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가격의 등락에 따라 투자자의 수익률이 결정되는 ‘선가손익참여형’ 선박펀드가 시장에 나온다.

 

한국선박운용(KOMAF)이 추진하는 15만톤급 유조선 4척에 대한 BBC(단순나용선) 선박펀드인 동북아 27호, 28호, 29호, 30호가 해양수산부의 인가를 받고 3월중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5개 증권회사에서 판매되며 4개 펀드 모두 상장된다.


이들 선박펀드는 이제까지 나온 34개의 선박펀드와 그 구조가 다른데다가 해외시장에서 이루어낸 첫 상품이라는 면에서 기대와 우려를 함께 모으고 있다.

 

기존 선박펀드들이 BBCHP(취득조건부나용선)의 안정적인 금리를 보장하는 ‘채권형’ 상품인데 반해, 동북아 27-30호 시리즈는 선가의 잔존가치에 따라 투자자의 수익률이 변동되는 ‘투자형’ 펀드라는 점에서 고수익률에 대한 기대만큼 리스크 부담을 안고 있는 상품이다.

 

이번 펀드는 용선료 수입으로 5년동안 투자자들에게 연 9%이상의 수익을 3개월마다 분배하며, 2008년말까지 한시적으로 배당소득에 대한 비과세 혜택을 받게 된다.

 

그러나 채권형 선박펀드가 용선사가 만기시 정해진 가격에 선박을 의무적으로 매입해 투자자들의 원금을 그대로 돌려주는 것과 달리 투자형 선박펀드는 만기시에 선박을 시장에서 매각한 대금으로 투자원금을 상환하므로 5년뒤 선박의 매각가에 따라 원금의 보전여부가 달라진다.

 

 원금손실의 위험이 있기 때문에 이 잔존선가 연동형 선박펀드가 장차 선박투자회사제도에 미칠 영향을 정확히 예측하기는 어렵다.


BBC 펀드에 거는 업계의 기대는 저금리 시대에 누렸던 인기를 되찾을 수 있는 돌파구라는 점, 그리고 해외시장 진출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점에 있다.

 

국적선사의 선대확충이라는 명분 아래 도입된 선박펀드는 도입초기 저금리와 해운호황 등 좋은 시장여건 덕분에 봇물처럼 쏟아져 나왔었다.

 

그러나 작년 하반기부터 금리상승과 주식시장 활황 등의 영향으로 추가 선박펀드의 등장이 뜸해지자 제도의 정착에 대한 회의론까지 나오기도 했다.

 

이러한 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내놓은 카드인 선주가 소유선박을 선박운용사에 팔고 다시 그 선박을 용선해 사용하는 ‘Sales & Charter Back' 펀드가 선박투자회사제가 나아갈 방향이라는 데는 모두들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KOMAF가 출시하는 Top Tanker가 관여한 4개 선박펀드는 추진단계에서 매입선가의 적정성 여부과 잔존선가의 불확실성 등을 이유로 투자안정성 논란에 휩싸였다. 원금의 손실까지 우려되는 무리한 거래라는 비판이 일각에서 제기되었던 것.

 

이같은 지적이 어느정도 작용했는지 확인할 수는 없지만, 톱탱커의 유조선 9척에 대한 BBC펀드가 나온다는 소문과 달리 해양부가 인가한 펀드는 4개였고, 이들 펀드의 선박 매입가격도 시장에 나돈 가격보다 상당히 낮은 척당 4,800만달러로 밝혀졌다. 잔존가치의 불확실성과 관련, 펀드를 판매할 국내 5개 증권사의 리스크관리팀에서 다각도로 연구한 결과 내놓은 상품이라는 후문이다.

 

고수익을 원하는 만큼 리스크를 안고 있다는 점을 투자자들도 정확히 인식하고 선택해야 하겠지만 정부나 금융권에서도 필요한 투자자 보호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국내에서는 새로 시도되는 형태의 선박펀드인 만큼 인가를 내준 해양수산부의 염려도 적지는 않을 것이다. 이제까지 안정적 채권형 펀드에서 얻었던 시장에서의 신뢰를 자칫 투자형 펀드의 실패로 잃게 된다면 선박투자회사제도의 안정적인 정착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은 분명하다.

 

때문에 ‘선가손익참여형’ 펀드의 안정성에 해당 선박운용사는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 선사와 금융사에게만 일방적으로 유리한 상품이라면 한국 선박금융의 앞날에 먹구름으로 떠오를 것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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