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ETS(탄소배출권거래제도)의 해상운송 적용과 용선계약상 고려사항

탄소배출 감축을 위한 MARPOL 부속서 VI의 개정안이 발효를 앞두고 있으며, 세계 각국에서는 탄소배출 감축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7월 14일 EU는 기존의 탄소배출권거래제도(ETS)를 개편하여 해상운송을 여기에 포함시키기로 결정하였다.1)
이에 따라 2022년 1월부터 EU 입항시 운송인은 항차 수행시 발생할 이산화탄소의 배출권을 사전에 경매를 통해 구매하여야 하고, 이러한 구매 없이 EU 국가를 입항한 경우 제재가 부과될 수 있다.
2018년부터 EU는 5,000GT 이상 선박에 대하여 이산화탄소 배출에 대한 관찰, 보고 및 확인 절차를 진행하고 있었으며,2) 이번 ETS 적용은 이산화탄소 배출 제한을 강화하려는 차원으로 확인된다.
현행 용선계약하에서는 ETS 방식의 탄소배출권 구매에 대하여는 준비된 바가 없어 차후 다양한 분쟁이 예상된다. 이에 EU-ETS를 소개하고 현행 용선계약에서 추가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을 검토해 보기로 한다.

 

EU-ETS 소개3)
EU ETS 방식은 2005년에 처음 개발되었으며, 해운업계 외 다른 탄소 배출 업종에서 사용되고 있는 방식이다. 매년 총 탄소배출량을 제한하고 그만큼의 배출권을 필요한 업체가 경매를 통해 구매하는 방식이다. 구매방식이므로 만약 부족함이 있으면 추가구매도 가능하고 반대로 소지하고 있는 배출권을 시장에 판매할 수 있다. 정해진 가격이 없으므로 판매할 경우 구매가격보다 높은 가격에 재판매도 가능하다.
탄소중립에 기술적으로 혹은 업계의 운용방식으로 기여한 바가 있음을 보여준 업체에 대하여 무료 배출권을 제공하기도 하는 등 일종의 인센티브 방식도 운용하고 있다.
탄소세(tax)와 유사한 형태의 규제방식이긴 하나, 업체로 하여금 탄소배출을 최대한 줄여서 탄소 배출권 구매에 사용하는 비용을 줄이고 계획보다 적은 수준의 탄소배출을 달성하여 남은 배출권을 재판매할 수 있게 독려한다는 점에서 과세로 인한 규제보다는 유연한 형태의 방식으로 볼 수 있다.

 

규제 근거조항의 변경
EU-ETS 규정은 2003년 제정된 EU Directive 2003
/87/EC이다. 2021년 7월 14일 통과된 제안서는 이 규정의 변경을 통해 해운산업 역시 EU-ETS의 영역으로 포함시키자는 것이며 주로 아래 사항이 추가되었다.

 

- 선주(shipowners) 및 선체용선자(bareboat Charterers)가
  배출권 구매권에 대한 의무와 권한이 있음
- 역외항차(international voyage, 즉 EU-non EU 항차)인 경우
  총 사용량의 50%가 추가됨
- 3년 동안 무료 배출권은 해운업계에는 배정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됨

 

구매권 당사자에 명시적으로 선주와 선체용선자 및 관리자만을 포함시켜 정기용선자는 구매권 당사자에서 누락되었다. 특이한 사항은 non-EU 국가가 항차수행에 관여되어 있는 역외항차에 대하여 50%의 추가 배출권 구매를 요구하게 되어 역외항차를 수행하는 주요 선사의 부담이 더 높아지게 되었다. 이 부분에 대해 배출권 비용절감 목적으로 EU 권역 인근 항구에 한번 기항하는 방식으로 역외항차 거리를 축소하는 회피기항 시도가 있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4)

 

용선계약의 영향
해운업체에 배출권 구매를 규정한 것은 이번이 최초 시도로서 기존의 용선계약 하에는 관련 합의가 없을 것임이 명백하다. 따라서 배출권 구매에 대한 비용과 책임소재에 대해 다양한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다음과 같이 계약형태별로 예상되는 문제를 고려해보기로 한다.

 

1. 항해용선계약
항해용선계약에서는 배출권 구매의 의무는 여전히 선주에게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선박의 운항에 대한 항만규정 준수에 관련한 규정이고 선주 역시 EU 역내 항구 입항에 대한 추가적인 규정 적용에 대해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선주는 탄소배출량을 줄이는 노력을 통해 배출권 구매부담을 줄이는 노력을 할 것이며, 이에 BIMCO에서는 정시도착규정 조항(Just in time)을 하나의 방안으로 제안하고 있다.5) 이는 전통적인 조출의무(utmost dispatch)를 유지하는 대신 용선자와의 협의를 통해 일정 기간에 선박이 도착하는 것을 약정한 후 선주는 저속 운항을 통해 연료유를 절약하고 이산화탄소 배출을 최소화하며, 용선자는 체선상황을 피하여 체선료 지급 부담을 다소 경감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6) 특히 BIMCO와 IMO에서 저속운항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조절하는 주요 방안으로 삼고 있어 해당 조항의 적용은 EU-ETS에서 선주의 부담을 경감할 수 있는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

 

2. 정기용선계약
항해용선계약과는 달리 정기용선계약에서 배출권에 관련된 문제는 다양하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 이유는 크게 탄소배출은 연료소모에 따른 결과물이므로 그에 대한 책임 역시 연료를 공급하는 용선자에게 자유롭기는 어려움이 있고, 용선자의 지시에 따라 선박을 운용하므로 그 결과로 선주가 배출권을 구매하게 되기 때문이다.

 

i) 배출권 구매 의무
현행 정기용선 하에서 배출권 구매에 대한 종국적인 책임을 결정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문제로 판단된다. 선주 입장에서는 배출권 구매의 원인은 연료소비이며, 결국 연료를 구매한 용선자가 그 결과인 배출권에 발생한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주장이 가능할 것이다. 반대로 용선자 입장에서는 선박은 사용에 적합한 수준의 관리가 되어있어야 하며, 배출권 역시 그러한 선박 관리의 차원으로 보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할 것이다.
따라서 2022년 이전에 용선계약을 체결할 경우, 이 배출권 문제를 명확히 당사자간 합의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서는 각 당사자별로 어떠한 문제를 고려해야 하는지 검토해 보기로 한다.

 

ii) 선주 부담일 경우
만약 선주가 비용을 부담하게 된 경우, 우선 배출권 구매가 부족해질 경우를 대비하여 적합하지 않은 연료로 인해 배출권 구매 계산에 오류가 발생한 경우 그 책임을 용선자에 부담할 수 있는 조항을 신설할 필요가 있다.
또한 단항차인 경우 EU 역내에서 반선하게 되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 경우 선박이 역외로 가기 위해서는 배출권을 추가로 구매해야 한다. 이는 용선계약 이후의 상황이므로 합의를 통해 이 기간의 배출권 구매비용은 용선자가 부담하는 조항을 고려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역시 저속운항을 가능하게 하는 조항을 합의를 통해 신설하여 배출권 구매에 발생하는 비용을 줄이는 시도도 가능할 것이다.

 

iii) 용선자 부담일 경우
용선자 부담일 경우 용선자는 선주의 배출권 구매에 기본이 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 계산방식 공개할 것을 요구할 수 있는 조항을 신설할 필요가 있다. 실제 용선자가 당사자가 되어 구매하기보다는 선주가 배출권 가격을 제시하면 용선자가 선주에게 지급하는 구조가 될 것이므로, 용선자 입장에서는 배출권 비용의 근거를 정확히 인지할 필요가 있다.
또한 배출권 비용 합의시, 배출권 계산에 일종의 여유를 두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이산화탄소 배출은 연료 사용에 비례하여 나올 것이고, 해상상황, 기타 사고, 항만상태에 따라 실제 연료 사용량은 예상보다 변경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배출권 역시 그에 맞게 조정이 필요할 것이다. 또한 off-hire 기간 동안 연료유 비용의 공제 가능 조항과 연계하여 그 기간 동안 배출권 역시 공제가 가능한 것으로 규정할 필요도 있어 보인다.
또한 배출권 부족에 따른 선박이나 선주가 받게 될 불이익에 대하여 책임소재를 명확히 해둘 필요는 있다. 만약 선주의 잘못된 계산으로 구매한 배출권이 부족한다던가, 혹은 용선자의 추가 지시로 인하여 배출권이 부족해지는 상황 등 각 당사자의 책임있는 사유로 배출권이 부족해지는 경우에 대해 명확한 보상규정을 신설하여야 하겠다.


잔여 배출권은 다시 재판매가 가능한 특징이 있으므로 반선시 잔여 배출권이 남은 경우, 이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에 대해 별도 합의가 필요할 것이다. 구매 당시 가격으로 정산할 것인지 아니면 반선 시점 가격을 정산할 것인지 등 다양한 시점의 정산 방식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마찬가지로 EU 역내에서 반선하게 될 경우 EU 역외로 나가야 되는 경우에 있어 사용될 배출권의 비용 역시 별도의 합의가 필요할 것이다.

 

iv) 공통사항
위 배출권 부담에 대하여 기본적으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것이 당사자간 추가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은 같으며, 이에 선속을 줄일 수 있는 권리와 의무를 규정하는 것도 중요하다. BIMCO에서는 Slow Steaming 조항7)을 발표한 바 있어 해당 조항을 적극 활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위에서 언급한 역외항차에 대한 추가 부담 역시 고려대상이다. 역외항차로 인한 추가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일종의 회피기항도 고려되고 있는 상황인데 이러한 부분에 대한 별도 합의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결론
EU ETS 제도는 해운업계에는 아직은 생소한 제도임은 틀림없다. 다만 해당 제도가 당장 내년 1월부터 시행된다는 점, 그리고 위반시 상당한 수준의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업계에서도 해당 제도에 대한 관심 및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차후 용선계약 체결시, 배출권에 대한 다양한 문제를 사전에 합의하는 것이 불필요한 분쟁을 줄이는 데에 효과적이다. 배출권 구매는 현행 용선계약이 전혀 예비하고 있지 않는 상황이며, 사전 합의 없이는 예상하지 못하는 다양한 분쟁을 겪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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