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운시트랄 운송법회의 중간보고

 

제1. 서
유엔 산하의 UNCITRAL(사법통일위원회)는 헤이그비스비 규칙을 대체하는 운송법을 새롭게 작성하고 있다. 새로운 운송법은 첫째 해상운송을 포함한 복합운송에도 적용된다는 점, 둘째 운송인과 화주간에 새로운 균형점을 찾는다는 점, 셋째 통일성과 예측가능성을 기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유엔이 주도하였던 함부르크 규칙이 실패로 돌아간 점을 교훈으로 삼아, 이번 조약은 CMI(세계해법학회)가 초안을 작성하였고, 화주측의 이익뿐만아니라 운송인측의 이익도 적극 대변하고자 하는 점에서 장래를 밝게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1999년 미국 COGSA개정안을 국회에 상정한 가운데, 조약을 먼저 통과시켜 비준하려는 목적하에서 적극적으로 회의를 주도하고 있는 점도 특징이다. 미국은 일반적인 선입견과는 달리 화주의 이익만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선주측의 이익도 보호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우리 나라도 2001년부터 시작된 운송법 초안 검토회의에 대표단을 파견하기 시작하였다. 필자는 2004년 5월의 제13차 뉴욕회의이후로 14, 15, 16차 회의를 다녀왔고 이제 금년 4월의 제17차 회의에 참석한다. 현재의 계획대로라면 금년 11월의 비엔나회의에서 2회독을 마치고 내년에 외교회의등을 통하여 조약으로 성안될 예정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동 조약의 내용을 살펴보고 우리 나라에 미칠 영향에 대하여 살펴본다.(자세한 내용들은 필자가 기고하는 해법학회지의 회의참가보고서등을 참고바람)

 

제2. 적용범위
1. 운송계약의 종류
우리 상법의 적용대상이 대상 운송계약은 개품운송과 항해용선계약이다((상법 제780조). 헤이그 비스비 규칙에서의 적용대상은 선하증권이 발행되는 운송계약이다(제1조 b항). 해상운송과 관련된 조약은 원래 개품운송계약 혹은 선하증권이 발행된 경우를 적용의 대상으로 한다.

 

용선계약은 대등한 당사자의 계약이므로 법이 개입할 여지가 없고 계약자유의 원칙을 인정하고자 하므로, 굳이 조약이나 법으로 통제할 이유가 없다. 이와 달리 개품운송계약에는 선하증권이 발행되고 이들은 부합계약의 성질을 갖는다. 즉, 우월한 지위에 있는 운송인과 열등한 지위에 있는 화주와의 계약이고 선하증권은 전전유통되므로 선의의 제3자를 보호할 필요성이 있다. 그리하여 국제조약으로서 이들을 규율하는 것이다. 헤이그 비스비 규칙은 선하증권을 규율하는 조약인 반면, 함부르크 규칙은 운송계약을 규율한다.


그런데 현대에 들어와서 권원증권이 아닌 해상운송장의 사용이 늘어나면서 이들도 규제의 대상으로 할 필요성이 증대되었다. 그러므로 헤이그비스비 규칙은 이미 맞지않게 되었다. 운송계약을 적용대상으로 하는 함부르크 규칙도 운송계약중에서도 대등한 당사자사이들의 계약으로서 보호할 필요가 없는 것도 있게 되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으로서 정기선/부정기선운항 접근법이 제시되었다. 정기선운항을 중심으로 운송계약을 적용대상으로 하고, 대등한 당사자사이의 계약은 예외적으로 몇가지를 제외하는 (예컨대 항행용선으로 정기운항하는 경우와 스페이스 차터)

 

한편, 비정기선운항(예컨대, 부정기선운항)의 운송계약에는 원칙적으로 적용하지 않지만 예외적으로 적용되는 것을 추가한다(예컨대 냉동컨테이너 운송)(초안 제9조). 제외되는 운송계약에서도 제3자에 대하여는 본 조약이 적용되는 것으로 한다(그 범위에 대하여는 논의가 계속된다). 

 

2. 운송수단 및 지리적 범위
우리 상법은 복합운송을 목표로 하고있지는 않다. 우리 상법은 선박의 해상운송을 적용범위로 한다. 그러나 조약초안은 해상운송이 반드시 포함된 복합운송을 적용의 대상으로 한다. 이 점이 바로 본 조약의 가장 큰 특징중의 하나이다.

 

해상운송이 포함되고, 도로, 철도, 항공운송이 추가되는 전체운송을 운송인이 인수하는 경우에도 본 조약이 적용된다(초안 제1조 a항 및 제27조). 해상운송만이 있는 경우에도 물론 적용된다. 그리하여 본 조약이 maritime plus이라고 불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제3. 운송인의 책임제도
1. 의무와 책임

헤이그 비스비 규칙과 우리 상법에 따르면 운송인은 운송물에 대한 의무와 감항성에 대한 의무를 부담한다(상법 제787조 및 제788조 제1항). 이러한 의무에 대한 책임은 과실추정주의로서 운송인이 주의의무를 다하였음을 입증하지 못하면 책임을 부담하게 된다. 또한 운송인은 항해과실과 화재면책과 같은 면책의 이익을 누린다(상법 제788조 제2항).


조약 초안은 헤이그 비스비 체제를 추종하여 과실추정주의와 두가지 의무를 부담하는 점에서는 동일하지만(초안 제17조), 감항성에 대한 의무가 발항당시에서 전 항해구간으로 확대된다는 점(초안 제16조)에서 다르다. 면책사항에 있어서는 항해과실은 폐지되도록 초안이 잡혀있고, 화재면책은 약간 변경이 되긴하였지만 존치된다.


필자가 이 회의에 참석하기 이전에 이미 미국이 항해과실폐지로 가닥을 잡았기 때문에 화주국들의 공세를 이기지 못하였다는 후문이 있었다. 항해과실면책제도는 우리나라에서는 많이 이용되고 있는 면책제도이지만, 미국에서는 10년 이상동안 법원에서 인정을 하지 않고 있으므로 미국은 어차피 항해과실면책과 이해관계가 없다. 그러나 해운국인 일본, 한국, 그리스, 덴마크 같은 국가는 상당한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다. 그리하여 그리스와 같은 국가는 도선사의 과실에 의한 면책을 도입하자고 주장하였고 우리 나라도 찬성하였지만, 채택되지 않았다.

 

미국의 해상물건운송법(코그사) 개정안은 항해과실을 존치시키면서 과실에 대한 입증책임을 화주에게 전환하는 것으로 되어있다. 사견으로는 항해과실면책제도는 아직도 필요성이 있는 것이므로, 마지막 조약채택 외교회의에서 항해과실의 경우에는 과실에 대한 입증책임을 화주측에서 부담하는 것으로만 변경되어도 좋겠다는 생각이다.

 

화재면책이 변경된 형태로나마 존치된 것에 대하여는 필자를 비롯한 한국 대표단도 큰 힘이 되었다. 헤이그 비스비 규칙이나 우리 상법에 의하면 화재면책은 운송인자신의 과실이 있을 경우에만 면책이 되지 않고 선원등의 과실이 있을 경우에는 면책이 된다. 그런데 조약초안에서는 선원의 과실로 인한 화재인 경우에는 운송인은 면책이 되지 못한다(이것은 초안 제17조 제3항에서 unless caused by the actual fault or privity of the carrier라는 문구를 삭제한 때문이다). 그러나, 운송인이 면책을 주장하면 선원들의 과실이 있었음을 화주측이 입증하여야 하고 이 입증은 쉽지 않은 것이므로 여전히 화재면책은 쉽게 인정될 것으로 본다. 

 

2. 책임제한제도
헤이그 비스비 규칙에 의하면 운송인은 포장당 666.7SDR과 2SDR/kg중 큰 것으로 책임을 제한할 수있고(제 4조 제5항), 우리 상법도 500SDR로 책임제한이 가능하다(제789조의2).
조약초안도 책임제한제도를 가지고 있다(초안 제64조). 다만, 관례상 최종 수치는 외교회의에서 결정될 것이다. 복합운송에도 적용되므로 현재의 헤이그 비스비 체제와 육상운송의 8.34SDR등이 경합할 것으로 보인다. 지연손해에 대하여도 운임의  1-2배로 책임제한을 인정하려고 한다. 5년 정도의 주기를 가지고 책임제한액수를 현실에 맞추어 인상하고자하는 제도를 두고 있다는 점이다(초안 제104조). 이는 좋은 제도라고 할 수 있다. 포장당 책임제한액의 정도는 운송인과 화주간 타협의 산물이다. 제한액이 높으면 이는 운임에 전가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물가상승률등에 맞추어 5년에 한번 정도 개정작업을 하는 것은 조약체결시의 합의의 정신을 이어갈 수 있어서 좋다. 

 

3. 책임구간과 인도의 문제
헤이그 비스비 규칙에 의하면 운송인의 책임구간은 선적에서 양륙까지이고(제3조 제2항), 우리 상법에 의하면 수령에서 인도까지이다(제787조). 이러한 책임구간내에서 운송인은 강행적인 의무를 부담한다(제790조). 그리하여 자신의 책임을 면하는 약정은 무효가 된다.


조약초안은 운송인의 책임구간을 우리 상법과 같이 수령에서 인도까지로 정하였다(초안 제11조). 이는 복합운송에도 적용하는 조약이 되므로 당연한 결과이다.


운송인의 책임기간은 인도의 문제와 관련하여 운송인의 책임에 커다란 영향을 미쳐왔다. 우리 상법은 운송인의 책임기간에 대하여 특별한 규정을 두지 않고 있었지만, 수령에서 인도까지가 운송인의 강행적인 의무가 적용되므로, 약정으로 선적과 양륙까지를 운송인의 책임기간으로 정하였다고 하더라도 양륙이후의 인도의무에 대하여도 책임을 부담하게 될 수 있다.


새로운 조약은 해상운송이 포함된 복합운송을 규율하므로 수령과 인도를 운송인의 기본적 의무로 하면서도, 단순하게 수령과 인도에 대한 정의를 내리지 못한다는 점에 의견이 일치되어, 세 가지 방법으로 그 개념을 정의하게 되었다(초안 제11조). 첫째는 약정으로 정하고, 다음으로는 항구의 관습으로 정하고 이것도 없다면, 마지막으로 수령에서는 운송인이 운송물을 실제로(물리적으로) 점유하게 되는 시점이 된다.

 

이에 반하여 인도에서는 운송계약에서 정한 운송구간에서의 마지막 운송수단에서 양륙이 된다. 예컨대 해상운송만 있다면 선박에서의 양륙 시점이 인도가 된다. 이에 대하여 수령에서와 같이 물리적으로 운송물이 수하인에게 넘어가도록 하자는 주장이 있었지만, 전자에서는 운송을 위해서는 운송인에게 운송물이 인도되어야 하지만, 후자에서는 수하인이 운송물을 받으려 하지 않는 경우도 있으므로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여야 하므로 불가피하다는 초안자의 설명도 있었다. 이러한 내용은 우리 법이 물리적인 점유의 이전을 인도시점으로 본다는 점에서 운송인에게 유리하다고 할 수있다.

 

4. 복합운송의 경우
우리 상법은 복합운송에 대하여 아무런 규정을 두지 않고 있다. 실무적으로는 복합운송증권의 약관 내용으로 운송인의 책임이 처리되고 있다.


조약초안은, 한편으로는 기존의 강행적인 육상운송조약을 존중하면서도 통일성을 기하기 위하여, 사고구간이 확정된 경우에는 그 강행적인 조약이 본 조약보다 우선적용된다고 한다(초안 제27조). 그러므로, 유럽에서의 육상운송중 사고라면 CMR등이 우선 적용되지만, 한국과 같이 육상운송에서 적용되는 강행규정이 없는 국가는 본조약이 적용될 것으로 본다. 


한편, 사고구간이 불분명한 경우에는 문제가 되는 구간에서 적용하는 책임제한액을 비교하여 높은 것을 적용하기로 초안은 정하고 있다(초안 제64조 제2항). 실무에서의 약관이 해상운송구간에 적용되는 법을 적용하는 것과는 다른 점이다. 그러나, 분명한 예측가능성을 준다는 점에서, 주된 운송구간에 적용되는 법을 적용하고 그 주된 운송구간은 법원이 정한다는 우리 상법 개정안(안 제816조)보다 훨씬 안정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제4. 화주의 의무와 책임
우리 상법과 헤이그 비스비 규칙에서 나타나는 화주의 의무란 위험물에 대한 의무정도이다(제791조의2 및 규칙 제4조 제6항). 조약초안은 화주의 의무라는 장을 두어 이를 크게 부각시켜 논의하고 있다. 이는 현대 운송의 중심이 되고있는 컨테이너 운송에서 화주가 화물의 성질이나 내용등에 대하여 운송인에게 통지하지 않으면 폭발사고등 큰 사고가 발생하므로 화주의 이러한 보고의무 등을 부과하고자 한다.


그리하여 본 조약은 송하인으로 하여금 우선 (1) 운송물이 안전하게 운송될 수 있는 상태로 운송인에게 인도할 의무를 부과하였다. 다음으로는 (2) 운송물의 (a) 운송상 주의사항, (b) 정부에의 신고 사항등 (c) 화물의 명세에 대한 정보를 제공할 의무를 부과한다(초안 제30조). (3) 위험화물에는 이에 더하여 위험화물이라는 표시를 하고, 위험물이라는 사실을 고지하도록 하였다(초안 제33조).


(1),(2) (a)에 위반한 경우는 과실 책임으로 하고 입증책임을 화주가 지는 것으로 초안이 되었으나, 일반 원칙에 어긋난다는 주장이 많아 추가논의 하기로 하였다. (2) (b)(c) 에 위반한 경우는 이를 알려주지 않으면 운송인은 그 내용을 알 수 없으므로 초안은 무과실책임을 부과하려 하였지만 가혹하다는 주장이 많아 송하인이 고지한 내용의 정확성에 대해서만 무과실 책임을 부과하는 것으로 축소되었지만 논의가 계속될 전망이다(초안 제31조).  (3)에 대하여 전통적인 무과실 책임이 계속 유지된다. 

 

제5. 처분권 및 수하인에 대한 화물의 인도
1. 처분권

우리 상법에서도 송하인은 운송중인 화물에 대하여 운송중지나 운송물의 반환등 기타 처분을 청구할 수 있다(상법 제139조, 제812조) 여기에는 목적지의 변경과 수하인의 교체도 포함된다고 생각된다. 이러한 처분권은 화주의 입장에서는 편리한 제도이다. 예컨대, 운송계약의 내용은 특정한 항구에 운송물을 양륙시키는 것이었지만, 사정이 있어서 이웃의 다른 항구에 양륙시키게 되었다면, 화주로서는 일단 그 특정항구에서 운송물을 인도받아서 다른 항구로 내륙운송을 하여야 한다. 이때 불가피하게 비용이 발생된다. 그런데 마침 그 선박이 다른 항구에도 기항하게 된다면, 달리 계약을 체결하지 않고서도 다른 항구에서 운송물을 수령하면 비용도 절감되고 편리하다. 원래 그 선박이 기항하지 않는 곳이라면 운송인에게 부담이 되는 것이므로 어렵게 된다. 


조약초안은 제11장에서 처분권에 대하여 자세히 규정한다(제54-제60조). 송하인(shipper)은 운송인에 대하여 운송중인 운송물에 대하여 목적지와 다른 곳에 양륙할 것을 요구하고, 수하인을 변경할 권리가 주어진다. 목적지와 다른 곳에 양륙하는 권리를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지가 논란이 되었다. 합리적인 범위에 한정된다.  추가적인 비용이 발생하면 화주는 운송인에게 지급하여야 하고, 부당하게 화주의 처분권에 의한 지시를 따르지 않은 경우에 운송인은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 유통증권이 발행된 경우에는 증권의 소지인이 유일한 처분권자가 된다. 유통증권이 발행되지 않은 경우에는 계약당사자로서의 화주가 처분권을 가지며 이는 양도가능하다. 이러한 처분권은 당사자의 약정에 의하여 축소변경이 가능하도록 한다. 화주의 입장을 보호하기 위한 좋은 제도이지만, 합리적인 지시의 범위를 놓고 많은 논란이 있을 수 있다.

 

2. 인도
우리 상법도 수하인이 운송물을 수령하지 않거나 나타나지 않는 경우에는 공탁하거나 관청의 허가를 받은 곳에 인도하고 지체없이 용선자 또는 송하인에게 그 통지를 발송하면 선하증권소지인이나 수하인에게 인도한 것으로 간주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상법 제803조).


조약초안은 제10장에서 우리 법과는 조금 다른 규정을 두고 있다(초안 제46-제53조).  (1) 선하증권등이 발행되지 않는 경우에는 제11조에 정하여진 장소에서 인도하면 운송인의 인도의무는 종료된다. 수하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송하인 혹은 처분권자에게 지시를 받고, 그 지시를 따라 인도하면 인도의무는 면하게 된다. (2) 선하증권이 발행된 경우에는 소지인에게 제11조에서 정하여진 장소에서 운송물을 인도하면 인도의무는 종료된다. 소지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운송인은 처분권자에게 보고하고, 처분권자는 운송인에게 처분에 대한 지시를 준다. 이들의 지시에 따라 운송물을 인도하면 선하증권의 상환과 관계없이 운송인의 인도의무는 종료된다(약간의 소지인 보호수단 있음) (3) 송하인이나 처분권자가 지시를 주지 않은 경우에는 운송인은, 운송물 소유자의 위험과 비용으로 1. 적당한 장소에 보관시키거나 2. 포장을 풀거나 3. 경매할 수 있다. 이러한 권리는 통지처 혹은 수하인, 처분권자, 송하인에게 운송물이 도착하였음을 합리적인 사전 통지를 한 다음에야 주어진다. (4) 위의 처분에 대하여 송하인이 손해를 입은 경우에는 운송인의 미필적 고의가 있는 경우에만 운송인이 책임을 진다.


운송물 수령의무가 있는 수하인이 운송물을 인도장소에서 인도받지 않을 경우에 운송인은 수하인의 대리인으로서 행위한다는 조항을 두고, 운송인은 고의 혹은 중과실이 없으면 운송물 멸실에 대하여 책임이 없게 되었지만, 반대의견도 있어 추가논의될 것이다.
우리 상법과 비교하면, 비록 선하증권이 발행된 경우라고 하더라도 소지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처분권자에게 통지하고 그의 지시를 따르면 운송인의 인도의무는 면하게 된다는 점에서 다르다. 조약 초안은 처분권자에게는 운송물에 대하여 수하인의 지정을 변경할 권리가 주어졌다. 이것을 근거로 이러한 제도의 도입이 가능하다.

 

제6. 관할과 중재
선하증권등에 삽입되어있는 재판관할은 기본적으로 운송인이 선하증권을 통하여 자신에게 유리한 관할을 화주측에게 강요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에서 출발하였다. 그리하여 보통 보이는 선하증권상의 전속적 합의관할로 불리우던 합의된 관할도 초안에서는 피고의 주소지, 선적지 등과 함께 선택가능한 하나의 관할에 지나지 않았었다(초안 제75조-81조). 그러던 것이 제15차와 제16차 회의에서 다시 전속적 합의관할의 인정이 논의되기 시작하였다. 논란속에 있으므로 다음 회기에서 다시 한번 논의될 전망이다. 여기서 말하는 전속적 합의관할이란 선택된 법정의 명칭과 주소 및 당사자의 성명과 주소를 증권상에 명기가 되는 등 일정한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  


중재조항에 대하여는 중재는 사적인 자유속에서 별개로 진행되는 것으로 조약의 강행적인 적용의 대상에서 제외하자는 주장과 제3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이를 규율하자는 입장이 맞서있는 상태로서 몇 개의 조문을 가지고 있지만(초안 제82-86조) 다음 회기에서 다시 논의될 전망이다. 

 

제7. 계약자유의 원칙과 강제규정
헤이그 비스비 규칙과 우리 상법도 강행규정을 두는가 하면 사정에 따라서는 이러한 강행규정을 적용하지 않고 계약자유의 원칙에 맡겨두는 경우도 있다. 갑판적 화물과 생동물에 대한 특별규정이 바로 그것이다.


본 조약은 강행적으로 적용되는 조약이지만, 가능하면 계약자유의 원칙을 허용하고자 한다. 예컨대, FIO (선적양륙용선자부담)조항을 채택하여 운송인이 선적과 양륙이라는 강제규정에서 벗어나게 하여준다(초안 제14조 제2항). 생동물이나 갑판적 화물에 대하여서는 강행적인 의무와 책임에 대하여 당사자들이 특별한 약정을 체결할 수있도록 한다(초안 제96조)


한편으로는 부당하게 상대방이 불리하게 되는 것 혹은 선의의 제3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특별한 경우에는 약정을 무효로 한다(초안 제94조). 예컨대, 운송인의 책임제한액보다 낮게 책임제한을 하는 약관은 무효가 된다. 운송인이 인도의 의무를 배제하는 것도 무효가 된다. 한편, 동 조약은 화주도 상당한 의무를 부담하므로 화주 자신이 자신의 의무나 책임을 면제하거나 감경하는 경우에는 무효로 한다는 점이 우리 법이나 헤이그 비스비 규칙과 크게 다른 점이다.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서비스계약(service contract)(명칭이 대량화물운송(volume contract)로 변경됨)에 대하여 이는 대등한 당사자사이들(대량화주와 운송인사이)의 연속되는 개품운송의 장기간의 운송계약이므로 계약자유의 원칙을 도입하여 강행규정의 적용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점이 강조되어 현재 초안에 삽입되어있다(초안 제94조). 그러나 많은 대표들이 이에 대하여 부정적인 견해를 보이고 있어서 추가로 논의될 전망이다.
 
제8. 결
이외에도 유통선하증권은 당사자사이에서는 추정적 효력이 있고 제3자에게 양도되면 간주적 효력(conclusive evidence)이 있다(초안 제43조). 전자선하증권의 사용도 가능하다(초안 제5조).  


본 조약의 성안작업에는 여러 다양한 이익이 대립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선주국이 있는가 하면 화주국도 있다. 육상운송에 대한 조약을 가지고 있는 유럽국가들의 입장이 있는가 하면, 미국, 일본, 한국등과 같이 현존하는 육상조약에 자유로운 국가도 있다. 한편으로는 자국의 이익을 대변하면서도, 각국 대표들이 공통으로 지향하는 바가 있다. 그것은 국제운송법제의 통일성과 예측가능성의 달성이다.

 

현재 각국의 책임법제는 서로 상이하여 통일성을 기할 필요성이 있다. 무엇보다 상거래의 원할화를 위하여 운송인과 화주는 어떠한 권리와 의무를 갖는지에 대한 예측이 가능하여야 한다. 이러한 예측가능성은 상거래를 촉진시키고 당사자들로 하여금 자신이 상거래에서 안고 있는 위험을 합리적이고 효율적으로 저비용으로 분산시키도록 하여준다. 특히 복합운송에서 서로 다른 법제가 상충하고 있는 점에서 이를 규율의 대상으로 하고자 하는 본 조약은 이러한 점을 더욱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손해배상의 범위와 관련하여 지연손해를 어떻게 할 것인지도 큰 이슈 중의 하나로서, 마지막까지 논의될 전망이다. 미국법에서는 물적 손해를 동반하지 않는 지연은 배상되지만 순경제적 손해는 배상이 되지 않는다면서 배상의 범위를 줄이려고 한다. 반대로 화주국은 이를 인정받으려고 한다. 이러한 논의는 책임제한액의 산정과 항해과실면책에 대한 입증책임의 전환등과 맞물리면서 마지막 외교회의에서 최종 타결될 것으로 전망되고, 우리 나라의 정부와 업계에서도 이에 대한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아직 본 조약초안이 조약으로 비준되어 효력이 발생될 지는 미지수이다. 그러나 이러한 국제회의에 참가하여 회의의 진행상황을 파악하고 제대로 이해하여 국내에 소개하는 것은 누군가가 반드시 하여야 하는 참으로 값어치있는 일이다. 더 나아가 회의에서 조약의 성립을 위하여 활동하면서 한국의 입장을 적극 반영시킨다면 더 큰 보람이다. 해양수산부 해운정책과와 KMI의 최재선 박사팀의 도움으로 필자가 이러한 값진 일을 하게되는 영광을 가지게 되었다. 외교통상부를 비롯한 위 관계자들에게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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