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예선업계, 조합 중심의 사업다각화로 수익증대 자본축적 모색해야”
㈜흥해 50주년 심포지엄서 전준수교수 ‘글로벌 예선현황과 미래예선의 역할’
“예선시장도 기술을 이용한 다양한 혁신 시도중, 친환경 예인선화 연구 활발”
 

 
 

기후변화 대응과 선박의 대형화, 디지털화 환경의 영향이 예선산업계에도 미치고 있다. 이에국내 예선업계도 친환경 선박과 4차산업 신기술 도입, ESG 규제에 대한 시의적절한 대처 등을 통한 경쟁력 향상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또한 글로벌 예선업체에 비해 영세한 규모의 국내 예선업체가 수익증대와 자본축적 실현을 통해 지속가능한 미래를 열어가려면 공동구매와 공동수리 등 예선업협동조합을 중심으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이 나왔다.


6월 23일 ㈜ 흥해가 창업 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행사로 마련한 ‘예선업의 현재와 미래전망’ 심포지엄에서 전준수 서강대학교 명예교수가 ‘글로벌 예선현황과 미래예선의 역할’ 발제를 통해 국내 예선업계의 사업 다각화를 통한 수익증대와 자본축적을 모색해 주변환경의 변화에 대처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준수 "예선업 공동사업화 위해 현 조합을 예선사업협동조합으로 재조직 검토필요"
전준수 교수는 “글로벌 예선업체의 경우 전통적인 항만예선 외에 다양한 예선활용서비스를 제공해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라며 독일과 스페인 등 글로벌 예선업체들의 사업다각화 사례를 소개하고, 국내 예선업계도 “예선업협동조합을 중심으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할 필요가 있으며 기존 공동배선과 공동보험 가입 분만 아니라 단기적으로 공동구매와 공동수리 등 사업을 추진하고 장기적으로는 항만예선 외에도 오프쇼어 관련사업에도 진출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전 교수는 하지만 글로벌예선업체들이 영위하는 연안운송 예선사업에의 진출에 대해서는 “운송업자의 예선업 진출의 단초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의견도 밝혔다.


전 교수는 “예선업체의 미래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안정적인 수익증대를 통한 자본축적이 가능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라며 “예선의 수요가 전반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현실에서 예선사업의 매출증가를 통해 수익을 증대시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고 규모의 경제효과를 통해 비용절감으로 수익을 창출하기에는 국내 예선업체의 규모가 영세하다”고 지적하며 “기존 예선업체의 대형화는 적정예서 수급계획에 따라 추가로 예선을 건조하는 것이 어렵고 기존업체간 M&A를 통한 대형화도 실현가능성이 낮다”라고 국내 예선업계의 현실을 짚었다. 그는 “장기적으로 예선업체간 협력을 통한 규모의 대형화를 모색해야 하며, 예선운영회사를 설립해 핵심자산인 선박 및 관련업무를 이관하고 제3자에 위탁하는 방법, 예선업을 공동사업화하기 위해 현 조합을 예선사업협동조합으로 재조직하는 방법 등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국내 예선업체의 규모의 대형화를 통한 생존 및 성장동력 확보 방안을 제언했다.


이날 전준수 교수가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글로벌 예선시장에서도 4차산업혁명에 따른 신기술을 이용한 다양한 혁신이 시도되고 있다. 미래 항만경쟁력이 선박정박기간 서비스의 효율성으로 평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예선업계에도 정보통신기술(ICT) 발달에 따른 원격운영센터(Remote Control Center)에서 전체 예인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원격제어 예인선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예선수요 불확실성에 주목, UNCTAD 증가예상 DNV GL는 예선수요 감소 전망
또한 지구환경의 개선을 위한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많은 항만들이 장기적으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필연적이어서 예선업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고되고 있어 친환경 예인선화에 대한 연구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기존 예인선을 개조해 친환경 수소화 식물성 연료 사용, LNG연료예인선, 기존엔진과 배터리 사용 하이브리드 예인선, 100% 충전식 전기예인선 운용 등 그 사례이다.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예선 수요의 불확실성이 주목받았다. 국제정세의 급변과 해운 및 항만산업의 주변환경 변화로 예선수요 전망이 엇갈리고 있어 합리적인 예선수요 예측이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UNCTAD는 2050년 해상교역 규모가 2016년대비 3배 정도 확대돼 예선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예측한데 반해, DNV GL’S Energy Transition Outlook2018은 원유관련 제품수송 수요감소, 2026년 천연가스 수송수단이 파이프라인으로 전환, 선박 대형화에 따른 항만입출항 선박 감소, 선박자체의 조종성 향상 등으로 인해 향후 예선수요가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예선업체들도 위험관리전략을 수립해야 하는데 여기에 추가비용이 많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게다가 글로벌 예선업체들은 ESG 규제 강화에도 잘 대처해 경쟁력을 유지 또는 향상시켜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전국항만예선사용 입출항선박척수 ’26년까지 연평균 0,4%씩 감소 전망
“친환경선 도입 보조금 예인선 건조에 특정해 증액 정부에 지속적 요청”

2022년 2월 기준 국내 항만의 등록예선은 322척으로 올해 적정예선 297척보다 초과공급돼 현 ‘국내 예선규모는 안정적 예선지원이 가능한 상태’로 진단됐다.
 

중앙예선운영협의회의 2021년 ‘항만별 적정예선수급계획보고’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예선사용 입출항 선박은 2022년 전국항만예선사용 입출항 선박척수 예측치를 기준으로 할 때 2026년까지 총 3,704척 감소할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연평균 0.4%씩 감소할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여기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에 따른 국제운송 차질과 코로나19 확산방지를 위한 중국의 봉쇄정책 재개가 실현될 경우, 국내 무역항의 환적물량 감소와 이에 따른 입출항 선박척수의 추가감소 가능성이 예측되며, 항만물동량과 선박입출항 전망 등을 고려해 수요를 분석한 결과 대부분의 항만에서 지속적으로 예선 수요의 감소세가 예상되고 있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국내 예선업계도 탄소중립을 지향하는 경영체제로 전환이 필요하게 됐다. 이와관련 우리 정부도 2020년부터 ‘노후예선의 LNG연료추진 전환사업’을 시작했다. 이와관련 전준수 교수는 “예선업계가 친환경선박 도입을 위한 보조금을 예인선 건조에 특정해 증액해 줄 것을 정부에 지속적으로 요청해야 한다”라며 “특히 부두내 LNG 및 전기충전시설 확충, LNG벙커링에 한해 수입부과금 및 안전관리부담금 면제 등을 해운협회 등과 연계해 정부에 요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항만의 자동화 구축과 관련해서는 “항만 수출입 물류의 한부분을 구성하는 예선도 항만자동화 전략에 부응해 친환경 에너지를 활용하면서 선원이 전혀 승선하지 않는 완전 원격제어 예인선 개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라며 “항만자동화는 국가의 해운경쟁력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며 예선도 자율운항선박을 도입해 운영하게 될 것”라고 말하고 “한국예선업협동조합 차원에서 도입시기를 논의하며 홍보하고 기존 선원의 배치와 활용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원동환 교수 “조합내 항만예선서비스와 신규사업 발굴할 ‘사업부’ 신설해야”
“우수예선업체에 지원금 배정될 수 있는 제도 마련해야”

한편 원동환 덕성여자대학교 교수는 ‘예선업협동조합의 미래 대안:DAO’ 발제에서 항만예선의 당면과제와 대책, 미래대안을 발표했다. 원동환 교수는 “규모의 영세성으로 인해 국내 개별 예선업체는 수익증대에 한계가 있으며 초대형 ‘컨’선 투입과 선박 입출항 횟수 감소에 따라 장기적으로 수익이 감소될 가능성이 높다”라며 “조합이 구심점이 되어 선용품 공동구매, 예선 공동수리 등 규모의 경제 효과를 구현할 수 있는 사업을 추진하는 한편, 항만예선서비스와 신규사업 발굴을 담당하는 ‘사업부’를 조합내에 신설할 것을 제안했다. 아울러 원 교수는 조합이 출연허가나 조합원들이 추가로 공동기금을 마련해 선원의 교육훈련을 담당하는 선원관리회사, 선박 유지 및 보수에 필요한 선박관리회사를 조합외부에 특수목적법인(SPC)로 설립해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을 제언했다. 친환경선박 전환지원사업에 대해서는 전준수 교수가 제언한 내용에 더해 “예선서비스에 대한 평가제도와 연계해 평가 우수예선업체에 지원금이 배정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그는 주장했다.
 

또한 원 교수는 예선사용료의 현실화 노력과 함께 정부차원의 관련 지원정책도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예선작업 수행후 예선료를 청구해 수령하는 예선료의 수령절차상 지불연기나 미지급상태가 발생해 수익성이 더욱 악화된다는 점을 지적하며 “예선료 미납 방지를 위해 ‘예선 사용료 미수 채권관리 매뉴얼’을 보완해 에스크로 계정(Escrow Account) 사용을 추가해 미납의 경우 선박우선특권 제도 활용을 법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원 교수는 또한 예선협동조합의 미래대안으로 탈중앙화 자율조직을 일컫는 DAO(Decentralized Autonomous Organization)를 제안했다. 그는 “DAO는 대표자나 중앙화하지 않고 공통의 목적을 가진 당사자들이 블록체인에 규칙을 코드로 정해놓고 이를 중심으로 활동하며 일정조건이 되면 계약이 자동으로 성사되도록 만들어진 디지털 계약에 기초한다”라고 설명하고, 알고리즘에 기반하기 때문에 공정성을 기술적으로 담보할 수 있어 “공생의 거버넌스 구축이 가능하다”고 소개했다. 또한 그는 “DAO는 1토큰 1표의 의결권이 있어 자본주의적 성향이 있고 힘의 집중을 막고 민주적 성향을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블록체인을 이용해 조합원이 아니더라도 장부에 이름만 올려놓으면 중개인 없이도 직거래가 가능하며 거래비용을 절감하고 신속성을 증대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조합 사용자들에게 토큰을 분배해 조합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블록체인이 긍정적인 툴(Tool)로 작용해 조합원 간의 결속 강화를 유도할 수 있으며, DAO 투표로 규칙변경도 가능하고 부패나 부정행위를 원초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라고 DAO의 기대효과를 밝혔다.


한편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미래예선의 기술혁신과 법제도에 관련해 ‘예선기술의 혁신(남택근 목포해양대학 교수)’, ‘원격조정 및 자율운항예선기술(양창호 성결대학교 교수)’ ‘미래예선의 법제도(김인현 고려대학교 교수)’ 발제가 이어졌으며, 토론자로는 장갑순 ㈜선화 회장을 비롯해 안광헌 현대중공업 엔진사업부 대표, 이귀복 한국선장포험 대표, 김일동 한국예선조합 이사장, 최재선 KMI 박사 등이 참여했다.


양창호 교수 “자율운항선박도 고장시 구조예선 필요, 예인능력 향상 필요”
“예선과 연결작업 위해 여전히 갑판선원 여전히 필요할 것”
양창호 성결대학교 교수는 ‘원격조종 및 자율운항 예선기술’ 발제에서 자율운항선박이 운항될 미래 해운항만 환경에서 예선의 작업이 증가할 것이며 예선의 예인능력은 현재보다 크게 향상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양 교수는 “자율운항선박의 운항이 항계 밖의 도선사 인계지점까지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해상에서 에스코트 예선 서비스 기능이 증가하고, 선박의 대형화로 해상터미널을 이용하는 선박이 늘어날 것”이라며 “원격조정 선박이나 자율운항선박과 같은 자동화 선박도 현재 선박과 마찬가지로 엔진이나 조타장애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원격조종 선박이나 자율운항 선박에서 고장이 발생할 경우 즉각적인 구조예선 지원이 필요하다”라고 미래 예선환경을 예측했다. “초대형선의 작업증가와 자율운항선박에 대한 구조예선, 해상터미널 예선작업으로 방파제 밖에서 풍랑이 심하고 파도가 있는 조건에서의 예선작업 증가가 예상되므로 예선의 예인능력이 현재보다 크게 향상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아울러 양 교수는 원격조종 예선기술 개발과 관련해 머스크의 자회사 예선사인 Svitzer이 2017년 원격제어 기술을 시험했으며 2019년에는 콩스버그사가 롤스로이스 마린을 인수하면서 롤스로이스가 진행해온 자율운항선박과 원격조종 예선 기술개발도 콩스버그에서 흡수해 수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2018년 네덜란드의 KOTUG사가 RT Borkum을 원격조종 소방훈련과 원격조종으로 시범운항했고, 2021년 6월에는 싱가포르에서 항만예선 ‘Maju 510’호 예선이 원격조종으로 시험운항했다. 동남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싱가포르항에서 육상지휘센터의 조이스틱을 이용해 원격으로 예선을 조종한 시험운항이어서 주목받았다. 원격조종 예선은 충돌감지와 방지, 디지털 도선과 위치 조종장치로 업그레이드됐다.


2020년 12월에는 일본선사 NYK도 원격조종 예선에 대한 시험운항을 실시했는데, 센서와 카메라를 이용해 주변상황을 인지하고 원격조종에 대한 경로계획과 충돌회피 경로계획에 대한 장비 오작동과 통신에 대응할 수 있는 최적화 능력을 시험했다. 캐나다에서도 Robert Allan Ltd사가 원격조종 예선, TowBot 시리즈 RaMora를 개발했다. RaMora는 인근선박의 안전지대에서 숙련된 예인선장이 무선으로 조작할 수 있도록 설계돼 탑승과 다를 바 없는 제어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


미국에서도 2021년 Sea Machines Robotic사가 장거리 운항 최초로 원격조종 예선을 시험운항했다. 예인선 Nellie Bly로 로테르담에서 함부르크까지 바지선을 밀며 약 1,150마일 이상 보름간에 자율운항으로 항해했는데, 항해중 잠재적 충돌 가능성이 있는 117개의 장애물을 피했다. 넬리 블리호에는 안전상 두명의 선원이 탑승했으나 보스턴의 통제실에서 원격조종했다. 우리나라에서는 2020년 10월 삼성중공업이 원격조종 예선운항을 시연했다. 경남 거제에 소재한 삼성중공업 조선소의 앞바다에 있는 38m의 예인선 ‘삼성 T-8’을 대전 대덕구에 있는 육상통제센터에서 통제했다. ‘삼성 T-8’는 승무원의 개입 없이 약 10km 떨어진 목적지 주변을 안전하게 항해했고 항해중 반경 1km 이내 선박과 장애물을 피했다. 독일도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원격조종 예선 운영시스템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양 교수는 “자율운항선박과 예선의 원격제어 및 자율운항 시험운항은 2030년까지 계속 진행될 것”이라고 예측하면서도 “자동 이접안 시스템이 보편화되지 않아 예선이 필요한 선박은 예선과의 연결작업을 위해 갑판선원이 여전히 필요하고 도선사도 여전히 탑승할 것이며, 원격제어방식의 예선연결 시스템이 예선에 탑재되지 않기 때문에 예선을 원격조종할 수 있는 경우에도 대부분 예전과 같이 유인으로 운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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