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이동거리, 연료비 절감 등 매우 ‘효율적’
제반시설 구축, 안전기준 마련 등 문제점 남아

 

전 세계 해운업계는 기후변화에 따른 변화된 환경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2009년 12월 7일 코펜하겐에서 열린 유엔 기후변화협약(UNFCC, United Nations Framework Convention on Climate Change)은 현재의 기후변화가 이미 극(Arctic) 지역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이 지역의 빙하감소가 가시화되고 있다고 천명했다. 영국 CI誌의 분석을 토대로 빙하감소에 따른 북극항로 개척의 가능성을 짚어봤다.

 

지구온난화 등의 기후변화가 해운업계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낳고 있다고 해운업계 관계자들은 말한다. 이는 북극의 빙하감소로 인해 향후 10년 내 새로운 항로가 개척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해운업계는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해서 우선은 ‘공식적인’ 대비를 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경제적으로 매우 매력적인 북극항로에 대한 ‘노골적인’ 부정의 시선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향후 20년 내, 북극항로 연중 이용가능 
북극해가 개발된다 하더라도 일년내내 빙하가 없는 항로가 탄생하는 것은 아니다. 지구는 태양으로부터 약 23.5도 기울어져 있으며, 이 때문에 극지역의 길고 긴 겨울이 계속된다. 따라서 빙하는 여전히 존재할 것이며, 몇 달간은 해운업계에 상당한 장애물로 남아있을 것이다. 그러나 선박기술의 발전은 이의 극복을 가능케 하고 있다.
1-20년 내로 북극해는 한 겨울을 제외하면 몇 달간의 해빙기와 빙질이 두껍지 않은 환경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즉 1년 중 약 9개월은 쇄빙선의 도움없이 동 항로를 항해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는 셈이며, 일년내내 쇄빙선의 도움아래 내빙선이 항해할 가능성이 있다.
 
북동항로, 평균 6일 단축, 운항속도감축 효과
북태평양과 북유럽의 관문을 연결할 수 있는 북극항로는 세 가지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그리고 이들 항로는 파나마운하나 수에즈운하를 거치는 현재의 항로와 비교할 때, 수천마일의 거리를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들 항로는 기존항로에서 불가능했던 케이프사이즈 등 대형선박의 운항이 가능하다는 장점을 지닌다.


세 가지 북극항로 중 최단직항로인 Northpole Route는 가장 마지막으로 개방될 것으로 보이며, 먼 미래에나 가능할 것이다. 흔히 북서항로로 불리우는 Canadian Route도 많은 섬이 모여 있는 캐나다북극해제도(Canadian Arctic Archipelago)의 존재로 운항 상황이 ‘깔끔해’지기 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한다. 또한 동 항로는 16미터의 흘수제한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으며, 수심이 깊은 부분은 몇 달 동안 ‘꽁꽁’ 얼어버린다.


이러한 이유로 시베리아 북동항로(Siberian Northern Sea Route)가 가장 매력적인 북극항로로 평가되며, 첫 번째 북극해항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시베리아 북동항로는 여름동안 해빙기가 지속되며, 이 항로의 서쪽 부분은 이미 일년내내 이용되고 있다. 몇십년 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이는 최단직항로를 제외하고, 시베리아 북동항로와 북서항로의 거리적 차이는 거의 없다. 이 때문에 많은 선사와 운영사들이 수심이 깊은 시베리아 북동항로에 선박을 집중시킬 것이 당연하며, 이 항로는 다양한 종류의 화물선 이동에 효율적으로 평가된다.


아직까지 확정된 항로가 없고, 빙하의 움직임 등으로 정확하게 측정할 수 없지만 알라스카 Bearing 해협 Diomede 섬에서부터 그리니치 자오선 60도 방향 스코틀랜드 북쪽을 연결하면 세 가지 북극항로의 총 거리가 대략적으로 나타난다. 세 항로의 거리는 △(북극을 가로지르는) 최단 직항로 3,240마일 △북서항로 4,400마일 △시베리아 북동항로 3,840마일로, 만약 요코하마에서 런던까지 이동할 경우, 각각 7,350마일, 8,500마일, 8,100마일이란 결과가 나온다. 이는 현재 수에즈항로를 거치는 총 거리 1만 3,000마일에 비해 훨씬 경제적이다.


북동항로의 평균 운항속도를 12노트로, 수에즈운하 통과 시 평균 운항속도를 16노트로 가정했을 때 지금보다 대략 6일의 운항시간을 절약할 수 있으며 연료비 감축 등 다양한 장점이 나타난다. 아시아로부터의 화물특송은 시간이 덜 걸리는 수에즈루트를 이용하고, 북극항로를 통해 되돌아올 땐 동쪽으로 향하는 화물을 싣고 저속증기운항(Slow Steaming)하는 것은 이미 표준이 되었다. 탄소배출부담금 등 향후 5년 내 시행될 환경조치는 시베리아 북동항로를 더욱 매력적으로 보이게 한다.

 

쇄빙선 등 선박기술발전, 북극항로 가능성 열어
시베리아 북동항로는 이미 북대서양 온난화의 영향으로 큰 수혜를 받고 있다. 이 영향으로  Barents 해협은 한겨울에도 해빙기가 지속된다. 그러나 북시베리아 섬들과 Novaya Zemiya군도의 남측 해협은 겨울동안 결빙되기 때문에 장애요소로 남는다. 또한 Wrangle 섬 동부의 북 시베리안 해협과 Bering해협의 두꺼운 빙질도 문제점이다. 그러나 러시아의 원자력·디젤 동력방식의 대형 쇄빙선은 빙하지역을 통과하는 선박들을 도와주며 이들의 활약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선박기술 발전은 빙하지역 항해 가능성을 더욱 기대하게 하는 요인이다.


북극해의 빙하지역은 러시아 역내이며, 여름동안에는 대서양 동부와 태평양 서부를 잇는 러시아 상업교통로로 이용되어 왔다. 여름에는 아직 대양과 대양을 통과하는 선박량이 많지 않다. 그러나 지난해, 두 척의 독일 컨테이너선이 울산항에서 북동항로를 따라 로테르담항까지 운항을 완료해 이슈가 되었다. 겨울에는 Yenisey River항에서 Barents Sea항까지의 해상교통이 제한된다. 그러나 러시아 정부는 이 지역 항해에 오랜 경험을 지니고 있으며 이미 상당한 인프라도 구축해놓은 상태이다.

 

연료부족 등 긴급상황 발생문제, 국제 안전기준 필요
북극항로 개방이 안고있는 몇 가지 문제점은 긴급상황 발생 시 피난처 역할을 할 항만이 없다는 것이다. 연료충전시설과 SAR(Search and Rescue)시설 부족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또한 빙하지역 항해기준에 대한 국제적인 기준도 아직 없다. IMO가 몇 년동안 빙하지역 항해를 위한 Ice Navigator Endorsement(빙하항해지지)에 공을 들여왔지만, 결정된 바는 아무것도 없다. 적절하게 교육받지 않은 선원들이 이 지역에 투입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며, 동 항로의 안전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김승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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