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주하던 세밑을 보내고 2023년 계묘년 새해 새 아침이다. 고단했던 지난해라 새해에 거는 기대가 남다르다. 올해는 부디 평온하고 넉넉한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코로나로 인해 3년간 문을 닫았던 콤파스를 1월에 다시 열기로 했다. 신년을 맞아 건강한 모습으로 반갑게 만날 수 있기를 소망한다. “콤파스 회원님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모든 것이 AI와 접속된 ‘미러 월드’의 시대가 온다.” 미래학자 케빈 켈리의 ‘5000일 후의 세계(The Next 5000 Days)’에 나오는 말이다. 켈리는 네트워크에 기반한 현대사회의 트렌드와 문화를 예리하게 분석 통찰하여 뉴욕타임스로부터 이 시대를 대변하는 위대한 사상가요 미래예측자(visionary)라고 불린 저널리스트다. 그는 거대한 테크놀로지 기업에 의한 승자독식 현상과 모든 것이 무료화하는 프리미엄 경제의 도래와 함께 테크놀로지가 가져올 수많은 변화를 예측하여 적중시켰다. 이 책에 나오는 5000일 후 미러 월드의 개념과 실체를 살펴본다.


인터넷 상용화 이후 5000일이 지나 소셜 미디어 SNS 플랫폼이 걸음마를 시작했고, SNS가 시작된 지 또다시 5000일이 지났다. 앞으로의 5000일 사이에는 과연 어떤 일이 일어날까? 모든 것이 인공지능 AI와 접속되어 디지털 융합으로 탄생하는 증강현실 미러 월드가 펼쳐질 것으로 예상한다. 미러 월드는 서로 다른 장소에 있는 사람들이 지구 크기의 가상세계를 실시간 만들어 함께 일하는 세상이다. SNS를 이을 새로운 거대 플랫폼의 탄생이다. 이렇듯 지구촌 어느 곳 누구와도 일할 수 있는 세상이 오면 회사에는 다른 형태의 조직이 생겨날 것이다. 우리는 지금 급변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세상을 놀라게 한 아이폰이 나온 지 5000일이 지났다. 그러나 앞으로 다가올 5000일은 지금까지의 5000일보다 훨씬 더 큰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테크놀로지에 귀를 기울이면 미래를 알 수 있다.”

 

미러 월드 시대의 개막
우리는 불확실성 시대에 살고 있다. 모든 것이 급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테크놀로지에 집중하면 미래를 예견할 수 있다. 1990년대 당시로선 가능할 것 같지 않았던 거대 IT기업에 의한 승자독식이나 프리미엄 경제, 수확 체증의 법칙 예측은 현실이 됐다. 기술적 측면에서 보면, 세상을 변화시키고 발전을 촉진하는 주요 원동력은 테크놀로지였고, 그 테크놀로지는 인과법칙에 따라 결정되는 결정론에 의해 움직인다. 시대 조류에 따라 현대인들이 자동화를 선택할 여지가 없어졌듯이 이제 인공지능 AI도 선택의 자유가 없어진다. AI는 앞으로 50년에 걸쳐 자동화와 산업혁명에 견줄만한 트렌드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AI 기술이 발달하면 100만명 단위의 사람들이 동시에 하나의 프로젝트 아래 일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물론 이것을 실현하려면 우선 AI 기능이 탑재된 스마트글라스라는 도구가 필요하다. 이는 증강현실 AR 같은 일을 수행할 때 물리적 교류를 수월하게 해주는 기술이다. 스마트글라스라는 특수안경을 쓰면 서로 다른 공간에 있는 사람들도 같은 자리에서 대면하듯 텔레프레전스 상태에서 디자인이나 사이즈 등을 공유하며 일할 수 있다.


AR 세계인 미러 월드는 예일대 컴퓨터과학부 데이비드 겔린터 교수가 최초로 사용한 용어다. 미러 월드는 현실세계 위로 가상세계가 덮여, 그 장소와 관련된 정보층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방법이다. 가상현실 VR은 바깥 세계가 보이지 않는 고글 속에서 펼쳐지는 가상세계지만, AR은 스마트글라스를 통해 현실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다. 스마트글라스를 끼고 오래된 집을 방문하면, 특수안경을 통해 그곳이 예전에 어떤 모습이었는지 알 수 있는 사진이 가상적으로 겹쳐 보이는 시스템이다. 이렇듯 미러 월드의 세계에서는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직접 느끼고 체험할 수 있다. 공간에 손을 대고 살짝 밀기만 하면 시간을 초월하여 예전에 그 장소에 있던 장면들을 불러낸다. 미러 월드는 어떤 의미에선 3차원 공간에 시간 요소를 더한 4D세계라고 할 수 있다. 세계 어디에도 실물과 똑같은 크기의 가상 디지털 트윈이 존재하고, 그것이 스마트글라스를 썼을 때만 실물 위에 투영된다. 가까운 장래에 현실세계의 도로와 집, 건물 등 모든 사물의 디지털 트윈이 미러 월드에 나타나게 된다. 미러 월드란 한 마디로 세계를 기계로 비춰볼 수 있다는 개념이다.

 

제1 플랫폼인 인터넷이 세계 정보를 디지털화하여 검색으로 답을 찾을 수 있게 했다면, 다음 세대 플랫폼은 인간의 행동과 관계성을 인식하고 인간관계까지 디지털화하는 것이다. 이것을 소셜 그래프라고 부르며, 기계가 인간관계를 판독하여 인간관계나 행동을 AI나 알고리즘에 적용할 수 있게 된다. 제2의 거대 플랫폼 SNS의 출현이다. 그리고 이를 잇는 제3의 거대한 플랫폼이 물리적으로 세계를 디지털화한 미러 월드다. 미러 월드의 특징은 가상세계를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대상이 디지털화하여 기계가 그 상대를 읽어낼 수 있다는 데에 있다. 미러 월드는 주로 ‘공간 웹’이라 불리는데, 3차원의 넓은 공간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인터넷 ‘시맨틱 웹’ 즉, 컴퓨터가 사람 대신 정보를 읽어 이해하고 가공하여 새로운 정보를 만들어낼 수 있는 차세대 지능형 웹이 불가능했으나 이젠 가능해졌다. 시맨틱 웹은 세계가 구조화하여 의미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뜻으로, AR이 이러한 시맨틱 세계로 우리를 인도한다.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선 우수한 AI가 어디든 존재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우리가 관심이 있는 물건을 바라보기만 하면, 그 물건이 우리를 인식한다.


AR이나 VR을 이용한 공동작업이 진행되면 사람들은 회사라는 조직 자체가 무의미해진다고 생각할 것이다. 물론 프리랜서가 늘어나 단발적 업무의뢰로 경제가 움직이는 이른바 긱 이코노미로 진전하겠지만, 지금까지 없었던 종류의 조직도 생겨날 것이다. 예를 들어 프로그램의 코드나 디자인 데이터를 보존 및 공유할 수 있는 서비스 깃허브에서 많은 사람이 자율적으로 여유롭게 공동작업할 수 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맞춘, 기존 회사조직과는 다른 형태가 새로운 선택지가 될 것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일과 놀이의 구분이 없어져 그것이 일인지 테크놀로지인지 모를 것이다. 그런 상황이야말로 결승점이자 목표로 추구해야 할 가치가 아닐까?

 

AI라는 새로운 산업혁명
우리는 지금 인간 이외의 지성이라고 할 수 있는 AI 시대의 첫 단계에 와 있다. AI는 앞으로 50년에 걸쳐 자동화와 산업혁명에 견줄만한 거대한 트렌드가 될 것이다. 앞으로의 세상은 ‘몰입형 컴퓨팅’ 이른바 ‘유비쿼터스 컴퓨팅’이라고 불리는 시대로 진입했다. 또한, 앞으로 100년 이내에 ‘신생물학적 시대’가 도래할 것이다. 이는 AI 등의 도구가 우리의 신체나 생물학적 현상을 개조하는데 사용되는 시대가 온다는 뜻이다. 과거 산업혁명으로 인해 일자리에 큰 변화가 있었다. 새로운 테크놀로지로 인해 향후 50년간 더 많은 변화를 가져올 것이나 일자리를 빼앗기보다 증가시킬 것이다. 고령자가 새로 다른 일에 도전하기란 쉽지 않겠으나 중요한 것은 가치관이다. 직업이나 가정환경을 바꾸라는 게 아니라 자신의 정체성을 바꾸는 것이다. 사람에겐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DNA와 열정이 있으며, 사회도 이런 의지를 도와줄 것이다. 단순한 일은 AI에게 넘기고 우리는 자유롭게 창의적이고 효과적인 일에 전념하면 된다. 궁극적으로 신은 세계를 창조하지 않는다. 대신에 세계를 창조할 수 있는 생명체를 만든다. 2차원적인 창조다. 인간은 AI나 로봇을 만들고 사람은 의식을 가지고 자유의사로 창조활동을 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우리의 지능에 범용성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인간의 지능은 백만여년간 이 혹성에서 살아남기 위해 진화한 편협하고 특이한 합성물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범용 AI라는 것은 없으며, 개별적인 단기능 AI밖에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 누구나 AI를 사용할 수 있게 되면 효과가 상쇄되어 그런 AI는 아무도 사용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반면에 널리 퍼져 있는 AI 간의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진다면 전혀 다른 세상이 탄생할 수도 있다. 자본주의의 미래는 현재의 정부와 기업과 같지 않을 것이다. 정부가 있고 플랫폼이 있으며 회사가 있는 형태다. 플랫폼 발흥의 바로 앞에 미래의 자본주의가 있다. 요즘 대기업들이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는데, 플랫폼은 정부도 아닌 중간적 존재다. 1980년대까지는 회사와 정부 그리고 비영리단체인 NPO가 있었는데, NPO를 제3 섹터로 불렀다. 이제 플랫폼은 세 가지 형태에 더해 제4의 요소가 됐다. 플랫폼은 회사가 운영하지만, 정부와 같은 기능을 한다. 과연 이 새로운 플랫폼이 정부처럼 공평성을 유지하는 역할을 해낼지는 미지수다. 자본주의의 미래가 플랫폼의 진화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모든 산업은 테크놀로지로 다시 태어난다
요즘 가장 주목받고 있는 기술은 바이오테크다. 동물의 세포를 키워 만든 배양육 클린미트가 그중의 하나로, 앞으로 크게 성장하여 중요한 산업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바이오테크 스타트업들은 치즈도 만들고 있다. 유당이나 콜레스테롤이 들어가지 않은 모차렐라 치즈는 맛은 같으나 소에서 직접 추출하지 않았다.
바이오테크를 응용한 기술이다. 새로운 바이오테크는 영양가 높은 식품을 만들어낼 뿐만 아니라 맛을 더욱 좋게 하여 개인 식성까지 맞출 것이다. 디지털에서 혁신이 일어났듯이 바이오테크도 성장속도가 빨라지고 종류가 늘어나 선택하기 좋고 개인의 기호나 성향에도 맞출 수 있게 됐다. 이것이 바로 X-바이올로지다. 샌프란시스코 베이에어리어 주변에는 거대한 스타트업 생태계가 조성되어 있다. 그들은 클린미트를 비롯해 일회용 유기 플라스틱, 어류양식법, 건축자재, 공기 정화까지 식료뿐만 아니라 폭넓은 분야에서 바이오 비즈니스를 펼치고 있다. 이렇게 수많은 바이오테크 스타트업이 생겨날 수 있었던 배경은 예전엔 유전자를 조작하거나 디자인하는 방법이 제한되어 여기에 진입하려면 막대한 자금과 시간이 필요했으나, 최근 도구가 늘어나 널리 보급되어 좋은 아이디어가 있는 젊은이들이 대거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특히 인큐베이터에서 시제품 프로토타입과 실제 제품을 만들 수 있는 지원 시스템을 이용하여 다양한 이노베이션을 거쳐 새로운 비즈니스를 일으키고 있다. 앞으로 신생물학적 시대가 도래하여 인간의 생물학적 운명까지 제어할 수 있는 시절이 올 것이다. 그런 시대가 오면 우리는 생물학적으로 자신을 바꿀 수 있고, 인간 자체를 바꾸어 자손 세대까지 변형할 수도 있다. 정말 놀랍고도 무서운 일이다. 농업과 테크놀로지를 결합한 농업테크(AgriTech)도 있다.
바이오테크와 관련하여 농업에 가장 영향을 미치는 기술은 AI와 로봇이 될 것이다. 머지않아 광활한 농원에서 로봇이 온종일 파종하고 수확하는 등 다양한 작업을 수행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전반적으로 식료품값이 대폭 저렴해져 빈곤 해소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세상은 효율성이나 생산성만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사고방식이야말로 테크놀로지가 존재하는 진정한 이유다.


테크놀로지가 가져올 미래
실리콘밸리는 자동운전 등의 테크놀로지로 미래 교통의 최선봉에 설 것이다. 다만, 운전자가 타지 않는 완전한 자율주행차가 완성되려면 최저 10년은 걸려 단계적으로 진행될 것이다. 맨 먼저 고속도로 등 전용차선이 있는 곳에서 장거리 수송용 트럭으로 자율주행이 시작되고 그 후에 주차장의 자동주차 기능이 활용될 것이다. 무인자동차를 운행하려면 도로표지나 신호등을 바꾸고 자율주행 전용 인프라도 구축해야 한다.
처음에는 인간과 로봇이 함께 뒤섞여 운전함으로써 기존 인프라와 자율주행 인프라가 혼용되는데 따른 여러 가지 문제도 발생할 것이다. 자율주행의 최대 장벽은 자율주행차와 인간 운전자를 혼재하는 일이다.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는 스마트시티 계획이 진행되고 있다. 자율주행과 전기화를 도입하는 프로젝트다. 스마트시티란 정보통신기술을 이용하여 도시경쟁력과 시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혁신도시를 뜻한다. 스마트 대신에 이용자가 조작할 수 있는 핵커블이라는 단어를 사용해도 좋을 것이다. 미러 월드는 AR을 사용하여 실현하는 세계이므로 미러 월드야말로 가상의 스마트시티다.


문제는 사람들이 스마트홈처럼 자신의 행동이 노출되고 감시당하는 것을 싫어한다는 사실이다. 사회 인프라나 사회윤리, 습관에 관한 문제가 기술적인 실행보다 더욱 까다롭다. 이러한 문제는 더 좋은 기술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단말 측에서 인공지능적인 처리를 하고 그 결과만을 수집하여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걱정을 없애주는 기술이다. 스마트시티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새로운 법률도 제정해야 한다. 중국에서는 안면인식을 입장권이나 사원증 대신 사용하고 있으나 미국에선 안면인식 소프트웨어를 경찰조직이 이용한다고 비난받고 있을 정도다. 테크놀로지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이 제각각이다.


하늘을 나는 자동차 플라잉카의 실제 모양은 기본적인 자동차에 프로펠러가 장착된 드론 같은 모습이다. 여기엔 이륙 후 활공하기 위한 작은 날개도 부착되어 있다. 플라잉카는 처음엔 출퇴근용도 어려워 극히 제한된 용도로밖에 사용하지 못할 것이며, 그 상태가 오래갈 것이다. 또 하나의 문제는 비행고도가 낮다는 점이다. 일정 고도 이상에서는 미국 연방항공국 FAA의 규제를 받기 때문이다. 대다수의 개발자는 택시 같은 용도를 생각하겠으나, 이착륙 문제로 인해 드넓은 목장이나 공장 등으로 제한될 수밖에 없다. 지정 루트로 도시 간을 운행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소형 드론은 이미 공중을 날고 있다. 아마존은 드론을 물품배송 용도로 사용되고, 르완다에서는 약품 배송에 사용하고 있다. 머지않아 비즈니스에 사용되는 항공기를 자동조종방식으로 운항할 것이다. 항공조종사가 타지 않는 여객기는 드론의 확장 개념인데, 처음엔 화물기에만 사용되다가 점차 소형 여객기와 대형 여객기로 확대되어 조종사 없이 운항할 것이다. 이는 AI를 이용해 비행하는 방식으로 항공기엔 이미 인공지능이 설치되어 있어 인간 조종사는 긴급상황에 대비해 타고 있을 뿐이다.

 

에너지와 교육의 미래
미래의 에너지에 대해 살펴본다. 자동차의 전기 모터가 가솔린 엔진보다 경제적이며, 낮은 온도의 물체에서 높은 온도의 물체로 열량을 운반하는 장치 히트 펌프는 난로보다 훨씬 효율적이다. 히트 펌프는 주로 냉장고에 사용되는 장치로 열을 이동시켜 양방향에서 차게 하거나 따뜻하게 해주므로 냉난방에 모두 사용할 수 있다. 특히 연료를 사용하지 않아 이산화탄소가 배출되지 않는 공해 없는 그린 에너지다. 이렇게 에너지원을 바꿔 전기를 기초로 한 경제체제로 옮겨가면 생활양식을 바꾸지 않고도 에너지 소비량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 세계는 탈탄소화라는 과제를 안고 있고, 이것이 급속히 진행될 것이다. 다행히 태양광, 풍력, 원자력발전은 현재 발전 과정에 있는 기술이므로 이들 에너지원을 개선하고 발전하면 환경문제 해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유튜브와 같은 동영상 미디어는 다양한 움직임을 영상으로 전달할 수 있어 교육에 적합하다. AR글라스 등 스마트글라스가 보급되면 실제로 교실에서 가르치는 것처럼 활용할 수 있으므로 앞으로 효능이 훨씬 개선될 것이다. 동영상과 AR, VR을 조합한 강력한 학습용 미디어도 등장할 것인데, 앞으로 교육분야에 불어닥칠 변화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이용자가 만든 콘텐츠다. 유튜브 등의 영상 미디어를 사용하여 특정 과제를 터득한 사람에게서 배울 수 있다. 둘째, AR, VR을 이용한 학습이다. 가상세계에 몰입하여 공간적 요소를 가미하고 운동감각을 작동시켜 독서 때와는 다른 두뇌를 활성화한다. 이는 뇌의 깊숙한 곳을 자극한다는 뜻에서 매우 강력한 학습법이다. 셋째로 프로젝트 방식의 학습이다. 그룹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방법인데, 대학 캠퍼스에 직접 가서 시행하거나 가상세계에서 할 수도 있다. AI의 자동번역 기능이 동시통역 수준까지 올라가면 여러 면에서 획기적일 것이다. 우선 비즈니스나 여행의 양상이 크게 달라지고, 영어공부로 회화를 따로 배우지 않아도 귀에 이어폰을 낀 채로 외국 여행을 자유롭게 할 수 있으며, 대화도 완벽하게 나눌 수 있다. 외국어를 잘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귀에 자동번역기를 꽂기만 하면 원하는 언어로 유창하게 대화할 수 있어 어떤 나라든 원하는 회사에 취업하여 마음껏 일할 수 있게 된다. 아울러 영어를 완벽하게 구사할 줄 몰라도 온 세계를 다니며 텔러워크로 얼마든지 일할 수 있다. 이렇듯 새로운 테크놀로지는 사람들 간의 공감을 이끌고 끈끈하게 맺어주어 커뮤니케이션이 더욱 원활해질 것이다.

 

다음 시대를 선도할 승자
앞으로는 아시아의 시대가 될 것이다. 인구만 해도 중국과 인도를 합하면  28억명으로 세계 인구의 1/3이 넘는다. 이 숫자는 미국 인구의 10배로 수치상으로도 중국과 인도가 세계에 미치는 영향력이 미국을 넘어서고 있다. 그들이 어떻게 에너지 문제와 공해, 이산화탄소 배출, 지구온난화, 기후변동에 대처하느냐가 미국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친다. 머지않아 아시아는 경제력뿐만 아니라 문화예술적으로도 세계의 트렌드를 이끌 것이다.


동아시아 문화권에서는 개인주의보다 사회적 계약을 중시하는 커뮤니티 합의 성향이 극단적으로 작용한다. 사람들이 진로를 결정할 때도 자신의 의사보다 가족이나 커뮤니티를 책임지는 쪽으로 선택한다. 과연 미래는 미국이 두려워하는 것처럼 중국 기업이 경제적 우위를 차지하는 시대가 올 것인가? 그렇다. 머지않아 중국의 거대 기업이 세상을 좌지우지할 것이다. 그 이유는 우선 국가후원을 꼽을 수 있다. 중국은 국가와 기업의 유대가 매우 강하고 국내에 거대한 시장을 이미 갖추고 있어 그 여세를 몰아 세계로 뻗어 나갈 수 있다. 중국인들은 원래 사업 수완이 뛰어난 민족이다. 10년 이내에 아이폰만큼 세상의 판도를 바꿔놓을 중국제품이 나올 것이다. 고품질에 값싼 스마트글라스를 개발하여 AR과 데이터를 지배한다면 애플과 같은 세계적 기업들이 속속 나타날 것이다.


세계는 공업화 시대 이전엔 지역이 떨어져 있어 다양한 문화가 형성되었으나 지금은 글로벌화로 통합되어 인간의 문화가 수렴되고, 그로 인해 분기가 가속되고 있다. 매슬로의 자기실현이론으로 욕구단계를 설명하면, 가장 기본적인 단계는 생존에 필요한 생리적 욕구이며, 거기서 안전 욕구와 사회적 욕구로 발전하여 인간은 취미나 일을 추구하게 된다. 이러한 기본적 욕구가 충족되면 다음 단계로 자신이 누구이고 왜 여기에 존재하는가 하는 일종의 자각과 자아실현 단계에 이른다. 즉, 가장 기본적인 단계에서 세계적인 규모로 수렴하고, 이것을 이해하기 위한 생활양식의 다양화와 함께 인간의 정체성에 대한 사고의 다양성도 늘어나는 분기 현상이 나타난다.


향후 사람들은 효율적인 도시에서 살고 교외의 자연 속의 농원에선 로봇이 일하는 이미지를 그릴 것이다. “국가는 작은 문제를 다루기엔 너무 크고 큰 문제를 다루기에는 너무 작다.” 앞으로는 국가가 아니라 도시가 주도권을 쥐어야 더욱 좋은 세상을 구현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도시의 인구 비율은 세계 인구의 50%를 넘어섰으며 이내 75%까지 올라가 도시가 국가보다 더 큰 힘을 갖는 시대가 올 것이다. 예를 들어 자동차 가스배출 규제만 하더라도 캘리포니아주는 다른 지역보다 환경기준이 훨씬 엄격하다. 따라서 자동차 제조사들은 캘리포니아주의 크기와 영향력 때문에 그 기준에 맞춰 만들게 되고, 캘리포니아의 기준이 결국 미국 전체의 통일 규칙이 될 것이다. 환경기준이나 개인정보보호법도 마찬가지로 도시가 선도하면 국가 나아가 다른 나라까지 뒤따르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미래의 열쇠 테크놀로지
“미래의 열쇠는 테크놀로지가 갖고 있다.” 테크놀로지가 지닌 자연스러운 방향성을 나타내는 말이다. 테크놀로지가 미래를 만들어간다는 뜻이다. 과학이란 ‘무언가를 알고 사물을 이해하는 방법’이다. 인류가 과학을 채택함으로써 발전이 가속하고 수명이 늘어나며 사물의 안전성이 높아졌다. 현대는 변화가 변화를 요구하는 시대다. 변화의 최초 단계에서는 세상에 변화를 가져오는 구조로서의 게임 자체가 바뀌고, 다음에 게임의 규칙이 바뀐다. 다시 말해 변화가 연쇄적으로 일어난다. 과학적인 방법이 진화한다는 것은 게임의 규칙 이 달라지는 것과 같아 배우는 방식이나 사물을 이해하는 방법을 변화시킨다. 유튜브와 같은 도구로 인해 새로운 발견이나 발상을 널리 퍼뜨리는 속도가 향상되면서 더욱 빨리 세상을 배울 수 있게 됐다. 테크놀로지는 마치 양날의 검과 같아 좋은 면과 나쁜 면이 있다. 똑같은 과학적 사고지만 다른 테크놀로지가 탄생하여 한쪽은 가능성을 넓히고 다른 한쪽은 감소시킨다. 예를 들어 원자력이라는 에너지는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핵발전소와 핵폭탄이라는 정반대의 테크놀로지가 생성된다.


일론 머스크가 터널을 파서 만들고 있는 고속수송 시스템 하이퍼루프는 파급효과가 낮은 일차적 테크놀로지지만, AI는 2차적 또는 3차적인 가능성을 잇달아 넓혀갈 수 있는 테크놀로지다. 이렇게 AI는 다양한 것을 변화시키는 파급력을 가지고 있다. 테크놀로지에 장점이 51%, 단점이 49%가 있다고 할 때 현재의 1%는 미소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 1%가 큰 격차로 나타나 그 차이를 알게 될 것이다. 진보라는 것도 지금은 확실히 보이지 않더라도 나중에 역사를 되돌아보면 비로소 보이는 것이다.
생각하는 발상에 따라 우리는 미래를 더욱 좋게 만들 수 있다. 자신이 살고 싶은 미래를 상상할 수 있다면 더욱 쉽게 원하는 것을 실현할 수 있다. 프로토피아(protopia)는 진보라는 프로그레스와 장소를 뜻하는 토피아의 합성어로 더 좋은 세상을 말한다. 과거 역사에서 개선과 진보는 매년 아주 조금씩 증가를 거듭해 생겨났다. 1%의 진보가 꾸준히 계속되면 미래에는 엄청나게 향상된 세상이 전개될 것이다. 테크놀로지가 야기하는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나 이를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더 좋은 테크놀로지로 보완 진화하는 것이다.

 

앞으로의 5000일을 향하여
성공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서는 잘되지 않는 일에 도전해야 한다. 대기업이 이노베이션을 일으키지 못하는 근본 이유는 기업규모가 커질수록 새로운 돌파구가 보이지 않아서다. 성공하면 할수록 완벽함과 효율성, 최적화밖에 추구하지 않기 때문이다. 새로운 발견을 위해서는 최적화와 반대되는 일도 해야 한다. 탐구와 실험정신이다. 이노베이션은 중앙집중형이 아니라 분산형이며 회사 문화에서 비롯된다. 회사를 매입하더라도 이노베이션을 일으키지 못하면 비즈니스인 솔루션을 산 것일 뿐 그 회사의 기반이 되지 못해 그 이상의 혁신성은 생겨나지 않는다. 이노베이션은 비효율성과 실패에서 배우는 특성이 있다.
실리콘밸리에서는 발전적 실패라는 말이 있다. 요즘 스타트업인 애자일 개발이 주목받고 있는데, 작은 실패를 거듭하여 그 경험으로 큰 실패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일이다. 만일 우리의 수명이 6개월밖에 남지 않았다면 어떻게 살 것인가? 남은 생애를 연 단위가 아닌 일수로 생각하는 발상도 필요하다. 앞으로 20년을 산다고 하면 길게 느껴지겠지만, 일수로 계산하면 7000일 정도다. 그러면 하루하루를 의미있고 보람있게 살아가기 위해 애쓸 것이다.


계획이 생각났을 때로부터 그 일이 끝날 때까지의 기간은 보통 5년이다. 따라서 무엇을 선택할지 또 무엇에 집중할 것인지 숙고해야 한다. 앞으로 6000일밖에 살지 못한다면, 오늘은 좋은 날이어야 하고 그 24시간은 소중하지 않겠는가! 인생에 만족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나는 어떤 사람인가?”라는 의문을 갖고 산다는 것이다. 정체성 확인이다. 이 질문에 대답하려면 진지한 마음으로 성찰하여 자신을 아는 일이다. 이것은 예술가, 발명가, 문학가도 끊임없이 추구하는 일이다. 끊임없이 생각하고 옳은 것을 묻고 추구하는 데서 가치가 생성된다. 그것이 바로 이노베이션이며 탐구나 과학, 창조성이다.
질문을 던지고 불확실성을 다루는 일이 삶이요 인문이다. 모두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상식에 의문을 품고 반대로 뒤집어 생각해 보는 것이 통찰이며, 이를 통해 새로운 스토리와 가설이 만들어진다. 무어의 법칙은 인텔 창업자 무어가 주장한 ‘반도체 집적률은 18개월에 두 배가 된다는 경험칙’이다. 만일 이 법칙이 실현되지 않을 때 어떤 상황이 전개될지를 생각해 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다. 또 한 가지는 증거를 찾는 일이다. 미래 스토리를 생각하여 아이디어가 떠올랐을 때 그 후에 구체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자료를 찾는 일이다. 미래를 구상하는 과정의 절반은 착상 즉 아이디어며, 나머지 절반은 계획을 실현해 나가기 위한 증거와 방법을 찾는 일이다.


거듭 말하거니와 앞으로의 5000일은 지금까지의 5000일보다 놀라운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앞으로의 5000일은 지금까지의 5000일과 비교하여 엄청난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약간의 변화가 향후 5000일 동안 증폭되어 훨씬 큰 변화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특히 앞으로 일어날 대부분의 변화는 정신적인 것이다. 우리가 어떤 존재인지, 어떻게 사물을 이해할 것인지, 과학을 변화시켜 어떻게 진리를 추구할 것인지 등에 관한 변화다.
그런 변화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으로 그런 변화들이 앞으로 5000일 사이에 나타날 것이다. 테크놀로지는 강력해질수록 그만큼 해악을 끼칠 수 있다. 그러나 테크놀로지는 새로운 선택지를 제시한다. 이는 새로운 선택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결론적으로 말해 테크놀로지가 초래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테크놀로지를 줄여가는 것이 아니라 계속 만들어가는 일이다.
지구촌을 떠들썩하게 한 카타르 FIFA 월드컵이 아르헨티나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우승한 아르헨티나는 물론 참가국 모두 나라가 들썩일 정도로 열기가 대단했다. 스포츠 축구를 통해 지구촌이 일체감과 희로애락을 느낀다는 사실이 경이롭다. 우리 축구팀은 난해한 퍼즐을 풀 듯 경우의 수를 절묘하게 맞춰 16강에 진출하는 감격을 맛보았으나 세계 최강 브라질 정거장을 통과하지 못하고 하차했다.


하지만 수비에 치중하다가 역습하는 과거 경기방식과 달리 운동장을 폭넓게 지배하는 빌드업 선진축구로 발돋움한 것은 큰 수확이었다.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다.” 이번 대회의 특징은 영원한 강팀도 만년 약팀도 없는 평준화가 이루어졌으며, 계속 진화하는 팀이 승리한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코로나와 이태원 참사로 우울했던 국민을 행복하게 해준 태극전사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눈비가 내리는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깊은 밤 새벽까지 광화문광장과 곳곳에서 응원한 국민의 열정과 성원을 선수들은 잊지 말고 더욱 성장 발전한 모습을 차기 북중미대회에서 보여주기 바란다.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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