콤파스가 다시 열렸다. 코로나-19로 인해 2020년 1월 콤파스를 마지막으로 장기 휴회에 들어간 지 꼭 3년만이다. 계묘년 정월 열사흘 겨울폭우가 쏟아지는 이른 아침에 명동 로얄호텔에서 신년인사회를 시작으로 개회됐다. 힘든 코로나 터널을 무사히 빠져 나왔다는 안도감인지 참석한 회원들 모두 감개무량한 표정이었다. 그동안 세상을 떠나신 오랜 회원 고 배병태 박사, 최재수 교수, 김종길 청장, 백옥인 실장을 회상하며 잠시 숙연해졌다. 생전에 새벽마다 멀리 곤지암에서 또 광양에서 콤파스 모임에 참석하여 감동을 주셨다. 이어 매년 콤파스 신년하례 때마다 제공하신 KCTC 신태범 회장의 일본 명주와 최장현 전 해양수산부 차관의 건배 제의가 흥을 돋우어 시종 화기애애한 가운데 진행됐다. 사람은 역시 만날 때에 인간관계가 형성되고 우의도 돈독해지나 보다. 새해 인사와 함께 건강하여 자주 만나자는 얘기가 이날의 화두였다. 감염병 팬데믹이 없는 건강하고 활기찬 세상이 오기를 모두가 한마음으로 빌었다. 이달의 강사로 KMI 원장을 역임했고 어제 한국해운협회 상근부회장에 취임한 양창호 부회장이 나와 ‘근해해운의 현황과 선사간 공동행위’를 주제로 발표하였다. 주제가 요즘 해운업계의 관심사이고 학자 출신답게 이해하기 쉽게 발표하여 듣기에 편하고 유익했다. 발표내용을 정리하여 게재한다.

 

컨테이너선 해운경제
수출입기업으로선 컨테이너선을 이용하는 해운은 수출입화물을 제때 현지에 공급하기 위한 필수적 수송활동이다. 컨테이너 해운이 수출입기업의 공급사슬에서 중요한 한 축을 구성하기 때문이다. 컨테이너 해운경제를 구성하는 수요공급, 선사와 항로 그리고 운임 등을 살펴보면, 그동안의 정기선해운에 대한 문헌이 북미항로와 유럽항로 등 원양항로 위주로 기술되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수출입화물의 68%가 동남아, 중국, 일본 등 근해해운에 집중되어 있어 중요한 항로가 근해항로다. 오늘은 아시아 역내, 한~동남아, 한일, 한중항로를 뜻하는 근해해운의 현황과 분석사례를 중점적으로 다루려고 한다. 발표순서는 정기선 서비스의 운송수요와 선대공급, 정기선 서비스와 주요 정기선사, 컨테이너 선사들의 수직 수평적 통합의 추이, 얼라이언스와 초대형 컨테이너선의 동향과 전망, 초대형화에 따른 해운, 항만, 화주에 미치는 영향 등이며, 시간이 되면, 컨테이너선해운의 주기 변동, 투자의지 결정, 해운경기 변동요인 기법과 함께 최근의 이슈인 정기선 해운동맹과 컨테이너선에 대한 선사간 공동행위의 의의도 살펴보려고 한다. 컨테이너선 해운경제라는 용어를 사용한 배경은 컨테이너선사가 단순히 수출입 화주에게 일회성 운송 서비스만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화주에게 어떤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가를 고민하는 화주의 물류서비스 제공자로서 그리고 공급사슬 파트너로서 해운 서비스를 미래지향적으로 제공하는 경제주체이기 때문이다.

 

아시아 역내항로
세계 정기선 해운항로는 2021년 말 기준으로 1,422개 노선이 운영되고 있다. 아시아 역내에 492개 항로, 유럽역내항로 241개, 아시아~북미 90개, 미동부~중미카리브 87개, 중동역내 73개, 유럽~아프리카 63개, 아시아~인도 및 중동 45개, 북미~유럽 38개, 아시아~호주 대양주 35개, 유럽~극동에 29개 항로 등이다. 그 가운데 아시아 역내 물동량은 세계 전체의 약 35%를 차지할 정도로 물동량 자체로는 세계 1위 항로로 아시아~유럽, 아시아~북미 항로와 함께 세계 3대 항로 중의 하나다. 세계 컨테이너 선사들이 아시아 역내항로 물동량 변동에 따라 자유롭게 투입선대를 늘리고 선박을 대형화하면서 항로사정에 대응하고 있는 글로벌 경쟁시장이다. 아시아 역내항로는 동북아~동남아항로, 동북아내항로, 동남아내항로, 남중국 대만 필리핀 베트남 항로 등 4개로 구분한다. 동북아~동남아항로는 2021년 기준 159개, 동북아내항로 150개, 동남아내항로 92개, 남중국 대만 필리핀 베트남 항로 등 총 455개 항로가 거미줄처럼 연결되어 있다. 정기선 서비스 수는 동북아~동남아항로가 159개로 주당 평균 운송능력 2,220TEU, 항차당 평균 운항일수 24일이다. 또한 한국~동남아항로 정기선 서비스는 54개, 중국~동남아 65개, 일본~동남아항로는 40개다.


2012년말 대비 2018년까지의 아시아 역내 투입 선복량은 154만 3,300TEU에서 282만 5,900TEU로 6년간 83%나 증가하였다. 같은 기간 전 세계 선복량 투입이 38%인 것을 감안하면, 아시아 역내 공급 증가율이 전 세계 증가율에 비해 2배 이상 높았다. 동남아항로에 만성적 공급과잉이 발생하는 원인은 이곳이 선박의 전환배치(cascading)가 마지막으로 이루어지는 곳이기 때문이다. 초대형 컨테이너선 투입이 시작되는 곳은 유럽항로로 여기에 2만TEU급 이상의 초대형선이 새로 투입되면, 기존에 기간항로에서 운항하던 선박들을 해체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항로로 전환배치하여 북미항로나 다른 항로의 선박 대형화가 연쇄적으로 일어나는 전환배치 효과(cascade effect)가 나타난다. 동서 기간항로인 유럽항로와 북미항로에서 남북항로 즉 동아시아와 유럽 및 북미 이외의 지역을 연결하는 항로로 흘러가고 이것이 다시 아시아 역내항로인 북동아시아항로와 동남아시아항로로 전환배치된다.
 동남아항로에 취항하는 선사는 42~45개로 국적선사가 11개사인데, 세계 25대 선사에 들어가는 우리나라 선사는 HMM, 고려해운, 장금상선, SM상선 등 4개사뿐이다.

 

한국~동남아항로
한국~동남아항로의 컨테이너 물동량은 매년 수출입 모두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2011년 185만TEU에서 2021년 301만TEU로 증가하여 지난 11년간 연평균 4%의 높은 성장세를 보였으나 지난해 287만TEU로 하락했다. 한국과 동남아 간의 주요 항로는 대만, 홍콩, 필리핀, 태국,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베트남 사이를 연결한다. 물동량은 2022년 기준으로 수출의 경우 한국과 베트남간이 50.5만TEU, 한국과 홍콩간 20만TEU, 한국과 인도네시아간 15.3만TEU 순이고, 수입은 베트남과 한국간 51.4만TEU, 홍콩과 한국간 32.4만TEU, 태국과 한국간 18.2만TEU 순이다. 한국~동남아항로에서 컨테이너 해상화물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요 사업자는 국적선사가 고려해운, 남성, 동영, 동진, 범주, SM상선, HMM, 장금, 천경, 팬오션, 흥아 등이고, 외국선사는 APL, CNC, COSCO, GSL, OOCL, PIL, SITC, TSL, 시랜드머스크, 에버그린, 완하이, 양밍 등이다. 2018년 물동량 기준으로 한국~동남아항로의 점유율은 수출항로에서 고려 23.4%, 흥아 11.9%, HMM 11%, 장금 9.7%, 완하이 9.35% 순이고, 수입항로는 고려 24.7%, HMM 11.1%, 흥아 10.3%, 장금 9.4%, 완하이 8.8% 순이다. 수출입 점유율 상위 5개 업체는 2005년부터 2018년 동안 대체로 비슷하게 유지되었다. 우리나라의 한국~동남아항로 수출물동량은 2009~17년 평균으로 아시아 역내 전체 물동량의 9.5%를 차지하며, 수입물동량도 9.6%에 달한다.


아시아 역내항로의 하부항로 한국~동남아항로는 1주당 수송능력이 12만TEU 정도이고, 아시아 역내에는 455개 항로가 있으며, 1주당 수송능력은 총 220만TEU에 달한다. 역내 하위항로에서 일시적인 수급 변화로 운임이 오르면 선사들은 언제든 선박을 투입할 수 있으므로 한국~동남아항로를 비롯한 아시아 역내항로는 운임이 연동된 경쟁시장이다. 동남아항로 운임은 세계 컨테이너선 수급에도 영향을 받아 세계종합운임과 동남아항로운임 간에는 0.7697라는 높은 상관관계를 보인다. 한국~동남아항로의 경우, 2011년 이후 2017년까지의 평균 공급과잉률이 23.7%로 2009년부터 2018년까지 10년간 영업이익률은 2010년과 2014년을 제외한 8년 동안 계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특히 2009년에 영업이익률이 –10.71%, 2018년 –4.3%를 기록했다. 만성적인 선박공급으로 과잉상태가 20% 이상의 항로에서 선사들이 할 수 있는 경영전략이란 낮은 운임을 제시하는 것밖에는 없는 실정이다.

 

한국~중국항로
한중항로 컨테이너 정기선 서비스는 1988년 제3국 선사인 홍콩의 보나미(Bonami)가 부산~상하이 항로를 개설하며 시작됐고, 본격적인 서비스는 1992년 8월 한중간 국교정상화 이후 이루어졌다. 한중항로는 한중 양국 정부의 해운회담 합의에 기반하여 한중간 서비스 개설 또는 선박투입을 합의하는 관리항로로 운영되고 있다. 관리항로란 한중 양국 해운당국이 선박투입, 항로개설 등을 결정하는 항로를 말한다. 양국 정부는 매년 개최되는 해운회담을 통해 한중항로에 새로운 항로를 개설할지와 기존 항로에 추가로 선박을 투입할지, 투입한다면 선박은 몇 척 투입할지를 결정한다. 항로개설이나 선박투입이 결정되면 양국의 항만에 선박을 투입하고 서비스를 개설할 수 있는 선사를 결정한다.


제3국 선사는 이러한 절차 없이 자유롭게 서비스를 개설하는 것이 가능하다. 한중항로 취항선사는 2019년 기준으로 국적선사 17사, 중국선사 21사가 77개의 항로를 개설하여 컨테이너 정기선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한중항로의 물동량은 1992년 8월 한중수교 이후 무역규모가 1992년 63.2억달러에서 2013년 3,015.4억달러로 크게 늘었다. 컨테이너화물 수출물동량이 1991년 2만 9,857TEU에서 1992년 수교 이후 6만 8,186TEU로 128% 늘었고 2021년에는 119만 7,000TEU로 대폭 증가하였다. 수입화물도 1991년 5만 116TEU에서 1992년 6만 729TEU로, 2021년에는 202만 9,000TEU로 역시 대폭 증가하였다. 이렇듯 수출입 모두 수교 이후 지난 30년간 연평균 증가율이 13%라는 매우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였다.


한중항로를 연결하는 항만은 우리나라가 부산, 울산, 광양, 인천 등이고 중국은 상하이, 닝보, 다롄, 톈진, 칭다오와 그밖에 옌타이, 웨이하이, 롄윈강 등이다. 한중항로는 통상 닝보항 이북의 북중국 항만과 한국의 항만을 연결하는 북중국항로를 의미한다. 2021년 기준 한중항로의 중국 항만별 수출입 물동량은 상하이, 칭다오, 톈진, 닝보, 웨이하이 등 5대 주요항만을 비롯하여 다롄, 롄윈강, 옌타이 항로 물동량이 전체 수출입 물동량의 80% 이상을 차지한다. 한중항로의 컨테이너 해상화물 운송회사는 고려, 남성, 동영, 동진, 두우, 범주, SM, HMM, 장금, 천경, 태영, 팬오션, 한성이며, 중국선사는 EAS, 코흥, 뉴골든씨, 시노트란스, SITC, SIFCO, TMSC이고, 제3국 선사는 하파그로이드, CMA-CGM, MCC, 양밍, 에버그린, TS라인 등이다. 그리고 컨테이너 전용선이 아닌 페리선을 이용하여 화물과 여객을 함께 운송하는 선사는 진천, 위동, 대인, C&K페리로 페리선사는 대다수가 한중 합작회사다. 2021년 기준 선사별 수출입 수송 점유율은 국적선사는 장금상선과 고려해운의 비중이 높고, 중국선사는 EAS가 높았다.


현재 한중항로는 공급과잉 상태로 운송물량을 확보하기 위한 선사 간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2002년 이후 2021년까지의 평균 적재율이 49.1%로 20년 가까이 평균 50%의 공급과잉 상태다. 한중항로에는 한국과 중국에 39개의 협의회 회원사가 있고 비회원사 20개를 합하면 총 59개 선사가 경쟁하고 있다. 여기에 제3국 선사가 본격적으로 참여하면 국적선사의 시장점유율은 더욱 낮아질 것이다. 제3국 선사의 한중항로 수출입 컨테이너 수송 점유율은 5~6%다. 코로나 팬데믹 이전인 2019년까지는 과잉선박과 과당경쟁으로 인한 운임하락으로 수익성이 떨어져 제3국 선사의 참여가 낮았었다. 하지만 시장 상황이 호전되면 기존 및 신규 제3국 선사들이 초대형 선박을 앞세워 시장에 대거 들어와 한중간 로컬화물 집화경쟁에 동참할 것이고, 국적선사의 시장점유율은 크게 하락할 것이다. 아울러 한중항로 개방도 우리 선사의 점유율 하락에 크게 작용할 것이다. 한국과 중국 양국은 정례적인 해운회담을 통해 한중항로의 점진적 개방이라는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이고, 기존 항로는 추후 적취율을 감안하여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기로 2019년 7월 제26차 해운회담에서 합의한 바 있다. 국적선사들은 모든 선사가 한중항로에 참여중인 반면, 중국측은 아직 진입하지 않은 선사들이 10여개에 달해 개방하면 국적선사의 점유율은 더욱 줄 것이다. 2003년 이후 2018년까지 한중항로의 공급과잉이 심해져 운임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 수출운임이 20피트 컨테이너당 2003년 180달러에서 2017년에 10달러까지 하락했고, 심지어 2018년에는 다른 선사에게 물량을 빼앗길까 우려하여 대량화물 화주에게 운임을 1달러까지 낮추어 주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수입운임도 20피트 컨테이너당 2003년 200달러에서 2016년의 20달러까지 떨어졌다.


한국~일본항로

한일항로는 한국 항만과 일본 항만을 연결하는 항로로 한국의 주요항만(main port) 부산, 울산, 마산, 광양, 인천의 5개 항만을 포함하여 군산, 대산, 목포, 평택, 포항 등 총 10개 항만을 취항하며, 일본의 주요 취항 항만은 60여개다. 일본 항만 중 물동량이 많은 주요항만은 도쿄, 고베, 나고야, 요코하마, 오사카며, 주요항만 인근의 인근항만(near port)은 치바, 가와사키, 도요하시, 시미즈, 요카이치다. 그리고 주요항만 및 인근항만에 비해 상대적으로 물동량이 적은 지방항만(local port)은 50개 정도다.


한일항로의 물동량 비중은 주요항만이 50%, 인근항만 20%, 나머지 지방항만 30%다. 일본항로는 지역별로 크게 게이힌 지역, 한신, 관몬, 서안 및 기타 지역 등 5개 구역으로 구분된다. 게이힌 및 한신은 항만 수가 12개로 적은 편이지만, 물동량이 집중되는 지역으로 물동량 비중이 높아 중요성이 높다. 한일항로의 컨테이너 물동량은 수출화물이 2003년 72만TEU에서 2018년엔 111만 7천TEU로 55% 증가했으나 이후 감소추세로 2021년엔 98만 6천TEU를 기록했다. 수입화물도 2003년에 45만 2천TEU에서 2018년 86만 9천TEU로 증가하여 92% 증가했으나 2021년엔 77만 4천TEU로 감소했다.
한일항로 사업자는 대부분 국적선사로 고려, 남성, 동영, 동진, 범주, 장금, 천경, 태영, 팬오션, 흥아, 팬스타, SM, HMM이며, 중국선사론 SITC가 있다. 화물의 종류에는 수출입화물인 로컬화물과 환적(TS)화물이 있는데, 환적화물은 제3국에서 계약되어 제3국으로 운송되는 삼국간 TS화물과, 제3국에서 A선사와 계약되어 제3국으로 운송하되 운송과정에서 B선사가 A선사와 계약후 일부 구간을 추가운송하는 피더화물이 있다.


2021년 기준 선사별 수출입 수송 점유율은 로컬화물이 고려, 장금, 남성, 흥아, 천경 순이고, 환적화물은 고려, 장금, 흥아, 남성, 동진 순이다. 로컬화물 수출항로의 경우 도쿄 항만 7만 6,673TEU, 오사카 4만 7,846TEU, 나고야 3만 3,134TEU 순으로 물동량이 많았고, 도쿄 등 10개 주요항만의 물동량이 일본 전체의 67%를 차지했다. 수입항로는 오사카 4만 1,599TEU, 도쿄 3만 9,850TEU, 요코하마 3만 7,225TEU, 나고야 3만 7,200TEU 순인데 오사카 등 주요항만의 물동량이 전체의 62%를 차지했다. 환적화물은 수출항로의 경우 오사카 3만 232TEU, 도쿄 2만 8,739TEU, 시미즈 2만 7,729TEU 순으로 물동량이 많았고, 도쿄 등 10개 주요항만이 전체의 15%에 불과하고 나머지 85%는 지방항만이 처리했다. 수입항로는 도쿄 1만 7,470TEU, 나고야 1만 6,873TEU, 시미즈 1만 2,128TEU 순으로 물동량이 많았으며, 10개 주요항만 물동량이 전체의 20%, 지방항만 80%를 차지했다. 한일항로는 우리나라 컨테이너 선사들이 오랫동안 쌓아온 신뢰를 바탕으로 영업기반을 다져 시장점유율이 높은 편이다. 그러나 출발지에서 도착지로 화물을 운송하는 서비스 자체가 선사 간에 크게 다르지 않아 운임을 통해 경쟁하는 실정이다. 한일항로에는 APL, CMA-CGM, 하파그로이드, ONE 등의 원양선사와 고려훼리 등 페리선사 등 19개사와 경쟁하고 있는데, 이들 선사는 한일항로에서 최대 15%의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한일항로는 공급과잉으로 인해 운송물량 확보를 위한 선사간 경쟁이 치열하다. 2008년부터 2021년까지 한일항로의 평균 적재율은 48%에 불과하며 10년 이상 50% 이상의 공급과잉 상태로 운항하고 있다. 국적선사들이 맹외선사와의 경쟁을 의식하여 저운임을 유지하며, 한일항로의 소규모 지방항만까지 수송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한일 양국의 화주에게 경쟁력 있는 정기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해운경기의 급락과 근해해운
2020년 4분기부터 상승한 컨테이너해운 운임이 2022년 2월 고점까지 상승하여 해운역사상 가장 큰 호황기를 맞아 큰 수익을 실현했다. 그러던 것이 2022년 8월부터 12월까지 4개월간 급속히 하락하고 있다. 2022년 들어 컨테이너 정기선 운임은 SCFI 지수로 2월 3,587에서 12월 1,410으로 60.7%나 하락했다. 근해항로도 크게 하락하여 동남아항로의 경우 TEU당 1,537달러에서 현재 216달러로 85.9%나 떨어졌다. 선박은 수요보다 공급이 더욱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드류리사는 2023년 수요가 약 2% 증가를 기본 시나리오로 전망했다. 선박해체 66만TEU, 인도지연 60%, 계선증가 5.8%, 항만체선 등의 요인을 감안해도 2023년 선박공급이 11% 증가할 것으로 보여 수급 악화가 예상된다. 선사들에겐 수요에 맞춘 임시결항(blank sailing)을 통해 선복량을 조절하는 것이 관건이다. 코로나 팬데믹 동안 컨테이너 선사와 얼라이언스들이 항차수를 줄이는 등 공급능력 감축 방법에 협력했던 경험을 되살려야 할 것이다. 최근 머스크는 수요변동에 맞추기 위해 아시아에서 북미, 유럽, 지중해에 이르는 서비스에 대한 수송용량 조정을 계속하고 있다. 하지만 근해해운의 공급조절 대책은 쉽지 않아 2023년 시황이 하락하며 근해해운이 급속히 어려워질 것이다. 게다가 북미항로 등에 투입되었던 5천TEU 선박이 다시 동남아로 전환배치되면 공급이 더욱 증가할 것이다. 원양항로는 3대 얼라이언스가 주도하면서 임시결항 등의 방법으로 수요에 공급을 맞출 가능성이 있지만, 근해항로의 많은 중소형 선사들은 공급조절이 불가능한 경쟁상태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정기선사간 공동행위
해운법상 외항 정기선해운사업자 간의 운임 및 공동행위는 허용된다. 이는 공동행위에 의한 폐해보다 운임안정화나 과도한 경쟁방지 등에 의한 외항해운시장 안정이 우리 국민경제에 더 큰 도움을 주고 있다는 입법취지에 기초한 것이다. 특히 한일, 한동남아 항로 같은 근해해운사업을 영위하는 대다수의 중소 해운업자들은 선사간협의회를 통한 공동행위가 안정적 경영을 위한 중요한 도구가 되어 왔기 때문이다.
한일항로에서는 한국근해선사협의회를 통한 선사간 공동행위로 해운불황기에 선사들의 극심한 출혈경쟁을 어느 정도 막아낼 수 있었고, 다수의 중소형 국적선사들이 대형선사의 선대투입 및 저가운임 공세 속에서도 한일 구간에서 생존하여 안정적으로 경쟁적인 정기선 운송시장을 형성할 수 있었다. 또한, 한중항로에서는 운송물량 확보를 위한 선사간 경쟁심화로 운임하락이 반복되는 상황에서도 해운동맹인 황해정기선사협의회가 최저운임 가이드라인 등으로 과도한 운임하락을 방지하여 선사들의 생존이 가능하도록 노력해 왔다. 해운동맹인 동남아정기선사협의회도 2009년부터 2018년까지 10년간 영업이익률이 마이너스라는 극한 상황에서도 과당경쟁을 막고 최저운임 가이드라인 같은 최소한의 자구책을 마련하여 선사들의 생존에 기여했다.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는 정기선사 간의 공동행위를 규정하고 있는 해운법 대신에 공정거래법을 적용하여 정기선사간 공동행위를 운임담합 행위로 결정하고 해당 선사에게 거액의 과징금을 부과하였다. 공정위는 2022년 1월 동남아항로에 취항하고 있는 컨테이너선사에게 962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며 시정명령을 내렸고, 같은 해 6월 한일항로 취항선사에겐 과징금 800억원과 시정명령을 내렸다. 그리고 한중항로는 한중해운회담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하여 과징금은 부과하지 않고 시정명령만 내렸다. 세계 각국은 정기선사들의 경쟁시장 유지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컨테이너선 해운시장은 구조적으로 선박과잉 산업이므로 과잉상태를 방치하면 파멸적 경쟁으로 경쟁적 해상운송시장이 유지될 수 없기에 이를 유지하기 위해 각국은 정기선사간 공동행위를 통해 시장에서 생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해운정책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공정위는 경쟁적 해운시장 유지가 화주에게 유리하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이런 결정을 내렸다고 판단한다.


파멸적 경쟁으로 해운시장이 몇몇 대규모 선사에 의해 수송되는 독과점 해운시장보다 경쟁적 해운시장이 유지되도록 하는 것이 자국 화주나 수출입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이와 같은 결정을 하면서 해운선사간 공동행위 대신 치열한 경쟁을 해야만 소비자를 보호할 수 있다는 일반적인 경쟁이론만 인용하였다. 이는 선사간 과당경쟁을 부추켜 결과적으로 독과점 해운시장이 만들어져 오히려 우리나라 화주에게 피해를 준다는 사실을 간과한 것이다.
법리적으로도 공정위가 선사간 공동행위 사안을 해운법 대신에 공정거래법을 적용한 사유가 해운법에서 공동행위를 금지하는 사안에 해당되지도 않는 절차상 미비 사안을 근거로 한 것은 명백한 법리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고등법원에서 올바른 판단을 내려 조속히 근해항로에 선사간 공동행위가 다시 정상화하기를 기대한다. 나아가 선사간 공동행위 정상화를 위해 해운 공동행위의 경쟁법 제외를 해운법에 명시하는 해운법 개정도 추진해야 할 것이다.


공정위의 운임담합 제재 이후, 운임 과당경쟁을 제어하는 기능이 필요함에도 현재 협의체 기능은 마비된 상태다. 고등법원의 올바른 판단으로 근해항로에서 선사간 공동행위가 속히 정상화하기를 거듭 촉구한다. 특히 2023년에는 근해해운의 운임하락이 심해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공정위의 결정으로 현재 선사간 공동행위가 전무한 상태다. 해운협회는 행정소송대응팀을 구성하여 적극적으로 대응할 예정이다.
현재 국적선사 6개, HMM, 외국선사 등 5개 소송이 진행 중인데, 대부분 3월 이후에 변론기일이 예정되어 있다. 향후 운임 과당경쟁으로 인해 한국 발착 근해항로에서 파멸적 경쟁시장이 우려되므로 해운법이 허용하는 선사간 공동행위 추진이 반드시 필요하다. 아울러 한국근해선사협의회, 황해정기선사협의회, 동남아정기선사협의회의 공동행위신고서 양식을 통일하는 등의 보완작업도 필요하고, 운임공표제의 엄격한 운용으로 과당경쟁을 방지하는 대책도 필요하다.


이어 질의응답이 이루어졌다. 해운법 제29조 1항에는   “외항화물운송사업의 등록을 한 자는 다른 외항화물운송사업자와 운임, 배선 및 적취 기타 운송조건에 관한 계약 또는 공동행위를 영위하는 자의 경우에는 운임에 관한 계약 또는 공동행위를 할 수 있다”로 되어 있고,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관한법률 제19조 1항엔 “사업자는 계약, 협정, 결의 기타 어떠한 방법으로도 다른 사업자와 공동으로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를 합의(부당한 공동행위)하거나 다른 사업자로 하여금 이를 행하도록 하여서는 아니 된다”로 되어 있어 이 두 법이 상충하는 것이 근본 원인이다. 공정위가 해운의 목적을 충분히 이해했더라면 그런 결정을 내리지 않았을 것이다.


해운업은 국가를 지탱하고 국민경제에 필요한 물자를 수송하는 것이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지정학적으로 섬나라와 다름없고 부존자원이 없어 원료를 수입하여 국민의 필수품을 조달하고 또 가공 수출하여 먹고 사는 구조다. 그래서 해운법이 만들어진 것이다. 학자로서 연구소에서 오래 근무한 경험을 살려 이런 문제를 포함하여 근해선사를 비롯한 해운기업의 현안과 진로도 모색했으면 좋겠다. 해운법 제29조의 미비점은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 공동행위를 협의신고 사항으로 바꾸어야 한다, 해운법 제29조를 케미컬 탱커 같은 부정기선에도 적용하여 풀제도가 허용되어 시행하고 있다. 당초에 해운법을 만든 입법취지도 정기선은 물론 부정기선도 감안하여 제29조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이런 점을 공정위가 인식해야 한다.


해운업의 공동행위는 오래된 국제관례이며, UNCTAD의 공평적취 정신에서 출발한 것이다. 향후 해운의 목적은 물론 근해선사의 진로와 발전방안에 대한 연구발표도 필요하고 대국민 홍보도 필요하다. 성균관대 법학대학원 최준선 명예교수도 분야는 다르지만, 공정위가 무리한 잣대를 들어 기업 활동을 제한한다며 국민과 기업의 재산권 보호에 대한 공직자들의 인식이 낮음을 한경 칼럼에서 지적했다. 해운불황으로 심각한 상황이 예상되는 근해해운에 대한 과징금 부과를 재고해주기 바란다.
설 명절이다. 어릴 적 추억이 있어선지 설날이라는 말만 들어도 마음이 푸근하고 행복하다. 명절이 명절다운 것은 사랑하는 가족과 정다운 친척들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기에 기쁨은 두 배 이상이다. 하지만 사랑하는 가족을 먼저 보낸 실손 가정과 실향민, 이산가족, 다문화 가족의 외로움은 더욱 클 것이다.

 

 故園東望路漫漫 雙袖龍鍾淚不乾
 -동쪽 멀리 고향을 바라보니 길은 멀고 아득하여
 두 소매 홍건하건만 눈물은 마르지 않네-

 

기쁨은 나눌 때 커지고 슬픔은 나눌 때 작아진다. 명절을 맞아 주변을 둘러보아 소외된 이웃과 함께하며 마음을 같이 할 수 있다면 더욱 넉넉하고 푸근한 명절이 될 것이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가정이 평안하고 행복하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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