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탁

해양사상 고취는 우리나라가 해양강국이 되기 위해 정부가 추진하는 주요 정책목표의 하나다.

강 종 희 KMI 선임연구위원
강 종 희 KMI 선임연구위원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해양수산부는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우선 금년만 봐도 바다헌장 선포, 해양체험 프로그램 운영, 그리고 장보고 재조명 및 평가 등이 해양수산부 주요 과제로 선정돼 추진 중이다. 이처럼 해양수산부는 1996년 발족 이래 우리 국민의 해양사상을 고취하기 위해 상당한 인력과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리 국민의 바다에 대한 인식은 과거와 별반 차이가 없다. 오히려 독도문제나 주변국과의 어업분쟁 등으로 국민의 바다에 대한 인식이 호의적이지 못하다.


우리 국민의 해양사상이 쉽게 바뀌지 않은 것은 유구한 대륙 지향적 국가경영 때문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 정부의 해양사상 고취를 위한 사업이 갖는 한계에도 그 원인(遠因)을 찾을 수 있다. 우선 바다헌장 선포와 장보고 재조명 사업처럼 이들 사업에 대해 다수 국민의 관심이 높지 않다. 해양체험 프로그램 역시 그 대상이 한정적이다. 결국 우리 국민의 해양사상을 고취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콘텐츠 개발이 요구되는 바, 많은 국민이 참여할 수 있는 해양문학 진흥이 하나의 대안일 수 있다. 


서양의 해양사상이 해양문학에서 비롯됐음은 부인하기 어렵다. 해양문학의 효시는 멀리 호머의 「일리아드」와 「오딧세이」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두 고대 작품은 문학적 향기를 지녔을 뿐만 아니라 서양인들에게 바다에 대한 모험심을 끊임없이 자극해 왔다. 그러나 해양문학이 서양의 해양사상에 크게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것은 컬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한 15세기 이후다.

 

특히 18~19세기 서양의 위대한 해양문학의 탄생은 서양의 세계 지배를 가능하게 했다. 당시 작품으로서 영국작가 다니엘 디포의 「로빈슨 크루소」와 조나던 스위프트의 「걸리버 여행기」가 유명하다. 프랑스 작가 쥘 베른의 「15소년 표류기」와 「해저 2만리」 그리고 루이 스티븐슨의 「보물섬」은 지금도 청소년의 필독 도서다.

 

미국이 해양국가로서 손색 없는 것은 불후의 명작인 「모비 딕」과 「노인과 바다」를 저술한 허먼 멜빌과 헤밍웨이와 같은 해양작가를 배출했기 때문이다. 한편 영국의 존 메이스필드, 바이런, 테니슨, 스윈번 그리고 미국의 휘트먼, 롱펠로우 등 수많은 시인들의 해양시(海洋詩)가 서양 젊은이들을 바다로 이끌었다. 그러면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과거 우리나라 해양문학이라고 해야 고작 「심청전」과 「별주부전」이 전부다. 그 내용조차 동화적으로 등장하는 바다 밑 왕궁 이야기이므로 본격적인 해양문학이라 할 수 없다. 20세기 들어서 몇 편의 해양시가 등장하지만 시 속의 바다는 밀려 오는 새 시대의 문물과 신 사조를 상징할 뿐 바다 그 자체와는 무관하다. 따라서 한국 해양문학이 태동한 시기는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한국 해양문학이 세인의 관심을 끌기 시작한 것은 1996년 부산광역시와 부산문인협회가 「한국해양문학상」을 제정하면서부터다. 1998년 한승원의 소설 「포구」가 제1회 대상을 수상했다. 이후 금년까지 9차례에 걸쳐 해양문학상 시상이 이뤄졌다. 2003년엔 한국해양문학가 협회가 결성돼 활동 중이다. 또한 해양관련 단체들이 각종 해양문학 경연대회를 개최함으로써 해양문학에 대한 국민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그러나 해양문학상과 경연대회가 예산제약과 주로 부산 등 소수 지역에 기반함으로써 범국민적 해양사상을 고취하는데 한계를 보인다. 이에 정부의 해양문학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는 바, 우선 한국해양문학상 대상 상금을 현재 1,300만원에서 1억원 이상으로 올리도록 정부지원을 검토해야 한다. 또한 해양문학 경진대회와 출판 등에도 정부예산을 배정함으로써 지역기반의 한계를 극복해야 할 것이다. 해양문학이야말로 범국민적 해양사상 고취를 위한 최선의 수단임을 새롭게 인식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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