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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REG 항법과 해사안전법의 오류
- COLREG 용어 ‘risk of collision’을 중심으로 -
[483호] 2022년 04월 01일 (금) 12:36:09 김진동 komares@chol.com
   
김진동
前 인천지방해양안전심판원장

COLREG 항법의 특성
COLREG1) 항법은 해상에서 선박 간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정한 국제규칙으로 두 선박이 안전한 거리를 유지하며 통항(passing at a safe distance)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이 항법은 현행 규정이 명문화되기 훨씬 이전, 오랜 세월에 걸쳐 전통적으로 이어져 온 Good Seamanship에 기초한 것으로 선박 운용상의 관습과 해상의 특수성 등이 많이 반영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다른 법률과 비교하면 표현형식이나 법적인 성격이 상당히 다르다. 이로 인해 항법을 해석하고 운용하는데 법적인 지식뿐만 아니라 해상에 관한 전문기술과 승선경험을 통해 축적된 지식이 필요하다.

 

법률용어의 난맥상
어느 법률이든 이를 구성하는 법률용어에 대한 개념과 뜻이 명확하지 않으면 그 법률을 이해하고 실행하기가 어렵다. COLREG 항법은 ‘risk of collision’과 ‘danger of collision’ 그리고 ‘close-quarters situation’이라는 용어를 주축으로 구성되어 있고, 또 이들은 ‘risk of collision’ 중심으로 연관된 관계에 있어 이들에 대한 개념이 정립되지 않으면 사실상 항법을 이해하고 운용하기가 쉽지 않다.
필자는 상기 용어들의 중요성을 감안하여 ‘COLREG 3대 용어’로 지칭하였다. 해사안전법 제6장 선박의 항법 등(이하 ‘해사안전법’이라 한다)은 COLREG를 그대로 도입하여 국내법으로 제정한 법률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해사안전법은 이들에 대한 번역이 적절하지 않고 그것마저 여러 가지로 번역되어 법률용어로서 명확성이나 객관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risk of collision’은 ‘COLREG 3대 용어’ 중 중심적 역할을 하는 용어임에도 여러 가지 표현으로 구구하게 번역되어 있다.2) 이로 인해 당연히 법률용어로 취급되어야 할 이 용어가 법률용어로 명확하게 인식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risk of collision’과 ‘danger of collision’ 두 용어를 구별하지 못하고 동일한 용어로 혼용되고 있는 점이다.
여기에다 학자들은 이러한 해사안전법의 오류를 인정하면서도 번역하는 바가 서로 달라 이들 용어에 대한 번역이 매우 혼란한 실정이다. 이 와중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는 쪽은 이 법을 지켜야 할 사람들이고 피해를 보는 것은 해상교통의 안전일 것이다. 이런 형국에 이른 요인은 해사안전법이 법률용어를 올바르게 선택하지 못한데 있다.

 

COLREG의 용어 ‘risk of collision’
‘COLREG 3대 용어’가 해사안전법에서 법률용어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앞에서 언급한 바 있다. 여기에서는 ‘risk of collision’의 역할과 의미하는 바를 고찰하고 이에 부합하는 새로운 법률용어를 제시하고자 한다.

 

해사안전법의 오류
COLREG의 ‘risk of collision’는 항법을 이해하고 실행하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앞에서 기술한 바와 같이, 이 용어에 대한 해사안전법의 번역이 여러 가지로 구구하고 ‘danger of collision’과도 혼용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risk of collision’은 물론이고 ‘danger of collision’에 대한 개념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아 이를 법률용어로 의식하지 못한데서 나온 오류라고 생각된다. 이러한 오류는 해사안전법 여러 조항에 나타나 있지만 해사안전법 제77조 제⑥항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이 조항은 무중항법에 관한 규정으로 COLREG Rule 19(e)항에 해당된다. COLREG 원문에서는, 뜻을 달리하는 ‘risk of collision’과 ‘danger of collision’라는 두 용어가 이 항법을 구성하고 있으나, 해사안전법은 이를 구별하지 못하고 모두 다 ‘충돌할 위험성’으로 번역하고 있다. 이로 인해 해사안전법의 무중항법은 COLREG가 의도하는 바와는 전혀 다르게 변질되어 COLREG 원문과 비교하지 않고는 이 항법의 본질이 무엇인지 파악하기 어렵다. 이것은 법률용어를 제대로 선택하지 못한 오류에서 비롯된 것으로 해사안전법이 항법으로서 가치에 의문을 갖게 하는 부분이다.

 

COLREG의 ‘risk of collision’에 대한 고찰 ‘risk of collision’의 역할
COLREG 항법을 접하게 되면 처음 만나는 용어가 ‘risk of collision’이다. 이 용어는 COLREG Rule 5 경계(look-out)부터 COLREG 항법 전반에 걸쳐 나타나 있다. 이는 항법의 적용시기와 함께 피항동작을 취할 수 있는 공간적 범위를 정하는 ‘COLREG 3대 용어’ 중 대표적 용어이다. 이 용어가 항법의 구성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살펴보도록 하자.
Rule 13(overtaking / 추월)을 제외한 Rule 14(head on-situation / 마주치는 상태)와 Rule 15(crossing situation / 횡단 상태) 등 정형적인 항법3)에서 공통되는 법조문은 『‘risk of collision’이 있을 때(so as to involve risk of collision)는 피항을 하여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것은 ‘risk of collision’이 발생하면 피항동작을 이행하라는 취지이다.


여기서 『‘risk of collision’이 있을 때』라는 조건은 피항동작을 취하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충돌의 예방효과를 거두기 위해 피항동작 이행시기를 법적으로 분명하게 정해 놓은 것이다. 그러나 ‘risk of collision’라는 뜻이 제대로 파악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이 시기를 섣불리 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COLREG 항법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risk of collision’에 대한 개념과 의미 파악이 중요하다. 그런데 문제는 COLREG 어디서에도 이에 대한 개념을 직접 정의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4)

 

COLREG의 ‘danger of collision’ 용어의 고찰
‘danger of collision’이라는 용어 역시 ‘COLREG 3대 용어’ 중 하나이다. 해사안전법에서 이 용어와 ‘risk of collision’가 구별되지 않고 번역되는 상황에서 ‘risk of collision’ 개념을 보다 명확하게 정립하기 위해서는 먼저 ‘danger of collision’ 용어에 대한 고찰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항법은 다른 선박과 접근하여 ‘risk of collision’이 발생하면 피항동작을 취하여 이를 해소할 것을 요구하는 규정이다. 그러나 다른 선박과 ‘risk of collision’이 발생하여 이 상황이 존재하는 동안 피항동작을 취하여야 하는데, 이 동작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두 선박은 너무 가깝게 접근되어 정형적인 항법5)에 의한 피항동작을 취할 만큼 여유로운 공간이 확보되지 않아 결국은 이 항법을 이행할 수 없는 사태에 이르게 된다.
COLREG는 이런 상태를 가리켜 ‘danger of collision’라고 정한 것이다. 예를 들면 다른 선박과 진로를 횡단자세로 접근할 경우 피항할 기회를 놓친 피항선이 ‘risk of collision’이 존재하는 구간을 벗어나며 유지선과 급격히 가까워지면서 Rule 15의 규정으로는 구제받지 못할 정도로 두 선박 사이의 공간이 협소해지는 사태를 맞게 되는 것을 말한다.


이 단계에 이르면 충돌의 필연성까지는 아니더라도 두 선박은 위험한 국면에 이르게 된다. 이때에는 두 선박 모두 정형적인 항법의 적용으로부터 벗어나 rule 2에 따라 선원의 상무에 의한 적절한 조치가 요구되고 유지선의 경우에는 rule 17(유지선의 동작)에 따라 충돌을 피하기 위한 최선의 협력동작이 요구된다. 또 무중상태에서는 이때가 COLREG Rule 19(e)항이 적용이 개시되는 시기이다.
해사안전법에서 ‘risk of collision’와 ‘danger of collision’를 구별하지 않고 혼용한 것은 항법의 구성에 대한 기본 개념이 정립되지 아니한 것이다.


‘충돌의 위험성’과 ‘충돌의 위험’의 논란
앞에서 언급했듯이, ‘risk of collision’에 대한 번역은 해사안전법은 물론이고 학자들 사이에도 서로 다르다. 국내에서 발간된 전문서적의 대부분은 ‘risk of collision’라는 용어는 ‘충돌의 위험성’으로, ‘danger of collision’은 ‘충돌의 위험’이라고 번역되는 경향이지만 이와는 반대로 ‘risk of collision’를 ‘충돌의 위험’으로 번역한 경우도 있다. 어느 주장이 올바른 것인지 판단을 내리기가 매우 어렵다. 
이것은 ‘충돌의 위험성’과 ‘충돌의 위험’ 어느 쪽이 타당한지에 대한 논란으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또 하나의 COLREG 3대 용어인 ‘danger of collision’과도 혼동되어 항법의 운용을 더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주장을 달리하는 학자들은 두 용어를 구별하는데 어떤 묘안이 있는지 몰라도 ‘충돌의 위험성’과 ‘충돌의 위험’ 두 용어가 문언적(文言的)으로 또는 항법적으로 어떤 차이가 있는지? 또한 COLREG의 취지에 부합하는 용어인지? 에 대해서는 논리적으로 설명하지 않고 있다.


다만 ‘충돌의 위험’으로 번역한 측의 주장으로는 해사안전법 제65조6)를 근거했다고 하면서 ‘위험성’과 ‘위험’은 큰 차이가 없다는 생각이다.7) 일반적인 느낌으로는, 두 용어에서 풍기는 어감(語感)이나 뉘앙스가 엇비슷하여 분명하게 가름하기가 쉽지 않고 애매하다. 또 두 용어를 같이 놓고 보아도 서로 다르다는 느낌이 선뜻 다가오지 않는다.
이렇게 ‘risk of collision’라는 용어를 두고 ‘충돌의 위험성’이나 ‘충돌의 위험’으로 번역하는 것은 해사안전법의 용어와도 상충되고 다른 용어인 ‘danger of collision’과도 혼동되어 법이 안정되지 않은 모습이다. 이런 형상은 항법을 운용하는 차원에서는 매우 혼란스럽고 위험한 것이다.
해사안전법은 하루속히 COLREG의 ‘risk of collision’라는 용어에 부합하는 새로운 법률용어를 선정하여 법의 안정성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2.3. 실선운항과 ‘risk of collision’의 연관성
여기에서는 선박 운항자의 실선운항을 통해 ‘risk of collision’ 용어가 뜻하는 바와 함께 이에 부합하는 용어를 탐색하고자 한다.
COLREG가 항법 용어로 ‘risk of collision’를 정하게 된 경위를 찾기는 그리 쉽지 않다. 필자는 ‘이 용어가 무엇을 근거로 선정된 것인지?’ 탐색하는 과정에서 먼저 생각이 미친 것이, 시계 내에서 다른 선박과 접근할 경우 ‘굳이 항법을 따지지 않더라도 선박 운항자 나름대로의 판단에 따라 안전한 통항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는가!’ 여기에 초점을 맞추었다.


통상 선박 운항자는 시계 내에서 다른 선박과 접근하게 되면, 이 선박과 방위변화가 있는지 없는지를 살피게 되고, 방위변화 없이 그대로 접근을 계속하면 어쩌면 충돌할지도 모른다고 염려하고 걱정하게 된다. 이때 선박 운항자는 이 상황이 더 발전하여 이런 심리상태가 절박해지기 전에 현 침로를 벗어나는 동작을 취하게 된다. 이 동작은 선박 운항자가 충돌을 염려하고 걱정하는 심리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해 본능적으로 취해진 것이다. 선박 운항자라면 누구라도 이런 상황을 맞게 되면 일상적으로 취하는 동작으로 항법규정을 의식한 것은 아니다.


한편 COLREG 항법은 접근하는 다른 선박과 ‘risk of collision’이 조성되면 이를 해소하기 위한 피항동작을 필요로 한다. 여기서 필자는 ‘선박 운항자가 취한 동작과 항법이 요구하는 동작 모두가 충돌 회피를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일치하는 것’에 주목하였다.
선박 운항자의 동작을 항법적 차원에서 보면 자신이 취한 동작이 COLREG 항법에서 요구하는 피항동작과 일치한다는 것을 의식하지 못하는 것뿐이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COLREG 항법에 따르고 있는 것이다. 이 동작을 유발시킨 배경에는 선박 운항자가 느끼는 ‘어쩌면 충돌할지 모른다고 염려하고 걱정하는 심리상태’ 즉, ‘충돌을 우려하는 심리상태’가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선박 운항자가 취한 동작은 ‘충돌을 우려하는 심리상태’에서 유발된 것이고 항법이 요구하는 피항동작은 ‘risk of collision’이 있을 때(so as to involve risk of collision)에 이행되는 것이다. 여기서 피항동작을 유발시킨 배경에는 ‘충돌을 우려하는 심리상태’와 ‘risk of collision’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때문에 ‘충돌을 우려하는 심리상태’가 곧 ‘risk of collision’이고 ‘risk of collision’이 ‘충돌을 우려하는 심리상태’라는 해석이 가능한 것이다. COLREG는 이러한 동작을 유발시킨 선박 운항자의 심리상태를 ‘risk of collision’라고 표현하여 법적인 용어로 정한 것이다. 따라서 COLREG의 ‘risk of collision’은 선박 운항자가 느끼는 ‘충돌을 우려하는 심리상태’이므로 이를 ‘충돌할 우려’ 또는 ‘충돌의 우려’라고 번역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해사안전법에 적시된 현행 용어에 비하면, 표현이 상황에 걸맞고 보다 구체적이어서 이에 대한 이해가 용이할 뿐만 아니라 COLREG의 취지와도 부합되는 용어라고 생각된다.


어느 법률이든지 이를 구성하는 법률용어가 명확하지 않으면 그 법률을 이해하고 실행하기가 어렵다. 이런 관점에서 해사안전법이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또 법적으로 안정성이 있는지에 대하여 짚어 보았다. 항법을 운용하는데 ‘risk of collision’라는 용어의 중요성에 대하여 이미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해사안전법이 이 용어를 두고 여러 가지로 번역한 것은 이를 법률용어로 인정하지 않은 오류인 것이다.
이로 인해 항법의 구성이 혼란스러워지고 이해하기가 어려워 항법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게 된 것이다. 여기에다 이에 대한 번역이 학자들 사이에도 서로 다르고 또 해사안전법의 용어와 충돌하여 이 용어의 번역을 놓고 혼란스런 형국에 있다. 결국 이러한 오류는 항법을 지켜야하는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쳐 이를 운용하는데 갈피를 잡지 못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risk of collision’의 용어에 부합하는 새로운 법률용어를 선정하여야 한다.


앞에서 필자는 ‘risk of collision’가 선박 운항자가 느끼는 ‘충돌을 우려하는 심리상태’를 의미한다고 밝힌 바 있고, 이를 근거하여 ‘충돌할 우려’ 또는 ‘충돌의 우려’ 라고 번역하여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를 법률용어로 선정한다면 해사안전법이 COLREG의 취지에도 부합되어 항법으로서 안정된 모습을 갖추게 될 것이다. 이는 일본의 海上交通安全法8)이 이 용어를 두고 ‘충돌의 두려움(衝突のおそれ9))’으로 번역한 것과도 맥을 같이 한다.


또한 ‘danger of collision’라는 용어는 앞에서 기술한 대로 ‘충돌의 위험’으로 번역한다면 이 용어와 혼동되지도 않을 것이다. 상기 두 용어를 항법이 목적하는 바에 인용하면, 항법은 다른 선박과 초기에 발생한 ‘충돌할 우려(risk of collision)’를 해소하여 ‘충돌의 위험(danger of collision)’으로 발전되는 사태를 차단하자는 것이 된다. 따라서 COLREG 항법에서 『so as to involve risk of collision』라는 조건을 명시한 조문은 『‘충돌할 우려’(또는 ‘충돌의 우려’)가 있을 때』로 개정되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COLREG 3대 용어 중 하나인 ‘close-quarters situation’라는 용어 역시 항법 운용상 매우 중요한 용어인데도 법률용어로 취급되지 않고 방치된 상태에 있다.10) 해사안전법이 COLREG 3대 용어에 대한 번역에서 제대로 중심을 잡는다면 이 법을 지켜야 하는 사람들의 혼동도, 학자들 사이에 엇갈리는 주장도 자연스럽게 불식될 것이다.
정부는 하루속히 해사안전법이 COLREG 원안에 맞도록 ‘COLREG 3대 용어’를 개정하여 항법으로서 안정된 모습을 갖추어 해상교통의 안전에 기여하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 이 논문은 2021. 9. 24. 해양안전심판원 심판관들을 대상으로 강의한 내용을 보완·정리한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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