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사포럼 9월 23일 조찬, 한종길 ‘일본의 선원정책 현황과 대책’ 발제·토론
“청년해기인력 양성 노·사·정 노력 미흡, 해사고→5년제 전문대학으로 전환”

 

 
 

내국인 선원이 급감해 대부분 외국인선원으로 대체된 일본 내외항 해운산업계의 선원양성과 수급의 변천사 및 현황을 짚어보고 우리나라 선원수급과 양성문제의 개선방향을 논의하는 장이 9월 23일 서울 로얄호텔에서 마련됐다.

한국해사포럼이 개최한 9월 조찬포럼 자리로 ‘일본의 선원정책 현황과 대책’을 한종길 성결대학교 글로벌 물류학부 교수가 발제했으며 해사포럼 회원 20여명이 자유롭게 토론에 참여했다. 동 포럼에서 한종길 교수는 “우리나라 해기인력 양성의 규모가 적정한가?”라는 의문을 표시하는 한편, “청년해기사의 확보를 위한 노·사·정의 공동노력이 미흡하다”고 지적하며 5년제 전문대학과정의 해기인력 교육기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실제 해상에서 장기승선할 수 있는 해기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기존 해사고등학교를 5년제 전문대학으로 전환하자”는 정책제언이다.

이와함께 한 교수는 ‘선원이 되려하지 않는 이유’와 ‘선원이 되어서 받는 스트레스’ 등 정부차원의 연구와 대응책이 수립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적선사들의 외국인 선원 고용 확대와 관련해서도 일본 등 주요 해운국에 비해 우리선사들의 경쟁력이 약하다는 점을 지적하며 “외국인 선원의 고용에서도 경쟁해야 하는 시기가 다가온다”고 경고했다.

 

2017년 일본 상선대 선원 96% 외국인, 신규 선원채용 정착률 낮아
2020년 승선실습과 수료자 35%, 해상취직자 30%, 외항취직자 21%

이날 발제내용에 따르면, 2017년 시점에서 일본의 내항선원수는 2만 8,000명이며 고령화 현상이 뚜렷하게 드러났다. 특히 내항화물선의 경우 60세 이상이 53%로 30세 미만의 선원 비율(16%)을 크게 상회했으며 50세 이상 선원비율은 전체선원의 60%에 달했다. 같은기간 일본 내항선원의 신규 취업자는 정책효과로 해기대학교, 수산 및 해양고교 졸업자 중심으로 증가 경향을 보였다. 2017년 신규 취업자는 971명이었는데, 이중 349명이 해상기술학교 출신이고 375명이 수산해양고교, 94명은 상선계고전, 103명은 민간 신6급, 31명이 수산계 출신 등이다.


일본 외항상선대의 경우, 1985년 플라자합의 후 급속한 엔고 등 환경으로 인해 비용 경쟁력을 상실해 외국인 선원에 대한 의존이 심화됐으며, 이후 35년간 일본인 선원은 최고 5만 7,000명에서 2,200명으로 크게 줄어들었다. 이에 일본정부는 경제안전보장의 관점에서 계획적인 일본인 선원의 확보·육성이 필요했지만, 2017년 기준 일본상선대 선원의 약 96%가 외국인이며 이중 필리핀 선원이 70%이다. 

일본인 선원의 신규취업자는 2017년 기준 총 163명이었으며, 이중 61명이 상선계 대학, 32명은 상선계 고전, 26명은 일반대졸 신3급, 10명은 수산계대학, 9명은 해상기술학교, 5명이 토카이대학, 20명은 외항일본인선원확보육성계획(외항기간직원양성사업)으로 양성된 인력이었다.


일본의 선원직업안정창구를 통해 확인한 결과, 일본의 선원문제도 신규졸업자 채용 이후 정착율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수산계 고등학교 출신과 면허 소지자도 3년에 30% 정도가 사직하는 상황이다. 미경험자를 채용해도 직장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1년을 견디지 못하는 사례가 많으며, 퇴직사유는 ‘연상의 승조원과 커뮤니케이션 어려움과 급료 불만’ 등이다. 이처럼 젊은 선원의 조기퇴직이 많은 반면, 연금을 받으면서 비교적 낮은 임금으로 일하는 베테랑선원은 많았다. 이같은 선원부족 상황은 전 사업자에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로도 괜찮다’는 회사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상황에서 선원지망자의 저변확대를 위해 해사산업을 알리는 취업세미나를 실시하는 한편, 수산계 고교생의 인턴십과 일반고 및 중학교에서 해사산업에 대한 홍보, 고교생이나 초중교생 대상의 체험승선과 선내견학 실시 등 지역에서 내항 청년선원 확보 추진책이 실시되고 있다. 민간형 6급 해기사 단기양성과정(좌학 2개월, 승선실습 2.5개월)도 실시하고 있다.


선원양성을 위한 해기교육기구는 해양기본계획(2018년 5월)에 의해 독립행정법인 해기교육기구에서 내·외항해운의 수요에 따라 즉시 전력, 실천력을 겸비한 선원을 양성하고 있다. 선원의 교육체계는 국토교통성 소관의 ‘해기교육기구’하에 해상기술단기대학교(2년제 290명, 4곳), 해상기술학교(3년 6개월제 110명, 3곳), 해기대학교(2년제 40명, 1곳)가 있고, 문부과학성 소관의 상선계 대학(4년 6개월 160명, 2곳), 상선계고등전문학교(5년 6개월 200명, 5곳)가 있다. 이들 교육기관에서 학과과정을 마친 학생들은 범선(2척)과 기선(3척) 5척의 연습선에서 승선실습을 한다.

 

일본 외항상선계 대학·고전 출신 선원 줄고 신3급 선원은 증가
최근(2020년) 일본 선원교육기관 졸업생의 구인 및 취직현황은, 상선계 대학에서 단기실습을 하고 승선실습과를 수료하는 자가 35%, 해상취직자는 30%, 외항취직자는 21%로 드러났다. 여기서 1,2학년 승선실습에는 승선실습과로 진급하지 않는 학생이 65% 이상이라는 현실이 주목된다.

외항취업자의 선원교육기관별 2012년이후 2019년까지 변화를 보면, 상선계 개학과 고전출신의 취업은 감소한 반면 신3급 출신 선원이 증가했다. 2012년에 상선계 대학출신이 47%, 상선계고전 출신 30%, 신3급 출신이 6%였는데, 2018년에는 상선계대학 출신이 37%로 줄었고 상선계고전 출신도 19%로 감소한 반면 신3급 출신은 17%로 증가한 것이다.


이날 발표자료에 따르면, 일본해운업계의 선원부족은 외항보다 내항이 더 심각하다. 선원의 고령화와 함께 심각한 구인난으로 내항해운업계의 존립을 위협하고 있는 상태이며, 내항선원의 확보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진행하고 있으나 효과는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항상선도 상선계 대학 졸업자의 21%만 승선하고 있다. 이에 일반대 졸업자를 대상으로 신3급 제도를 마련해 새로운 인력확보 추진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날 해사포럼 참석자들은 일본 해운업계의 선원수급 변화와 현실이 우리 해운업계의 선원수급 현안에 대한 대처 ‘방향타’로 거론돼온 사례를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일본과 현재 한국의 선원수급 문제가 대동소이하다는데 공감하며 향후 5년정도만 지나도 MZ세대가 근로자의 80%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현실 속에서 MZ세대의 선원직종에 대한 매력이 약하다는 사실도 일본해운업계의 현실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이에 포럼에서는 글로벌 선원의 문제와 함께 우리나라만의 선원문제를 점검하고 이를 노·사·정이 각자의 입장에서 어떻게 대처하고 노력해야 할지를 강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한 주니어 선원이 정착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돼야 하며 장인정신을 가지고 선원직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해기인력을 양성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고 선원 휴가제도의 개선에 대한 의견도 개진됐다. 무엇보다 우리나라 소득수준에 맞고 젊은 세대가 원하는 워라벨을 중요시하는 삶에 대응할만한 선원정책 마련이 중요하고 절실하다는 현실에 공감대가 형성됐다.

디지털화와 탈탄소화, 가치관이 다른 세대가 본격적으로 유입되는 시대를 맞아 선원의 양성과 수급, 복지문제에 대한 노·사·정 공동의 노력을 통한 대책마련이 긴요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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