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선원부족이 심각하다. 코로나로 인한 선원교대의 어려움에 더하여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촉발된 전쟁으로 세계선원의 1/5을 차지하는 우크라이나 및 러시아 선원이 발이 묶이면서 세계선원시장은 특히 실력 있는 해기사의 부족은 심각한 상황이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MZ 세대의 해상직 기피가 심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의 선원시장은 다른 나라에 비하여 더욱 급격하게 악화하고 있다. 해양계 교육기관 졸업자가 승선근무예비역의 3년 의무승선기간이 끝나지도 않은 1~2년의 짧은 기간 승선 후 뒤도 돌아보지 않고 현역병으로 입대하는 현실에서 청년해기사 구인난은 심각하다. 청년층의 해상근무 기피 이유로는 격리되어 자유가 제한되는 해상생활에 비해 육상생활의 급여도 낮지 않을 뿐 아니라 인터넷 환경이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고, 대화가 불가능할 정도로 선기장 등 간부해기사와의 격심한 세대간 격차 등을 꼽고 있다. 우리나라 선원들의 일자리는 임금경쟁력이 있으며 쉽게 구할 수 있는 미얀마,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외국인으로 대체되어가고 있다. 그 결과 한국인 해기사의 설 자리가 점점 줄어드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어 경제안전보장과 해운관련산업에서 필수불가결한 해기전승을 위협할 수준이다.


이때 참고할 만한 사례가 일본이다. 일본은 1970년대 초반부터 환율 변동으로 엔고가 일상화되자, 24명 정원인 선박에서 일본인 선기장 2명의 급여가 외국인 선원 22명의 급여 합계보다 높아지는 등 비용경쟁력 차원에서 외국인선원으로 교체가 급격하게 이루어졌다. 1974년 5만 9,833명에 달하던 일본인 외항선원은 2021년 2200명 수준까지 급감하였다. 일본인선원의 설자리가 없어지면서 상선대학 졸업자조차도 해상취업이 어려워지는 상황이 계속되고 해운업과 관련산업을 지탱하는데 필요한 최소인력조차도 부족해졌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한 일본정부는 해기사를 중심으로 한 일본인 선원 확보를 위해 ‘해기전승’이라는 개념을 1990년대 후반 해운백서에 도입하였다. 즉, 경제안전보장 논리를 활용하여 톤세제도를 도입하여 적극적인 일본인해기사 확보를 위한 정책도구로 활용하고 있다.

 

그 결과, 톤세제도 도입 이후 일방적으로 감소하던 일본인 해기사의 숫자가 미미하나마 증가세로 돌아섰다고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일본의 선원부족 문제가 해소된 것은 아니다. 선원부족은 외항보다 내항이 심각해서 내항 화물선의 경우, 53%가 50세 이상으로 고령화와 함께 유효구인율이 2.4배에 달하는 심각한 구인난으로 내항해운업계의 존립을 위협하고 있다. 기존의 해양계 교육기관 출신자가 아닌 일반대 졸업자를 대상으로 하는 신3급, 신4급, 신6급 제도와 같은 새로운 면허취득 제도를 신설하는 등 신규 청년 선원의 확보를 위한 다양한 노력을 진행 중이나 효과는 미미하다. 상선계 대학 졸업자의 21%만 승선하는 등 일본도 우리와 같이 청년층의 해상직 이탈은 멈추지 않고 계속되고 있지만 일본선사와 정부의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선사들은 해기사의 경력설계를 고려한 육해상근무의 적절한 조합으로 해기사 출신자의 자긍심을 고취하는데 앞장서고 일본정부는 톤세제도 도입시, 일본인 선원 확보방안을 제출하도록 하는 등 정책노력을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일본인 해기사는 부족한 실정이다.


일본의 사례에서 무엇을 참고해야 할까? 첫째는 해기사부족으로 인한 해기전승 대응정책의 설계 시 청년층의 경력설계 선택 결정요인을 충분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 해기사로 장기 승선할 경우, 얻는 메리트가 단순히 경제적 이익 때문이라고 보는 것은 구시대적인 발상이다. 워라벨을 중시하고, 자기개발에 대한 강한 요구에 더하여 SNS를 활용한 외부와의 연결을 중요시하는 청년층의 요구를 적절하게 반영한 일자리 설계가 필요하다. 일본 선사들이 1등항해사나 기관사 승진대상자를 자사의 미래 간부후보로 보고 승진 전에 일정기간 이상 육상근무를 하게 하여 육상업무를 익히게 하고 과거와 달리 30대 초반에 선기장 승진을 가능케 하는 등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선박내에서 지나치게 세대간 차이가 나는 일이 없도록 조절하여 꼰대문화를 해소하고 또 적절한 수의 예비원을 확보하고, 대명선원제도를 활성화하여 휴가를 받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하는 등도 반드시 우리 선사들이 참고해야 할 것이다.


둘째로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다양한 청년 대상 일자리·자산 형성·주거·복지 정책과 선원정책의 괴리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 정부의 보편적인 청년일자리 정책 등에도 청년해기사의 조기 하선을 장려하는 측면도 존재한다. 즉, 정부가 추진 중인 전방위적인 청년 취업 지원정책이 거꾸로 해기사의 해상직 이탈을 촉진하고 선원정책의 효과성을 오히려 떨어뜨릴 수 있다. 예컨대 현재 정부가 모든 청년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 청년 대상 재정지원 일자리 사업(예: 청년내일채움공제)이나 세제상 혜택(예: 고용증대세제)은 해상근무를 하는 것보다 육상에서 더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되어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해기사양성정책이나 고용·취업 관련 세제혜택 등은 대부분 ‘청년해기사’의 ‘육상취업’을 감안하지 않고 있어 결과적으로 해양계 교육기관 졸업자의 육상취업 내지는 이직을 장려하고 있다. 육상 생활이 주는 다양한 편의 때문에 동일한 임금이나 근로조건이라면 육상취업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선사의 해기사에 대한 휴가제도 확충, 교육훈련지원, 장기승선근무자에 대한 세제상 지원, 주택공급 우대 등의 시책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어야 할 것이다.


셋째로 해기교육기관도 단순한 선원양성정책보다는 해운업계와의 연계성 강화에 보다 중점을 두고 설계할 필요가 있다. 특히 해기사 양성 고등교육기관의 교육 및 연구의 질, 그리고 업계와의 연계성을 강화하는 방향의 지원은 결과적으로 청년층의 해기직 선택과 정착에도 기여하게 될 것이다. 현재의 해기사양성정책은 장기해상근무를 통한 해운계 진출 희망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여 해양계교육기관 재학생 모두에게 평등하게 지원이 이루어짐으로써 결과적으로 공무원을 비롯한 육상으로 이직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작용하고 있다. 해운조선을 비롯한 해사산업 혁신생태계의 중심축으로서 해양계 고등교육기관의 역할이 중요하지만, 현행 교육제도의 틀을 유지하면서 병역특례에만 의존하는 방향의 정책은 청년층의 해상 정착율 향상이라는 관점에서도 효과적이지 않음이 증명되었다. 앞으로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대학 구조조정 과정에서 지역을 막론하고 교육의 질이 낮은 기관은 퇴출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해기사 양성 교육기관이 현재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이다. 따라서 해운산업 수요에 부응하는 양질의 교육지원을 보다 구체화하고, 선원노동시장 및 자율운항선박으로 대표되는 혁신생태계와 연계하여 기능을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제는 해기사의 승선 및 일자리 질 제고에 방점을 두고 선원정책 조합을 신중하게 선택할 필요가 있다. 특히 해기사양성 정책은 국익차원의 정책목표를 고려할 필요가 있으며, 특히 해기사양성교육기관 출신자의 승선을 장려하도록 장학제도를 비롯한 교육시스템이 재설계돼야 한다. 이제 우리나라는 저임금에 의존하는 중진국이 아닌 선진국이다. 선진국에서 가장 많은 숫자의 해기사를 국비로 양성하는 시스템을 갖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청년해기사가 부족하다는 것은 청년취업정책과 교육정책의 명백한 실패를 말하고 있다. 간부해기사가 되겠다는 해기사를 양성하도록 해기사양성교육지원시스템을 바꾸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선원을 갑이 아니라 을로 보고, 귀한 일꾼이나 인재로 보는 것이 아니라 부속으로 보는 발상부터 바꾸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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