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부터 코로나와 함께 살아가는 위드 코로나(with corona)가 시작된다. 그래도 괜찮을까? 기대 반 걱정 반이다. 콤파스 회원들의 근황이 궁금하다. 무탈과 평안하길 빌며, 장기 휴업 중이던 콤파스도 속히 열려 회원들을 다시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생각은 삶을 바꾸고 한 걸음 나아가게 만드는 힘이다” 모든 것은 우리의 생각에서 나오며, 우리의 생각이 세상을 만든다. ‘생각을 바꾸는 생각들’은 맨체스터 경영대학원 명예교수 비카스 샤가 현시대의 세계적 지성들의 생각을 집대성하여 수록한 ‘생각 경제학(Thought Economics)’ 프로젝트를 한 권으로 엮은 책이다. 그는 현시대의 가장 중요한 문제에 대해 질문하고 그들의 생각을 정리하여 다양한 사고방식과 아이디어와 함께 우리의 사고와 영감을 일깨워주는 차원 높은 경험을 하게 했다. 기업가이자 사회사업가이기도 한 비카스 샤는 비즈니스 및 경제 부문에서 공로를 인정받아 대영제국훈장과 BBC와 파이낸셜타임스가 공동수여하는 웨비상을 수상했다.


요즘 우리는 코로나19로 인해 집에 갇혀 자아를 탐색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우리에겐 회복탄력성과 희망이 절실하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모든 영역에서 불안정과 불투명이 높아진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솔직하고 열려 있는 대화를 통해 최대한 다양한 지식과 의견을 받아들이는 마음가짐이다. 이들 영역에 나타나는 현상들은 우리의 생각 즉 인식 활동의 소산이다. 생각 경제학이라 네이밍(naming)한 까닭도 세계를 창조하는 것이 우리의 생각, 아이디어, 관념 등이기 때문이라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정체성-우리 자신에 대한 질문
우리는 인생 여정에서 정체성을 찾아 헤맨다. “도대체 나의 정체성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매일 자신에게 던지며 살아간다. 영국의 문화평론가 앤서니 아피아는 “우리는 주로 다른 사람이 붙여준 꼬리표에 따라 자신의 정체성을 이해하고 또 이에 따라 자신이 어떻게 행동할지를 결정한다”며, 정체성 자체보다 정체성에 대한 우리의 인식이 양극화, 성차별 등 사회문제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인도의 명상가 사드구루는 생명(life)과 살아있음(aliveness)이 어디에서 왔고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를 설명하며, 개인의 감수성과 통찰력의 깊이에 따라 삶의 차원이 달라진다고 말했다. 세계적인 행위예술가 아브라모비치는 “아침에 일어나면 삶의 목적이 무엇인지 스스로 물어야 한다” 이는 우리가 존재할 중요한 질문이기 때문이다. 인생은 기적이다. 행복해지려면 언제든 죽음이 찾아올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하며, 죽음을 받아들이면 매 순간이 소중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고 말했다. 인류학 연구에 따르면, 예술이 언어보다 먼저 나타났다고 한다. 예술은 우리 삶에 필요하며, 우리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다. 교육이라는 단어의 어원은 마음에 이미 있는 것을 키우고 끄집어낸다는 라틴어 ‘educare’에서 비롯됐다. 교육은 사람들에게 내재된 잠재적인 통찰력, 창의성, 호기심, 감추어진 능력을 더 높은 의식 상태로 이끌어내는 것이어야 한다. 정체성이란 존재와 세계를 이해하는 맥락이 뒷받침될 때 진정한 의미를 가진다. 예술은 비선형적인 답을 숙고하고 탐색하고 제시할 수 있는 영역으로 사람들은 예술에서 심오한 감성을 느끼며 이러한 감성은 인간의 정체성을 설명하는 본질이다.

 

문화-우리의 삶을 구성하는 것들
인간과 문화는 분리할 수 없다. 인간은 문화라는 배경 속에서 태어나고 생활하기 때문이다. 문화는 어떤 단편적인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을 아우르는 총합체다. 인간은 스토리텔링 하는 종족이다. 집단 정체성이 진화하는 데에도 ‘우리는 누구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만들고 전하는 행위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미국의 컴퓨터 과학자 에드윈 캣멀은 “스토리텔링은 사람들 간에 소통하고 정보를 전달하는 기본적인 방법”이라 했고, ‘파이 이야기’ 작가 얀 마텔은 스토리텔링이 우리를 하나로 묶는 접착제라고 표현했다. 훌륭한 글의 조건을 묻는 물음에 미국의 시인 마야 안젤루는 인간과 삶에 대해 있는 그대로 말하는 진실성이며, “시는 우리의 삶을 어떻게 고양하는가?”라는 질문에도 사랑의 황홀함, 상실의 고통, 절망의 심연을 경험하면서 비로소 시에 강력한 힘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고 답했다. 영국의 시인 조지 포엣도 사회를 변화시키는 시의 힘이 진실성에 있다고 말했다. 시는 세상을 바꾼다. 시는 다른 문화들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공존한다. 언어로 만들어진 문화적 인공물이지만 특유의 운율을 가진 덕분에 특히 음악과 연결된다. 시야말로 문화의 정수다.


영화는 상품이자 예술이다. 영화에는 감상자의 감정을 자아내고 추억을 생성하는 정서적 효과가 있다. 이런 영화의 힘 때문에 관객은 흥분하고 감동하고, 자신과 비슷하거나 닮고 싶은 등장인물에게 감정이입을 한다. 사진도 독특한 느낌을 전달한다. 문자언어와 마찬가지로 이야기를 들려주는 시간과 공간의 한순간을 포착한다. 사진기법(photography)이라는 단어가 그리스어 빛(phos)과 글쓰기(grapho)에서 유래한 연유이다. 인간이 세상을 이해하려면 이미지라는 사진 같은 매개물이 필요하다. 음식은 어떻게 문화가 되었을까? 음식은 우리의 영양공급원이면서 자연, 문화, 영성과 연결되어 있으며, 심미적 대상이자 예술의 한 영역이기도 하다. 프랑스의 미식가 사바랭은 “당신이 무엇을 먹는지 알려주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음식은 인간과 자연의 연결고리다. 식탁에는 인간의 특성이 집약되어 있으며, 세상에서 가장 문화적인 공간이다. 예술은 의미를 추구하는 행동이고, 문화는 우리 인생을 둘러싼 울타리이며, 그 안에서 만물을 이해할 수 있도록 시야를 밝혀주는 렌즈이다.

 

리더십-우리의 힘을 모으는 비전
리더가 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이며, 이 시대에 필요한 리더십은 무엇인가? 미국 육군 스탠리 매크리스털은 리더의 가장 중요한 역할을 동료와 서로 협력함으로써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합동참모부 의장 리처드 마이어스도 좋은 리더의 조건으로 설득과 협력을 꼽았다. 진정한 리더십은 가치 있는 목표를 향해 구성권과 함께 가고자 그들을 이끄는 것을 말한다. 훌륭한 리더에게는 동정심, 공감능력, 용기가 필요하다. 스무살도 채 되지 않은 스웨덴의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에게 지위나 권력도 없었으나 동정심과 공감능력 무엇보다 용기가 있었다. 리더에게는 카리스마 못지않게 진정성도 중요하다. 진정성이란 직관, 공감, 감성 지능을 통해 구성원들과 소통하고 그들의 생각, 걱정, 욕구를 이해하는 능력이다. 협상할 때 상대방을 이기기보다 목표달성에 집중하고, “내가 저 사람이라면 내게 무엇을 기대할까”를 먼저 생각한다고 미국프로농구 댈러스 구단주 마크 큐반이 말했다. 리더는 미래를 향한 대담한 비전을 수립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함께 같은 방향으로 움직여야 한다. 사람들이 외부 세계의 변화와 보조를 맞출 수 있도록 기회를 주고, 권한을 위임하고, 동기를 부여해야 한다. 역지사지로 상대방을 존중하고 조직원을 신뢰하여 분열에서 화합으로 이끌어야 한다. 리더는 물론 우리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고 필요한 자질은 위기관리 능력과 회복탄력성이다. 누구나 실패할 수 있고, 처참히 실패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리더는 불충분하고 불완전한 정보만 가진 상황에서도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 영국의 경영컨설턴트 리처드 슈레프는 위기상황에서 올바른 결정을 내리는 능력은 훈련과 경험을 통해 개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모름지기 리더라면 자신의 역량을 냉정하게 평가하고 끊임없이 배우려는 자세로 자기개발을 해야 한다.

 

기업가 정신-세상을 변화시키는 힘
기업가는 항해사다. 순풍과 역풍이 부는 경로를 알아야 한다. 기업가정신은 위험을 감수하고, 영역을 확장하며,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다. 또한 독자적으로 사업을 운영하며 자신이 가야 할 방향을 정하고 길을 개척해야 한다.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파악하여 함께 일할 팀을 꾸려 시장의 틈새를 찾아내고 이를 비즈니스로 키워내는 능력을 지녀야 한다. 나아가 상상력, 꿈, 과단성, 희생정신, 열정을 펼쳐 사회에는 일자리를, 자신과 동료에게는 부를, 국가에는 번영을 창출하는 것이다. 제너럴일렉트릭 최연소 CEO 잭 웰치는 “기업가에겐 특유의 정신과 DNA가 있다. 아이디어를 성공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오르막이든 내리막길이든 상관없이 세상 끝까지라도 밀고 가는 사람이 기업가다”라고 말했다. 기업가는 과정을 즐길 수 있어야 하고, 실패나 역경에도 익숙해져야 한다는 것이 소셜미디어 기업가 게리 바이너첵의 주장이다. 패션 브랜드의 디자이너 도나 카란도 “나는 늘 해보지 않은 것들을 하고 싶다. 영감은 항상 어디에나 있다. 자연은 항상 나에게 창조적인 영감을 준다”고 술회했다. 중국 바이두의 로빈 리 역시 기업가적 아이디어는 어디에서나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각종 문제점, 장애물, 비효율성이 어디서 비롯되는지 고민하다 보면 기발한 아이디어가 툭 나온다는 것이다. “한밤중에 친구와 대화하다가도 돌연 유레카를 외치는 순간이 올 수 있다” 인도의 빌 게이츠라고 불리는 나라야나 무르티는 용기와 더불어 중요한 것은 긍정과 희망이라며, 위험을 감수하고 남들이 덜 가거나 가지 않은 길을 걷더라도 긍정적이고 낙관적이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미국의 패션 디자이너 토리 버치는 탁월한 기업가에겐 무엇보다 혁신을 향한 비전을 실행에 옮기는 열정과 함께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능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제와 사회에서 기업가의 역할은 무엇인가? 타임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있는 100인’에 이름을 올린 아프리카연합은행의 회장 토니 엘루멜루는 아프리카 자본주의를 경영원칙으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아프리카자본주의란 경제적 번영과 함께 사회적 부도 창출할 수 있는 장기적 벤처투자를 통해 기업의 성장을 추구하는 자본주의를 뜻한다. 그는 주주 이익과 사회적 가치에 똑같은 비중을 두고 기업을 운영한다며, 기업과 지역사회가 공생하는 관계라고 설명했다. “기업가는 사회에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하고 기업가들이 그렇게 할 수 있도록 권장하는 사회적 분위기도 중요하다” 기업가로서 인재를 육성하고, 통찰력을 공유하며, 필요한 분야에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 영국의 투자가 리처드 브랜슨의 주장이다. 기업가는 아이디어의 힘으로 사회발전에 기여하고, 일자리를 창출하고, 위험을 감수하고 세계를 변화시키는 능력을 발휘함으로써 청소년의 롤모델이 된다.


기업가정신에서 자선활동은 어떤 의미일까? 빌 게이츠와 워런 버핏 같은 기업가들은 사후나 생전에 재산 대부분을 사회에 환원하기로 약속하는 더기빙플레지(The Giving Pledge) 운동을 주도하고 있다. 우리의 생각이 곧 우리 자신이며, 그것이 이 세상을 형성한다. 기업가란 자본, 지식, 도구, 인프라 등 모든 자원을 토대로 아이디어를 유무형 자산으로 변환한 다음 이를 사회와 문화에 녹여낼 수 있는 사람이다. 전자상거래회사 대표 마이클 오토는 자선활동에서 근본적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장기적 관점과 선순환을 중시했다. “장기적 사회변화를 원한다면 기부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개인적인 기부활동을 넘어 다양한 사회공헌 프로젝트에 참여해야 한다. 또한 사회공헌 프로젝트가 단순히 좋은 일에 그치지 않고 사람들의 인식을 변화시키는 모멘텀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차별-타인의 눈으로 보는 세상
오늘날 빈곤은 어떻게 다루어지는가? 영국의 정치평론가 해리 스미스의 회고다. “1920~30년대에 경험한 빈곤은 지금보다 훨씬 더 고통스러웠다. 가난한 사람들은 굶주림에 시달렸고, 의료보험제도도 없어 비싼 치료비를 감당할 수 없어 병에 걸리면 그냥 죽음을 기다려야 했다. 지금은 비록 극심하지 않지만, 빈곤이 우리 주변에 흔히 볼 수 있어 빈곤의 고통이 영원히 끝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든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행동에 나서야 하고, 정치가 바뀌어야 한다. 무엇보다 유권자로서 권리를 행사하기 위해 투표장에 나가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반면에 홈리스를 지원하는 언론인 조 버드는 사회보장제도의 취지가 힘든 시기를 이겨내고 일자리를 다시 찾을 수 있도록 교육기회와 기본생계를 지원하는 것이었다며, “오늘날 사회보장제도는 필요한 것을 손쉽게 얻을 수 있는 저장고처럼 취급되고 있다. 오히려 정부는 이들이 새로운 기술을 배우거나 기업가가 되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기회를 앗아갔다”고 말했다.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바꾸기 위해서는 강제적인 법규의 실행이 아니라 실질적이고 긍정적인 경험을 심어주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장애인 농구선수이자 장애인 올림픽위원장 필립 크레이튼은 장애(disability)라는 단어도 능력(ability)과 없음(dis-)을 나타내는 부정적인 의미가 있어 부적절하다고 주장한다. 그는 장애인이라는 말을 들으면 자신도 모르게 장애가 의식되었다며, 스스로 운명을 결정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장애에 대한 생각을 떨쳐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인류에게 인종차별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는 인종 간의 차이가 있다는 발상은 상대를 착취하는 자들의 머릿속에서 나왔다며, “인종차별이란 개념은 없다. 인종차별 행위가 있을 뿐이다”라고 주장했다. 남아프리카 대통령으로 인종차별정책인 아파르트헤이트를 철폐하고 보편적 참정권을 도입하여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프레데릭 데 클레르크는 식민지시대에 아파르트헤이트를 정점으로 인종차별을 유발한 원인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아프리카어로 분리를 의미하는 아파르트헤이트는 각 지역의 민족이 자기 지역을 개발하도록 장려한다는 ‘인종별 분리의 발전’을 추진하는 백인들의 강력한 주장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러나 각 자치구의 영토가 거주자에 비해 너무 작아 자치구를 떠나 떠돌던 흑인들은 점차 백인 경제에 편입되어 노동력을 착취당했고, 백인 거주 구역의 흑인들에게 어떠한 정치적 권리 조항도 만들어주지 않아 흑인들이 이 정책을 격렬히 거부했다” 홀로코스트 생존자 이비 닐은 “살아남은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은 죽었는데 왜 우리만 살아남았을까’라며 죄책감에 시달려야 했다”고 회상했다. 또한 아우슈비츠 이야기를 공유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를 “비인간적 차별문화가 초래하는 최종결과가 무엇인지 알리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들과 우리라는 이분법적 문화가 계속 힘을 얻도록 방임해선 안 된다”며, 차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어야 차이가 차별을 정당화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칼럼리스트 로라 베이츠도 모든 사람은 성별에 상관없이 동등하게 대우받을 자격이 있다며, 여성도 남성과 똑같이 경제적, 사회적, 정치적 평등을 누릴 권리가 있다는 믿음이 페미니즘의 기본정신이라고 말했다.

 

성차별은 여성 문제가 아니라 인권 문제이며, 남성을 비방하거나 여성을 희생양으로 그리자는 것이 아니라 현실적 개혁주의자로서 여성 혐오의 편견을 깨트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실적 개혁주의자란 희망이 있기에 행동하지만, 이유 없이 희망을 품거나 걱정하지 않는 사람, 혹은 극단적 세계관에 부단히 저항하는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온라인에서 이루어지는 폭력은 근절될 수 있는가? 요즘 인터넷은 욕설과 차별이 난무하는 공간이 되었고, 특히 소셜미디어 플랫폼은 온갖 혐오를 쏟아내는 게시물로 범람한다. 방송인 데이비드 바디엘에 의하면, “온라인 생활은 오늘날 우리 삶에서 엄청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사람들은 온라인 상의 폭력적 형태가 현실세계와는 아무 관련이 없다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지만, 온라인 언어폭력은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소셜미디어에서 표출되는 분노와 대립이 이미 실제의 삶과 현실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인류는 역사상 어느 시기보다 더 많은 기회와 부를 갖게 되었지만, 한편으론 극심한 차별화와 양극화로 인해 벼랑 끝에 내몰린 사람이 더 많아졌다. 차별철폐는 사회문화적 문제일 뿐 아니라 정의의 문제이기도 하다. 미국에서 가장 신뢰받는 언론인으로 불린 월터 크롱카이트의 말을 인용하면, “약간의 자유란 없다. 우리는 완전한 자유를 누리거나 자유가 전혀 없거나 둘 중 하나만 가능하다”

 

갈등-전쟁과 평화 그리고 정의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은 죽은 자만이 전쟁의 끝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안타깝게도 전쟁이 시작되거나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을 때에야 비로소 갈등 해결과 화해의 메커니즘이 작동하는 경우가 많다” 30년에 걸친 북아일랜드 유혈분쟁을 성금요일협정 타결로 끝낸 아일랜드 전 총리 버티 어헌의 말이다. 지구상에 전쟁과 갈등이 상존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무슬림 여성 최초의 노벨평화상 수상자 이란의 시린 에바디는 인간이 벌이는 전쟁행위의 밑바탕에는 이익을 추구하는 본성이 깔려 있다며, “많은 경제 위기가 전쟁을 통해 해결되었다는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다. 단지 더 부유해지려는 부자들의 이기심 때문에 너무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고 있다”고 개탄했다. 폴란드 민주화의 영웅 레흐 바웬사도 과거에는 영토와 세력을 키우기 위해 갈등을 빚고 전쟁을 벌였으나 지금은 지역간 갈등을 유발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 불균형 발전으로 인한 경제적 격차이므로 이를 해소할 수 있다면, 갈등의 위험이 현저히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시민운동가로 국제지뢰금지운동을 주도한 조디 윌리엄스는 전쟁과 분쟁의 이면에는 거의 예외 없이 돈과 권력이 얽혀 있다고 언급했다. “분쟁과 갈등은 정치, 경제, 사회 영역의 다양한 요인들로 인해 발생한다. 인종과 종교는 전쟁에서 대중을 선동하는 도구로 사용된다. 상대편을 그들로 규정하고 우리보다 못한 존재로 보이게 하여, 전쟁에서 목숨을 거는 것을 가치 있는 것으로 받아들이게 한다” 유엔 인권고등판무관 제이드 알 후세인은 “오늘날 무력분쟁의 대부분은 심각한 인권유린에 뿌리를 두고 있다.

 

모든 갈등은 권력자들이 국민의 기본권을 무시하고 저지르는 수탈행위가 근본원인이다”라고 말했다. ‘분쟁과 폭력은 정당화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레흐 바웬사는 어떤 상황에서도 폭력은 옳지 못하다고 단언한다. “하지만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다른 사람을 죽여야 하는 상황이 있을 수 있다는 건 이해한다. 우리는 사람들이 그런 선택을 할 필요가 없는 안전한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그들을 도와야 한다는 점에서 책임이 있다”고 덧붙였다. 인간의 본성이 분쟁과 전쟁의 일부 원인이라는 주장은 논란의 여지가 있으나 인간에겐 쉽게 갈등을 일으키는 본성이 있으므로 사회라는 구조로 쌓아 올린 유대감과 문화를 통해 원시적 본능에 맞서는 노력이 필요하다. 사회가 평화롭게 유지되기 위해서는 인간 본성의 한 측면을 외면하거나, 갈등과 폭력이 정당화될 수 없다는 것을 주장하지 못할 만큼 나약해서도 안 된다. 우리는 평화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제이드 알 후세인은 진정한 평화를 구축하려면 감정적 회복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화합은커녕 분열의 골이 더 깊어지고 고착화할 것으로 진단했다. 레흐 바웬사도 “평화 운동에서 종교는 사람들을 하나로 묶어 주었다. 음악, 예술, 종교, 문화가 사람들이 함께 뭉치고 생각과 감정을 공유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버티 어헌은 “유엔개발계획(UNDP)처럼 몇 세대에 걸쳐 규모를 키워온 다자간 조직을 높이 평가한다. 갈등 해결을 위해 각 조직이 서로 협력하고, 정부와 비정부기구의 다자간 연결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남아프리카 최초의 흑인 대통령 넬슨 만델라가 오래 기억되는 이유는 화해와 용서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사실 모든 남아공 국민이 만델라의 정책에 동의한 것은 아니다. 자신의 가족과 친구, 동족을 죽인 사람을 용서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홀로코스트 생존자 에바 코르는 생전에 나치대원이던 요제프 멩겔레를 용서하며 화해의 메시지를 세상에 전했다. 그녀는 울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들이 용서받을 자격이 있어서가 아니라 내가 용서할 자격이 있어서 용서한다” 용서는 자기를 치유하고 자기주도권을 회복하는 행위이다. 아일랜드의 작가 오스카 와일드도 “용서만큼 적을 괴롭히는 것이 없으니 적을 용서하라”고 말했다. “평화로운 세상을 위해 다음 세대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레흐 바웬사는 “다음 세대를 생각할 때, 대중의 인기에 영합하려는 포퓰리스트들이 대거 권력을 잡을 경우가 가장 우려된다. 우리는 뒤를 생각하지 않고 마음대로 행동하는 선동가, 소위 지도자라는 사람들과 싸워야 한다”고 답변했다. 유엔 외교관이자 핀란드 대통령 마르티 아티사리도 “상황을 제대로 분석하되 그 이면에 감춰져 잘 드러나지 않는 진실까지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포퓰리즘은 이러한 접근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걱정스럽다”며, 젊은 세대는 지금 세대보다 훨씬 현명한 선택을 하리라는 희망을 품고 산다고 말했다.

 

난민에 대한 도덕적 의무에 대해서도 난민 출신 유럽난민망명위원회 사무총장 캐서린 울라드는 길게 설명했다. “1951년 난민지위에 관한 협약과 1967년 난민지위에 관한 의정서는 박해를 피해 탈출한 사람들에게 피난처를 제공하고 보호해야 할 의무를 명시하고 있다. 유럽 내에서는 그 의무가 유럽연합공동망명정책(CEAS)에 성문화되어 있으며, 이는 회원국 및 관련 비회원국이 난민의 수용, 그들에게 부여할 권리, 입국시 차후 절차, 망명신청권 등과 관련하여 준수해야 하는 기준을 설정하고 있다. 여기에는 공정한 망명절차의 권리와 가족상봉의 권리도 포함되어 있다” 이민자 인권을 위한 유엔특별보고관으로 일했던 프랑수아 크레포도 이주자들이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상황을 감안하여 그들을 위해 대신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호소했다. 컬럼비아대 총장 조지 럽은 “미래의 시급한 과제는 국경없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인류 차원에서 강력한 인권수호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져야 하고, 함께 협력하며 포용하는 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주의-2,500년간의 권력실험
‘민주주의란 무엇인가?’ 그리스의 정치인이자 철학자 야니스 바루파키스는 “민주주의는 개체의 총합이 아니라 변증법적 대화다. 개인들의 생각, 열정, 아이디어가 서로에게 반영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프랑크 발터 슈타인마이거 독일 대통령은 2차 세계대전 종전 기념식에서 이렇게 연설했다. “1945년 우리는 해방되었다. 오늘날 우리는 민족주의라는 새로운 유혹에서 벗어나야 한다. 권위주의에도 빠지지 않아야 하고, 불신, 고립주의, 국가간 적대감도 경계해야 한다. 혐오와 혐오성 발언, 외국인 혐오, 민주주의의 경멸은 기존의 악이 새로운 탈을 쓴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권력은 통합적인 사회구조를 만드는데 필수적 요소이지만, 권력을 과도하게 행사하고 축적하려는 인간의 고질적 성향에 의해 20세기에만도 전쟁과 탄압의 형태로 2억명이 넘는 목숨이 희생되었다. 미국 하원의원 테드 리우의 말에 의하면, “민주주의란 국가가 나아갈 바람직한 방향을 결정하는 최종 결정권이 국민에게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법치를 따르고 개인의 권리를 철저하게 보호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이 민주주의의 핵심 원칙이라는 것이다.


프랑스 철학자 장 피에르 페이는 극우와 극좌가 정치 스펙트럼의 양극단에 있지 않고, 오히려 포퓰리즘을 표방한다는 점에서 서로 닮았다고 주장했다. 영국의 언론인 앨러스테어 캠벨도 지난 25년간 유럽의 언론과 정치인들은 조직적으로 위기의식을 퍼뜨려 대중을 현혹했다며, “사람은 두려워하기는 쉬워도 낙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지금 정치는 우파 대 좌파가 아니라 오히려 반체제 대 체제, 포퓰리스트 대 엘리트의 대결구도로 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벨기에 총리였던 기 베르호프스타트은 “포퓰리즘 정치인들은 이른바 간단한 해결책을 내세워 모든 사람의 문제를 신속히 해결하겠다고 약속한다. 세계화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권리를 박탈당하고 소외되었다고 느끼는 사람들은 이처럼 빠른 해결책을 제시하는 정치인들이 등장하면 그들을 믿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화를 걱정하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하지만, 그 대응책은 담을 더 높게 쌓는 보호무역주의가 아니라 모든 사람을 이롭게 하는 대안적 세계화를 추구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민주주의에서 국민의 정치참여가 중요한 이유를 프랑스 대통령 샤를 드골은 “정치는 너무 중요한 것이어서 정치인에게만 맡겨놓을 수 없다”고 말했다. 나토 총사령관이던 제임스 스타브리디스가 말하기를, “민주주의라는 안전망이 없으면 국민은 정치에 참여할 수 없고 여러 권력과의 균형도 이룰 수 없게 된다.

 

민주주의는 권력이 덜 집중되도록 해주며, 권력이 더 평등하게 국민에게 공유될 수 있도록 해준다”고 말했다. “민주주의는 다른 모든 정부체제에 비하면 가장 덜 나쁜 체제다”라는 윈스턴 처칠의 말도 곱씹어 볼 만하다. 민주주의에서 권력이 집중되거나 남용되지 않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 법치다. 미국의 법학자 수잔 허먼은 테러리스트 색출을 명분으로 온갖 종류의 그물을 설치하려는 의회와 대통령의 유혹에 넘어가 많은 자유를 포기했다며, “더 안전해지기 위한 우리의 선택은 수정헌법 제1조에 명시된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 집회의 자유 등을 모두 훼손하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주장했다. 민주주의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이미 세계는 2,500년 넘게 민주주의를 실험해 왔다. 현재의 인류문명이 채택하고 있는 민주주의야말로 권력의 관리와 분배 방식에 있어서 다수의 합의에 도달한 최초의 민주주의다. 지금 우리 세계는 민주주의의 탈을 쓴 권위주의자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음을 경계하고 진정한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수호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참다운 민주주의를 원한다면 정치에 대한 냉소적인 시선을 멈추고 적극 참여하되, 그 과정이 교육에서 시작해 문화로 귀결돼야 한다. 그리고 시민들이 민주주의의 기회와 절차를 더 잘 이해해야 함은 물론, 무지와 독단보다 관용, 평화, 번영, 인간의 존엄성을 중시하는 문화를 지향해야 한다.
추수감사절이 들어있는 11월. 행복은 감사로부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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