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바이 아메리카’ 정책 등 보호무역주의 확산 추세
최근 3개월간 16개 국가 19건 보호무역조치 실시
세계화 위축으로 장거리무역 퇴조하고 역내무역 늘 것

 

 

 

 

 

글로벌 금융위기로 촉발된 실물경기 침체는 각국 정부가 ‘보호무역주의’라는 달콤한 독사과에 손을 뻗는 계기가 되고 있다.

 

경제전문가들과 각국 수뇌들은 보호무역이 궁극적으로 세계 경제를 더욱 침체시킬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실효성있는 대응방안을 내놓지는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보호무역주의는 국제교역의 감소를 초래할 것이며, 교역량의 감소는 해운산업의 침체를 불러올 것이 분명하기에 이에 대한 해운물류업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세계적으로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세계무역기구(WTO)는 미국발 금융위기가 심화되기 시작한 2008년 11월부터 2009년 1월까지 단 3개월 동안 16개 국가·지역에서 19건의 보호무역조치를 실시했다고 보고했다. 금융위기 이전 발생건수는 연간 10건 내외였다. 이에따라 ‘G7(선진7개국)재무장관회의’와 ‘2009세계경제포럼(다보스 포럼)’ 등 주요 경제회의에서는 보호무역주의 확산차단이 주요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BRICs국가 저성장은 해운경기 침체와 직결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orld Bank)은 경기침체와 더불어 보호무역조치가 지속 확산될 경우 2009년 세계 무역규모 감소율을 각각 2.8%와 2.1%로 예측했다. 세계은행은 보호무역주의의 위험성을 경고하면서 “세계경제가 올 하반기 내에 침체기를 벗어나려면 각국 정부들이 자유무역을 지원하는 정책을 펼쳐야만 할 것”이라 제언한 바 있다.

 

지금까지 미국과 영국, 독일 등 많은 국가에서 금융권과 국가주요산업에 대해 재정·법률적 조치를 포함한 다각도의 지원을 쏟아부었음에도 불구하고 상승세로의 복귀는 아직 미지수라는 점도 자유무역을 통한 경기회복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한편 2008년 4분기부터 본격화된 경기침체로 인한 교역량 감소 속에서 선사와 항만, 화주기업 관계자들은 보호무역주의로 인한 추가적 세계무역 둔화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KMI 한광석 부연구위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해운경기 호황은 중국, 인도 등 BRICs 국가의 성장에 기인한 것이므로 보호주의 확산으로 인해 이들 국가의 저 성장이 지속될 경우엔 해운경기 역시 침체기가 길어질 수 있다”고 전망하면서, 보호무역주의로 인한 전반적인 해상물동량 감소는 항만 수익성도 악화시킬 것이며 이로 인해 항만에 대한 투자가 감소되는 악순환이 초래될 수있다고 덧붙였다.

 

또 한 연구원은 “금융보호주의에 따른 해외직접투자 감소와 각국의 자본금 회수노력은 최근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던 항만터미널 간 M&A와 항만개발 투자도 다소 위축시킬 것”이라며 무역과 금융의 보호주의에 대해 해운항만업계가 주시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보호주의로 국제 항만개발 투자 위축
기업경영에서부터 개인소비자의 소비심리까지 완전히 얼어붙어 있는 가운데, 정기선 해운시장 역시 큰 고통을 받고 있다. 정기선사 관계자들은 특히 2008년 9월 이후의 아시아-북미 항로와 아시아-유럽 항로 물동량에 대해 “벼랑에서 추락하는 꼴”이라 묘사하고 있다. 실제 아시아 주요 국가의 11월 무역수지 하락세를 살펴보면 △중국: 수입 17.9% 수출 2% 하락 △일본: 수출 26.7% 급락 △대만: 수출 28% 급락 △대한민국: 수출 18% 하락 등으로 상당한 양의 물동량이 감소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일부 화물이 벌크선이나 다목적 선박으로 돌아가는 것도 정기선 해운시장에 많은 타격을 주고 있다. 이는 해운호황으로 부정기선 서비스 요율이 급등할 당시 곡물과 비료 등 농업 생산물을 비롯한 몇몇 벌크화물이 컨테이너로 운송됐으나, 용선료가 급락하면서 이런 상황이 역전됐기 때문이다. 곡물의 컨테이너 운송은 북미-아시아 항로에 주로 나타나던 현상으로 정기선사에게 상당한 물동량과 수익의 증가를 가져왔으며, 특히 아시아發 물량에 비해 현저히 부족하던 북미發 물동량을 증대시켜 공컨테이너 리포지셔닝 비용의 절감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었다. 

 

보호무역조치는 관세전쟁 초래할 수 있어
현재 전 세계 해운 물동량 창출 인자를 감소시키는 요인은 ‘전 세계적인 세계화 역조 현상’과 ‘각국 정부의 보호무역조치 도입’으로 요약할 수 있으며, 이러한 세계화 역조 분위기는 2007년 ‘도하라운드(DDA)’ 협상이 무기한 중단된 이후부터 가속화되고 있다. 각국 정부는 저렴한 해외 상품과 노동력으로부터 자국의 산업과 고용을 보호하기 위한 정책을 점차 늘려나가고 있는 추세이다.

 

최근 세계적으로 빠르고 강력한 경제 성장세를 보이던 국가들도 자국 산업보호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하면서 강력한 수입관세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러시아는 자동차에 대한 수입관세를 인상했으며, 인도네시아는 수입제한 품목을 500개 이상으로 늘렸고, 인도는 철강과 대두유 등의 제품에 대한 관세를 높인 바 있다.


몇몇 경제학자들은 지금의 상황이 새로운 수입관세와 보호무역조치가 무수히 채택되던 1930년대 초의 대공황 시기와 유사하다고 보고 있다. 대공황 당시 미국에서 시행된 ‘스무트-홀리 관세법(Smoot-Hawley tariff)’은 타국 상품에 대한 수입 제한에 가까운 조치로 결국 유럽과 미국간의 관세전쟁을 일으켜 미국농가와 관련 금융기관의 줄도산을 불러오기도 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보호무역주의의 확산이 불황을 더욱 깊게 하거나 회복의 장기화를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하고 있다.


보호무역주의 확산시 세계 무역 손실액 ‘1조 달러’
최근 WTO의 파스칼 라미(Pascal Lamy) 사무총장이 ‘세계 경제위기 해결책은 자유무역’이라는 기조 하에 도하라운드 연내 타결을 시도하고 있어 그 행보가 주목되고 있다. 2월 24일 한국을 방문한 라미 사무총장은 “도하라운드가 타결되지 않을 경우 모든 국가의 관세가 2배까지 높아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우리나라의 도하라운드 타결 지지를 호소하기도 했다.


라미 사무총장은 지금의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WTO회원국들의 협력이 필요하다며, 도하라운드 타결을 위한 WTO의 노력은 세계 각국이 ‘근린궁핍화정책(beggar thy neighbour)’의 유혹을 거부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라 보고 있다. 그는 “지금은 비현실적인 요구를 할 때도 아니고, 유연하지 못한 자세를 고집할 때도 아니다. 지금은 세계적 문제에 대한 공동대응이 절실히 필요한 때”라고 강조하고 있다.


워싱턴에 소재한 ‘국제식량정책연구소(International  Food Policy Research Institute)’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도하라운드 타결시 발생할 이익은 3,360억 US달러로 전망됐다. 반면 보호무역주의가 대세를 이룰 경우 7,280억 달러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도하라운드 타결이 요원하고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되는 현상태가 지속될 경우 전세계 무역에서 발생할 손실의 규모는 1조 US달러 이상이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美 버락 오바마 신정부의 보호무역 행보 ‘불안’
현재 세계의 시선은 미국의 새대통령 버락 오바마에게 쏠려 있다. 세계의 무역기조가 그의 결정에 큰 영향을 받게 될 것이지만, 지금까지 오바마 대통령의 행보는 전임자인 부시 대통령에 비해 자유무역에 대해 비협조적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그는 당선이전부터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이 미국 노동자들의 고용안정을 충분히 보장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노동조항 강화를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으며, 캐나다 방문 정상회담 시에도 NAFTA의 노동·환경 조항을 강화 방향으로 개정하길 희망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 미국 서비스 산업의 해외 아웃소싱에 대해 반대 입장을 피력했으며, 도하라운드에 대해서도 냉담한 반응을 견지하고 있다.

 

최근 미국 신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경기부양법의 ‘바이 아메리카(Buy America)’조항은 대표적인 무역보호주의 사례로 도로, 교량과 같은 사회간접자본(SOC) 조성시에 미국산 철강제품만을 사용토록 한 조치이다. 국제사회는 오바마 신정부의 이러한 움직임에 많은 우려를 표하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오바마 대통령이 자유무역 옹호론자인 빌 리처드슨(Bill Richardson) 뉴멕시코 주지사와 론 커크(Ron Kirk) 前댈러스 시장을 각각 상무장관과 美무역대표부(USTR) 대표에 지명했던 것은 미국의 향후 무역 정책에 대한 희망적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하지만 빌 리처드슨은 정경유착 혐의로 낙마하고 말았다)

 

美상공회의소 “고립주의는 국가 몰락의 길”
또 美상공회의소(US Chamber of Commerce)도 새로 마련한 국제 비즈니스 아젠다의 14가지 주요 권고 가운데 자유무역을 포함시키는 등 보호무역주의 확산에 반대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美상공회의소가 최근 발간한 보고서는 오바마 신정부가 보여주던 보호무역주의 성향을 완전히 배제하고 있다.

 

이 보고서의 서문은 “미국은 선택의 국면에 있다. 국제적인 무역 조약을 굳건히 지키며 그 안에서 이익을 얻거나, 고립주의로 다시 후퇴하는 것이다. 우리는 미국의 경쟁자들을 비난하고 우리의 문제를 타국의 실패로 돌리는 길을 선택할 수 있으며, 세계시장에서 물러나 우리의 시장과 국경을 걸어잠금으로서 노동자들과 산업을 보호할 수도 있다.

 

또는 우리 자신을 개선하여 우리 국민과 기업들을 성공으로 이끄는 데에 필요한 경쟁력 강화 방안을 제공할 수도 있다. 우리는 역사를 통해 세계 그 어떤 국가도 쇄국정책을 통해 영원히 번영을 구가하지는 못했다는 점에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우리는 세계 무역의 신장 속에서 더 나은 발전의 기회를 얻게 될 것“이라 언급하고 있으며, 자유무역이 미국기업의 더 많은 이익창출과 중소기업이 활성화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이 보고서는 최근 미국 수출의 40%가 FTA를 체결한 14개국에 집중되어 있으나, 체결국의 경제규모는 글로벌 GDP의 7.5%밖에 되지 않는다며, FTA가 미국에 엄청난 경제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을 역설했다. 이에따라 美상공회의소는 현재 FTA 협상이 계류 중인 한국과 콜롬비아, 파나마와의 협상 재개를 촉구하면서 이들 국가와 FTA가 타결될 경우 향후 5년간 미국 노동자와 기업, 농부들이 얻을 수 있는 이익이 420억 US달러에 이른다고 전망했다.


또 강력한 FTA 추진을 위해 의회가 대통령에게 ‘무역교섭권(trade-negotiating authority)’을 부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변하면서 교섭권이 없다면 FTA를 논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부시 前대통령의 첫 번째 임기 당시 의회가 교섭권을 허가하자 부시 행정부는 5년간 12개 이상의 FTA 교섭에 나설 수 있었지만, 2007년 교섭권이 만료된 이후에는 단 한건의 FTA도 진행시키지 못한 바 있다.


美상공회의소는 도하라운드의 부활과 성공적 결과도출의 필요성에도 힘 있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들은 도하라운드의 무기한 협상 중지의 배경에는 미국의 농업에 대한 지원금 정책 고수가 원인이었다며, 성명을 통해 “오바마 대통령과 美의회는 미국 농업 지원프로그램의 책임있는 수정을 해야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美상공회의소 보고서는 도하라운드가 성공적으로 타결될 경우 미국 일반 가정의 연소득이 2,500달러가량 증가할 것이라 예측했다.

 

역내무역 발달로 1만TEU급 초대형선 입지 좁아져
보호무역주의 확산만이 해운경기 침체를 증대시키는 것은 아니다. 세계화 추세 둔화로 인한 장거리 화물 운송 구조의 붕괴와 역내 무역 발달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다.
최근 몇 년간 복잡한 공급사슬(Supply Chain)과 유럽·북미 항만의 적체현상은 해상운임을  상승시켰다. 또 중국 등 주요 생산국 노동자의 임금 상승과 확대된 시장 환경, 좀 더 짧은 운송시간에 대한 욕구는 많은 기업들이 최종소비자와 가까운 곳으로 생산시설을 옮기는 계기가 되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이 지속되더라도 세계의 무역량은 지속적인 성장세를 나타내겠지만, 장거리 무역이 퇴조하고 역내무역이 발달하는 형태로 변화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이에따라 장거리 무역에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해 지난 5년간 1만TEU 이상의 수퍼 포스트 파나막스급 선박을 대거 주문한 정기선사들이 난처한 상황에 빠지게 됐다. 역내무역의 증가는 규모가 작은 여러 항만에 기항할 수 있으며, 유동성 있는 운용이 가능한 중소규모 선박 수요를 늘어나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1만TEU 이상의 컨선은 20척 가량이 운항 중에 있으며 172척(220만TEU)가량이 주문되어 있다.


2009년 1월중순 기준으로 200척 55만TEU 가량의 컨테이너선이 계선되어 있다. 또 APL, 에버그린, 머스크 라인 등 세계 유수의 정기선사들은 조직개편과 구조조정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각국 정상들은 세계무역에 있어서 장벽을 쌓는 것보다 자유화를 진행시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아직은 구호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이대로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된다면 전 세계 항만에서 더 많은 계선선박을 볼 수 있게 될 것이라 경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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