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운전선의 주기관 개방검사 중 조업 중인 오징어채낚기 어선과 충돌1)

이 충돌사건은 서로 시계 안에서 주기관 개방검사 중인 시운전선 A호와 물돛을 놓고 조업 중인 오징어 채낚기 어선 B호 사이에 발생하였고, 부산해심(1심)과 중앙해심(2심)에서 A호와 B호의 항법상 지위를 다르게 재결하였다. 본 글은 A호와 B호의 항법상 지위에 대하여 중앙해심 재결을 바탕으로 부산해심 재결과 비교하고 본인의 의견을 추가하여 작성하였다.

 

 
 

<사고내용>
○사고일시 : 2010. 12. 6. 20:49경
○사고장소 : 부산광역시 사하구에 위치한 남형제도등표로부터 방위 147도 거리 8.65마일 해상

 

A호의 시운전 운항
A호는 C조선소에서 건조·진수한 강조 1만TEU급 컨테이너전용선으로서 시운전 중으로 발주자에게 선박을 인도하기 전이었으므로 국적증서를 교부받지 아니한 상태였고, C조선소는 A호의 시운전과 관련하여 선급으로부터 임시항행검사증서를 발급받았다. A호의 선교에는 자동조타장치, ARPA 기능을 갖춘 레이더 2대, GPS, ECDIS, AIS, VDR, VHF 등의 최신 항해장비 및 통신장비가 설비되어 있다. C조선소는 시운전선 운항인력 전문공급업체 D사와 2006. 7. 1.부터 ‘선장용역계약’을 체결하고, 책임선장 1명과 항해선장 2명 및 조타수 3명을 D사로부터 제공받아 시운전선을 운항하여 왔다. 즉 D사는 시운전 시마다 책임선장을 포함하여 3명의 항해선장을 1인당 1일 30만원의 수당을 주고 시운전 기간 동안 활용하여 왔다.

 

 
 

C조선소는 시운전 운항 시의 총괄지휘 책임을 자사 소속의 시운전팀 F 차장을 A호 시운전 코맨더로 임명하였다. 시운전선의 지휘체계는 코맨더가 조선소 측 시운전에 대한 책임을 맡고, 선박의 항해에 대해서는 코맨더가 잘 알지 못하므로 책임선장이 책임을 지고 선박을 운항하며, 운항과 관련한 문제 발생 시에는 코맨더에게 보고하여 상호 협의하여 처리해왔다.
C조선소는 시운전 시 속력시험, 기관실 무인화시험, 정전시험, 주기관 성능시험 및 시험 후 주기관 개방검사, 타기시험, 양묘시험 및 양묘기 정격하중시험 등 총 40여 가지의 검사를 시행하여왔다.
A호의 시운전 중 주기관 개방검사는 12기통인 주기관 챔버를 모두 개방하여 상응하는 속력으로 운전한 후, 주기관 내부 상태를 육안으로 확인하며 통상적으로 1시간 30분 동안 주기관을 사용할 수 없고, 검사 종료하고 주기관의 챔버를 원상복구한 후 연료 펌프와 윤활유 펌프를 가동해 주기관을 사용할 수 있게 될 때까지 정상적으로 약 30분의 시간이 소요되나, 위급한 경우 약 20분이 소요된다.2)

 

 
 

B호의 액화석유가스통 관리
B호는 오징어 채낚기 어선으로서 집어등 80개(광도 1.5㎾)를 조타실에서 선수루까지 갑판 상부에 지지대를 세워 설치·점등한 후 [그림 1]과 같이 물돛(Sea Anchor)을 놓은 상태에서 조업을 하고, 집어등 아래에 취사용 액화석유가스통(용량 20㎏) 2개를 [그림 2]와 같이 갑판 상에 노출된 채 놓아두었다.

 

사건의 개요
A호는 2010. 12. 6. 14:00경 책임선장 E를 포함한 선박 운항요원 6명과 시운전 코맨더 F를 포함한 시운전 요원 95명 등 총 101명을 태우고 2박 3일 예정으로 거제시 고현항을 출항하여 시운전 예정지인 대한해협으로 향하였다. A호는 대한해협에서 주기관의 단계별 속력시험의 첫 번째 시험으로 주기관 성능시험(출력 50%)을 실시한 후 같은 날 19:30경 남형제도 남동방 약 6.3마일 해상에 도착하였다. 코맨더 F는 당직 선장 G에게 1시간 30분 정도 주기관 내부 개방검사를 하여도 되는 수역인지 물어 가능하다고 하자 주기관을 정지토록 지시한 다음 양묘시험과 주기관 개방검사를 병행하여 실시하도록 지시하였다.


당직 선장 G는 홍등 전주등 2개를 후부 마스트 수직선 상에 표시하고 양현에 현등과 갑판작업등을 켰고, 이때 A호는 표류상태에서 자선의 4시 방향, 약 2.5마일 떨어진 해상에 B호가 위치하고 있었다.
책임선장 E는 같은 날 19:45경 선교에 올라와 당직을 인계받았고, A호가 선수방위 약 045~050도로 향한 채 조류에 의하여 약 2노트의 속력으로 남동쪽(약 140도)으로 표류하고 있으며, 주위 해상에 충돌의 위험이 있는 다른 선박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책임선장 E는 같은 날 20:10경 A호(선수방위 050도)의 4시 방향, 약 1.8마일 거리에서 집어등을 환하게 밝힌 채 오징어 채낚기 조업 중인 B호를 레이더와 육안으로 초인하였으나 충돌 위험 여부를 확인하지 않았다. 당시 A호는 남동방향, 약 2.2노트로, B호는 같은 방향으로 약 0.2노트로 표류하고 있었다.
책임선장 E는 같은 날 20:27경 양묘시험이 끝난 것을 확인하였고, B호가 약 0.7마일로 가까워져 있는 것을 확인하고 B호를 향해 탐조등으로 수차례 경고하면서 계속하여 접근상태를 주시하다가 같은 날 20:32경 기적을 울렸고, 20:40경 전화로 기관실에 긴급으로 주기관 준비를 요청하였으나 기관실로부터 가동준비에 시간이 걸린다는 답변을 들었다. 책임선장 E는 같은 날 20:41경부터 연속하여 경고신호(단음 5회)를 울렸고, 같은 날 20:43경 코맨더 F에게 어선에 가까워지고 있는 상황을 보고하고 주기관 긴급 사용준비를 다시 요청하였으며, 이에 코맨더 F는 기관실에 주기관 긴급사용 준비를 다시 지시하였다.


책임선장 A는 같은 날 20:47경 코맨더 F로부터 주기관이 사용 준비되었다고 들었으나 주기관을 사용할 경우 A호의 선체가 풍조에 압류되고 B호가 물돛을 감아 들이며 자선의 선미 측으로 접근되어 있었으므로 추진기의 와류에 의한 B호의 손상을 염려하여 주기관을 사용하지 않았다.
그러나 A호는 같은 날 20:49경 주기관을 사용하지 못한 상태에서 B호가 물돛을 끌어 올리다 충돌의 절박함을 느끼고 배잡이줄을 끊고 주기관을 후진으로 사용하였으나 A호 우현 선미부분에 B호 우현 선수부분이 급속도로 가까워져 [그림 3]과 같이 양 선박의 선수미선 교각 약 60도를 이루며 충돌하였다.
사고 당시 해상 및 기상상태는 흐린 날씨에 시정이 양호하였고, 북서풍이 초속 약 10m로 불며 파고 약 2m의 물결이 일었다. 수심은 약 100m이었다.
한편 B호는 2010. 12. 6. 13:00경 선장을 포함한 선원 4명이 승선한 가운데 거제시 장승포항을 출항하여 같은 날 16:00경 남형제도 남동방 약 8.5마일 떨어진 해상에 도착하였다. B호는 이후 주기관을 정지하고 [그
림 1]과 같이 배잡이줄(길이 약 80m)에 연결된 물돛(길이 15∼17m의 연줄 70개)을 놓고 대기한 후 같은 날 18:00경부터 양현등과 마스트에 홍색-백색의 전주등, 그리고 갑판에 밝은 집어등을 켠 채 오징어 채낚기용 조상기를 가동하며 조업을 시작하였다.


B호 선장은 같은 날 19:30경 레이더로 A호를 발견하였으나 항해하는 선박으로 생각하고 조타실을 비운 채 갑판 상으로 나가 직접 조업을 하다가 같은 날 20:32경 기적소리를 들은 후에서야 A호가 가까이 접근하여 충돌의 위험을 알게 되었다.
B호 선장은 A호가 약 100m 이하로 접근한 상태에서 물돛의 배잡이줄을 걷어 올리기 시작하였고 B호의 선체가 A호의 선미 만곡부와 급속하게 가까워져 급박한 충돌의 위험에 직면하자 물돛의 배잡이줄을 절단하고 주기관을 후진하여 A호로부터 멀어지려 하였으나 앞서 기술한 바와 같이 충돌하였다.
B호는 충돌 시 연돌(배기관)이 A호 선미 우현부와 접촉하며 집어등과 전선이 파손되면서 화재가 발생하였고, [그림 2]와 같이 갑판 상에 노출된 채 설치되어 있던 취사용 액화석유가스통이 호스 손상 후 폭발하여 화재가 확산되면서 선체 전소 후 침몰하였다. 또한 B호 선원 4명은 모두 해상으로 뛰어내려 바다에 떠 있다가 해양경찰 경비정에 의해 구조되었으나, 기관사가 저체온증으로 사망하였다.

 

<원인의 고찰>
항법의 적용

이 충돌사건은 부산해심의 재결에 대하여 2심이 청구되어 중앙해심에서 재결하였으므로 중앙해심 재결의 원인 고찰을 전제로 부산해심 재결의 원인 고찰과 본인 의견을 추가 기술하도록 하겠다.
가) A호의 항법상 지위
A호는 시운전선으로서 선박국적증서와 선박검사증서를 발급받지 아니한 상태였으므로 통상적으로 운항 중의 선박이 아니나 일반적으로 선박의 특성이라 할 수 있는 부양성(浮揚性), 이동성(移動性)을 갖추고 있었으므로 항법상 일반 선박에 해당한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사고 당시 A호는 시운전 검사를 수행하고 있던 선박으로서 사고해역에서 양묘검사와 주기관 개방검사를 실시하기 위해 연료 펌프와 윤활유 펌프의 가동을 중지시키고 주기관을 정지한 상태로 양현등 및 홍색 전주등 2개와 함께 갑판 작업등을 켠 채 풍조류에 밀려 약 2.2노트의 속력으로 약 140도 방향으로 표류하고 있었다. 특히 A호의 주기관 개방검사는 주기관의 챔버를 모두 개방하여 내부 상태를 육안으로 확인하는 검사로서 통상적으로 약 1시간 30분 소요되고, 복구하는데 약 30분이 소요되나 위급한 경우 약 20분이 소요된다.


중앙해심은 ‘국제해상충돌예방규칙’상 ‘조종불능선’이라 함은 ‘어떠한 예외적인 사정으로 인하여 규칙의 규정에 따라 조종할 수 없고 또 그 때문에 다른 선박의 진로를 피할 수 없는 선박’으로, ‘해상교통안전법’3)상 ‘선
박의 조종성능을 제한하는 고장이나 그 밖의 사유로 조종을 할 수 없게 되어 다른 선박의 진로를 피할 수 없는 선박’으로 각각 정의하고 있고, 여기서 조종불능선의 성립 요건으로서 ‘예외적인 사정’ 또는 ‘고장이나 그 밖의 사유’에서 예측 가능한 것이거나 그 사정이 어느 정도로 지속하여야 하는지 정의하고 있지 않으므로 항법을 적용할 당시 설비 고장 또는 그 밖의 어떤 사정으로 선박의 조종성능을 실질적으로 상실하여 다른 선박의 진로를 피할 수 없는 선박이면 족할 것이라고 판단하였다. 이에 A호는 시운전을 위한 주기관 개방으로 실질적으로 조종불능 상태에 있었으므로 항법상 ‘조종불능선’의 지위를 갖고 있었다고 인정하였다.


반면에 부산해심은 A호가 주기관을 정지한 채 약 1시간 30분 동안 주기관 개방검사를 실시하는 동안 조종불능 상태로 풍조류에 밀려 압류될 것이라는 사실은 선박을 운항하는 통상의 선원이라면 누구나 충분히 알고 예측 가능하였고, 책임선장과 코맨더가 A호의 조종불능이 예측 가능한 상황임을 알고도 선박의 왕래가 빈번한 수역에서 단지 2.5마일 이내의 수역 안에 다른 선박이 없다는 것만으로 안전하다고 판단하고서 정박하지 아니한 채 주기관을 정지 후 개방하여 임의적으로 조종불능 상태로 만들었다고 보았다. 특히 항법의 적용에 있어서는 법적 안정성이 중요하며 조종불능선의 적용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예측 가능성을 기준으로 하지 아니할 경우 항행 중이던 동력선이 충돌에 임박해서 주기관을 임의로 정지시키고 조종불능선의 등화를 켠 것만으로도 조종불능선의 항법상 지위를 부여해야 하는 불합리가 발생하게 될 것이라고 보았다. 따라서 부산해심은 A호가 비록 조종불능 상태에 있었음은 인정되나, 조종불능 상태의 원인이 조종불능선의 성립 요건에 해당되지 않고 필요시 언제든 약 10분 이내에 주기관을 긴급 복구하여 사용할 수 있었으므로 ‘조종불능선’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본인도 부산해심의 판단에 동의하며 A호는 항법상    ‘대수속력 없이 항행 중인 동력선’으로 봄이 타당하다고 본다. A호는 ARPA 기능을 갖춘 레이더와 GPS, AIS, ECDIS 등 최신 항해설비를 갖추고 있었고, 책임선장은 충돌 1시간 04분 전부터 당직 중 B호가 오징어 채낚기 조업 중이라는 것을 알았고, A호가 풍조류의 영향으로 B호 쪽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사실을 적절한 주변 경계를 통해 쉽게 알 수 있었다고 판단된다. 특히 A호 책임선장은 충돌 22분 전 양묘시험을 마친 시점에 A호가 B호에 약 0.7마일로 접근한 것을 확인하고 B호를 향하여 탐조등으로 수차례 경고하였는데 이 시점에 이미 B호와의 충돌 위험을 인식하였다고 판단되므로 양묘시험을 마친 닻을 안전하게 놓아 정박할 수 있었다고 본다. 또한 A호 책임선장은 코맨더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사전에 주기관을 복구하여 사용할 수 있도록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었으나, 충돌 9분 전에서야 기관실에 긴급으로 주기관을 준비해 줄 것을 요청하였고, 코맨더가 충돌 6분 전 기관실에 주기관 긴급사용 준비를 지시하자 충돌 2분 전 주기관 사용이 가능하였다. 즉 A호는 주기관 개방검사 중 책임선장의 주기관 사용 요청 후 약 7분 만에 사용이 가능하였다.

 

나) B호의 항법상 지위
항법상 ‘어로에 종사하고 있는 선박’이라 함은 조종성능을 제한하는 그물, 낚시줄, 트롤망 및 기타 어구를 사용하여 어로작업을 하고 있는 선박’을 말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중앙해심은 B호의 항법상 지위를 ‘어로에 종사하고 있는 선박’으로 판단하였다. 그 이유를 살펴보면, B호는 물돛을 놓고 조업 중 주기관을 정지한 채 발전기만 가동하고 있어 주기관을 기동하는 데 시간이 걸리고 물돛을 감아올리는 데 약 15분의 시간이 소요되므로 어구와 물돛으로 인하여 실질적으로 조종성능이 제한되어 있었던 상태였음이 인정된다고 보았다. 그러나 ‘국제해상충돌예방규칙’이나 ‘해상교통안전법’상 어선이 조업을 하면서 조업의 성질상 다른 선박의 진로를 피해줄 수 없는 경우 조종제한선의 등화를 표시하도록 정한 규정이 없을 뿐만 아니라 어로작업 중 그 조종성능이 심하게 제한된다고 하더라도 어로에 종사하고 있는 선박으로 인정하지 않고 굳이 조종제한선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반면에 부산해심은 기존 중앙해심에서 오징어채낚기 조업 중인 선박을 조종제한선으로 보았기 때문에 기존 중앙해심의 재결에 따라 조종제한선으로 판단하였다.
본인은 다음과 같은 사유로 채낚기 조업 중인 B호를 항법상 ‘어로에 종사하고 있는 선박’으로 봄이 타당하다고 본다.


항법상 ‘조종제한선’이란 ‘선박의 조종성능을 제한하는 작업에 종사하고 있어 다른 선박의 진로를 피할 수 없는 선박’ 즉 선박의 작업의 성질 상 규정된 항법에 따라 조종하는 성능이 제한되기 때문에 다른 선박의 진로를 피할 수 없는 선박을 말하고, 이에 해당하는 선박으로서 준설·측량·수중작업에 종사하는 선박 등을 나열하고 있으나, 그 밖에 이에 상응하는 조종성능을 제한하는 작업에 종사하고 있는 선박도 ‘조종제한선’에 포함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어선도 조종제한선에 해당할 수 있다고 보지만 정박상태에서 투망·양망작업을 하는 안강망 어선도 ‘어로에 종사하고 있는 선박’으로 본다.
그리고 항법상 ‘어로에 종사하고 있는 선박’은 어구를 사용하여 조업을 현실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상태이어야 하고, 조종성능을 제한하는 어구 때문에 규정된 항법에 따라 다른 선박의 진로를 피할 수 없는 상태이어야 한다.


한편 물돛은 ‘수산업법’에서 ‘어구’란 수산동식물을 포획·채취하는데 직접 사용되는 도구를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어구에 해당하지는 않는다고 본다. 그리고 채낚기 어선에서 어구는 채낚기용 낚싯줄 및 추를 포함한 낚시이고 조종성능에 제한을 주는 어구에 해당하지 않는다. 또한 채낚기 어선은 물돛을 놓고 조업 중 물돛으로 인해 조종성능을 제한받는다고 할 수 있으나, 항법상 ‘조종제한선’에 해당하는 선박의 작업 중 조종성능 제한 정도와 비교할 때 조종제한선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그러나 채낚기 어선은 물돛을 놓은 상태에서 조업 중 다른 선박과 충돌의 위험이 존재할 경우 앞서 기술한 바와 같이 채낚기 낚시와 물돛을 감아올리고, 주기관을 사용하여 규정된 항법에 따라 적절한 피항동작 등을 취하는데 약 15분이 소요된다. 또한 채낚기 어선은 조업 중 다른 선박이 충돌 위험을 가지고 접근할 경우 이와 같이 적절한 피항동작 등을 취하여야 한다면 수시로 물돛을 감아올렸다 놓기를 반복해야 하므로 채낚기 조업 자체가 실질적으로 불가능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채낚기 어선은 비록 물돛이 어구에 해당하지 않지만 조업을 위해 불가피하게 설치하여야 하고, 물돛을 감아올려 적절한 피항동작을 취하는데 최소한 약 15분의 시간이 소요되며 조종성능에 제한을 받게 되므로 항법상 ‘어로에 종사하고 있는 선박’을 정의한 취지를 고려할 때 항법상 ‘어로에 종사하고 있는 선박’의 지위를 갖는다고 봄이 적절하다고 판단된다.

 

다) 항법의 적용
중앙해심은 ‘해상교통안전법’ 제38조제4항4)의 규정을 적용하였다. 즉 이 충돌사건은 시계가 양호한 너른 바다에서 ‘어로에 종사하고 있는 항행 중인 선박’인 B호는 조종불능선인 A호의 진로를 피하여야 한다. 따라서 B호는 물돛을 놓고 채낚기 조업 중이더라도 경계를 지속적이고 계통적으로 유지하다가 A호와 충돌의 위험이 발생할 경우 조업 중지에 이어 물돛을 걷어 올리고 주기관을 가동하여 A호의 진로를 피하여야 한다. 그리고 A호는 경계를 철저히 하여 B호에게 자선의 존재를 알려주는 모든 조처를 시행하여야 하고 B호가 조기에 피항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여 피항선의 동작만으로 충돌의 위험을 피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경우 개방검사 중 주기관을 신속히 복구하여 적절한 피항협력동작을 취하여야 한다.
그러나 본인은 앞서 기술한 바와 같이 A호의 항법상 지위는 ‘대수속력이 항행 중인 동력선’에 해당한다고 본 부산해심의 재결이 옳았다고 본다. 그리고 B호의 항법상 지위는 ‘어로에 종사하고 있는 선박’에 해당한다고 본 중앙해심의 재결이 옳았다고 본다. 따라서 이 충돌사건에서는 A호가 B호의 진로를 피하여야 한다고 본다.

 

라) A호와 B호의 사고 당시 등화 표시와
    항법상 지위에 대한 검토

중앙해심은 사고 당시 A호가 양현등 및 갑판 작업등과 조종불능선을 표시하는 홍색 전주등 2개를 켜고 있었고, B호가 양현등 및 집어등과 어로에 종사하고 있는 선박을 표시하는 홍색-백색 전주등을 켜고 있었기 때문에 A호는 조종불능선, B호는 어로에 종사하고 있는 선박으로 볼 수 있다고 하였다.
그러나 선박이 조종불능선 또는 어로에 종사하고 있는 선박의 항법상 지위를 가지기 위해서는 먼저 당시 사정이 이에 해당하여야 하고, 이에 추가하여 등화와 형상물을 표시하여야 하며, 등화와 형상물을 표시하였다고 항법상 지위를 갖는 것은 아니다. 또한 A호와 B호는 비록 사고 당시 각각 조종불능선 및 어로에 종사하고 있는 선박으로 인정된다고 할지라도 2척 모두 대수속력이 없는 상태이었으므로 양현등을 켜서는 아니 된다. 참고로 조종불능선 및 어로에 종사하고 있는 선박은 대수속력이 있을 경우 양현등과 선미등을 추가로 켜야 한다.
따라서 A호가 사고 당시 홍색 전주등 2개를 켜고, B호가 홍색, 백색 전주등을 켜고 있다고 해서 항법상 각각 ‘조종불능선’ 및 ‘어로에 종사하고 있는 선박’의 지위를 갖는다고 볼 수는 없다할 것이다.

 

<시사점>
○ 오징어 채낚기 어선의 항법상 지위는 법적 안정성을 위해 제도적으로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해양안전심판원은 물돛을 놓고 집어등을 켠 채 오징어 채낚기 조업 중인 어선에 대하여 중앙해심 제2003-13호(2003. 10. 21. 재결) 재결에서 항법상 ‘조종제한선’으로, 이 재결 전까지 ‘정류선’으로 판단하였다. 조종제한선으로 판단 이유를 살펴보면, 조업 중인 오징어 채낚기 어선은 항행 중에 해당하고, 물돛에 의해 조종성능이 제한되나 물돛이 어구가 아니므로 ‘어로에 종사하고 있는 선박’도 아니며, 피항동작을 자유롭게 하기 위하여 완전한 조종성능을 확보하려면 물돛을 완전히 감아올려야 하는데 10여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므로 조종이 제한된 선박으로 해석함이 타당하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이 충돌사건에서 조업 중인 오징어 채낚기 어선에 대하여 처음 ‘어로에 종사하고 있는 선박’으로 판단하였고 본인도 항법상 ‘조종제한선’에 해당하는 선박으로 나열된 선박의 작업 중 조종성능 제한 정도와 비교할 때 ‘조종제한선’에 해당할 정도로 조종성능을 제한받는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되어 이에 동의하였다. 다만 물돛을 놓고 조업 대기 중인 오징어 채낚기 어선은 물돛으로 조종성능에 제한을 받고 있는 것은 동일하나 어로작업을 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항법상 ‘어로에 종사하고 있는 선박’에 해당하지 않게 되고 ‘대수속력 없이 항행 중인 동력선’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법적 안정성을 위해 ‘해사안전법’상 ‘어로에 종사하고 있는 선박’의 정의에 ‘물돛을 놓고 어로작업을 하거나 대기 중인 채낚기 어선은 어로에 종사하고 있는 선박으로 본다’고 단서 규정을 명시하는 제도적 마련이 필요하다고 본다.


○ 시운전선의 책임선장은 조선소 직원 중 지정하고, 책임선장과 코맨더에게 각각 시운전선의 항해계획 수립을 포함한 안전한 운항업무와 시운전 검사업무를 총괄하도록 하고, 이후 시운전 중 항해계획 변경 등은 책임선장과 코맨더가 협의하여 결정하도록 책임과 권한을 명확히 규정할 필요가 있다.
‘선박안전법’ 제31조(선장의 권한)에서 ‘누구든지 선박의 안전을 위한 선장의 전문적인 판단을 방해하거나 간섭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되어 있고, 선박의 안전을 위한 선장의 고유 권한은 누구로부터도 침해받지 아니하여야 한다.
그러나 시운전선의 책임선장을 포함한 항해사와 조타수는 조선소의 운항인력용역회사 직원으로서 시운전 기간 동안만 일당을 지급하는 일용직 형태의 고용계약으로 업무를 수행하고 있으므로 조선소 소속의 코맨더에게 자신의 주장을 소신 있게 펼칠 수 없는 불리한 점이 있어 안전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할 것이다. 특히 조선소는 시운전 운항 시의 총괄지휘 책임을 자사 소속의 코맨더에게 부여하고 있으나, 코맨더는 해기사 면허 소지와는 관계없이 시운전 관련 각종 검사에 대하여 관리할 수 있는 경험과 능력을 갖춘 자 중 지명하며 해기사의 경우도 대부분 기관사 경력을 가지고 있어 항해계획 등 선박의 운항업무에 대한 지식은 부족하다 할 수 있다.


따라서 책임선장은 조선소 소속 직원 중 지정하고 책임선장과 코맨더의 책임과 권한을 명확히 규정함으로써 시운전선의 항해계획 등 안전운항과 관련하여 책임선장과 코맨더가 상호 협의하여 결정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 선장은 선박운항 중 부득이하게 조종불능 상태로 정선시켜야 할 경우 사전에 안전한 정박지에 닻을 놓아 정박시키는 조치가 필요하다. 수역이 넓고 통항하는 선박이 없는 경우 표류하며 조치를 취할 수 있겠으나, 통항선박과 충돌의 위험이 발생한 경우 신속히 주기관을 복구하고 조우자세에 의한 설정원칙과 선박책임의 원칙에 입각하여 기관과 타를 사용하여 피하여야 한다.


○ 어선에서 사용하는 프로판 가스통과 고압 용기류는 화기 또는 열기가 없는 적절히 보호된 공간을 확보하여 외부의 충격에 영향을 받지 아니하도록 설치하여야 있다.
이 충돌사건 후 ‘어선설비기준’ 제139조(액화석유가스설비) 중 용기의 고정설비 및 설치장소와 관련하여   ‘노출갑판상 또는 집어등(LED 집어등을 제외한다) 바로 아래 등 열기가 있는 직사광선을 받지 않는 장소에 설치할 것. 다만 용기보호용 차양막 또는 보호용캡의 설치 등 직사광선을 받지 않도록 조치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한다’고 개정하였다.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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