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기업에 ESG경영은 지체할 수 없는 명제다”

“ESG 경영의 최대가치는 기업의 지속가능성, 평가는 투자자, 파트너, 협력사, 고객이 한다”

 

 
 

2년여간의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국내외 해사산업계는 비대면 세미나와 컨퍼런스, 미팅 등을 통해 서로 정보를 교환하며 탈탄소화와 디지털화, 물류공급망 해소 등 당면현안에 대한 논의와 방향성을 모색해왔다. 이 같은 추세 속에서 국내에서는 민간 전문가들이 모여 발족한 한국해사포럼의 해사기업들의 현안파악과 대응모색에 대한 논의활동이 눈에 띈다. 팬데믹 상황의 장기화국면에서도 국내 해사산업계의 여러 현안을 주제로 관련자나 전문가들의 발제와 회원들의 토론 등을 통해 관련 정책과 업계 대응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해사포럼은 전 세계적 이슈인 ESG경영에 대한 현황점검을 통한 방향성을 강구하고 있다.
해사포럼의 대표를 맡고 있는 윤민현 박사를 만나 해운을 비롯한 해사기업에 있어서 ESG경영의 중요성과 국내외 해사기업의 대응동향 및 방향, 그리고 국내 해사기업의 이행준비에 대한 이모저모를 들어보았다.(인터뷰는 오미크론 확산세에 따라 서면으로 진행) 윤민현 해사포럼 대표는 최근 해사산업계의 ESG경영이 해운시장에서 지속가능한 비즈니스에 핵심요건으로 부각됨에 따라 국내 해운업계의 적절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인식하고 지난해부터 포럼에서 ESG경영을 주제로 한 포럼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해운, ESG경영 준비시간, 비용, 위험부담 타산업보다 커 신중한 것이 현실이나 금융권,

화주, 투자자 강력드라이브가 눈앞의 현실”

 

◆전 세계 전산업계에 ESG 이행이 지속가능한 생존의 경영방향으로 부각돼있습니다. 이같은 추세가 해운을 비롯한 해사산업계에 중요한 시사점을 주는 배경은 무엇일까요?
“ESG에 대한 논의는 오래전부터 시작되었지만 인류와 지구상의 모든 기업들에게 중대 현안으로 부각된 것은 최근입니다. ESG 세상을 만드는 일 즉, ESG의 이행은 경제활동 기업과 사람 모두에게 해당되는 공동과제라고 생각합니다. 해사산업계의 주축인 해운업의 경우 국제성과 물리적 수명을 갖고 있는 고가의 선박이라고 하는 해운자산 등으로 인해 ESG 경영을 위한 준비시간과 비용, 그리고 그에 수반되는 위험부담이 타 산업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고 그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규제 이행 부담이 경우에 따라 개별 기업차원에서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가 될 수 있기 때문에 해운기업의 입장에서는 신중할 수 밖에 없는 것도 현실입니다.
 그러나 지구 온난화 방지를 위한 ESG 경영이라고 하는 절체절명의 과제 앞에서 해사분야의 이러한 특성이 감안되기를 기대하기에는 지구를 살려야 한다는 외침이 너무나 강하고 절박하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즉 해운의 특성을 들어 해사산업에 대한 ESG 경영에 소홀하거나 지체하는 것은 용납하지 않겠다는 것이 해운기업을 바라보는 모든 이해당사자(stakeholder)들의 일치된 목소리로, 그렇지 못할 경우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존립문제까지 위협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즉 해운기업에 있어 ESG 경영은 선택의 문제가 아닐 뿐 아니라 더 이상 지체할 수도 없는 명제라는 점에서 그에 따르는 리스크를 회피하려 하기보다는 이해관계자들의 요구에 순응하고 이를 현명하게 관리해나가지 않으면 안 될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자발적, 기술적 조건충족후 ESG 이행에 시간이 없다. 지체없이 행동으로 옮겨

stakeholder 기대충족으로 위험 줄이고 지속가능성 높여야”

 

◆글로벌 해운업계가 ESG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배경은 어떠한지요?
“앞에서 언급하였듯이 기후변화의 근원인 지구온난화의 위험을 기후위기(climate crisis)로 인식하고 이를 관리해야 할 필요성 즉, climate risk의 관리를 통해 온난화의 주범과 그 대안을 찾아 지구를 구하자는 것이 ESG경영의 취지입니다. 해운의 경우 온실가스 배출의 주범인 화석연료를 버리고 배출가스 Zero의 대체 에너지로 전환하자는 것이지만 문제는 기술개발 그 자체도 지난한 과제일 뿐 아니라 시간과 리스크를 수반하는 모험이라는 데에 있습니다. 해운계의 입장에서 보면 배출가스 Zero의 연료가 개발되고, 해당 연료의 가격과 기항지 곳곳에서 조달의 문제가 없을 정도의 기반 시설이 완비된 다음에 평균 수명 25년의 선박을 발주하는 것이 가장 리스크가 적고 바람직한 상황입니다. 그러나 현실은 필요한 기술이 개발되어 있지도 않고 연료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으며 언제쯤 그런 준비가 될지 알 수도 없지만 기후위기의 상황에 비춰볼 때 해운계의 기대처럼 모든 문제가 다 해소되기를 기다려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생각됩니다.


 자발적, 기술적 조건을 충족한 후에 ESG 경영을 시작하기에는 시간이 없기 때문에, 법과 규제, stakeholder들이 동원할 수 있는 수단을 통해 강제하겠다는 것이 대세입니다. ‘지체없이 곧 바로 행동으로 옮겨 stakeholder들의 기대를 충족시키는 것만이 위험을 줄이고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첩경이다’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눈앞의 현실로 다가오는 것은 우선 금융권과 화주들의 강력한 드라이브입니다. ESG를 평가하고 그 실적에 따라 금융지원 여부를, 선사에게 화물 운송 위탁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이른바 금융, 화주, 보험업계 등에 의한 Poseidon Principle(PP)이 그 좋은 사례입니다”

 

“ESG 금융 대세, 화주도 ESG 경영 요구, 보험업계도 동참,
기후변화에 미온적 대처 방치하지 않겠다는 것이 금융권의 메시지”


◆그렇다면 화주와 금융권 등에서 불고 있는 ESG 경영의 구체적인 추세는 어떠합니까?
“대표적인 사례를 든다면 우선 ESG 금융이 대세라는 추세입니다. 전통적인 유럽의 대형 선박금융은행들을 포함해서 금융권에서는  ESG 평가와 연계하여 선박금융을 제공할 것임을 이미 밝힌 바 있으며 현재 PP에 서명한  Citigroup, Societe Generale SA, DNB 등 27개 대형 선박은행들의 금융 규모는 글로벌 대출량의 약 절반을 점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COP26을 통해, IMO를 향해 2050까지 Zero Emission을 관철할 것을 촉구하였고 실제 IMO도 감축목표를 크게 앞당길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들은 ‘탈탄소화가 어렵다는 것도 인정한다. 해운업계가 하룻밤 사이에 변할 수 있다고는 기대하지 않는다. 그러나 탈 탄소화에 무관심하고 전략도 없는 회사는 은행의 고객이 되기 어려울 것이다’라며 탈 탄소화를 향한 해운계의 의지, 전략과 행동을 촉구하며 변하려고 하면 우리도 지원하겠다는 입장입니다. 파리 기후협약에 의거 대기온도 상승폭을 공업화 이전 대비 섭시 1.5로 억제하기 위해서는 최소 매년 4.2~6% 정도의 감축이 실행되어야 한다는 것이 과학자들의 판단입니다. 그러나 유럽 기업들의 배출가스 규모가 2017~19년 사이에 겨우 1.5%/년 정도밖에 감축되지 않아 이 정도의 감축으로는 2016년 파리 기후협약의 수준에 크게 미달한다는 전문기관의 발표가 나온 직후 스위스의 최대은행인 Credit Suisse의 주주들이 은행을 향해 화석연료 개발 산업에 대한 금융지원을 중단하라고 결의를 하였듯이 기후변화에 대한 미온적 대처를 방치하지 않겠다는 금융권의 메시지입니다.


그 다음은 화주의 ESG 경영 요구입니다. 대형화주이자 e-commerce trader인 Amazon, Ikea, Walmart, Unilever를 포함한 세계적인 대형 화주 9개사가 2021년 10월, 2040년까지는 탄소배출 Zero 선박만을 사용할 것이라고 공언(pledge)하였습니다. 이중 Ikea의 경우 자사의 선적물량이 연간 200만개 정도로 이들 9개사의 통합물량 규모는 선사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기에 부족함이 없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문제는 이러한 운동이 급격히 확산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여기에 보험업계도 동참하고 있습니다. 국제해상보험연맹(IUMI) 소속 회원사의 90%가 ESG 경영을 가장 중요한 우선과제라고 했으며 전 세계 상선대의 90% 이상의 책임보험을 인수하고 있는 국제 P&I 그룹들(IG-Club)도 ESG 평가를 보험인수(underwriting)의 중요한 요소로 할 것이라 했습니다. 


따라서 지금 탈 탄소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 과제입니다. 결국 이러한 외부의 압박으로 인해 탈 탄소화는 기술진전과 별개로 그 속도가 더 빨라질 수 있으며 이제 탈 탄소화는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필수 과제로 등장하였습니다. 유럽의 대형 해운사를 선두로 해운계도 불확실성이라는 리스크를 감수하며 행동에 나서고 있습니다”

 

◆IMO에서도 탈탄소를 위한 당초 목표의 조기시행을 통해 해운업계의 탈탄소화 행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데요. 그에 부합하며 선구적 행보를 보이고 있는 리딩기업의 대표적인 사례를 소개해주시지요.
“그렇습니다. 해운계의 탈 탄소화를 가이드하는 IMO의 공식적인 감축목표는 현재는 2050년까지 50% 감축이지만 금년 하반기에 Zero-emission으로 강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러나 Maersk는 IMO의 가이드라인과 무관하게 2030년까지 40%, 2040년까지 Zero-carbon을 자발적으로 10년 앞당겨 실행한다는 구체적인 목표를 추진 중입니다.


우선 2030년까지 대기 온도 상승폭 섭시 1.5도로 제한하기 위한 고객과 공조차원에서 선박의 배출량을 50%, 터미널에서의 배출량은 70% 감축시켜 2030년까지는 2020년 대비 자사의 배출량을 50%까지 감축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그 일환으로 2021~22년에 걸쳐 2025년까지 인수예정으로 한국의 HHI에 메탄올로 추진하는 Feeder선 1척과 1만 5,000teu급 12척을 발주했습니다. 이들 메탄올 추진선박을 통해 연간 CO2 배출량을 150만 톤 정도, 전체 선단의 배출량을 4.5% 정도 감축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메탄올의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Maersk가 위험부담을 안고 선두주자로서(first mover) 메탄올 추진형에 앞장서는 이유는 보다 더 적극적으로 온실가스 감축에 임하라는 stakeholder들의 강력한 요구에 부응하는 동시에 선택과 행동을 주저하고 있는 경쟁선사들로 하여금 규모의 경제를 통해 메탄올의 단점을 해결하는데 동참해 줄 것을 촉구하기 위함인 것으로 짐작됩니다. 발주 당시만 해도 연간 척당 4만 5,000톤정도를 소요하게 될 메탄올의 조달문제가 불투명한 상황하에서 위험부담을 갖고 시작했지만 발주 이후 최근까지 노력한 결과 조달문제는 해소되었고 그 과정에서 선화주간 파트너십 차원에서 일차적으로 화주들로부터 청정연료 사용으로 인한 추가비용을 부담해주겠다는 언질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다양한 불확실성 속에서 탈 탄소화를 위한 연구와 개발 그리고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그런 도전에 나설만한 재력과 능력(capacity)을 갖고 과감히 도전에 나설 수 있는 선구자의 역할은 매우 중요합니다. 해운계에서 Maersk는 이른바 선구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선박용 대체 에너지 후보가 여전히 불확실한 상황하에서 메탄올 추진형에 대규모 투자를 결심한 것은 대체에너지와 관련 다시 한번 규모의 경제를 주도함과 동시에 다가오는 규제에 대비하여 선행적으로 경쟁우위를 점하겠다는 포석이 깔려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간 원가절감을 위한 M&A, 소수대형화 재편, 선박의 대형화, 물류통합그룹으로의 전환, 탈 탄소화의 선구자적 역할 등에서 보듯이 Maersk 그룹 경영의 근간에는 ‘길이 있어 내가 가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감으로써 길이 생기는 것이다’라는 선행적·선구자적 자세가 창업 50년만에 세계 최고의 선박회사로 부상하게 된 저력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대체에너지와 규제의 향배가 불확실한 상황이지만 CMA CGM도 이미 LNG를 포함한 이중연료형 1만 5,000teu Neo-panamax를 발주했고 Hapag Lloyd도 LNG 추진형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물론 LNG 추진형 선박에 대해서는 금융을 거부하겠다는 세계은행 등 LNG에 비판적인 시각도 적지 않습니다”

 

“상장기업 중심 ESG경영 실상공개, 규제는
상장여부와 무관하게 전 기업으로 확대될 것”

 

◆국내 해운업계의 ESG이행 대응은 일부 리딩기업을 제외하고 부진한 상황으로 압니다. 대표님이 파악하고 있으신 국내 해운업계의 ESG 경영 준비환경과 동향은 어떠한지요?
“국내 대형 해운사 7개사를 기준으로 보면 상장사인 4개사(HMM, 대한해운, 팬오션, KSS)등은 오래전부터 ESG 경영에 참여하고 평가기관으로부터 평가 등급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비상장사(장금상선, SK 해운, H-line)등을 포함하여 대부분의 중소선사들은 아직 준비과정에 있거나 초기단계에 머물러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물론 아직까지는 상장기업 중심으로 ESG 경영의 실상을 공개하도록 되어있습니다만 규제는 상장여부와 무관하게 전 기업으로 불원 확대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일부 평가를 받고 있는 회사들도 국내평가와 국제평가간의 격차가 왜 존재하는지를 스스로 파악하고 취약점을 보완하여야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적어도 현재의 상황에 비춰볼 때 글로벌 금융업계나 화주, e-Commerce trader, 그리고 국제 보험자들이 한국 평가기관의 평가를 크게 신뢰할 것 같지 않기 때문입니다” 

 

“개별기업차원에서 더 관심 쏟아야 할 과제는
리더십리스크 크게 작용할 ‘S’와 ‘G’”

 

◆ESG는 환경과 사회, 지배구조 측면에서 여러 요건들을 경영에 반영한 것인데요. 이중 최근 중요성이 더욱 부각된 주요 요건은 무엇인지요?
“이른바 탄소화 경제에서 저탄소, 무탄소경제로의 전환에는 그 과정에서 소요되는 막대한 재원, 기술개발 등도 중요하지만 이에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기후 위기관리를 위한 기업문화와 거버넌스, 그리고 리더십의 선도적 선행적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ESG의 3대 주축(pillars)을 살펴보면 ‘E’는 글로벌 기술과 기준 그리고 노력과 자본으로 해결되어야 할 과제라고 한다면 ‘S’와 ‘G’는 개별기업의 오-너십 혹은 리더십과 직결된 이른바 ‘Leadership risk’가 크게 작용될 영역이기 때문에 개별 기업차원에서 집중적으로 더 관심을 쏟아야 할 과제는 ‘S’와 ‘G’라고 생각합니다.


‘ESG 경영’의 핵심은 GHG 배출 기업들의 기후위기 관리에 대한 사명의식이라고 생각하며 그 관리과정에서 당연히 투입해야 할 기업의 시간과 비용, 그리고 노력이 아까워서 소극적이라거나 남이 먼저해주면 그 뒤를 따르겠다는 이른바 Laggards(느림보)의 자세는 탈 탄소화의 과정을 지연시킬뿐 아니라 오히려 기후위기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 기후과학자들의 공통된 인식입니다. 후일 오히려 엄청난 비용증가와 함께 자칫 해당기업의 장래를 위협할수도 있다는 경고를 경시해서는 안됩니다. 그런 차원에서 ESG 경영과 관련된 제반 정보와 데이터의 투명성을 보장하고 ESG 경영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인적자원과 조직의 안정과 안전 그리고 팀웍의 향상을 위해 거버넌스와 리더십의 포괄적인 책임인식과 선도적인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ESG 평가는 대외신뢰도 중요,
글로벌 stakeholder 인정수준의 것이라야”

 

◆기업의 ESG 이행은 대외적인 공인이 중요하기에 관련 국내외 평가기관들이 평가를 하고 있는데요. 특히 국제산업인 해운(및 해사산업계)은 글로벌 평가기관의 평가가 중요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아직 국내 해운기업들은 주로 국내 평가기관의 평가를 받고 있는데, 비즈니스상 국제적 공인문제는 어떻게 보시는지요?
“지적하였듯이 국내 해운기업의 대부분은 아직 ESG 경영의 초기단계로 보입니다. ‘국제성’이 매우 큰 해운의 특성상 해사관련 기업들의 ESG 경영의 기본 프레임은 타 산업의 그것과는 궤를 달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SG 평가에는 국내평가기관도 참여해야 하겠지만 중요한 것은 평가의 대외신뢰도이며 그 신뢰도는 글로벌 stakeholder들이 인정하는 수준의 것이라야 합니다.


몇몇 평가를 보면 국내기관의 평가가 국제기관의 평가와 비교할 때 좀 과하다 할 정도로 후한 것이 아닌지 의문을 갖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러한 평가의 차이가 한국해운 전체에 대한 글로벌 고객들의 신뢰도에 부정적인 편견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해운계나 평가기관들 스스로가 유념하고 평가의 기준을 한번 더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국내산업의 ESG 평가는 국내평가기관이 해야 한다는 일부 주장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ESG 이슈가 국내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며 해운산업의 stakeholder는 그 숫자나 규모면에서 압도적으로 해외 당사자들이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ESG 평가부문에서까지 내셔널리즘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가 아닌지 생각합니다”

 

◆최근 한국선급(KR)이 한 ESG 평가전문기관과 ‘해사산업 ESG 공동평가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해사산업 ESG 평가지표와 평가 프로세스를 공동으로 개발하기로 하는 등 해사산업내 지속가능경영 확산 지원에 나서고 있습니다. KR의 이같은 준비가 국내 해운업계의 ESG이행 준비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까요? 도움이 된다면, KR은 어떠한 점을 좀 더 유념해서 준비해야 할까요?
“글로벌 흐름에 따라 한국에도 ESG 경영에 대한 공감대가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어 한국에도 ESG 시대를 앞당기기 위해서는 그에 필요한 기본 인프라의 조기 구축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맥락에서 KR을 포함해서 국내 평가기관도 필요하다는 점에는 이견이 있을 수 없겠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중요한 것은 평가기관의 질과 대외적 신뢰도일 것입니다.
KR이 평가의 질과 수준면에서 국내 금융권, 무역업계와 해운계로부터의 신뢰를 확보하고 나아가 수십만의 다국적 화주들을 포함한 글로벌 stakeholder들의 기대를 충족시킬 수만 있다면 한국해운계를 위해서도 바람직한 시도라고 생각합니다.


해운계의 KR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이 선박의 구조, 강도, 설계 등 안전과 관련된  기술적 검증을 전문으로 하는 기관으로 KR의 기능을 협의적으로 이해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러한 전문성만으로 ESG와 관련된 규제와 법 그리고 상사적 의사결정 프로세스 등 기술외적인 다양한 문제들을 평가할 수 있을지를 두고 의문을 가질 수도 있기 때문에 그러한 해운계의 보편적인 인식을 바로잡을 수 있는 조치가 선행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그 연장선상에서 일부 기술적 측면을 내포하고 있는 ‘E’외에 ‘S’ 즉, 사회적 책임(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과 기업경영의 질을 좌우하는 거버넌스(G)와 같은, 기술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비 계수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도 피 평가기관과 stakeholder들에게는 중요한 관심사가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사견이지만 해운의 경우 ‘E’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대책과 규제 문제는 특정 기업, 국가, 지역의 문제라기보다는 글로벌 이슈에 가깝기 때문에 기업단위의 독자적인 대처보다는 글로벌 스탠다드에 따르는 것으로 족할지 모르지만 ‘S’와 ‘G’는 개별 기업의 경영 의사결정에 의해 좌우될 수 있는 여지가 많고 특히 리더십의 상황인식(situation awareness)에 따라 변수가 많기 때문에 ‘S’와 ‘G’의 질(質)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혹자는 ESG 경영의 성패는 ‘E’보다는 오히려 ‘S’와 ’G’라고 주장할 만큼 ESG 경영에 있어 ‘S’와 ‘G’를 함께 추진할 수 있는 리더십의 역할에 비중을 두고 있으며 거래의 상대를 선택(choice)함에 있어서 금융권과 고객들의 인식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중소해운사 ESG 공동정보와 가이드라인 설정 등 협회 마련 효과적”

 

◆한국해운협회에서도 올해 외항해운기업의 ESG 경영을 지원한다는 방침은 정했는데요. 협회는 무엇을 어떻게 지원할 수 있을까요?
“앞에서 언급했듯이 ESG경영에 관한 한 한국해운계는 다소 뒤져 있는 것 같습니다만 글로벌 동향에 비춰볼 때 ESG 전반에 관한 시장의 흐름을 따르면 큰 차질은 없을 것 같습니다만 해운에만 존재하는 특수분야 예컨대 화석연료의 단계적 철수와 대체에너지 체제로의 전환 등은 당장 선박의 대체 혹은 발주와 직결되는 현안이기 때문에 국제적인 흐름을 주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ESG에 관한 기초, 해운계만의 문제 등에 대해 기본적인 개념파악이 필요하고 그중 핵심 현안에 대해서는 각사의 사업형태와 선대현황과 연계하여 나름대로의 체크리스트 작성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회사의 규모에 따라 다르겠지만 조직적으로 각사의 대응책을 마련하기에는 규모의  한계가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러한 중소해운사들을 위해 ESG와 관련된 최소한의 공동정보와 기본 가이드라인 설정 등은 협회에서 마련하는 것도 효과적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국내 해운기업들도 주요선사의 경우 이전부터 매년 지속가능보고서를 발간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를 토대로 중요한 ESG 경영요건들을 추가로 이행하고 평가받으면 될 것이라는 지적이 있는데요. 국내 해사기업들의 ESG 경영 전략수립과 이행에서 가장 중요하게 염두에 두어야 할 사항은 무엇일까요?
“지속가능보고서나 평가에 앞서 기업 스스로가 기후변화의 위기가 초래할 수 있는 위협의 실체와 왜 모두가 ESG 경영을 강조하고 있는지를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언뜻 생각하면 기후 위협은 먼 훗날의 하나의 가능성이고 대응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은 당장 눈앞의 현실이기 때문에 가능성보다는 눈앞의 지출과 부담을 더 생각한 나머지 ‘설마, 나 하나 쯤 안해도’ 하는 인식하에 Laggard 자세를 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실제 지속가능성 보고서의 내용이 어떤 형식적인 절차로 인식하기보다는 보고서와는 별개로 우리 회사의 기후위기에 대한 대응, 사회적인 책임감, 이를 이행하기 위한 거버넌스에 관한 냉정한 분석과 ESG 세상을 향한 정석, 정도 경영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ESG이행 정확히 이해하면 동참하지 않을
기업 없을 것...문제는 ESG 경영에 대한 이해다”
“유럽에선 이미 기후대책 위한 주의의무 위반
이유로 정부, 기업들 상대 소송 줄이어”

 

◆ ESG 경영은 무엇보다 경영자의 인식과 의지가 중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국내 해운기업 경영진의 ESG이행에 대한 인식과 의지 수준을 어떻게 보시며, 관련 제언을 하신다면...
“지구상의 전체 인류가 왜 ESG 경영을 해야 하는지를 정확히 이해한다면 ESG 경영에 동참하지 않을 기업은 없을 것이며 문제는 ESG 경영에 대한 이해라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것은 기업의 입장에서 본 ESG 경영의 최대 가치는 기업의 지속가능성이며 이에 대한 평가는 오너나 경영진이 하는 것이 아니라 stakeholder가 한다는 사실입니다. 기업 혹은 일부 경영진이 이를 소홀히 할 경우 그냥 비켜지나갈 수 있는 환경이나 상황이 아니며 ESG 경영을 소홀히 할 경우 법, 행정 규제와는 별개로 투자자, 파트너, 협력사와 고객들이 먼저 더 이상 그회사의 비즈니스 모델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과거 기업경영의 최우선과제는 주주와 오너의 이익, 즉 속된말로 돈을 잘 버는 것이었습니다. 이를 위해서라면 환경문제, 기업의 사회적 책임, 조직내 인권이나 젠더(gender)이슈 등은 수면하의 문제로 취급되어왔는가 하면 영업 기밀을 이유로 비즈니스관련 정보의 상당부분이 대외비로 처리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향후 기업환경은 주주나 오너보다는 비즈니스와 직·간접적으로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stakeholder를 위한 가치(value) 경영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더구나 B2B, B2 Stakeholder라는 비즈니스 모델과 디지털화, 자동화, 탈 탄소화라는 흐름에 비춰볼 때 이제는 비즈니스 관련 모든 데이터는 투명하게 이해관계자 모두에게 공개되고 공유되어야 하는 만큼 더 이상 베일에 쌓인 경영이나 데이터 관리가 어렵게 되었다는 현실에 비춰볼 때 ESG 경영을 향한 상당한 주의의무(due diligence)를 성실히 이행하지 않으면 존립이 위협을 받을 수 있다는 상황인식이 중요해 보입니다. 독일 등 유럽에서 이미 기후대책을 위한 주의의무 위반을 이유로 정부, 기업들을 상대로 한 소송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예컨대 현안으로 부상하고 있는 중대재해법 문제도 선박과 선원의 안전, 환경보호 등을 통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성실히 수행하겠다는 자세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해운산업에는 K-ESG 표준개발 신중해야,
리스크 분담하는 정책 필요하다”

 

◆ ESG이행은 정부차원의 지원도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산자부에서 K-ESG 표준 개발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해수부 차원의 지원도 필요하지 않을까요?
“해운산업의 ESG 경영과 관련된 규범이나 규제가 역내(regional)단위 혹은 글로벌 스탠더드 중 어느 방향이 채택될지는 아직 불확실한 상황이지만 최소한 해사산업에 관한 한 어느 특정 국가단위의 규제는 비효율적일 뿐 아니라 현실성이 없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그러한 시도는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기술개발 역시 글로벌 시장을 선도할 정도의 High Tech가 아니라면 독자적 개발추진보다는 국제적 움직임에 동참하는 것이 더 실용적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현재 해운계로서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탈 탄소화 방향 즉, 대체 에너지가 정해지기 이전에 규제가 선행될 경우 규제이행을 위해 선사가 부담해야 할 추가부담이나 일부 선행적 조치가 초래할 수 있는 위험부담문제입니다. 이른바 First mover의 리스크 문제는 개별선사가 독자적으로 부담하기에는 과중할 수 있기 때문에 리스크를 분담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규제가 글로벌 차원이든 지역단위 규제이든 규제 이행에 필요한 중고선의 탈탄소화 혹은 저감장치의 설치에 대한 지원방안은 고려해봄직하고 필요할 경우 글로벌 R&D 기금 조성에 대한 선사의 재정적 부담을 완화시키는 조치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다만 해운계는 최근의 이례적인 시황으로 Free cash를 많이 비축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글로벌 선주들의 다수는 탈 탄소화를 위해 Free cash를 비중있게 사용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해운의 침체기에는 정책지원을 요청하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는 점을 부인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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