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신항 국제입찰 2번 유찰에 이어 국내항만 위상 추락 우려

항만운영수지 악화, 감만부두 1선석 반납도 조심스레 검토

 

 

글로벌 항만터미널 운영사 허치슨(Hutchison Port Holdings)이 광양항 1단계 컨테이너터미널 2선석을 반납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글로벌 경기위축으로 컨테이너 물동량 감소세가 이어지고, 이에 따른 수익성이 악화된 것이 원인이다. 세계적인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는 GTO(Global Terminal Operators)가 물동량 감소로 부두를 반납한 것은 처음 있는 사례이다. 관련업계에서는 올해 부산 신항 국제입찰에서 2번이나 유찰되는 사태가 발생한데 이어 글로벌 터미널 운영사까지 항만운영권을 내놓는다는 것은 그만큼 국내항만의 매력이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며, 국내항만의 국제적위상이 추락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허치슨코리아가 반납한 광양항 1단계 2선석(5만톤급)은 한국허치슨터미널(주)과 허치슨이 최대주주(지분 88.9%)로 있는 한국국제터미널(주)이 각 1선석씩 2선석을 운영해왔다. 그러나 허치슨은 2007년 11월 파업이후 1년 넘게 터미널운영을 중단한 채 일부 자동차 환적화물만 처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허치슨코리아 관계자는 “지난해 파업당시 노조가 선박을 점거하여 농성하면서 기항선사들이 완전히 등을 돌리게 됐다”며 “고객이 찾지 않는 터미널을 계속 운영할지 오랫동안 고민해 오던 차에 경기불황으로 물동량까지 감소하자 홍콩본사에서 반납을 결정하게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시아와 아프리카, 유럽, 미국 등 세계 23개국 50여개 항만을 운영하고 있는 허치슨은 Huchison Whampoa Limited의 계열사로 항만관련 사업을 통합해 HPH(Huchison Ports Holdings)로 설립됐다. 우리나라에는 2002년 현대상선으로부터 HBCT(구, BCTOC 자성대부두)를 인수하며 한국허치슨터미널(주)을 설립, 부산항 자성대부두 5선석과 감만터미널 1선석, 그리고 광양터미널 1단계 1선석을 운영해왔다. 또 광양항에서는 2001년 한진해운(5.55%), 현대상선(5.55%)과 함께 합작투자법인인 한국국제터미널(주)을 설립하여 광양항 2-2단계 4선석과 1단계 1선석을 운영하고 있다.

 

 

GTO 광양항 왜 떠나나?

 

허치슨이 수익성 악화로 항만을 반납한 사례는 세계적으로 처음 있는 사례로 알려졌다. 물론 다른 국가 항만에서 항만당국과 계약이 잘 이루어지지 않아 반납한 사례는 있지만 미래경쟁력이 없다고 판단하여 반납한 사례는 없다.

 

허치슨코리아 관계자는 “한국 정부의 항만육성정책을 믿고 투자했으나 항만이 지속적으로 개발되며 과잉공급으로 치닫는 반면, 물량이 감소하며 상황이 더 좋지 않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며 “올해 초 컨테이너부두에 대한 임대료를 일부 인하했지만 인건비와 임대료 등의 고정비 지출과 함께 마이너스 수익이 지속되고 있어 특단의 조치를 취하게 됐다”고 밝혔다. 또 상대적으로 임대료가 적은 광양항 3-1단계 부두와 경쟁에서 뒤쳐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오래가지고 갈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한국컨테이너부두공단은 허치슨이 선석반납을 결정하며 대체 운영자 선정에 나섰으나 선뜻 나서는 운영사도 없고 그렇다고 국가부두를 놀릴 수 없어 고심하고 있다. 운영사 선정을 위해 입찰공고를 하더라도 신규 운영사는 물론이고 추가로 2선석을 운영할 업체가 없다는 것이다. 과잉공급 상황에서 공모를 통해 신규 운영사를 선정한다면 과당경쟁을 더욱 부추기는 꼴이 될 것이 뻔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컨테이너부두공단은 광양항 1단계 2선석을 운영하고 있는 GICT(세방, 한진해운)에게 허치슨 반납선석의 운영을 타진했으나 인센티브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반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GICT 관계자는 “제로(Zero) 임대료를 부과한다고 해도 운영할지 검토해야할 정도”라며 “광양항 컨테이너터미널 운영사들은 기존 부두운영에서도 수백억원대 적자를 보고 있는데 어떻게 추가 부두를 운영할 수 있냐”고 반문했다.

 

또 기존 광양항 터미널 운영사의 1선석당 임대료가 24억 원인데 반해 지난해 오픈한 3-1단계 부두의 경우 파격적으로 임대료 50%를 인하(2011년까지)하여 경쟁상대가 안될 정도라고 지적했다. 물론 처음 오픈하는 부두의 경우 물량유치를 위해 한시적으로 임대료 인하정책을 펼칠 수 있으나 이번 허치슨 반납부두의 경우도 파격적인 인센티브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운영사 선정이 힘들어질 것으로 보임에 따라 ‘컨’공단은 다각도로 방법을 모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항만장비 현대화사업에 따라 여수해양청을 통해 허치슨 반납부두의 RTGC 동력전환사업 기반공사를 추진하는 방안이 우세하다. 기반공사를 하는 동안 시황이 현재보다 나아지고, 운영사 유치도 한결 수월해질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또 반납부두의 임대료를 낮추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으나 그럴 경우 광양항 2단계 터미널과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허치슨 부산항도 반납하나?

 

허치슨은 부산항에서 자성대부두와 감만부두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감만부두 운영사 통합이 추진되며 현재 운영하고 있는 1선석 반납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4개 운영사가 1개 선석씩 운영하는 감만부두는 2010년초 단일법인 운영을 위해 통합법인을 설립 할 예정이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허치슨이 감만부두를 전대받으며 20년간 사용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선석을 반납한다고 해도 20년 균등상환하여 영업권상각으로 잔액을 결손 처리할 것인지, 아니면 영업손실을 보고 운영할지 검토해야 하기 때문에 힘든 문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정부가 부산항만공사에 출자하여 허치슨에 전대해준 것이기 때문에 허치슨이 반납하지 않고 다른 운영사에게 재임대할 경우 부산항만공사에서 실리적, 법리적인 부분을 검토하여 결정해야할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허치슨이 부산항 컨테이너부두 반납을 검토하는 것은 2010년 5월에 개장할 예정인 신항 2-2단계 부두를 현대상선이 운영하기 때문이다. 현대상선이 신항으로 이전할 경우 허치슨 부두 물량의 절반이상이 줄어들 것은 자명한 일이다. 업계 관계자는 “부산항에서 선사 얼라이언스가 기항지를 이동할 경우 약 200만TEU의 물량이 움직이게 된다”며 “아무리 글로벌 네트워크를 갖춘 GTO라고해도 이를 극복하기 힘들 것”이라고 밝혔다. 또 충분한 원가경쟁력을 갖춘 GTO들이 운영능력과 영업력이 없는 것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부두를 반납하는 것은 물동량에 비해 너무 많은 항만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부산항 컨테이너 터미널운영사의 움직임이 급박해지자 일부에서는 컨테이너 전용부두를 다목적부두로 전환하여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감천한진부두의 경우 다목적부두로 전환하여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감천한진부두의 경우 사설부두이기 때문에 가능했지만 컨테이너전용부두의 경우 항만기본계획과 연계하여 조정해야 될 필요성이 있기 때문에 전환이 힘들 것”이라고 밝혔다. 또 허치슨이 반납한 광양항 컨테이너전용부두의 경우도 아직까지 투포트시스템을 운영한다는 기본정책이 살아있는 이상 다른 목적으로 사용되기 어렵다고 전했다.

 

“항만시장질서 ‘왜곡’ 손 놓고 보지 않겠다”

 

글로벌 운영사들이 부두를 반납한다고 하지만, 국내 운영사들은 적자를 보면서도 운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GTO의 경우 글로벌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선사유치가 상대적으로 수월하나 한 두 개 항만을 운영하는 국내운영사들은 선사의 기항지 변경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광양항의 경우 부두별 임대료 차이가 존재하는 이상 선사유치를 위한 경쟁력을 갖추기 힘들고, 부산항도 신항에서 양대 국적선사가 부두를 운영하면서 얼라이언스를 맺은 선사들이 기항지를 이동하고 있기 때문에 북항의 운영여건은 녹록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한진해운은 신항 2-1단계가 오픈되며 감천한진터미널에서 컨테이너 처리를 종료하고 다목적부두로 전환했다. 또 그룹의 재무구조개선 약정체결에 따라 신항 지분 일부를 매각할 예정이고, 감천터미널까지 매각을 추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상선도 2010년 5월 부산 신항 2-2단계를 오픈하면 자성대와 감만부두 컨테이너물량이 신항으로 이전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상선의 신항터미널 오픈으로 컨테이너물동량이 절반이상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 허치슨은 자성대부두의 일부를 다목적부두로 전환하는 방안과 감만부두(1선석)의 매각 또는 재임대를 검토하는 것이 당연하다.

 

부산 북항 컨테이너전용부두는 신선대(대한통운부산컨테이너터미날)와 신감만(동부익스프레스, 에버그린), 감만(세방, 한진해운, 허치슨, 국제통운), 자성대(허치슨) 그리고 우암(케이씨티시)부두만 남았다. 우암부두의 케이씨티시도 2011년 신항 2-3단계 컨테이너터미널이 준공되면 이전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처럼 북항에 기항하던 선사들과 운영사들이 신항으로 이전하면서 부산항은 선사유치를 위한 대혼란의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2~3년전 TEU당 7만원하던 부산항 컨테이너하역료는 올해 초 5만원으로 하락하더니 최근에는 3~4만원에 선사를 유치할 정도로 하역단가 경쟁이 치열하다. 컨테이너터미널 운영사들은 최소 하역료 5만원을 받아야 적자가 발생하지 않는 수준이나 선사유치를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며 적자경영 체제가 지속되고 있다.

 

하역업계 관계자는 “부산항 항만 운영사들은 2010년 선사유치를 위해 협상을 진행하는데 항만서비스 협상이 아닌 ‘올해는 몇 % 요율’을 삭감할지가 중요한 포인트가 되고 있다”며 “컨테이너부두는 고정비가 90%에 이르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경영수지가 악화된다면 사업을 포기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관련 업계에서도 하역료 제값받기 위한 방안을 강구했으나 2년전 공정위에서 단합행위로 판정, 과징금을 지불하면서 시장을 보호할 수 있는 뾰족한 방안이 없게 된 셈이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컨테이너 하역사의 경영상황이 악화되고 있으나 운영사의 입장에서만 볼 수 없다”며 “시장의 어려운 측면이 있지만 선사와 화주 등 이해관계자들의 관계를 따져야하기 때문에 정책을 마련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운영사의 과당경쟁과 시장 질서를 왜곡시켜 교란하는 행태는 손 놓고 보지 않겠다며, 물류비에 부담이 가지 않는 선에서 덤핑을 통제해 나갈 방침이라고 전했다. 또 공급자에게 매출로 기록되고, 수요자에게는 비용으로 지출되는 항만하역료가 적정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항만운송사업법 개정’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당장 이렇다고 할 만한 대안을 제시할 수 없으나 조만간 공정거래질서를 확립할 수 있는 대책을 제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GTO 국내진출 현황>

▶PSA : 싱가포르항만공사(Port of Singapore Authority)가 1997년 민영화되면서 PSA Corporation이 되었으며, 2003년 해외항만개발을 위해 지주회사 형태인 PSA International로 전환됐다. 싱가포르 국영투자회사인 테마섹(Temas다 Holdings)이 100% 지분을 소유하고 있으며 전세계 15개국 26개 항만을 운영하는 글로벌 터미널 운영사로 HPH 지분 20% 인수 후 세계 1위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국내에는 인천남항(100%지분)과 부산신항(16.23%), 부산북항과 광양항(HPH 20% 지분소유로 인한 간접진출), 그리고 신항 1-1단계(60%)를 운영한다.

 

▶HPH : Huchison Whampoa Limited의 계열사로 항만관련 사업을 통합하기 위해 HPH(Huchison Ports Holdings)가 설립됐다. 세계 23개국, 46개 항만을 운영하고 있으며 1996년부터 2005년까지 세계 1위 항만운영사를 기록했다. 국내에는 부산 북항 자성대(100%지분)와 감만 1선석, 그리고 광양항 1선석과 KIT(한국국제터미널 88.9%)를 운영한다.

 

▶DP World : 2005년 Dubai Port Authority(DPA,두바이항만공사)와 DubaiPorts International(DPI)가 통합된 국영 터미널운영사이다. 2004년 미국계 터미널 운영사인 CSXWT(CSX World Terminal)와 2006년 유럽계 터미널 운영사 P&O Ports를 인수하며 세계 항만운영업체를 4강체제로 재편한 주역이다. 막대한 오일달러를 기반으로 중국과 남미 등 새로운 시장에 진출했으며, 세계 22개국 42개 항만을 운영하고 있다. 국내에는 부산신항만 1단계 25% 지분과 운영권을 확보했으나 지난해 10월 474억 6,000만원을 증자하며 지분 29.6%를 확보했다.

 

▶Evergreen : 선사형 GTO인 에버그린은 이탈리아, 일본, 한국, 파나마, 스리랑카, 대만, 미국 등 세계 6개 국가에 터미널 지분을 가지고 있다. 에버그린은 주요 정기선 서비스 구간의 중소형 터미널 운영기업 인수전략을 적극 추진하는 한편, 하역전문형 GTO와 전략적 제휴를 통해 신규 터미널 개발사업에 참여해왔다. 국내에는 Evergreen과 자회사인 Uniglory가 2002년 신감만부두 지분 30%를 확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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