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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법 제29조와 공정거래법 제58조와의 관계
[580호] 2021년 12월 29일 (수) 15:23:40 김인현 komares@chol.com
   
김인현
고려대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선장

<문제의 제기>
해운법 제29조는 정기선사들이 운임에 대한 공동행위를 할 수 있도록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정거래법 제58조는 단행법에서 행위가 정당한 경우에만 공정거래법의 적용이 면제된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제58조를 근거로 최근 동남아 정기선사에 대하여 지난 13년간 부당한 공동행위가 있었다고 하여 공정거래법 제19조에 의거하여 과징금을 부과하려고 한다. 해운법은 공정거래법의 특별법적인 성격을 가지는데, 해운법의 주무관청인 해양수산부를 제쳐두고 공정거래법의 주무관청인 공정거래위원회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는지 의문이 제기되었다. 해운법 제29조와 공정거래법 제58조와의 관계를 살펴본다.

 

<해운법 제29조>
1963년 해상운송법이 제정되면서 해운산업에서 경쟁법적인 요소들이 들어가게 되었다. 화주를 차별하지 말라거나 운송인은 화주로부터 의뢰된 운송을 거부하면 안된다는 등의 규정들이다. 이들은 공정거래법에서 다루는 내용들이다. 이미 20세기를 전후하여 해운산업에서는 경쟁법적인 요소들이 다루어져왔기 때문에 어느 분야보다 먼저 경쟁법적 요소를 해상운송법(후에 해운법으로 개칭됨)에 포함하게 되었다.


일반화된 정기선사들의 동맹(confernce)제도를 법제화한 정기선헌장(liner code)이라는 국제조약이 1974년 성안되었다. 우리나라도 이를 비준하면서 1978년 해운법 제29조에 운임 등의 공동행위와 절차를 담은 제도를 두게 되었다. 해양수산부장관에게 등록을 한 국내외 정기선사들은 운임 등을 공동으로 정하여 영업을 할 수 있지만 화주와 협의하고 공동행위의 내용을 해양수산부장관에게 신고하도록 했다. 정기선헌장에서는 운임은 가능한 최소액으로 하면서도 정기선사들에게도 합리적인 이윤을 보장하도록 해야 한다고 정한다. 운임의 인상에 화주와 협의하는 제도도 가지고 있다. 이를 반영한 것이 해운법 제29조이다. 이런 절차를 지키지 않은 경우에는 처벌하는 규정도 가지고 있다.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에도 운송인은 해양수산부 장관에게 신고하면 시정할 것이 있으면 장관은 시정을 지시하고, 이것이 없을 시에는 2일이 지나면 해양수산부 장관이 이를 수리한 것으로 간주하는 규정도 두고 있다.


국제협약에 위반하거나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경우 등에는 해양수산부 장관이 시정명령을 내릴 수 있다. 다만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경우에는 공정거래위원장에게 통보하라고 한다. 이것의 의미가 무언지가 다툼이 있다.
해운법 제29조가 적용되면 운임의 공동행위의 경우 공정거래법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의미는 공정거래법 제19조의 부당한 공동행위에 따른 과징금 부과, 검찰에의 고발 등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시장지배자적 지위의 남용, 기업결합 등 다른 공정거래법 위반사항은 여전히 공정거래법의 적용을 받는다. 여객선사나 부정기선사의 운임공동행위는 제19조의 대상이 아니고 공정거래법 제19조의 적용을 받는다.

 

<공정거래법 제58조>
공정거래법은 해운법 제29조가 제정된 1978년보다 2년 뒤인 1980년 제정되면서 각 산업을 규율하는 단행법과 관계를 정하는 규정을 두었다. 단행법상 예외규정의 행위들이 정당한 경우에만 공정거래법의 적용이 제외된다는 내용이다.
만약 해운법 제29조에서 정한 운임의 공동 행위가 정당하지 않다면 공정거래법이 전면적으로 적용되어 법 제19조의 부당한 공동행위가 되고, 나아가 과징금의 부과, 검찰의 고발 등의 불이익을 받게 된다. 대법원은 항공산업, 보험산업의 경우에 제58조와의 관계에 대하여 판시한 바가 있다. 공정거래법의 적용에서의 면제는 필요한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고 한다.

 

<양자의 관계>
해운법의 공동행위에 관한 제도는 연혁이 공정거래법과 다르고, 제도가 광범위하고 완결적인 점은 항공산업법 및 보험법의 규정과 다르다. 또한 해운법의 제도는 정기선헌장이라는 국제조약이 적용법규로 존재한다는 점에서도 다르다. 따라서 해운법 제29조의 운임 공동행위는 정기선헌장의 규정과 함께 독자적인 법영역을 이루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공정거래법이 이와 상충되는 경우는 해운법이 적용되고 공정거래법은 적용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해운법과 국제조약에 없는 내용만 공정거래법이 적용되는 것이다. 만약 해운정기선사들의 공동행위를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 및 심사하여 정당하지 않은 것을 골라내어 공정거래법을 전면 적용한다면 같은 행정청인 해양수산부의 권위는 무너지고, 수범자는 혼란을 겪게 된다. 유효한 것으로 수리된 공동행위를 10년 지나서 잘못이라고 과징금을 가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다음으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관의 입장에 의하면, 해운법 제29조는 공정거래법 제58조에 의한 조사 및 처벌의 대상이 된다. 이런 입장에 의하면 조사의 대상으로 가능한 것은 제29조 제5항 제3호의 실질적으로 경쟁을 제한하는 경우이다. 왜냐하면 해양수산부장관이 이 경우 공정거래위원장에게 통보하도록 되어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본 사안의 경우 해양수산부 장관이 통보도 하지 않은 것을 공정거래위원회가 직권으로 조사한 것이라서 요건을 결하고 있다. 


동남아 정기선사의 운임공동행위가 우리 화주들의 운임결정의 자유를 제한하여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였는가? 시장점유율은 우리 정기선사들이 높다. 그러나 2자물류회사들이 나타나 시장을 장악한 지가 20년이 되어가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이를 감안하면 정기선사들이 시장지배력은 아주 낮다. 정기선사는 을의 지위에 있다. 이를 반영하면 시장을 실질적으로 제한하지 않았다고 보아야 한다.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해도 부당하지 않다면 공정거래법의 적용대상이 아니다. 동남아 정기선사들의 공동행위로 선사들은 도산되지 않고 생존하여 최근의 물류대란에서도 비교적 합리적인 운임으로 운송서비스를 제공한다. 운임에 대한 공동행위가 사회적인 효율을 증대시켰다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부당하지도 않다.

 

<개선점>
현행 규정의 개정이 없다면 공정거래위원회 등이 개입할 여지를 없애기 위하여는 화주와의 협의절차를 좀 더 객관적으로 만드는 것을 생각할 수 있다. 화주, 운송인, 공익위원 등 9인으로 구성된 정기선 운임협의회를 구상할 수 있다. 일본의 해상운송법은 “공정거래법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명시적으로 두고 있다. 우리도 해운법 제29조에 이 규정을 두면 공정거래위원회가 처음부터 정당성을 심사할 여지가 없어진다. 이를 추가해야 한다. 해양수산부가 같은 산업체인 해운산업의 공동행위를 느슨하게 다룬다는 비난과 의심을 피하기 위하여는 미국의 FMC와 같은 독립된 해운공정거래위원회를 두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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