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식방지 도장, 전문성 요하는 고급기술이다”

원전발전소서 시작된 도장 중요성, 해운·조선업계로 확대
조선업계 국제자격 도장검사자 니즈에, 네이스 CIP교육 시행
네이스 2차 CIP 교육 9월 개설, 내년 한국어 교육 개설 예정
RINA의 조선특화 코팅프로그램 개설도 추진 중

 

<김원기 회장 약력>△1974. 2. 한전입사 △2000. 2. - 2003. 3. 한수원 울진원자력본부 건설소장(울진 5·6호기 건설) △2003. 4. - 2003. 12. 한수원 고리원자력본부 본부장 △2005. 2. - 현재 (사)한국도장기술인협회 회장
<김원기 회장 약력>△1974. 2. 한전입사 △2000. 2. - 2003. 3. 한수원 울진원자력본부 건설소장(울진 5·6호기 건설) △2003. 4. - 2003. 12. 한수원 고리원자력본부 본부장 △2005. 2. - 현재 (사)한국도장기술인협회 회장
우리말에 ‘우습게 봤다간 큰 코 다친다’는 말이 있다. 김원기 회장을 만나고 돌아 나오는 길, 나의 생각을 말하자면 이 한마디로 일축할 수 있다. 그동안 가지고 있던 도장인에 대한 생각은 그저 공사장에서 흔히 볼 수 있고, 맘만 먹으면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선호도가 떨어지는 일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세상사 구석구석을 들여다보면, 뭐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듯이 도장기술과 도장인의 기능과 역할을 들여다 본 순간, 그 중요성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도장의 기능 중 부식방지는 재산가치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도장기술인협회에 의하면 우리나라에서 부식방지 비용으로 연간 소비되는 비용이 10조원에 육박한다고 한다. 결국 이 비용은, 선진화된 도장기술을 적용했더라면 소비하지 않아도 되는 명백한 추가 손실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도장의 기능과 그 기술의 중요성을 다시한번 생각하게 하는 대목이다.


우리나라에서 도장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기 시작한 곳은 원자력 분야이다. 세계적으로는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Nuclear Regulatory Commission)에 의해 2000년부터 원자력 발전소 내 도장부문에 엄격한 규제를 적용하기 시작했다. 그 발단은, 가상실험 결과에서 비롯된다. 원자력 발전분야에서는 가상실험을 실시한다. 발생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을 가상으로 실험해 봄으로써 실제 사고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요소를 최소화하기 위한 작업인데, 이 실험결과 도장이 대형사고의 원인을 야기할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원자력 사고는 엄청난 열과 압력이 수반된다. 이 과정에서 발전소 내 벽면에서 도장이 떨어져, 물의 순환을 막는가 하면, 냉각장치의 정상가동을 저해해 위험천만한 사고로까지 이어지는 원인이 되었던 것. 이 실험을 통해 많은 국가들, 특히 원자력 분야에서 도장관련 기준은 엄격한 규제를 적용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에서는 2004년부터 NRC 규제를 적극 받아들여, 원자력 내부의 도장인이나 감시자는 관련 교육을 필한 자나 도장전문 국제자격증 소지자만이 관련 일을 할 수 있다. 처음 NRC에서 시작된 국제기준을 받아들였을 당시는 관련 전문기관도, 전문가도 없는 전무한 상태여서 도장의 중요성을 사회전반에 전파하고, 국가기술 수준제고도 도모해줄 수 있는 조직의 필요성이 인식됐다. 그렇게 ‘한국도장기술인협회’가 발족됐다.


창립 5주년을 눈앞에 두고 있는 동 협회는 최근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그간 원자력 분야에 국한했던 협회활동을 보다 널리 확대해, 특히 부식방지 도장의 중요성과 전문기술력 보급에 본격적으로 앞장서기로 한 것. 그 타겟의 중심에 조선업계가 있다. 2008년 7월 계약분부터 또는 2012년 7월 1일 인도분부터 전면적으로 시행해야 하는 보호도장 성능기준(PSPC;Performance standard for protective coating) 규정에 따라 전문도장인에 대한 니즈가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조선업계에게는 IMO의 신 보호도장 성능기준 적용이 당면과제로 부각되고 있으며, 특히 엄격해진 도장검사자 자격은 개인은 물론 회사에도 당장 해결해야 할 ‘발등의 불’이 되고 있다. PSPC 규정에 따르자면 도장에 관한 복잡한 기법은 차치하고라도, 검사자의 자격이 미국 부식엔지니어링협회(NACE)가 인증하는 Level 2 이상 또는 노르웨이 국가기술원 전문검사관 교육기관인 프로시오(FROSIO)가 인증하는 Level 3의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이에 실질적으로 국제자격인증 취득자에 대한 조선업계의 수요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발맞추어, 동 협회가 그간 국내시행이 전무했던 네이스 도장검사자 교육과 시험을 실시하기 시작해 업계와 관련 종사자들에게 좋은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처럼 도장전문 인력양성을 통해 국가 관련기술력 향상은 물론, 최근 실시하고 있는 네이스 교육과 시험을 통해 조선업계에도 실질적인 영향을 주고 있는 한국도장기술인협회의 김원기 회장을 분당에 위치해 있는 협회 사무실로 찾아가 만나보았다.
김 회장을 포함한 동 협회는 도장에 관한 체제와 인식 모두 황무지인 국내시장에서 그 중요성과 선전기술을 보급하기 위해서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 협회의 설립취지와 주요 업무에 대해
원자력 분야에서 도장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체계화된 교육을 통한 전문가 양성이 필요하다는 인식아래, 한국수력원자력과 관련 규제기관들이 뜻을 모아 2005년 동 협회를 설립했다. 원자력 분야에서는 2004년부터 도장관련 규제를 강화해, 발전소 내 도장자, 도장검사자, 도장재에 대해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실제로 발전소내 도장관련 업무를 하기 위해서는 본 협회의 교육을 반드시 이수해야 한다. 이 교육을 위해 본 협회에서는 발전소에 있는 부조물을 만들어서 작업자에게 사전 교육과 시험을 실시하고 있고, 이 시험에 합격해야만 실무작업을 할 수 있다. 동 교육을 비롯해 오래된 발전소에 대한 도장관련 안전성 검사 등이 기존 본 협회의 주 업무였다.


협회의 출범은 원전분야에서 시작됐지만 본 협회의 궁극적인 목적은 안으로는 도장업무자나 관심있는 사람들이 모여 해외 선진기술에 대한 정보교류와 연구를 통해 국가 도장기술 수준을 제고하는 한편, 밖으로는 아직까지도 저급기술로 인식하고 있는 도장기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변화시키는데 앞장서는 것이다.

 

▶ 도장의 중요성에 대해
도장의 기능은 색을 내기 위한 것과 부식을 방지하는 것, 이렇게 두 가지라 할 수 있겠다. 우리가 다루고 있는 것은 후자에 해당하는데, 우리나라가 부식방지 비용으로 연간 10조원 이상을 소모하고 있다. 매년 이렇게 많은 돈을 소비하면서도 아직까지 우리나라에는 부식방지 방안을 연구하는 전문기관이나 연구자들이 전무한 상태이다. 대규모 국가적 손실이자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이제 도장의 중요성은 원자력 분야뿐만이 아니라 많은 산업계에서도 인식하기 시작하는 추세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해운과 조선업계라 할 수 있다. 국제해사기구(IMO)는 강화된 新 보호도장 성능기준을 시행하고 있다. 그 내용을 보면 밸러스트수 탱크와 산적화물선의 내부공간에 대한 보호도장을 의무화하는 것이다. 사실 실무적으로는 무척 까다로운 기법의 적용이 예고된 것이지만 궁극적으로는 선체 도장강도를 강화해 선박의 내구성을 강화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이 기준에서는 보호도장의 관리자 자격을 제한하고 있는데, 이 기준에 부합되는 네이스 CIP(Coating Inspector Program)교육의 국내 시행은 매우 의미있다 하겠다.

 

▶ 네이스 교육 대행에 대해
네이스에서 인증하는 도장검사자 자격은 레벨 1부터 3까지 있으며, 원전의 도장감사자들은 레벨 3자격을 취득해야 한다. 따라서 본 협회와 네이스는 그동안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해 왔고, 그러던 중 네이스 측에서 본 협회를 통한 국내 교육 시행을 제의해 왔다. IMO의 규제강화로 인해 조선업계 네이스 자격에 대한 수요 증대 속에서 세계최고의 선박건조국인 한국에서의 교육이 상호 윈윈을 도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그동안 네이스 자격에 관심이 있는 기술자에게는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이 자격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미국에 직접 가서 1주일간의 교육과 시험을 통과해야만 했기 때문이다. 국내 시행 첫해인 올해, 두차례 교육을 실시하기로 하고, 1차 교육은 지난 6월 종료됐고, 2차 교육은 오는 9월로 예정돼 있다. 수요에 따라 내년도 교육은 보다 확대할 계획이다.

 

▶ 1차 교육에 대해 평가하자면.
현재 네이스 교육의 최대 수요기반이 조선업계인데, 동 업계와는 그간 네트워크가 부족해 많은 홍보를 하지 못했다. 이런 상태에서 첫 교육을 실시하게 돼 사실 참여율에 대한 우려를 많이 했다. 그러나 다행히 정족수에 육박한 교육생들이 참여했다. 네이스 교육에 대한 높은 관심의 방증이라고 생각된다. 또한 첫 교육이었던 만큼, 커리큘럼 수행성과에 대해 본 협회와 네이스측 모두 긴장했던 것이 사실이지만, 양측 모두 만족스러운 평가를 내렸다. 앞으로 전개될 교육에는 더 많은 교육생들이 참여하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시행이라고 해도 네이스측에서 파견한 미국 강사에 의한 영어기반의 교육을 하다보니 보급에 한계가 있어 현재 네이스가 인정하는 수준의 국내 전문가를 물색 중이다. 이미 1명이 강사인증을 받은 상태이고, 추가 1명에 대해서도 인증과정에 있어, 내년부터는 한국어 강좌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되면 그 수요가 더욱 증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 네이스 자격에 대한 국내 수요 전망은?
네이스의 자체 보고서에 의하면, 향후 2-3년내 아시아 지역에서 필요로 하는 조선업계 국제자격 도장검사자는 8,000명 수준이다. 여기에는 한국 조선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기 때문에 국내 수요인력은 4,000~5,000명 이상이라고 보고 있다. 그 수요에 따라 지금까지 대형 조선사들은 네이스측과 개별적인 교류를 통해 회사별 교육도 실시해 왔던 차다.

 

▶ 향후 활동계획에 대해
단기적으로는 원자력 위주였던 활동영역을 조선분야로까지 확대해, 조선업계에 선진 도장기술을 전파하는 것이다. 네이스 교육이 바로 이런 본 협회의 미션과 정확히 부합된다. 여기에 더해 이탈리아 선급협회(RINA)가 보유하고 있는 조선특화 코팅프로그램에 대한 국내 교육도 준비 중이다. 이 또한 조선업계에게는 유익한 프로그램이 될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본 협회를 통해 실시되는 모든 교육이 정부지원 대상기준을 부합시켜, 보다 저렴하게 교육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이다. 지금도 산업인력관리공단과의 교류를 통해 방안을 적극적으로 강구하고 있는데, 도장 실습실이 유해물질에 속해 수도권 내 확보가 불가능하다. 이것 외에도 여러 가지 풀어야 할 과제들이 있지만 선진기술에 대한 접근성을 더욱 높이기 위한 노력은 꾸준히 전개할 계획이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도장의 문제는 작업자에 의해서 발생된다. 다시 말해 IMO에서는 도장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검사를 강화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작업자 교육이 우선시되어야 하고 더욱 중요하다. 뛰어난 검사자만 있는 것은, 이미 문제가 발생하고 난 뒤에 수습하는 것으로 그만큼 시간과 비용이 더 많이 든다. 이에 대한 조선업계의 인식전환과 조선특화 도장전문 교육개설도 필요하다. 그러한 분위기가 확산된다면 협회는 도장전문인력 풀을 효율적으로 조율하는 성격의 센터를 구축해, 업계와 전문도장인 모두에게 좋은 장이 될 수 있도록 하고자 한다. 


도장인과 그 기술을 그저 ‘저급’으로만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에서 본 협회의 할 일은 너무 많고, 갈 길도 너무 멀다. 이제 막 영역확대에 나선 것이지만, 도장에 대한 사회인식의 변화를 주도하고, 국가 관련기술 수준향상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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