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3면이 바다로 둘러있고 북방의 육로가 차단된 실질적 도서국가이기 때문에 물자의 이동에 있어 해운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해운은 조선의 수요산업으로서 조선 및 기자재 산업의 성장을 견인하는 축이기도 하고, 복합적인 국제물류에서 가장 핵심적인 기능을 수행하는 수단이다. 부산항발전협의회에서는 우리 해운이 수출입물류의 99.7%를 담당하고 있음을 들어 범국민적 ‘99.7운동’을 전개하기도 했다.
해운이 국가경제에 중요한 ‘기능’을 담당하고 있지만 더욱 중요한 관점은 돈을 버는 ‘사업’으로서 해운이 국부를 창출하는 것이다. 경제가 성장하고 발전하면서 3차 산업의 비중이 점차 커지는 이른바 ‘서비스 경제’의 단계로 이행하게 된다. 우리나라가 3차 산업으로 부를 창출하는 것을 이야기할 때 주로 관광, 게임, 콘텐츠 등이 거론되는데 이들 분야에 더하여 물류는 인류의 생존에 필수적인 기능으로서 국경을 넘어 부를 창출할 수 있는 유망한 서비스 산업의 하나임이 대중에게 널리 인식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물류로 부를 창출하는 예를 몇 가지 들면 세계 1위의 포워더인 DHL Supply Chain & Global Forwarding은 하드웨어에 대한 대규모 투자 없이 이른바 ‘엮어내는 능력(organizing power)’을 잘활용해서 연간 285억달러(35.6조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고, 세계 2위인 Kuehne+Nagel도 연간 450만 개의 컨테이너를 운송하며 DHL에 버금가는 성과를 창출하고 있다. ‘물류통합자(logistics integrator)’로 스스로를 다시 정의한 A.P. Moller-Maersk 그룹의 작년 매출은 618억달러인데 이는 덴마크 국내총생산(3,250억달러)의 19%나 차지하는 규모이다.


해운이 물류의 축이 되는 핵심사업으로서 그리고 국가적인 기능으로서 중요한 위상을 점하는데 비해 일반 대중의 해운, 물류에 대한 이해도는 그다지 높지 않은 것으로 생각된다. 우리나라가 영국, 네덜란드, 스페인 등과 같이 해운을 통해 막대한 부를 창출했던 역사적인 사례도 없는 데다가 해운과 조선산업이 불황기를 맞을 때마다 대규모의 실패를 반복했던 것이 오히려 대중에게는 해운은 ‘위험한 사업’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만들었을 것이다. 해운의 반복되는 실패에는 기업의 역량, 금융시장의 역할, 정부의 정책 등 여러 요인이 있고 이를 정확히 분석하여 실패의 경로를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만일 이를 통해 만성적인 문제가 해결되고 해운과 물류사업이 부를 창출하는 사업이 된다면 대중은 이 분야에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다. 해운과 물류가 경쟁력을 가지고 부를 창출함으로써 자연스럽게 해운에 우수한 인력과 자원이 흘러 들어오게 하는 부분은 차차 살펴보기로 하고 이번에는 다소 인위적이지만 대중에게 알리는 경로를 확장함으로써 효과를 가져오는 부분을 다루기로 한다.


앞에서도 이야기했듯이 해운을 알고 이해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해운으로 돈을 벌겠다는 기업가도 늘어나고, 자금의 조달 저변도 확대되며, 젊고 유능한 인력의 유입도 촉발될 것으로 생각한다. 해운을 널리 알리기 위해서는 우선 매체(media)를 통해 대중이 해운에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다양하게 제공되어야 할 것이다. 그 출발점으로 전통적인 매체인 도서의 현황에 대하여 우리나라와 일본을 간단히 비교해보았다. 일본의 아마존 서점과 우리나라의 대형 온라인서점에서 ‘해운’이란 단어로 검색을 해보았는데 검색된 상위 15권의 단행본 도서를 비교한 결과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등 기관이 발간한 연구·조사보고서가 8권, 용어사전이 2권, 교과서가 2권이 있었고 일반대중이 접할 수 있는 비교적 가벼운 도서는 3권에 불과했다. 그 세 권 중 두 권은 최근에 해운에 대한 일반대중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는 김인현 교수의 『해운산업 깊이읽기』 시리즈 1, 2이고 다른 한 권은 업계 전문가가 해운과 관련된 시장의 동향을 정리하여 주문출판(PoD, Publish on Demand) 플랫폼을 통해 발간한 것이다.


일본의 상황은 우리와 크게 다르다. 일본 아마존 서점에서 검색된 단행본 도서에는 일반서적이 11권으로 가장 많았고 교과서로 보이는 제목의 책이 3권, 실무지침서가 1권 있었다. 일본에서는 비교적 어려운 주제도 도해가 포함된 가벼운 소책자로 출판하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었지만 선박에 대한 서적이나 선박금융까지 망라하고 있는 것이 놀라웠다. 얼마 전 바다, 저자전문가와의 대화 포럼에서 『호모 시피엔스(Homo Seapiens)』1)를 저술한 윤학배 전 해수부 차관이 우리말의 방방곡곡(坊坊曲曲)에 해당하는 일본어 표현이 진진포포(津津浦浦)라고 소개했는데 서적으로 보아도 일본에서는 해양이 우리보다는 더 사회 전체에 친숙하게 다가가고 있는 것 같다.


이제 해운을 널리 알리는 문제에 대해서 해결방안을 생각해보자. 첫번째는 저술에 대한 동기부여이다. 해운이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몇 번의 사이클을 겪으면서 일반 대중에게 벌크선운임지수(BDI)도 알려지는 등 사람들이 해운에 접하는 기회가 늘어나기는 했지만 부정적인 뉴스도 많고 용어가 어렵기도 해서 여전히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대중의 관심이 적으면 저술한 책의 판매량이 많지 않아 저자들이 경제적인 관점에서 저술동기를 갖기가 쉽지 않다. 앞서 소개한 김인현 교수의 ‘바다, 저자전문가와의 대화’ 포럼을 통해서 알려진 바와 같이 많은 현직 또는 퇴직 전문가들이 책을 쓰려는 의향을 가지고 있고 또 출혈(?)을 감수하면서까지 출판에 나서고 있어 희망은 있다고 생각한다. 산-학-연-정2)이 힘을 합해 이러한 잠재적 저자들에게 일정 수준의 인센티브를 제시함으로써 대중에게 제공되는 해양도서의 양을 늘리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두번째는 자라나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바다에 대한 꿈을 심어주는 활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해양관련 도서를 초·중·고 학생이 읽기 좋은 형태로 제작하고 이를 학교 도서관 등을 통해 배포함으로써 해양에 대한 접근의 기회를 늘려줄 필요가 있다. 또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경진대회나 공모전 등을 활발하게 개최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고 젊은 세대가 선호하는 매체(media)를 선택하는 것도 중요하다. 요즘 젊은 세대는 서적보다는 디지털 미디어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므로 동영상 플랫폼 또는 메타버스와 같은 가상공간을 활용해서 정보를 제공하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제공되는 정보의 분량 면에서도 요즘 세대가 받아들이기 쉬운 형태로 분할해서 간결하게 제공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으로 생각한다.


세번째는 서적의 판매량이 작아 그나마 출판된 도서도 단기에 절판되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그동안 출판된 도서들 중 상당수가 시일이 경과하면서 품절 또는 절판된 상태이고 이러한 현상은 교과서의 경우에도 예외가 아니다. 국내 대형서점에서 해운경영, 용선론, 해운경제 등의 도서를 검색해 보았더니 구입할 수 있는 책이 거의 없었다. 애써 저술한 저서들이 상업적인 이유로 빛을 잃는 것이다. 이 문제는 점차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는 주문출판(PoD) 플랫폼을 활용하는 것이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주문출판 플랫폼은 저자가 집필을 마친 후 편집하여 PDF형태로 플랫폼에 올려 두면 주문이 들어올 때 플랫폼이 인쇄하여 판매하는 방식이다. 주문제작방식이기 때문에 주문 후 몇일을 기다려야 하는 불편이 있기는 한데 이 불편은 언제든 그리고 한권이라도 절판없이 서적을 구입할 수 있다는 장점에 비하면 무시해도 좋을 수준이다. 국내의 대형 주문출판 플랫폼에 확인한 결과 사회 해를 끼치지 않는 한 어떤 도서의 출판도 가능하며 시일이 경과해도 저자가 요청하지 않는 한 절판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해운을 널리 알리는 문제에 대한 해결방안의 마지막으로 제안하고 싶은 것은 해운과 관련된 단체들이 이른바 ‘고상한’ 활동들을 하는 것이다. 고상하다는 것은 사전적으로는 격이 높고 점잖다는 것을 의미하고 영어로는 classy나 elegant로 번역이 된다. 주관적인 관점이지만 현실적으로 고상한 행동이라는 것은 문화·예술 방면에서의 조예(造詣)이거나 이타적인 행위 즉, 자선활동과 관련성이 크다. 해운인이 이러한 활동을 통해서 세인의 관심과 존경을 이끌어낼 경우 해운을 보는 일반인의 시각이 달라질 것이고 장기적으로 이러한 시각의 변화가 해운에 대한 친화성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리스가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재정위기를 겪고 국가부도의 위기에 몰리게 되었을 때, 그리스 선주들이 기꺼이 자금을 출연해서 ‘경제적인 위기를 맞기는 했지만 역사적 문명국가의 자긍심은 지킨다’는 취지로 고대 아테네 학당의 학술활동을 재현했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참으로 격이 있는 활동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에도 선주의 모임, 선장이나 도선사의 모임 등 해운 최고의 기업가나 전문가들이 모인 단체가 있다. 이들도 회원 상호간의 친목을 넘어서서 문화·예술활동을 고양하고 자선활동을 주관함으로써 사회에 건강하고 긍정적인 시그널을 던지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해운이나 물류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을 유발하는 자연스런 경로는 해운 선진국들처럼 사업을 통한 성공사례가 알려지고 이를 따라하려는 힘이 형성되는 것임에 이론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그렇게 되기 전에 다소 인위적인 면이 있어도 다양한 활동을 통해 해운의 가치를 알리고 세간의 관심을 이끌어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해운은 실적으로 세상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고 있지만 역사가 말해주듯이 시련의 물결은 또 다가올 것이다. 반복되는 해운실패를 막기 위해 기업, 정부, 학계가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동시에 장기적으로 해운을 알리는 일에도 힘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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