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는 다른 나라와 달리 투자가 까다롭고 정치·경제·사회·문화가 복잡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이유로 인도에 진출한 국내 물류기업도 드물고, 투자했다가도 오래 버티지 못하고 철수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법인설립부터 3년 7개월 동안 현지에 주재하며 안정적인 사업기반을 다져온 (주)케이씨티시(KCTC) 이창환 과장이 정리한 체험기를 통해 인도시장을 살펴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  -편집자 주-

 

이 창 환(주)케이씨티시(KCTC)경영기획실 전략기획팀 과장
이 창 환(주)케이씨티시(KCTC)경영기획실 전략기획팀 과장
인도는 카스트의 나라, 가난한 나라, 카레의 나라, IT 강국의 나라, 요가나 명상, 여행지 정도로 인식하고 있으며, 인도철학을 제외하고는 전문가가 전혀 없는 상황이다. 인도는 최신 자동차인 BMW와 소 달구지가 도로를 같이 달리는 너무나도 이질적인 것이 동시대에 공존하는 사회이다. 이와 같이 인도에서는 한 세기를 넘나드는 문화와 삶이 동시대에 공존하고 있다. 남한의 33배가 넘는 국토에 28개의 주 정부, 11억이 넘는 인구, 1,800여종의 언어와 수백의 인종 그리고 다양한 종교와 사회적 집단이 공존하다 보니 하루하루가 조용할 날이 없다.

 

Don’t Hurry 서두르지 마라
쉬운 일은 하나도 없다

인도시장은 크기나 잠재력에 비해 글로벌 물류기업의 진출이 아직 미미한 상황이며, 인도 시장의 급격한 경제 성장에 따른 물동량 증가로 많은 물류기업들이 인도 물류시장 진출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현재 한국 물류기업도 델리, 첸나이, 뭄바이를 중심으로 20여개의 업체가 진출하여 있으며 몇몇의 물류업체는 성공적인 성과를 이루고 있다. 반면 신규로 진출한 한국 물류기업은 1~2년 이내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길 원하고, 가시적인 성과가 없을 경우 철수를 결정하는 업체를 많이 보아 왔다.


모 철강회사의 경우 2005년 MOU 체결 이후 약 5년 동안 총 12개의 허가 중에 11개의 허가를 마무리 지었으며 마지막으로 광산 탐사권 역시 오릿사 주 정부의 승인을 받아 최종 중앙정부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또한 인도는 2006년 완공 예정이던 황금 사분할 National Highway가 지금까지도 공사가 완료되지 않았으며, 인디라 간디 국제공항은 3년이 넘게 아직도 보수 공사를 진행 중이다. 인도 대표항인 JNPT항은 몬순기에 야적된 컨테이너의 절반이 물에 침수되고, 뭄바이에서 델리(1,450Km)까지 컨테이너 하나를 운송하기 위해 성수기에는 한 달이라는 시간이 필요하며, 몬순기간의 장마철에는 National Highway가 침수되어 물이 빠질 때까지 정처없이 기다려야 한다. 이와 같이 인도는 경제 규모에 비하여 미흡한 인프라 투자로 인해 여전히 열악한 환경에 처해 있으며, 인도에 진출하는 물류기업은 이러한 환경 하에서 적응하며 최후까지 살아남아야 한다. 인도에서는 강한 게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남는 게 강한 것이다.

 

절대 포기하지 마라


안 되는 일은 없다

지난해 K회사 중량물(약 800CBM)을 첸나이에서 콜카타 북쪽 200km 지점인 현장 Site까지 총 2,000km을 운송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한 적이 있다. 운송 전 많은 검토 중에는 아무런 문제없다고 자신 있게 말하던 현지 직원이나 운송사 등이 막상 운송을 진행하면서 여러 가지 사유로 인하여 납기시한 내에 운송할 수 없다고 한다. 그러나 주재원 3명이 교대로 일주일씩 현장에 파견되어 운송 차량을 따르며 차량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운송 중에 발생하는 문제를 즉시 현장에서 해결하며 진행한 결과 큰 문제없이 납기 시한 내 운송할 수 있었다. 이와 같이 인도에서는 단기적이든 장기적이든 쉽게 이룰 수 있는 것이 없다.
인도에서는 모든 사업에서 만만치 않은 수업료와 비용을 치러야 한다. 손쉽게 얻는 파이는 없다. 당사의 경우도 출근 시간에 조금 늦어도 문제없다는 현지인의 만연한 의식을 변화시키기 위하여 4년이 넘게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매일 아침 지각자를 불러 교육을 시키고 있다.

 

Don’t Belief  No problem=9 Problem
힌디어에 ‘노’라는 뜻이 아홉를 뜻하므로 9가지 문제가 있다는 우스개 소리에서 유래된 이 말은 인도인과의 Business 협상, 각종 임대차 계약, 업무 및 현지인 관리 등 인도에서 생활하면서 가장 많이 접하는 말이다. 이를 곧이 곧 대로 믿고 Business를 진행하면 커다란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아마도 인도 주재원이나 인도를 대상으로 Business을 진행하는 사람이 가장 경계하여야 할 말이다. 과거 식민지 지배를 받은 나라는 순간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하여 거짓말, 사기, 좀도둑 근성이 있기 때문에 이를 믿고 업무 진행시에 큰 낭패를 보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어느 한쪽의 말만 믿지 말고 이해 관계자 모두의 의견을 들어보는 게 중요하다. 인도에서는 문제 예방을 위하여 사소한 것이라도 사전에 세밀한 검토와 수시로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현지 이해와 문화 적응이 최우선
주정부 권한이 더 강한 나라

몇년 전 인도 주재원을 대상으로한 설문조사 결과, 인도 Business의 가장 어려운 부분은 인도에 대한 이해와 전문지식의 부재로 나타났다. 그만큼 인도는 복잡하고 어려운 나라라고 할 수 있다. 인도의 경우 중앙정부와 주정부로 행정이 나뉘어 있지만 중앙 정부의 권한보다는 주정부의 권한이 강한 나라이다. 28개의 주가 연합된 나라로 볼 수 있다. 그만큼 지역마다 적용되는 법률이나 사용하는 용어 및 인허가 절차, 종교 인종, 언어가 상이하므로 진출하고자 하는 주나 지역의 이해와 문화적응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현장에서 현물을 보고 현상을 파악하라
2008년 첸나이에서 1,500평 규모의 창고를 운영하기 위해 준비하던 때의 일이다. 창고의 운영 개시 시간이 촉박하여 서두르고 있는데, 현지인 담당자는 현장 방문조차 하지 않고 현장에서 일하는 작업자는 하층의 카스트만을 이용하여 지시하고 있어 작업 진도의 속도가 제대로 나지 않아 도저히 시간을 맞출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 이에 주재원이 먼저 목장갑을 끼고 직접 빗자루를 들고 Box을 나르고 하니 현장에서 작업 구경만 하던 현지인도 깜짝 놀라서 작업에 직접 참여하여 다행히 늦지 않게 운영 개시 시간을 맞출 수 있었다. 인도는 카스트제도의 계급주의 성향이 있어서 직접 손을 써서 일하지 않고 하층민에 대한 지시만으로 일하는 경향이 있다. 심지어 PC 이동시에도 마우스 하나 들지 않고 오피스 보이를 시켜서 일하는 문화이다. 이를 깨치기 위하여 주재원이 직접 걸레를 잡는 솔선수범이 이루어져야 한다. 인도에서 성공하길 원한다면 직접 모든 현장을 발로 뛰어다니면서 인도 물류의 독특한 환경과 어려움을 알아야 한다.

 

인도 사무실 임대비 주거비 서울보다 높다
고정화주 확보한 뒤 진출전략의 수립 바람직

얼마 전 뭄바이에 진출한 회사로부터 문의 전화를 받았다. 뭄바이 1인 주재원의 주거비용(3년)으로 약 25만불을 요청하는데 타당한 금액인가?


인도 진출을 계획하고 있는 물류업체에서 처음에 대개 오류를 범하는 부분이 ‘인도는 후진국이니 모든 비용이 저렴할 것’이라는 착각이다. 그러나 실상 사무실 임대비와 주거비가 많은 부담으로 작용한다. 인도의 경우 어디서나 영어로 소통이 가능하고, 일 년에 40만 명이 넘는 공대생을 배출하고, 일반회사 대졸 초임이 50만원이 넘지 않는 나라이지만 사무실과 주거지 임대료는 한국의 서울보다 높은 수준이다. 따라서 단기간의 성과를 원하는 기업이라면 최초 진출시 고정적인 화주를 확보한 후에 진출 전략을 수립하는 방향이 좋다.


인도에서는 손님이 오면 신이 자기 집을 찾아온 것으로 여긴다. 이러한 문화로 인도인들은 가정방문을 좋아한다. 2~3평 남짓 작은 방 한편에 앉히고는 물을 가져다주고 꼬기 꼬기 아껴 두었던 sweet(인도 요구르트)을 꺼내줄 때는 정말 먹기 힘들었고, 그 다음날 아침에는 반드시 설사하게 됐다.


이와 같이 인도에서는 현지인과 부딪치면서 생활하여야 한다. 더럽다고 피하고, 냄새난다고 피하고 이런저런 사유로 피하면 결국 현지인과 소원해지는 결과를 가져와 인도 비지니스의 실패로 연결되곤 한다.


인도에 주재하면서 얻은 가장 중요한 교훈은 비즈니스 이전에 현지 문화를 이해하고 적응하는 것이 필수라는 점이다. 2006년 인도 첫걸음을 내딛을 때 오래 계시던 경험자들이 전해준 간단하면서 중요한 말이 금과옥조로 다가온다. ‘서두르지 말라. 쉬운 일이 하나 없다’, ‘포기하지 말라. 안되는 것도 없다. 그렇다고 쉽게 되는 것도 하나 없다.’, ‘아무도 믿지 마라. 네 눈으로 보고 확인한 것만 믿어라.’, ‘마지막으로 시간이 가면 다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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