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4일 해운업계의 사회공헌을 위한 재단법인 ‘바다의 품(이사장, 정태순 한국해운협회 회장)’이 출범했다. 
코로나로 국민들이 어려운 상황 하에서 해운업계에 대한 시선이 좋지 않은 현실을 고려하면 시의적절한 사회공헌기관의 출범이라고 할 것이다. 
해운업계 뿐만 아니라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은 오래전부터 화두였다.
CSR은 오늘날의 기업은 사회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책임 있는 활동을 통해 사회 공동의 이익 창출을 위해 자발적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개념이다. 
기업이 지속적으로 존속하기 위한 이윤추구활동만 할 것이 아니라 법령과 윤리를 준수하고, 기업의 이해관계자의 요구에 적절히 대응해야 하는 것이다. 
오늘날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ESG경영으로 연결되어 기업에 대해 요구하는 사회적 책임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중시된다고 하더라도 큰 돈을 벌었다고 모든 기업이 자신이 아닌 타자를 위해 선행을 행하는 것이 아니고 그것을 강요하는 법률도 존재하지 않는다. 
더구나 해운업은 코로나 사태로 글로벌 공급망이 혼란에 빠진 최근 2년간을 제외하고는 극도의 경영적 어려움을 겪었다. 


일반적으로 해운업을 정의할 때 경기순환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 사이클 산업, 수요에 비하여 공급이 항상 과잉인 저수익 산업, 국내보다는 해외 고객으로부터 얻는 매출이 큰 국제산업 등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 해운은 외국기업과의 경쟁에서 생존을 위한 힘든 투쟁을 계속하면서 적극적인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더구나 한진해운 파탄이라는 아픈 경험을 겪으면서 해운업이 국내에서 사회적 책임을 수행하는 것에 대하여 일반 국민들의 이목을 끌기는 어려운 실정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나라 해운업계는 자선적 책임까지 다하는 적극적인 의미의 사회적 책임 보다는 경제적 상황을 고려한 친환경 경영대응, 국적선원 고용확대 등의 소극적 대응이 주를 이루었다. 
이는 외국의 초대형 해운기업도 마찬가지이다. 우리 사회에서 막상 사회적 책임을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기업은 드물다. 개별기업의 재무상황이 서로 상이하고 각 기업마다 사회적 책임에 대한 인식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해운업계가 개별기업의 차원을 넘어 업계 공동으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하여 사단법인 ‘바다의 품’을 출범시키고 적극적인 사회공헌활동을 시작하는 것은 한국 사회에서 보기 드문 사례이다. 
바다의 품이 수행하고자 하는 활동은 크게 ‘해양에서의 나눔문화 확산’과 ‘해양관련 사회과제 해결’로 나눌 수 있다. 
전자는 바다에서 일하다가 어려움을 당한 선원과 어민, 해군·해병·해경 전역자 등을 위한 지원을 중심으로 한다. 
바다를 사업영역으로 하고 바다에 특화된 사회공헌법인이기에 다른 공헌조직과는 구분되는 활동이다. 
나아가 바다의품은 차세대 해기사를 비롯한 후속세대를 위한 교육지원과 장학사업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칠 것이다.


후자는 해양에 대한 국민의 인식개선을 위한 활동이 중심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무역의 99.7%가 해운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으며 육상을 통한 무역이 불가능한 실질적인 도서국가이다. 
해운업이 없이는 우리가 누리고 있는 현재의 풍족한 경제생활은 불가능하다. 해방이후, 제대로 된 한 척의 선박도 없이 시작했던 우리나라는 바다산업 종사자의 피땀 어린 노력과 정부정책이 적절하게 어우러져 여러가지 어려움을 이겨내고 세계 6위의 해운국가로 우뚝 섰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는 바다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바다산업 종사자에 대한 차별적 의식이 존재하고 있다. 
이러한 부정적 의식을 타파하는데 바다의 품을 통한 해운계의 사회공헌활동이 큰 힘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된다. 
세계적 해운국의 위상에 어울리는 사회적 책임을 개별기업이 아니라 해운업계가 함께 손잡고 보다 큰 그림을 그리면서 미래로 나아가고자 하는 것에 대하여 해운업계의 일원으로써 큰 기대와 함께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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