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시절 바다에 대한 동경 PSC  검사관으로 꿈 이뤄”

 

인천항 최초 여성 PSC 검사관으로 ‘주목’
외교적 성격 강해, 검사원 투철한 전문성 요구돼

 

기자는 인천지방해양청 환경안전과 소속 검사관들이 밀겨를 싣고 입항한 선박에 대한 ISPS 인터뷰에 동행하게 되었다. 항만국통제를 담당하고 있는 환경안전과는 PSC는 물론이고 ISPS 인터뷰 등을 동시에 수행하는 등 일인다역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멀티플레이어 PSC 검사관

인천해양청 이수진 선박검사관
인천해양청 이수진 선박검사관

청명한 날씨였음에도 불구하고 본선이 정박해 하역작업이 한창인 부두는 사료원료로 쓰이는 밀겨를 다루고 있어 그 먼지는 말로 다할 수 없을 정도였으며 안개가 낀 듯한 착각까지 들 정도였다.

 

이로 미루어보아도 하역작업을 직접 수행하는 인부는 물론이고 검사관들의 열악한 근무환경은 짐작하고도 남았다.


승선 후 비좁은 엘리베이터를 마다하고 계단을 이용해 선장실로 향했다. 미리 점검 연락을 받아 그곳에 대기하고 있던 선박관계자(선장, 기관장 등)는 검사관의 질의에 대비해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검사관들의 세심한 질문에 준비한만큼 답변하는 선박관계자의 모습은 상당히 진지하고 엄숙하기까지 했다. 면밀한 서류심사 등을 통해 보안등급을 규정하고, 선원 전원에 대한 교육강화, 정기적인 훈련 등을 선장에게 강조하는 등 2시간여에 걸친 선박 ISPS 인터뷰는 그렇게 끝이 났다.

 

 

남자도 힘든 PSC 검사직에 여성 진출
이 자리에 참석한 여성 검사관이 유독 눈에 띤다. 얼마전 인천해양청 선박검사관으로 발령된 이수진씨(선박주사보)다. 얼마전 인천항 첫 여성 PSC 검사관 탄생이라는 의미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으며 국내 항만에서 항만국통제 검사관으로 일하고 있는 여성 5명 중 한명이기도 하다.


이번 발령으로 인천항 내 항만국통제 등 각종 선박행정 업무를 담당하게 된 이 선박검사관, 보통 남자들도 과중한 업무와 위험성에 노출되어 있어 근무에 어려움을 호소하고있는 분야지만 4년여간의 외항선사 승선근무를 무리없이 마친 경력이 PSC 검사관으로 발령된 배경이 아닐까 한다.


“어릴 때부터 바다에 대한 동경이 남달랐어요. 관심분야이다보니 자연스레 해양관련 대학에 지원하게 되고 승선 근무 중 해외항만에서 받은 PSC 검사를 지켜본 후 선박검사관의 꿈을 키웠습니다. 이제 그 소망이 이루어진거죠.”


이수진 검사관은 한국해양대학교 운항시스템공학과를 졸업하고, 외항해운선사에서 4년여를 승선근무, 2년여의 영국유학을 마친 재원이다. 이후 2004년 해양부 선박직 특채를 통해 인천해양청에 첫 발을 내딛고 환경안전과 관제실에서 관제사로 활약했다. 지난 1년여 동안 인천항 해상교통관제실에서 여성 특유의 친화력과 부드러움으로 국내·외항 선박을 안전하게 관제함으로서 선원들로부터 많은 칭찬을 받았다는 후문이다.


전국적으로 50여명에 달하는 선박검사관은 모두 해양대 출신이다. 검사관이 되기 위한 자격요건 중 하나가 승선경력을 필수로 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 면에서 여성 선박검사관이 된다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외교적 특성때문에 철저한 전문성 필요
“이 업무는 해난사고의 유무와 관계없이 PSC 규정에 의해 주기적으로 외항선박을 점검해 국제협약에 위배된 사항을 조사하고, 발견된 위배사항에 대해서는 시정조치를 요구하게 됩니다. 발견된 결함사항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분류해 그 결과를 일반인에 공개함으로써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강력한 기능을 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는 이 검사관의 사명감을 나타내주는 말이기도 하지만 선박검사의 조심성도 엿볼 수 있다.


선박 기국주의의 특성상 외교적 성향이 강한 선박검사는 그 결과에 따라 형평성 등이 문제시될 수 있는 민감한 외교적 사안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 또한 국제적 분쟁의 소지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업무는 더욱 조심스럽고 검사관의 철저한 전문성이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열악한 근무환경은 조기 개선 이뤄져야
환경안전과가 하는 일은 PSC가 전부는 아니다. 선박인증심사, 증서발급, 각종 민원처리 등의 업무를 병행하고 있어 정작 중요한 업무 추진에 애로를 겪고 있다고 말한다. 이 검사관은 “여성검사관이라는 이유로 PSC 및 ISPS 인터뷰에 소홀히 대처하는 선원들이 간혹 있다”면서 “이럴때일수록 더욱 철저한 검사로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고 있다. 또한 해를 거듭할수록 선박검사율을 제고시키기 위해 정부차원에서 노력하고 있지만 현재의 인원과 업무체계로는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과중한 업무량에서 보듯이 인원부족 문제는 이미 만성화되었고 업무에 필요한 비품마저도 사비로 충당해야 하는 현실이어서 향후 이에 대한 개선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수진씨는 마지막으로 “선주입장에서 잦은 PSC 검사는 운항스케줄에 지연을 초래하며 현지 결함수리로 인한 과다비용지출 등으로 치명적인 손해를 당할 수가 있어 결함지적사항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경제적”이라면서 선주의 철저한 점검대비가 비용절감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또한 “검사관은 검사관이 할 수 있는 일을, 회사는 회사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선급 등 검사기관은 검사기관에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을 해야 한다. 그리고 본선 및 회사에서 스스로 점검하고 시정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갖추는 풍토가 조성된다면 국내항에 입항하는 외국적선은 물론이고 해외에서 활동하고 있는 국적선도 PSC 검사에서 지적되는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선주는 항만국통제가 해상 선박안전 및 해양오염방지, 선원 근로환경개선이라는 순기능을 이해하지 못하고 일회성 절차로만 여긴다면 그로인해 발생될 수 있는 피해는 고스란히 인접국 국가경제에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조언했다.


세계적으로 해양환경오염과 안전에 대한 관심이 날로 증가하고 있는 지금, 항만국통제는 이를 제어할 수 있는 최소한의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다. 국내 뿐 아니라 세계적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불철주야 수고를 아끼지 않고 있는 이수진씨를 포함한 인천해양청 PSC 검사관들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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