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대폭 완화됐다. 위드 코로나가 시작된 것이다. 그토록 성가셔 거리를 두고 싶었던 코로나와 동거하게 되었다. 과연 바이러스와 잘 지낼 수 있을까? 방심은 금물이다. 장기 휴업 중인 콤파스도 코로나가 창궐하지 않는 한, 신년 교례회와 함께 새해 1월부터 다시 열기로 했다. 계획대로 성사되어 회원들을 반갑게 만났으면 좋겠다.
2021년 연말, 여야의 대선 후보가 결정되자 정치권은 촉각을 곤두세우며 표심을 좇느라 분주하다. 바야흐로 선거전이 시작되었다. 이제 선택은 국민의 몫이다. 우리의 결심 여하에 따라 대한민국의 미래도 결정될 것이다. 어수선한 세모, 한 해를 보내며 읽은 책은 요시 셰피의 ‘뉴 애브노멀(New Abnormal)’이다. 규범을 벗어난 새로운 변이란 무엇일지 궁금했다.

 

저자 셰피 교수는 미국 MIT의 엔지니어링 시스템학과장 및 운송물류연구센터 센터장으로 기업 리스크 분석과 서플라이 체인 관리, 시스템 최적화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다. 현실적이고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물류사업체를 성공적으로 설립 운영한 기업인이기도 한 셰피 교수는 세계를 아우르는 주요 기업과 정부 기관의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세계경제포럼의 글로벌 어젠다 및 기업 리스크 관리도 자문하고 있다. 그는 코로나19가 사람들의 삶과 생활, 그리고 세계 경제에 엄청난 파장을 일으키며 공급업체와 운영업체, 소비자에게 큰 영향을 미치자, 사람들은 서플라이 체인의 가치를 인정하고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얼마나 힘써야 하는지 분명히 깨닫게 되었다고 썼다. 또한 코로나19가 팬데믹이 되어 세계적으로 충격을 주며 비즈니스 리더와 서플라이 체인 경영자에게 엄청난 도전을 안기고 있어, 거센 폭풍이 지나면 결국 어떤 기업은 무너질 것이고, 어떤 기업은 살아남을 것이고, 또 어떤 기업은 번창할 것으로 내다보았다.

 

무슨 일이 있었나-코로나 팬데믹
2019년 가을 무렵 1,100만명이 거주하는 중국 우한의 농수산물 재래시장에서 동물로부터 사람으로의 새로운 바이러스 점프가 일어났다. 코로나19의 등장이다. 바이러스 점프란 어떤 바이러스가 하나의 종으로부터 종족 간의 장벽을 뛰어넘어 다른 종으로 옮겨가는 것을 말한다. 우한에는 봉쇄조치가 취해졌고, 피해는 극심했다. 지역경제가 흔들렸고, 공포와 고통, 죽음이 수백만명에게 트라우마를 남기며 들풀의 불같이 번지는 팬데믹이 되어 지구촌을 휩쓸었다. 미국에서는 코로나 환자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나 수많은 생명이 죽어가자, 정부는 2020년 3월 휴업과 자택대기 명령을 내려 기업과 고용에 커다란 손실을 안겨주었다. 두 달도 안 되어 3,600만명 이상의 미국인이 실업수당을 신청했고, 공식적인 실업률은 14.7%로 치솟았다. 140억달러 규모의 자동차 전자제품 공급업체 앱티브의 CEO 케빈 클라크는 “코로나19가 세계 차량생산에 미치는 영향은 어떤 불황 시나리오보다 갑작스럽고 가혹하다”고 한탄했다. 포드자동차의 CEO 짐 해켓도 도저히 믿을 수 없다며, “우리는 전원을 꺼버리는 스위치가 있는 줄도 몰랐는데, 아예 전원을 꺼버리게 되었다”고 경악했다. 팬데믹 공포는 공황구매를 불러와 생필품들이 상점의 진열대에서 증발했고, 언론은 공포의 슈퍼 전파자가 되어 나쁜 정보를 나쁜 바이러스보다 더 빠르게 살포하였다. 오해의 소지가 있는 하나의 이미지, 영상, 트윗이 순식간에 수백만명의 마음을 감염시켰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이토록 급속도로 퍼진 원인은 WHO도 부인했던 무증상 감염이었다. 무증상 환자에 의한 감염이 일어나지 않았음을 확신하기 위해서는 역으로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는 증거를 부지런히 찾아보았어야 했는데, 이런 노력이 부족했다. 훌륭한 과학적 추론의 핵심은 타당성이 아니라 부당성에 있다는 것이 ‘검은 백조’의 교훈이다. 이렇듯 방역 당국의 섣부른 ‘증거 없음’ 추론이 지역사회로의 팬데믹 진입과 조기 확산을 막지 못한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서플라이 체인의 마비-팬데믹 대처

서플라이 체인은 천연자원의 생산과 제품제조, 운송, 소매업을 통해 인간의 삶에 필요한 제품을 전달하는 경제 네트워크다. 코로나19는 세 가지 범주에서 지속적인 서플라이 체인을 마비시켰다. 첫째, 팬데믹으로 인한 감염 발생과 정부의 봉쇄조치 및 시설폐쇄로 공급이 마비되었다. 둘째, 실업과 폐쇄로 인한 사람들의 니즈와 욕구 변화가 소비를 왜곡시켜 수요를 교란했다. 셋째, 의료품과 청소용품, 식품 및 자택대기 생활용품의 수요가 크게 늘었다. 서플라이 체인에서 소매업체는 물류창고에서 제품을 받고, 물류창고는 제조업체로부터 직접 받거나 여러 제조업체로부터 제품을 모아 공급하는 유통업체에서 받는다. 제조업체는 제품과 재료를 다양한 공급업체로부터 얻으며, 이들 공급업체는 자재를 서플라이 체인 소매업체로부터 멀리 떨어진 농장이나 광산, 기타 천연자원 생산자로부터 얻는다. 일반 잡화점은 대략 4만 내지 7만5천 종의 제품과 SKU(stock keeping units)라 불리는 제품군을 취급하며, 주기 재고와 안전 재고 두 가지 형태로 제품을 보관한다. 소매업체가 취급하는 SKU가 많을수록 각 SKU의 평균 운반량과 판매량이 적으나 수요 변동성에 따른 영향은 더 커진다. 매장 관리자는 매대에 진열된 제품의 범위를 고르게 유지해야 하며, 재고에 따른 비용이 지나치게 크지 않으면서도 매출이 떨어지지 않는 선에서 재고를 유지해야 한다. 상점들은 모든 제품의 골디락스 재고량을 맞추기 위해 SKU 수요를 예측한다. 그러나 팬데믹은 수요에 영향을 미치는 동시에 공급에도 지장을 주었다.

 

코로나19가 확산하며 공급이 마비되자 다양한 제품의 BOM(bill of materials)이 째깍거리기 시작했다. 마치 요리책의 레시피처럼 BOM에도 제품에 필요한 모든 부품의 목록과 수량이 적혀 있다. 만일 목록에 적힌 부품이 하나라도 없으면, 예를 들어 차량제조사는 자동차를 생산할 수 없고, 제약회사도 재료가 하나만 없더라도 약을 제조할 수 없다. 벤자민 프랭클린이 경고한 것처럼 “못 하나가 부족하여 왕국이 사라진다” 수요급증 현상은 상점 매대에서 금방 나타나지만, 공급마비가 불러오는 결과는 체감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2011년 일본의 도후쿠 대지진이 일어났을 때 자동차회사의 재고목록 부품 중 뭐가 부족한지 파악하는데 한 달 정도 걸렸다. 많은 부품이 여전히 조립공장으로 향하고 있었고, 트럭이나 철도, 선박으로 운송 중이던 부품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운송 중의 재고(in-transit inventories)’는 최종 소비자 단계에서의 부품재고와 함께 공급업체 폐쇄가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지연하거나 완충 작용을 한다. 불확실성 시대에 화물운송이 원활하게 이뤄진다는 것은 기적 같은 일이다. 판매와 재고보충 활동에 숨어 있는 채찍효과도 서플라이 체인을 마비시키는 또 하나의 원천이다. 즉, 소비자의 수요 변화에 맞추기 위해 재고량을 미리 늘리거나 줄이는 채찍효과가 나타나는데, 이는 불황이나 팬데믹으로 인한 폐쇄조치 이후 수요가 회복될 때도 발생한다. 이로 인해 주문 타이밍이 너무 빠른 소매업체는 팔리지 않는 상품을 떠안을 수 있다. 채찍효과는 서플라이 체인 관리자가 팬데믹 기간과 그 이후까지 대비해야 하는 중요한 변동성 요인이다.


팬데믹을 겪으며 기업들은 이러한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세 가지 민첩성을 발휘했다. 첫째, 급증하는 수요를 맞추어 더 많이 생산하는 규모의 민첩성, 둘째, 새로운 용도를 찾아 기존 비즈니스와 밀접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자산 민첩성, 셋째, 완전히 새로운 유형의 제품을 생산하는 범위 민첩성이다. 대한항공은 여객기를 화물기로 개조하였고, 에어버스는 좌석을 제거하고 객실 바닥을 강화하여 롤러를 설치하는 화물 솔루션을 개발했다. 미국의 위스키 제조업체와 프랑스의 향수와 화장품 제조회사는 소독제를 생산했으며, 자동차회사 제너럴 모터스와 테슬라는 인공호흡기를 생산하여 공급하였다. 이 모두 코로나 환자들이 어려움 없이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하는 뉴 애브노멀의 실천이었다. 팬데믹에도 불구하고 삶은 계속돼야 했기 때문이다.

 

불확실성과 함께 살아가기-두더지 게임과 채찍현상
“서플라이 체인의 가장 큰 어려움은 현 상황에서 나타나는 가변성이다. 거의 매일처럼 세계에는 새로운 규칙과 규정이 생겨나고 그런 규칙을 적용하는 방식도 날마다 바뀐다. 국경이 닫힐 수 있고, 나라와 주마다 심지어 도로마다 다르기까지 하여 여기저기 바리케이트가 설치되어 직접 가보지 전까지는 도무지 알 수 없다” 존슨앤존슨의 CEO 메리 스티븐스의 푸념이다. 코로나19 위기가 세계적으로 지속되고 있어 경제적 영향도 오래 이어질 것이 분명해졌다. 경제학자들은 경제회복이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 추측하며 회복이 빠른 V형, 느린 U형, 오락가락하는 W형을 제시했다. 향후 시나리오는 감염과 그 영향의 국지적 순환이 결합한 모습, 즉 경제회생을 어렵게 하고, 비즈니스와 서플라이 체인을 힘들게 하는 감염재발의 주기적 순환과정을 보일 것이다. 따라서 서로 다른 시간과 장소에서 수요 공급이 순환하며 나타나는 변화에 기업이 휘둘리는 채찍효과가 더욱 강력해져, 기업은 두더지 잡기 게임을 해야 할 것이다.


 미국 상공회의소와 컨설팅업체 커니의 공동조사에 의하면, 최고경영자들은 코로나바이러스 위기로 6개월 이내에 현금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서플라이 체인 관리의 세 가지 변수는 비용절감과 함께 현금의 전환주기와 전환시간을 통한 현금 수준 개선이다. 첫째, 기업은 미지급일수(DPO)를 늘려 공급업체에 비용을 늦게 지출함으로써 현금을 보유할 수 있다. 둘째, 재고보유일수(DIO)를 줄이는 적시재고 관리로 재고를 줄이면 현금 수준을 개선할 수 있다. 셋째, 납부기한을 줄이고 매출회수일수(DSO)를 DPO 이하로 낮추면 자금을 효과적으로 조달할 수 있다. 제너럴 믹스의 CEO 제프 하머링은 위기 커뮤니케이션의 원칙을 이렇게 요약했다. “불확실성이 매우 높은 시기에는 확실한(certain) 것보다 분명한(clear) 것이 더욱 중요하다. 우리에게 시급한 것은 직원의 안전, 식품공급의 원활, 그리고 지금 당장 실행에 옮겨야 할 것들이다” 기업은 시나리오를 작성하여 가상의 미래에 대한 운영방안을 수립해야 한다. 이러한 시나리오는 다양한 상황의 공급과 수요 마비, 예기치 못한 기술적 혁신, 경쟁환경의 구조변화와 장기적인 사회경제적 동향에 대비하기 위함이다.

 

적응이 필요하다-사회적 갈등, 경제와 정보 격차
2020년 봄, 권력의 고삐를 쥔 것은 바이러스와 소비자였다. 세계는 지금 위드 코로나(with corona)를 열심히 모색하고 있다. 시카고대학의 진화생물학자 사라 코비는 이제 코로나바이러스가 생활의 일부가 되었다며, “문제는 우리가 어떻게 바이러스와 함께 안전하게 살 수 있을지”라고 말했다. 그렇게만 된다면 코로나19는 홍역, 독감, 수두처럼 사람들 사이에 나도는 엔데믹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정부의 자택대기 명령과 거리두기 제한 조치는 사무실 업무가 이루어지는 방식과 장소를 완전히 뒤집어 놓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폐쇄조치로 재택근무가 2019년 7%에서 2020년 41%로 6배 증가했다. 아울러 코로나19는 엄청난 기술적 변화를 촉진하여 2년 정도 걸리는 디지털 전환을 불과 2개월 만에 해치웠다. 이러한 추세는 제품의 판매에도 영향을 주어 재택근무, 재택학습, 홈쇼핑, 가상 채팅으로의 전환은 웹캡과 모니터, 책상, 장난감, 게임, 피트니스 장비와 스포츠용품 같은 제품 전체에서 상당한 수요를 창출했다. 원격교육 아이디어는 무크 즉 대규모 온라인 교육 과정이나 인터넷보다 먼저 등장했다. 온라인 교육의 선구자인 펜실베이니아대는 1998년 최초로 완전한 온라인 프로그램을 시작하여 온라인 자격증과 준학사 자격증은 물론 100개 이상의 학부와 대학원 학위를 온라인으로 취득할 수 있게 했다. MIT 교육연구소는 기존 서플라이 체인 관리(SCM) 프로그램 학생들과 혼합형 SCM 과정 학생들이 다른 MIT 학생과 공유하는 모든 과목을 찾아 성과분석하여 혼합형 과정 학생들이 더 낫다는 결과를 도출했다. MIT의 미래교육 연구용역 보고서도 온라인 교육 및 훈련의 혁신이 궁극적으로 비용을 낮추고 효율성을 높이며, 모든 나이와 기술 수준에 적합한 교육 서비스의 접근성을 높인다고 발표했다.


코로나 팬데믹은 교육받은 부유한 사람보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더 큰 영향을 미쳐 경제와 정보 격차라는 불평등 문제를 야기했다. 이러한 불평등은 코로나19 발생 기간과 그 이후 네 가지 방식으로 서플라이 체인에 영향을 미쳤다. 첫째, 불평등이 소비에 영향을 미쳤고, 둘째, 생산성과 고용이며, 셋째, 가난한 국가는 더 가난해져 사회적 불안과 정치적 혼란을 빚었고, 넷째, 그 지역의 비즈니스를 위협하며 비용을 가중시켰다. 콜롬비아 경영대학원 마크 코헨 교수는 가진 자는 더 많이 갖게 되었고, 못 가진 자는 더 적게 혹은 아무것도 갖지 못하게 되었다며, 여기에 위기가 도사리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제롬 파월 의장은 “실업률은 소수 민족과 소득스펙트럼의 최하위층에서 훨씬 빨리 증가했다”며, 코로나19의 감염률과 사망률도 인종과 소득에 따라 크게 달랐다고 말했다. 역사적으로 팬데믹과 그로 인한 경제적 여파는 사회불안 심지어 무력충돌을 유발했다. 유엔 인도지원조정실 사무국장 마크는 “지금 당장 조치하지 않으면 우리는 분쟁과 기아, 빈곤이 현저히 증가하는 상황을 맞게 될 것”이라며, 팬데믹 자체보다 그것이 초래하는 경제적 파산이 더 많은 사람을 죽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서플라이 체인의 미래-회복 탄력성, 적시 생산
의약품 부족과 식량 품절, 산업 공장의 폐쇄 원인이 적시(just-in-time) 제조 시스템이라고 알려지자, 언론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적시 경제의 치명적인 결점이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비용 절감을 목적으로 적시 생산이 재고와 물류창고를 줄였다며, 이런 사태를 대비하여 재고를 많이 쌓아두어야 하는 쪽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급부족 현상에 따라 의료와 식품 서플라이 체인은 질병 발생 사태에 대비하여 예비(just-in-case)재고를 높이는 쪽으로 선회했다. 문제는 주요 산업의 기업들이 어떻게 적시의 이점을 누리는 동시에 재난에도 대비하는 적절한 재고를 충족할 수 있는가다. 존슨앤존슨은 ‘하나 팔고 하나 비축하기’ SOSO(sell-one-stock-one) 재고보충 정책으로 이를 해결했다. 전략의 핵심은 완제품과 부품 재고를 충분히 유지하여 적시 제조로 이어가고, 해당 재고를 계속 순환시켜 최신 상태를 유지하며, 일반적인 생산과 서플라이 체인 장애를 보완하기 위해 그 재고를 사용할 수 없도록 특별허가를 요구하는 방식이다.


우한과 중국내 감염지역의 폐쇄조치는 전 세계에 충격적인 여파를 미쳤다. 중국 공급업체에서 나오는 자동차 부품이 단 1%일지라도 99% 완성된 자동차를 만들어 팔 수는 없기 때문이다. 세계 생산량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율은 2003년 사스 사태에 4%였던 것이 2020년 코로나19 때는 16%로 급증했다. 그렇다고 생산설비를 중국 밖으로 이전하기도 쉽지 않다. 리쇼어링은 독자적인 노하우와 규모를 지닌 공장과 공급업체, 하위 공급업체의 생태계를 복원하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세계경제는 무역장벽이라는 암초를 만났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긴장, 미국과 EU의 갈등, 브렉시트, 기타 지역 분쟁은 서플라이 체인에 위험을 가중하고 비용을 더했으며, 징벌적 관세의 맞대응은 여러 산업에 부수적 피해를 주었다. 기업들은 자사 공장과 공급업체를 중국 외 최소 1개 이상 다른 나라로 다각화하는 ‘중국+1’ 전략을 검토하고 있다. 기업이 서플라이 체인의 리스크 분산을 고려함에 따라, 일부 기업들은 미국이나 유럽으로 리쇼어링할 것으로 보이지만, 대부분은 인접 리쇼어링 방법을 모색할 것이다. 예를 들어 미국은 인접한 멕시코에, EU는 동유럽과 터키에 공급업체를 둘 것이다. 슈나이더 일렉트릭의 모라드 타무드 부사장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배운 교훈은 더 강력한 비즈니스 연속성을 개발하고, 수요와 더 가까운 지역에서 더 짧은 서플라이 체인을 운영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정치와 팬데믹-경제 민족주의
세계는 팬데믹 후유증으로 보호무역주의가 뒤따랐다. 역사적으로 많은 정부는 외국 상품에 높은 관세를 매기거나 쿼터제를 실시하는 등 수입품 유입을 막는 식으로 경제문제에 대응했다. 그러나 보호무역주의는 의도와 정반대로 전개된다. 대공황 초기에 미국의 후버 대통령이 제정한 스무트-홀리 관세법은 무역을 방해하는 재앙을 불러왔고, 이는 대공황의 주요 기폭제가 됐다. 다른 나라도 관세를 인상하고 이를 다시 보복하는 상황이 이어지며 경제적 고통을 전 세계로 확산시켰다. 주식시장이 붕괴되고, 국제무역은 50% 이상 급감했고, 실업률은 25%까지 치솟았으며, 세계 GDP는 15%나 감소했다. 그후 세계 무역은 1934년 상호 무역협정법으로 비로소 회복되기 시작했다. 이 법은 미국 대통령에게 관세 및 양국무역협정을 협상할 수 있는 권한과 관세율을 조정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 이로써 관세를 낮추는 효과를 낳았고, 1947년 관세와 무역에 관한 일반 협정 GATT가 출범하는 토대가 되었다. 지구촌이 팬데믹을 극복하려면 자국 우선주의에서 벗어나 국제협력이 필요하다. 국제협력 부재가 미치는 장기적인 영향은 국제표준개발이 피해를 본다는 사실이다. 세계무역에 활력을 불어넣은 해상 컨테이너가 그 증거다. 수입업자와 수출업자가 거래조건을 이해하도록 양자간의 거래를 정의하는 국제상거래조건(Incoterms)도 있다. 이 조건의 세부조항은 수행할 업무, 비용, 시기, 위험 배분, 그리고 누가 무엇을 책임지는지 등을 포함하고 있다. 인코텀스는 수출업자의 시설에서 수입업자 시설로 품목이 이동하는 전체 과정을 포괄하는 것이다.


17세기와 18세기 동안 많은 나라는 중상주의 무역전략을 실천했다. 이 전략은 보조금을 통해 수출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수입은 관세를 통해 최소화하는 것이다. 경제학자 애덤 스미스는 저서 국부론에서 절대우위 개념을 도입하여 모든 국가가 자국의 절대우위에 초점을 맞추어 자유무역을 실행하면 모두가 함께 부유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영국의 정치경제학자 데이비드 리카도는 그의 저서 ‘경제학의 과세 원칙에 관하여’에서 각 나라는 비교우위가 있는 상품을 전문화하고 이를 다른 나라와 교환함으로써 이득을 볼 수 있다며, 영국의 직물과 포르투갈의 포도주를 예로 들었다. 그러나 경제학자 프리드리히 리스트는 신흥시장을 지원하기 위해 일부 관세를 부과할 여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선진국은 개발도상국이 농업사회에서 산업사회로 탈바꿈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하며, 이를 위해 개발도상국이 선진국과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기까지 초창기 산업활동을 보호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제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관세는 경제 민족주의의 전형이다. 한 나라가 관세를 부과하면 당연히 다른 나라도 보복으로 그 나라에 관세를 부과하여 결과적으로 수출이 줄어든다. 이는 관세와 역 관세로 이어져 무역붕괴와 불황을 불러온다. 반대로 완전한 자유무역이 가능해지면, 각국의 제조업체는 세계를 대상으로 훨씬 큰 규모의 제품을 판매할 잠재력을 얻고 신제품도 개발할 수 있게 된다. “관세는 곧 세금이다. 이는 상품의 소비자 가격을 올리고 일자리를 사라지게 만든다”는 것이 경제학자 테레사 길라두치의 트윗이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던 그린스펀도 “세금이 붙으면 줄어들기 마련이다. 관세가 높으면 무역이 줄어들고, 이로 인한 도미노 효과로 총소비량도 적어질 것이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수십년간 미국은 무역규칙 제정과 이를 집행하는 기관을 주도했다. 불행히도 이런 시스템은 여러 가지 사유로 해체되고 있다. 세계적으로 포퓰리즘이 증가하고 이와 동반해 WTO 등의 핵심적인 초국가적 기관의 영향력은 감소했다. 팬데믹으로 혼란이 가중된 지금 세계는 새로운 질서와 유능한 지도자를 기다리고 있다. 전 세계가 코로나19 팬데믹에서 얻은 네 가지 경험이 향후 기후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즉, 1) 기술의 역할 보조 2) 가용자금의 확보 3) 국제협력 촉진 4) 과학적이고 전문적인 역할 강화다. EU의 의장인 우르슬라 폰데라이어는 친환경 목표가 경제회복의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천명하였고, 런던킹스칼리지 교수인 아난드 메논도 “앞으로 정치에서의 가치충돌은 환경주의 세력과 경제성장주의 세력 간에 발생할텐데, 두려운 것은 경제 논리가 승리할 것이라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기회-코로나19 이후의 세계
전 세계가 경험한 코로나19는 인류의 진로에 하나의 변곡점이 될 것이다. 2020년은 커다란 전환점이며, 미래의 역사가들은 21세기를 BC와 AC 즉, 코로나19 이전(Before Corona-19)과 크로나19 이후(After Corona-19)로 나눌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은 정부에 대한 기대치를 크게 높였다. 코로나19 대책을 시행한 역작용은 국민이 정부에 더 많은 것을 기대하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그 결과 이른바 톱니바퀴 효과가 나타난다. 즉 위기상황에서 급증한 정부 지출은 위기가 끝나도 이전 수준으로 줄어들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위기 상황에서 제정된 단기적 규제 역시 일상으로 되돌아간 이후에도 계속 남아 있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실제로 몇몇 정부는 심각한 재정 압박에 직면해 있다. 개발도상국은 코로나19가 밀어닥치기 전부터 높은 수준의 국가 부채로 압박에 시달려 왔는데, 팬데믹을 거치면서 상환 능력이 없어져 채무 불이행 같은 재정 파탄에 이를 수 있다. 따라서 팬데믹 이후 세계 경제는 매우 부정적인 상황이 예상된다. 세계는 지금 코로나19 위기가 초래한 불확실성에 대처하고, 공공보건과 경제적 생존 사이에서 균형을 잡기 위해 악전고투하고 있다. 불행히도 팬데믹 이후 펼쳐진 길은 흙투성이와 바위투성이다. 국제사회는 팬데믹의 파급효과는 물론, 코로나바이러스 폭발 이전부터 존재했던 세계적 규모의 다양한 문제와도 씨름하기 때문이다.


미래의 유연성-위기를 낭비하지 않아야
“역사를 돌이켜보면, 세계는 1918년 스페인 독감 팬데믹이 끝난 후 풍요로운 광란의 20년대가 찾아왔다. 그때와 마찬가지로 우리는 이겨낼 수 있다. 인류는 역경을 극복하며 더욱 강해졌다” 멕시칸 그릴 CEO 브라이언 니콜의 말이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려는 움직임이 요즘 활발하다. 옴니채널 소매는 디지털 소매와 함께 물리적 매장이 있는 소매업체 자산을 활용하는 전략이다. 옴니채널이란 고객이 물리적이나 전자 채널을 통해 소매업자와 상호작용하면서 매장, 택배 등 물리적 채널에서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통합적 소매 커뮤니케이션과 풀필먼트 전략을 뜻한다. 옴니채널 물류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총체적인 재고관리가 필요하다.


모든 곳에 있는 재고의 가시성을 확보하고, 주문을 어디서 어떻게 처리하는 것이 최선인지 결정하는 최적화 알고리즘을 갖춰야 한다. 온라인 구매와 매장에서 수령하는 BOPIS는 유명한 옴니채널 풀필먼트 방식이다. 또 다른 디지털 판매방식으로는 온라인 구매와 매장에서 배송하는 BOSFS도 있다.
이런 매장은 유통센터와 달리 고객과 가까운 도시나 마을에 있어 더 빠른 배송이 가능하다. 플랫폼은 독립 상점이 온라인 경쟁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앱 하나로 상점가 전체를 쇼핑할 수 있다” 코어사이트의 설립자 데보라 와인스윅의 설명이다. 팬데믹이 얼마나 더 이어지든 간에 사람들은 여전히 물건이 필요하고, 효율적인 유통과 풀필먼트를 위해선 물류창고가 필요할 것이다. 서플라이 체인에서 활동을 동기화하는 것이 지닌 가치, 즉 고객과 공급업체가 일부 품목을 언제 이용할 것인지를 사전에 정함으로써 얻는 이득이 매우 크다. 서비스 공급업체는 실시간 수요에 대한 가시성을 확보하고 자원 소비를 원활히 할 수 있다. 실제로 늘어난 디지털 수요에 따라가기 위해 기본적으로 소형 물류창고로 바꾸었다. 전자상거래가 성장하고 빠른 배송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지면서 전국에 걸쳐 고객과 가까운 풀필먼트 센터가 더 많이 필요해졌다.

 

기업은 오랜 기간 끊임없이 변하는 뉴 애브노멀에 걸맞게 자사가 제공하는 다양한 제품 목록을 줄이고 있다. 스낵업체 몬델리즈의 회장 더크 반 드 풋은 “사업을 단순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찰스 다윈이 말한 것으로 알려진 유명한 문구 “가장 강한 종이 살아남는 것이 아니다. 살아남은 것이 변화에 가장 잘 적응하는 종이다”는 의미심장한 말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에 선전한 기업들은 변화에 빠르게 적응한 업체들로 이들의 비즈니스는 새로운 종류의 회복탄력성을 얻었다. 기존의 상태보다 더 유연해졌다. 그들은 마비된 것을 대체하거나 보충하였고, 제품과 운영방식에 변화를 줄 수 있는 유연한 비즈니스 시스템도 채택하였다. 3D 프린팅으로 알려진 적층 제조 방식은 팬데믹 동안 빛을 발했다. 발빠른 기업과 개인은 안면 보호대와 안면 마스크, 면봉, 인공호흡기 부품 등을 만드는데 적층 제조 방식을 활용했다. 적층 제조 방식은 전체적으로 가장 유연한 제조기술이다. 인쇄 물질과 프린터 크기의 물리적 한계 내에서 3D 프린터는 거의 모든 산업에서 사용하는 제품들을 만들어낼 수 있다. “3D 프린팅과 디지털 제조는 서플라이 체인의 거리를 줄이고, 설계에서 생산까지의 시간을 단축하며, 필요한 곳에서 필요할 때 주요 부품을 제조할 수 있다”고 HP의 경영인 크리스토프 쉘이 말했다.


위기는 또한 기회다. 팬데믹이 잘 입증했듯이 위기를 낭비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지금은 조직개편이나 부진한 제품, 소매점, 고객을 축소하는 등의 어려운 비즈니스 결정을 내릴 기회다. 변화에 대한 저항을 극복하기 위해 위기를 활용할 수 있는 적기다. 위기는 그 자체로 현재 상황을 뒤흔들며 조직의 변화를 유도하는 플랫폼이 되기 때문이다. 코로나19의 진정한 교훈은 기업이 연결망을 늘리고 환경을 개선할 수 있던 새로운 기회였다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세계 경제에 도사리던 취약한 연결고리가 위험에 노출된 것은 맞지만, 그로 인해 차후 글로벌 경제를 더욱 튼튼하게 만들 수 있는 여러 가지 좋은 기술과 습관을 더 빨리 수용할 수 있었던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바이러스와의 전쟁에다가 요소수 파동까지 겹쳐 혼란스러운 요즘, 그래도 계절은 어김없어 크리스마스트리가 거리를 장식하고 캐럴이 울려 퍼지는 12월이다. 함박눈 내리는 행복한 성탄절을 기다리기엔 세월이 너무 많이 흘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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