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최고법원 ‘항해계획 결함은 불감항’ 판결 선주책임 확대


영국의 최고법원이 11월 10일,  2011년에 중국의 샤먼 앞바다에서 발생한 CMA―CGM 보유 대형 컨테이너선박 ‘CMA-CGM LIBRA’ 좌초의 사고책임을 둘러싼 재판에서 선주 측의 상고를 기각함으로써 화주 측의 승소가 확정됐다.


판결은 ’승조원이 작성한 항해계획의 결함이 사고의 원인이며, 불감항(선박이 안전하게 항행할 수 있도록 할 능력이 없는 상태)에 상당하다는 결론이다.


선주인 CMA―CGM가 항해계획의 리스크를 조사, 분석하지 않은 것이 문제시된 것이다. 이번 판결에 따라 많은 지배선을 포함해 대형선주들의 항해계획의 리스크 분석작업 부담이 증대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판결은 해운업계가 주목할만한 중요한 내용을 담고 있다. 주의 의무와 감항성(선박이 안전하게 항행할 수 있는 능력에 대한 법적인 원칙이 항해계획에도 적용된다는 것을 확인시켰기 때문이다.


승소한 화주 측의 영국 로펌인 Clyde&Co는 같은 날 성명을 통해 판결의 의의를 이와같이 강조했다. 더불어 이번 판결이 해도를 항상 최신상태로 유지하고(선원에게 임시・예비적 통지 포함) 출발 전에 신중하고 적절한 항해계획을 수립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외신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번 판결은 선박관리 실무의 재검토를 요구하는 것으로 볼 수 있어 선주들에게 매우 엄격한 판결로 지적되고 있다.


2011년에 좌초한 1만 1,388TEU급 컨테이너선인 ‘CMA-CGM LIBRA’는 당시 CMA―CGM가 오너 오퍼레이터로서 선박보유와 선박관리, 운항을 담당했다. 판단은 선주인 CMA―CGM와 컨테이너화물의 화주간 공동해손(GA) 비용분담을 둘러싼 논쟁이 진행돼온 사안의 결론이다.


2019년 봄에 있었던 제 1심 해사법정과 2020년 3월의 제 2심 항소원에서 화주 측이 승소했고, 이에 선주인 CMA―CGM가 최고법원에 상고했다.


쟁점이 된 ‘항해계획’은 선주와 관리회사가 정한 안전관리 매뉴얼을 기반으로 해 승조원(선원)이 수립한 플랜이다. 위험구역과 항행금지구역을 확인한 뒤에 출발지에서 목적지까지 최적의 항로와 스케줄을 설정하게 된다.


과거 좌초사고를 둘러싼 분쟁에서 비안전항의 재판과 선장의 과실 등 초점이 되는 경우가 많아 항해계획의 적절성이 사고원인이 될지를 따지는 재판은 거의 없었다.


이번 판결의 대상인 좌초사고는 2011년 5월 샤먼항에서 출항시 발생했다. CMA―CGM는 GA를 선언하며 GA비용은 샐비지 비용 950만달러를 포함해 총 1,300만달러를 넘었다.


화주의 90%는 GA분담금을 지불했지만 Clyde&Co가 대리한 10% 미마는 사고 원인에 대해 ‘항해계획 결함’에 의한 본선의 불감항‘이라고 주장하며 GA비용의 분담을 거부했다. 이에따라 CMA―CGM가 GA비용 미지금분 80만달러의 분담을 요구하며 제소했다.


’CMA-CGM LIBRA‘호는 좌초시 해상표지판이 설치된 항로근처 외곽을 항행 중이었다. 사고 5개월전 영국 수로부가 발행한 수로통보는 샤먼항에의 항로주변에 얕은 물이 많이 있다고 경고하고 있지만, 이 배의 항해계획은 위험성이 있는 얕은 수역을 기록하지 않았다.


Clyde&Co에 따르면, 최고법원은 제1심과 제2심의 판결을 지지하면서 ’항해계획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결함이 있는 항해계획으로 항해를 개시한 경우 선박은 불감항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결했다.


선주의 주의 의무를 둘러싸고 CMA―CGM 측이 ‘항해개시 전에 적절한 항해계획 작성에 필요한 지시와 해도, 항해용출판물 등을 선박(선장과 승조원)에 제공해 선주는 주의의무를 다했다’고 주장했지만 최고법원은 이를 ‘기발하고 불건전한’ 주장이라고 보았다.


문제가 된 항해계획의 적절성에 대해서는 “이번 판결은 해상운송인(선주 등)이 부담하는 감항성 담보의무에는 선박의 강도 등 물리적인 건전성 뿐만 아니라 항해계획을 포함한 각종 규제에 따라 작성이 요구되는 서류의 적절성이 포함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해난사고의 운송인 책임에 대해서는 국제조약인 헤이크 비스비룰의 ‘항해과실면책’에 기반해 선원이 조선 실수에 의한 사고, 즉 내비게이션 에러(항해상 과실)의 경우에는 카고 클레임을 제기해도 면책이 된다.


그러나 선박이 불감항인 경우는 기본적인 항해과실을 주장해도 면책이 인정되지 않는다. 이에따라 항해계획의 결함이 불감항에 해당한다고 본 이번 판결은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것이다. 앞으로 해난사고 건에서 항해계획의 적절성이 한층 더 추궁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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