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초 국내 주가지수는 1242.78이라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기록을 남겼다. 그러나 해운계 상장기업들중 일부회사의 주가는 오히려 연중 최저가 수준에서 횡보(橫步)를 거듭해 주주들의 불만이 고조돼 있다.


해운주의 이러한 저가횡보는 개별기업의 경영사정과 지난해 누린 초호황에 비해 악화된 해운시황이 어느정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하지만 현대상선과 세양선박의 경우, 그룹내 여러기업의 최대주주 또는 대주주라는 사실 때문에 해운업의 업황이나 기업자체의 경영상황과 무관하게 주가가 오르내리는 것을 볼 수 있다. 


실상 이 두회사는 지주회사(持株會社)가 아니면서도 그룹내 지배구조상 일정정도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어 지분을 갖고 있는 계열사의 업황이나 경영상황이 주가에 민감하게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현대그룹의 경우 엄격한 의미에서 지주회사는 현대엘리베이터이다. 현대상선이 현대아산(36.9%)과 현대증권(12.79%), 현대택배(30.11%)의 지분을 갖고 있으며, 현대엘리베이터가 현대상선의 지분 17.16%를 보유한 최대주주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아산의 최대주주라는 점 때문에 현대상선 자체는 대북사업에 관여하지 않고 있지만 대북사업의 진행상황이 주가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끼치고 있다.


느닷없이 적대적 M&A(기업인수합병) 회오리에 휩싸여 증권가를 떠들썩하게 한 세양선박도 비슷한 경우에 해당한다. 세양선박이 속해있는 쎄븐마운틴그룹의 지주회사는 모회사인 쎄븐마운틴해운이다. 쎄븐마운틴해운은 세양의 지분 20%를 갖고 있으며, 우방(22.95%)과 우방타워랜드(21.9%)의 최대주주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그룹내 상장사중 세양선박이 (주)진도(55.9%)의 최대주주이며, 우방과 우방랜드의 지분도 각각 12.4%를 소유하고 있어 증권가에서는 지주회사 격으로 취급되고 있다. 진도와 우방 등 M&A로 인수한 기업들의 경영실적이 호전되자 해당주의 가치가 올라갔고, 외형상 이들 기업을 지배하고 있는 것으로 비춰진 세양선박이 M&A 사냥대상으로까지 부각되는 상황이 빚어졌다. 세양선박은 S&TC가 시장에서 18.1%의 지분을 확보하며 대주주로 떠오르자 그룹사 전체가 경영권 방어를 위해 나서야 할 정도로 곤욕을 치르는 형편이다.


실제 지배구조야 어찌되었든, 계열사간 관계에서 일정정도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회사는  재무구조 역시 경영실적에 좌우되기 보다는 해당기업의 외적 상황, 즉 대주주로 있는 계열사의 경영상태에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대북사업과 관련해 끊임없이 의혹을 받고 있는 현대상선이 그렇고, 지속적인 CB(전환사채), BW(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을 통해 주식수를 늘리고 그를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계열사를 늘리는데 치중하여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는 세양선박이 그러하다.


그럴 수 밖에 없는 나름의 이유가 있겠으나 해운회사가 지주회사의 지위를 갖는 것은 우리 해운업의 발전을 위해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한국해운의 발전을 위해서는 해운업으로 벌어들인 돈이 해운업에 피드백(feedback)되어 해운업이 한층 더 발전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해양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