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진출한 우리 제조기업의 공식적인 숫자가 1만 4,000개가 넘을 정도로 1990년을 전후하여 많은 기업들이 칭따오, 옌타이, 샹하이 등 중국의 곳곳에 진출해 왔다. 제조업의 중국 진출이 늘어남에 따라 우리 물류기업도 동반 진출하는 등 중국 물류시장에 큰 관심을 보여 오고 있다. 무역협회는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하여 2006년에 중국최대의 민간 물류 대표기관인 중국교통운수협회와 MOU를 체결하여 한중간 민간차원의 물류협력을 강화하기로 하였다. 몇 년 전부터 정부차원에서 한중물류장관회담 및 실무자회담이 정례화되어 시행되면서 국가간 레벨의 물류협력이 활발히 논의되고 있는 차에 실제 물류업무를 담당할 민간기관끼리 구체적으로 협력사업을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게 된 것이다.


무역협회와 중국교통운수협회는 MOU에 따라 상호 국가에서 교대로 ‘한중물류의 날’을 개최키로 한 바 있다. 이는 중국과 독일이 오래전부터 ‘중독 물류의 날’을 만들어 양국의 물류발전을 민간차원에서 추진해오고 있던 것을 한중간에도 적용하게 된 것이라고 한다. ‘한중물류의 날’ 행사는 크게 세 가지로 구분된다. 첫째는 한중물류기업간 공동세미나이며, 두 번째는 한중물류기업간 파트너쉽 구축을 위한 비즈니스 상담회이고 세 번째는 물류현장 방문이다.


제1회 한중물류의 날은 2007년 9월 5일부터 8일까지 중국교통운수협회의 주최하에 베이징에서 거행되었다. 당시 우리나라에서는 물류기업 대표 및 국토부, 지경부 등 총 46명이라는 대규모 참가단을 구성하여 성황리에 제1회 행사를 치르면서 양국 물류기업 대표 모두에게 상당한 호응을 받은 바 있다. 제2회 한중물류의 날은 작년 10월 8일부터 10일까지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개최되었으며, 중국에서 21명의 대표단이 참가하여 양국 물류기업들의 관심사를 진지하게 논의하는 등 성공적으로 치러졌다.


이번에 개최된 제3회 ‘한중물류의 날’은 10월 21일부터 23일까지 중국 탕산시와 베이징에서 개최되었다. 탕산에서 행사가 개최된 배경은 금년 봄에 탕산시의 탕원홍 부시장 일행이 국제물류지원단을 방문하여 협력방안을 협의하던 차에 우리 측에서 ‘한중물류의 날’에 대한 정보를 전하자 탕원홍 부시장이 선뜻 탕산시에서 본 행사를 주관하겠다는 뜻을 표했기 때문이다.


‘탕산’ 하면 한국 사람들이 일단 떠올리는 것이 ‘정무문’, ‘맹룡과강’과 함께 영화배후 이소룡의 대표적 작품인 ‘당산대형’과 탕산대지진이란 과거의 참사가 아닌가 한다. 탕산은 중국 허베이성에 소재해 있고, 톈진에서 북쪽으로 약 100km 지점에 위치해 있다. 총면적은 1만 3,486㎢이고 상주인구는 160만명 정도이다. 탕산은 베이징(北京)과 톈진(天津) 두 대도시의 중요한 관문이며, 화북과 동북을 연결하는 중추 역할을 하고 있다. 탕산시는 원래 따청산(大城山)이라 불리웠다가 시 중심에 위치한 탕산으로 도시의 명칭이 바뀌었다고 한다.


철도와 해운 및 도로교통이 발달되어 있으며 특히 징하(京哈)선, 통타(通陀)선, 따친(大秦)선 등 4개의 철도노선과 연결되어 있다. 이외에 고속도로와 국도가 전국 도시들과 연결되어 있다. 또한 항구가 최근에 크게 건설되고 고속도로와 연결되어 있으며 우리나라를 비롯한 6여 개국과 취항하고 있다. 탕산시는 토지가 비옥하여 북부 저지대의 구릉지에서는 밤, 호두, 사과, 배, 복숭아, 포도 등 신선한 과일이 생산되고, 중부지역에서는 옥수수, 밀, 벼, 땅콩, 면화, 채소 등 농산물이 많이 생산된다고 한다. 또한 보하이만(발해만)의 주요 어장에서는 100여 종의 수산물이 나며 장로염(長蘆鹽)이라 하여 소금도 많이 생산되고 있다. 광물자원도 풍부하여 지하자원이 47종이 매장되어 있다. 메탄은 62.5억 톤, 철광 보유량은 57.5억 톤으로 전국 3대 철광 생산지이다.


탕산은 1976년 대지진으로 도시가 거의 파괴된 이후 새로 건설된 까닭에 비교적 깨끗하고 산업도 급속히 발전한 편이다. 중공업 중심의 산업구조지만 전통적으로 질 좋은 자원을 바탕으로 ‘탕산자기’라는 도자기를 생산하기도 한다.


이번 제3회 한중물류의 날에는 한국에서 모두 39명의 대표단이 참가하였는데 금년에는 특히 정부부처 및 물류유관 기관에서 많이 참석하여 현지 물류기관 및 업체들과의 네트워킹에 상당한 관심을 보였다. 금년도 참가기관으로는 지식경제부, 국토해양부를 비롯하여 경기도,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청, 컨테이너부두공단 등이었다. 필자는 국토부 물류시설정보과의 구자명 과장, 통합물류협회의 김진일 회장, 김철환 전무 일행과 행사가 시작되기 전날인 10월20일에 상하이에 들러 상하이지역 화주물류협의회 설립을 위한 간담회 개최를 위해 먼저 출발하였었다.


따라서 우리 일행은 10월 21일 상하이에서 베이징으로 가서 베이징공항에서 한국에서 온 대표단들과 만나 다 같이 버스 두 대를 나누어 타고 탕산으로 이동키로 계획되어 있었다. 그런데 상하이에서 12시 비행기가 예약되어 있었던 우리 일행 중 몇 명이 상하이 홍차오공항에서 체크인을 하고 보딩패스를 받으려는 순간 문제가 발생하였다. 통상 항공권 예약을 할 때 여권번호를 입력하는데 이들은 떠나기 직전 여권을 새로 발급받으면서 이 사실을 여행사에 통보하지 않은 것이다. 확인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려 비행기 출발 시간은 다가오는데 보딩 패스를 받을 수 없게 되어 일단 보딩 패스를 받은 일행만 먼저 12시 비행기를 타고 나머지 일행은 한 시간 후에 비행기를 타고 베이징공항에서 만나기로 결정하였다.


우여곡절 끝에 12시 비행기를 타러 들어가는데 시간도 늦은데다 보안검사에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어 우리도 비행기 타기가 쉽지 않은 상황에 봉착해버렸다. 궁하면 통한다고 천만다행으로 현장에 있던 보안요원이 기꺼이 우리 일행을 앞서나가게 도와주면서 아슬아슬하게 비행기에 탑승하게 되었다. 역시 중국은 되는 것도 없고 안되는 것도 없는 나라라는게 새삼 실감나는 순간이었다.


그런데 웬걸 가까스로 비행기안에 들어가 자리잡았지만 비행기가 출발시간이 한 참 지났는데도 이륙하지 않더니 기내방송이 나와 이륙대기가 늦어져 한 시간 출발이 지연된다는 것이다. 졸지에 뒤에 남아 있던 일행은 느긋하게 점심 먹으며 1시 비행기를 타게 되었고 먼저 탄 우리 일행은 점심도 굶으면서 비행기 안에 그냥 한 시간을 멍하니 앉아있게 된 꼴이 되었다. 이런 걸 전화위복이라고 하는 건가? 결국 예정시간보다 한 시간 늦게 베이징공항에 도착하여 한국에서 출발한 일행들과 합류하여 탕산을 향하여 출발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번엔 더 큰 문제와 만나게 되었다. 그날 저녁은 7시부터 중국교통운수협회 회장 주최의 환영만찬이 예정되어 있었다. 예정대로라면 베이징에서 탕산의 호텔까지는 3시간반 정도 이동하면 되었으나 행사 전날 탕산시측에서 당초 우리가 예약했던 탕산시내의 가장 좋은 호텔이 아니라 탕산시에서 80여킬로 떨어져있는 개발구에 위치한 한적한 호텔로 변경해놓은 것이다. 결국 저녁 8시 넘어 호텔에 도착하니 일행들은 일행들대로 피로와 허기에 지치고 중국교통운수협회측은 협회측대로 6시부터 행사를 준비한 상태라 기다림에 지친 상태가 되었다.


그러나 중국의 대인정신 답게 중국측은 전혀 불쾌해하는 표정없이 충분히 그럴 수 있다는 느긋한 표정으로 우리 일행을 진심으로 반겨주었다. 하긴 중국에서 조금가면 된다는 표현이 우리에겐 한 나절이란 표현이 있을 정도로 땅 크기로 인한 시간과 공간의 차이는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환영 만찬행사와 다음날부터 진행되는 세미나, 그리고 한중물류기업간 비즈니스 좌담회가 모두 변경된 호텔에서 개최되기 때문에 우리 일행은 숙박도 그 호텔에서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우리가 묵었던 호텔은 탕산시의 신개발 지역에 위치해있고 주변은 모두 새로운 건축물들이 올라오는 고립된 곳이었다. 덕분에 중국에서의 화려한 ‘야간물류’를 기대했던 일부 단원들을 패닉상태(?)로 빠트렸다.


이번 행사의 간사 및 실무책임을 맡은 필자는 졸지에 중국까지 와서 연수원에 온 듯한 분위기를 느끼게 된 일행들을 위해 둘째 날 저녁 탕산시 부시장이 주최하는 환송만찬이 끝난 후 희망하는 단원들을 버스에 태워 호텔에서 가장 가까운 지역까지 40분을 달려 발마사지라도 받으러 갔다 와야 했다.


공식 행사 첫 날 아침에는 화북성 물류협회의 루 저 회장 사회로 한중물류세미나가 개최되었다. 이날 세미나를 시작하기에 앞서 중국교통운수협회의 치엔융창 회장의 환영 인사말씀에 이어 우리측 대표자격으로 통합물류협회의 김진일 회장이 답사를 하였다. 중국교통운수협회의 치엔융창 회장은 전직 중국 교통부장관 출신으로 70세가 훨씬 넘은 나이에도 왕성한 활동을 전개 중이다. 이날 세미나에는 중국과 한국측에서 각각 두 사람씩 주제발표후 열띤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중국측에서는 ‘경제위기에 대응한 한중물류협력 강화방안’이란 주제로 중국교통운수협회의 왕더룽(王德榮) 부회장이, 또 ‘중국의 녹색물류 추진현황’이란 주제로 베이징물자학원의 추이지에허(崔介何) 교수가 발표하였다. 이어서 한국측 대표로서 국토부의 구자명 과장이 ‘한국의 물류시설 선진화를 위한 정책방향’을, 조양국제종합물류의 이호준 이사가 ‘글로벌 물류이슈와 대응방안’이란 주제로 각각 발표를 하여주었다.


이어서 오후에 이어진 한중물류기업간 비즈니스 좌담회에서는 먼저 참가한 업체대표들의 간단한 회사소개에 이어 발표를 희망했던 물류기업들의 비즈니스모델을 소개한 후 구체적으로 한중물류기업간 협력방안에 대해 심도있는 논의를 해나갔다. 그 결과, 일부 기업간에는 향후 비즈니스 파트너로서의 가능성에 대해 계속 협의를 해나가기로 정하기도 하였다.

 


탕산에서의 2박을 끝내고 우리 일행은 10월 23일 오후에 베이징으로 다시와서 마지막 일정인 물류현장 방문에 나섰다. 이번에 우리가 들른 것은 베이징공항에 인접한 수도공항물류기지이었다. 수도공항물류기지는 시정부의 비준으로 설립하였으며 ‘베이징시상업물류발전계획(2002-2010)’ 중에 설립된 3대 물류기지 중 시범기지이다. 현재 물류기지 서측의 하이테크기술산업구에는 공항공업구와 수출가공구가 있으며, 300여개 중국 및 해외 유명 기업 입주. 동측은 베이징현대자동차의 제조기지가 위치해있다. 2008년 1~10월까지 입주기업의 수는 260개로 그중 외자 이용금액은 1억 달러를 기록하였으며, 동 기간 조세수입 13.15억 위안 중 포워더사가 창출한 조세수입은 3.38억 위안을 기록했다고 한다. 물류기지 내에 입주하는 기업은 국가 및 베이징시가 제공하는 인센티브 외에도 공항물류기지에서 별도로 적용하는 인센티브를 적용받을 수 있으며, 따라서 한국 물류기업이 입주할 경우 사안별로 협의하여 적용가능하다고 한다. 2008년 11월까지 물류기지에 입주한 포워더사는 88개. 공항물류기지 설립 5년간 TNT, Prologis, AMB Property등 글로벌 물류기업이 성공적으로 입주해오고 있는 상태이다. 우리나라는 2003년부터 부산, 인천, 광양을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하고 작년에 황해, 군산·새만금, 대구경북 경제자유구역을 새로이 추가하여 외자유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베이징수도공항물류기지의 토지임대 가격을 알아보니 사실상 거의 거저나 다름없었다. 우리의 경제자유구역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정말 과감한 투자유치 정책 필요함을 새삼 실감하였다.


수도공항물류기지의 방문을 모두 마치고 숙소가 위치한 왕징의 한식당을 예약하여 우리 일행은 해단식을 열었다. 우리 제조기업들의 중국진출 러쉬에 따라 우리 물류기업들도 중국시장에 눈을 뜨고 관심을 갖게 되었지만 우리의 물류 서비스 경쟁력이라면 중국시장이 결코 멀지 않음에 대해 모두 한 목소리를 내었다. 다들 몇 일 만에 다시 마셔보는 귀한 한국 소주를 기울이면서 탕산에서 못 다한 ‘야간물류’를 베이징에서 풀어 내면서 제3회 한중물류의 날 행사를 성공리에 마무리짓게 되었다. 이제 내년이면 우리나라에서 제4회 한중물류의 날을 개최하게 되는 만큼, 우리 물류인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 속에서 이런 민간 교류행사가 지속적으로 이어지길 빈다.

 

허 문 구

한국무역협회
국제물류지원단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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