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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조선업 부활의 신호탄 ‘2022 국가조선전략’ 발표
[584호] 2022년 05월 02일 (월) 13:21:46 해양한국 komares@chol.com

그간 상선보다 군수 부문에 역점을 둔 조선산업 지원책을 전개해온 영국정부가 최근 ‘국가조선전략 개정본’ 발표를 통해 150척 이상의 함정 및 상선을 안정적으로 도입하겠다고 밝혔으며, 이를 영국 조선업 부활의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KOTRA의 박대희 영국 런던무역관이 작성한 관련보고서를 필자와 협의하에 게재한다.                                              -편집자 주-

 

글로벌 환경규제 강화가 전략 수정의 배경
2030년까지 친환경 해양기술 투자로 영국 조선업 경쟁력 강화 포석

영국은 그동안 정부 차원의 조선산업 지원책을 민간 상선 부문보다 군수 부문에 초점을 맞추고 운영해왔다. 이는 지난 2017년 영국 정부가 발표한 국가조선전략(National Shipbuilding Strategy 2017)만 보아도 명확히 알 수 있다. 당시 발표한 국가조선전략은 국가 안보 차원에서 영국의 해상 전력을 강화하겠다는 내용이 주된 골자였다. 실제 영국은 이 전략을 바탕으로 차세대 해군 호위 함정을 도입하고 영국의 해상 전력을 해외에 수출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또한 당시 조선 전략을 작성한 주체가 영국 국방부였단 사실만 보아도 그동안 영국 정부가 국가 정책 차원에서 조선업을 어떻게 보고 있었는지 잘 알 수 있다. 그러나 최근 글로벌 조선산업의 중심이 중국과 한국을 중심으로 한 동아시아 지역으로 이동한 것과 더불어 선박의 탄소, 온실감스 감축을 위한 환경규제 움직임이 나타나면서 영국 정부도 정책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기 시작했다. 이에 영국 정부는 2022년 3월 10일, 국가조선전략 개정본(Refresh to the National Shipbuilding Strategy)을 발표하였다.

 

2017 국가조선전략(National Shipbuilding Strategy 2017)
2017년 발표한 국가조선전략은 영국 해군 함정의 노후화, 함정 구매 절차상의 문제 그리고 해상 무기 체계의 수출 경쟁력이 약해졌다는 정부 차원의 성찰에서 비롯됐다. 또한 당시 브렉시트를 준비하고 있었던 영국 입장에서는 브렉시트 이후 발생할 수 있는 경제, 안보 문제에 대비할 필요성이 컸다. 특히 영국은 대외 무역의 95%를 해상 운송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해상 물류의 안정적 운영이 불가피한 나라이다. 그래서 당시 발표한 국가조선전략은 영국의 안보 강화 차원에서 2030년까지 신규 호위함을 도입하고 일련의 해상 전력 강화 조치(해군 함정 도입 프로세스 개선, 함정 도입 30년 마스터플랜 제공 등)를 통해 영국 조선업계 전반에 걸친 일종의 낙수효과를 기대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세부적으로는 현재 영국 해군이 주력으로 운용 중인 23형 호위함을 26형 호위함과 31e형 차세대 호위함으로 대체한다는 계획이 들어 있다.

 

영국 조선전략 수정 배경
영국이 국가조선전략을 수정하게 된 배경에는 크게 2가지가 있다. 가장 주요한 요인으로는 대내외적으로 환경 규제 강화의 필요성이 높아졌다는 점에 있다. 이미 글로벌 산업계 전반에 탄소 감축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인식은 널리 퍼져 있는 상황이다. 이는 조선업도 예외가 아니다. 국제 해운과 조선에 관한 규칙과 이슈를 다루는 국제해사기구(IMO)는 2050년까지 선박의 탄소 배출량을 2008년 대비 70%, 온실가스 배출량을 50% 줄이겠다는 목표를 천명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단기적으로는 2023년부터 2026년까지 전 세계 조선 및 해운업계가 선박의 탄소 배출을 연간 2%씩 감축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영국은 친환경 정책 선두국가로 넷제로 전략(Net Zero Strategy)을 통해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실현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넷제로 전략은 영국이 녹색기술 및 녹색 금융 분야에서 선두 지위에 오르기 위해서는 청정 에너지 및 녹색기술로의 전환을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다음으로는 국제적으로 친환경 선박에 대한 수주 경쟁이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글로벌 조선산업의 중심이 한국과 중국 등 동아시아 국가로 이동했다는 것도 어느 정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영국은 근대 조선산업의 기틀을 만든 나라로 산업혁명을 통해 증기선을 발명한 이래 19~20세기 전 세계 해상 패권을 장악하였다. 우리에게 익숙한 타이타닉 호도 이 시기에 영국에서 만들어졌다. 지금은 글로벌 선박시장 경쟁에서 크게 뒤쳐져 있지만 20세기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글로벌 선박 건조의 약 60%를 차지하기도 했다. 현재는 한·중·일 3국이 전 세계 선박 건조 수주량의 약 95%를 차지하고 있다. 영국의 조선해운시황 분석업체인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2021년 한·중·일 3국의 누계 수주 실적은 각각 한국 1,744만CGT(37%), 중국 2,286만CGT(49%), 일본 413만CGT(9%)이다.


이 때문에 영국이 글로벌 조선업계에서 경쟁력을 발휘하려면 친환경 해양기술을 확보에 집중할 수 밖에 없다. 이미 영국은 친환경 선박기술을 보유하고 있는데 대표적으로 선박용 공기윤활시스템을 제작하는 실버스트림 테크놀로지스(Silverstream Technologies)가 있다. 공기 윤활기술은 선체 하부에 바닷물과 마찰을 줄이기 위해 선체에서 공기를 배출하는 기술로 이 기술을 사용하면 5~10% 정도 연료 절감이 가능하다. 

 

2022 국가조선전략(National Shipbuilding Strategy 2022)
새롭게 발표된 2022 국가조선전략은 2030년까지 친환경 해양기술 투자를 통해 영국 조선업에 대한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것에 방점을 두고 있다. 이를 위해 크게 6가지 실행계획을 담고 있다. 첫째 2021년 국방부 산하로 출범한 ‘영국 조선 사무소(National Shipbuilding Office)’에 영국 조선업 전반에 대한 범정부 차원의 전략 관리 기능을 강화한다는 내용이다.


둘째 ‘미래 30년 범정부 선박 공급 계획(30 year Cross-Government Shipbuilding Pipliine)’을 통해 앞으로 150척 이상의 함정 및 상선을 안정적으로 도입하겠다는 내용이다. 영국 정부가 함선 및 상선에 대한 구매 계획을 운영함으로써 영국 조선업계 전반에 활기를 가져다주고 시장 안정화를 꾀하겠다는 전략이다.
셋째 영국 교통부 산하 ‘UKSHORE(UK Shipping Office for Reducing Emissions)’를 통해 탄소 무배출 선박과 같은 친환경 기술을 연구하고, 관련 일자리 창출에 2억 600만파운드를 투자하겠다는 내용이다. 넷째 영국 교육부를 통해 ‘UK Shipbuilding Skills TF’를 구성하고 고급 기술 및 숙련 노동자를 양성 배출하겠다는 내용이다.


다섯째 영국 국제통상부 산하 ‘해양역량캠페인사무소 MCCO(Maritime Capability Campaign Office)’를 신설하고 이를 통해 영국 조선 관련 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겠다는 내용이다. 마지막으로 ‘자국 선박구입 신용보증제도(Home Shipbuilding Credit Guarantee Scheme)’를 만들어 영국산 선박 구입 시 구입가의 80%까지 신용 보증을 제공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 제도는 2022년 5월 중 영국 기업에너지산업전략부에서 제도를 구체화해 발표할 예정이다.

시사점
영국의 국가조선전략은 앞으로 다양한 친환경 해양기술의 발달을 촉진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정부차원의 친환경 기술 투자 확대는 새로운 일자리 창출도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영국 해양부문 무역협회인 Maritime UK는 영국 정부의 친환경 해양기술 투자로 향후 3,100여 개의 고임금 일자리가 창출되고, 기존 조선업계에 4만 2,000개의 일자리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영국 정부의 해양 신기술 투자 중심의 계획에 제조기반 지원도 필요하다는 입장도 있다. 국가조선전략에 선박의 설계, 건조, 유지 관리에 대한 부문이 빠져있고 녹색기술을 보유한 공급업체가 전문기술을 제조업으로 이양할 수 있는 구체적인 지원책이 없다는 것이다.


또한 영국 정부가 향후 30년간 150척의 배를 구매하겠다고는 하나 WTO 규정에 따라 정부 조달은 국제 입찰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실제 국내 조선업계에 어떤 낙수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지도 명확하지 않다.
그럼에도 영국의 새로운 조선산업 육성 전략은 한국과 상호 보완적인 관계를 형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영국의 혁신적인 친환경 기술과 서비스, 그리고 한국의 선박 생산 능력이 합쳐져 상호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자료: 영국 정부포털(GOV.UK), 영국 국방부, National Shipbuilding Strategy 2017, National Shipbuilding Strategy 2022, 클락슨리서치, Financial Times 등 각종 언론, KOTRA 런던 무역관 자료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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