장의 오해도 불식시킬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제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한국형 선주사업 또는 선주사 보다는 ‘토니지뱅크’가 명칭에서 불러올 수 있는 해운업계 내 오해나 불안을 종식하는데 보다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비록 저의 경험이 일천하지만 그간 해운업 불황기에 일시적인 불황일 것이라는 다소 안일한 인식에서 출발하여 Sale & Leaseback 방식의 금융리스에 치중하고 호황기에 확보한 높은 장부가격의 선박을 처분하고 싶어도 해당 차입금상환에 필요한 재원 부족과 처분으로 인한 대규모 장부손실에 따른 재무구조 악화를 피하고자 우량자산 매각을 통한 연명으로 추후 시장의 회복기에도 더욱 쇠락해가는 해운선사들을 목도해왔다. 따라서 이러한 악순환의 연결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과거 한국선박해양이 현대상선에 실시하였던 그 기능을 적극 활성화해야 할 것이다.

그러한 방식이야 말로 어려움에 처한 국적해운선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고원가 선박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계기가 될 뿐만 아니라 시장가격에 근거한 용선료 산정으로 비용경쟁력도 제고할 수 있고 처분으로 인한 자본감소와 기존차입금상환재원도 확보할 수 있어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또한 해당선박을 매입한 해양진흥공사 역시 시황회복기에 해당선박을 적정가격에 처분하여 이를 통한 수익창출과 함께 국적선대의 해외 헐값매각을 방지하는 안전판의 역할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참고사항>
가. 선박은행의 개념 및 선사의 재무구조 개선 기능
1) 선박은행의 개념

‘선박은행(tonnage bank)’이란 조성된 자금을 활용하여 신조선 발주, 중고선 매입 등의 형태로 선박을 확보하고 이를 선사에 대선하는 선주 역할을 하는 기관을 의미함.
유럽에서는 독일의 K/G 펀드 및 노르웨이 K/S 펀드가 선도적으로 선박은행 역할을 수행해왔으며, 아시아에서는 최근 일본의 JSIF(Japan Ship Investment Facilitation, 선박투자촉진회사)를 들 수 있음

 

2) 선사의 재무구조 개선 기능
선사의 부채비율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필수 영업용 자산인 선박 확보를 위한 선박금융임을 고려하면 선박은행을 활용하여 선박의 소유는 선박은행이 담당하고 선사는 선박의 운영을 통한 해운수입 창출에 주력하는 경우 선사의 재무구조 개선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임.

 

나. 국내 선박은행 도입 연혁 및 한계
1) 선박투자회사제도

2002년 선박투자회사법의 제정으로 국내에 처음 도입된 선박투자회사제도는 당초 독일의 K/G 펀드와 같은 선박은행의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었으나, 대부분의 거래가 선사가 실질적으로 소유하는 선박에 대해 BBCHP 방식의 금융을 제공하는 형태로 진행되다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해운 경기 침체의 여파로 선박투자회사를 활용한 선박금융거래가 급격하게 감소하면서 선박은행으로서의 기능을 수행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됨.

 

2) 한국해양선박
2017년 1월 설립된 한국선박해양은 설립 목적이 전문성과 경쟁력을 갖춰 선사들에게 안정적으로 선박을 제공하는 Tonnage Bank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었으나 (2017년 3월 3일자 ‘해운업 금융지원 프로그램 추진현황 및 향후 계획’ 참조), 현대상선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Sale & Leaseback 거래 이후 뚜렷한 실적 없이 해양진흥공사로 흡수 합병됨. 

 

3) 해양진흥공사
해양진흥공사법에 따라 2018년 7월 설립된 해양진흥공사는 한국해양선박을 승계하여 Tonnage Bank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할 것으로 기대되었으나, 현재까지 소규모 Sale and Leaseback 거래를 제외하고 Ton
nage Bank로서의 특별한 업무 실적이 없는 상황임

 

다. 법에 따른 공사의 업무 범위
1) 한국해양진흥공사법에 따른 공사의 업무 범위

제11조(업무) ① 공사는 다음 각 호의 업무를 한다.
1. 선박, 항만터미널 등 해운항만업 관련 자산에 대한 투자
2. 선박, 항만터미널 등 해운항만업 관련 자산의 취득을 위하여 해운항만사업자가 차입하는 자금에 대한 채무보증
2의2. 해운항만사업자가 선박, 항만터미널 등 해운항만업 관련 자산을 담보로 차입하는 자금에 대한 채무보증
2의3. 긴급한 경제적ㆍ사회적 위기 대응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해운항만업에 대한 지원이 필요한 경우로서 해운항만사업자가 ‘신용보증기금법’ 제2조제3호에 따른 금융회사 등으로부터 차입하는 자금에 대한 채무보증
2의4. 해운항만사업자가 체결하는 화물운송계약과 관련한 입찰보증 및 계약이행보증
3. 해운항만업 관련 채권ㆍ주식의 매입 및 중개
4. 선박, 항만터미널 등 해운항만업 관련 자산의 취득ㆍ관리ㆍ처분 및 그 수탁
5. ‘해운법’ 제40조의 2제 2항에 따른 해운산업 지원 전문기관의 업무
6. 운임선도거래 시장 운영
7. 해운항만물류 관련 전문인력의 양성
8. 해운항만사업자의 해외 물류시장 투자 등에 대한 컨설팅
9. 제1호, 제2호, 제2호의2부터 제2호의4까지 및 제3호부터 제8호까지의 업무와 관련된 조사 및 연구
10. 국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이 위탁하는 업무
11. 정부시책으로 추진하는 해운항만사업자에 대한 보조금 지원
12. 그밖에 해운항만 시장의 건전한 거래질서 확립과 산업 발전을 위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업무
② 공사는 이사회의 의결을 거쳐 제1항 각 호에 해당하는 업무 또는 이와 유사한 업무를 행하는 법인에 대하여 출연 또는 출자할 수 있다.
③ 제1항에 따른 업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시행일 : 2021. 6. 9.] 제11조제1항제2호의3  

 

저작권자 © 해양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