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 종사자들의 ‘법률 대리인’이 되고 싶다”

물류 전문 법조인이 탄생해 시선을 끌고 있다. 그 주인공은 올해 2월 서울서부지법 부장판사 생활을 끝으로 법복을 벗고 변호사 사무실을 낸 김천수 변호사. 그가 주목받는 이유는 변호사로서 물류 MBA 과정을 졸업하고 물류 특화 변호사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김 변호사는 판사 재직시절, 우연한 계기를 통해 물류와 인연을 맺게 되었다. 그는 인하대학교 하헌구 교수의 권유로 인하대 글로벌물류비즈니스 최고 경영자과정(이하, GLMP)에 참가했다. “영어공부 하는 셈치고 수업을 들어봐라”고 권유하던 친구의 권유가 결국 그를 물류 변호사로 이끈 것이다.


이후 물류 MBA 석사과정을 거치고 현재 인하대학교 물류대학원 박사과정을 이수중인 김 변호사는 “현장에서 꼭 필요한 물류관련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물류 관련 분쟁은 물론, 분쟁 이전의 법률적 사항을 컨설팅 하는 등 포괄적인 법률 서비스를 펼친다는 계획이다.


또한 김 변호사는 “물류 종사자들의 법률 ‘대리인·대변인’이 되고 싶다”며, 물류인들이 필요한 법률적 부문을 공유하고 이를 물류관련 정책이나 법안 제정에 반영될 수 있게 노력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변호사=분쟁’이라는 공식을 과감히 타파하고 물류전문 법조인으로서의 역할을 더욱 강화해 국내 물류 발전의 힘을 보태고 싶은 바람에서다.


물류를 접하게 된 계기?
2000년 일본 히토쯔바시대학에서 해외연수 당시 한 세미나에 참석하게 되었다. 당시 우리나라는 ‘IT벤처산업’의 열풍이 한창 불고 있을 때였다. 그러나 일본은 IT에 대한 관심이 무관심하리만큼 조용했다. 의아하게 생각돼 한 일본인에게 물어보니 ‘IT의 끝은 물류’라는 말을 하더라. IT가 발전하면 결국 오프라인도 같이 발전해야하고, 그렇게 되면 물류에서 기업의 경쟁력이 생긴다는 말이었다. 그때 물류의 개념을 처음 접했다. 본격적으로 물류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2005년 무역협회와 인하대가 공동개설한 GLMP(인하대 글로벌 물류비즈니스 최고경영자 과정)을 통해서였다. 절친한 친구인 하헌구 인하대학교 교수가 ‘영어공부도 하고, 세상 돌아가는 일도 알 겸 한번 들어보는 것이 어떻겠냐’는 권유에서였다. 당시 미국연수를 다녀온 직후였기 때문에 영어를 잊어버릴까봐 등록하게 되었다. 그렇게 우연히 물류를 접하게 되었다.

 

우연한 시작이 물류MBA, 박사과정까지 이어졌는데?
GLMP에서 물류의 기초를 닦고, 본격적으로 물류를 공부한 것은 물류 MBA과정에 등록하고 부터였다. 물류 MBA과정은 정말 ‘고통의 시기’였다. 판사라는 현업에 종사하면서 동시에 주당 30시간의 수업을 소화했다. 머릿속에 온통 ‘물류’에 대한 생각뿐이었다. 쉬엄쉬엄 하려해도 나 이외의 다른 수강생들이 모두 현업 종사자들이다 보니 그렇게 할 수가 없었다. 내가 대충하면 현업에 정말 필요한 사람의 자리를 하나 뺏은 것 밖에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MBA 과정을 겪으면서 물류를 그만 두기에는 노력했던 것이 ‘아깝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현장에서 고민하는 물류인들에게 법률인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 생각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물류 종사자를 위한 법률 서비스이다.

 

물류관련 법률서비스란?
간단히 말하자면 물류인들을 위한 법적 ‘대리인’이나 ‘대변인’이 되는 것이다. 현장에서 필요한 것을 귀담아 듣고 이를 정책에 반영할 수 있게끔 법률적 자문을 해주거나, 국가 정책입안시 물류관련 법률전문가로 활동할 수 있을 것이다.


GLMP 이수 후, 물류 CEO들을 위한 물류법 강의 경험이 많은 도움을 주었다. 당시 강의내용은 주로 법원에서 다루는 물류관련 분쟁이었는데, 대부분의 수강생들이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좀 더 현실적인 강의가 필요하다는 주문이 있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현장에서 일하는 물류인들에게 필요한 것은 마치 ‘감기’와 같은 1차적인 문제 해결이었다. 그러나 그간 해왔던 물류법 강의는 마치 종합병원에서의 ‘암’ 진단 같은 심각하고 거시적인 관점에서 이뤄졌던 것이다. 이를 타파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물류 CEO들과 함께하는 모임을 구상하고 있다. 현장에서의 애로사항과 궁금한 점을 공유하고, 법률적인 해결점을 찾아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물류의 특성상 국제법 적용이 문제될 것 같은데?
4년간 대법원 산하의 국제규범 연구위원회에서 운송·담보·전자거래 파트를 맡아 활동했었다. 동 위원회는 UN산하의 국제 상거래법 위원회의 움직임을 대비하기 위한 회의로, UN은 국제 상거래의 국제규범을 만들기 위해 세계 각국의 국내법을 통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UN에서도 국제거래상 물류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까지 논의가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물류라는 것이 워낙 많은 것을 포괄하고 있고, 법률가가 물류를 모르다 보니 회의진행이 안되는 것이다.


이러한 움직임을 대비하기 위해선 물류 관련 국내법을 제대로 정비할 필요가 있다. 사실 국내법은 아직 ‘취약한’ 수준이다. 다시 말해, 물류정책기본법과 같은 공법은 있지만 실질적 분쟁이 일어날 수 있는 사법이 전무한 것이다. 공법의 경우도 문제될 수 있는 사항이 있다. 물류정책기본법의 경우, 정책 설정 시 법률전문가가 얼마나 참여했는지 의문이다. 이러한 것은 물류를 알고 있는 법률인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국내법을 제대로 정비한 후, 다가올 국제법 통합에 대비해야 한다.


중국과의 관계도 매우 중요하다. 지금까지의 소송은 대부분 영국에서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중국이 성장하고 있는 만큼 필연적으로 중국과의 공항·항만관련 소송이 늘어날 것으로 본다. 이를 대비하기 위해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물류 전문 변호사로서의 역할은?
물류관련 전문 법률인의 역할은 기업·국가간 분쟁 해결의 역할도 있지만, 제대로 된 정책을 만들고 이를 정비할 수 있는 역할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분쟁이 일어나기 전에 분쟁이 일어날 소지를 없애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겠는가. 물류 관련 변호사로 나선 만큼, 현장에서 필요한 문제들을 정책자들에게 건의하고 법안을 제대로 만드는데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 물류 CEO들이 어떠한 선택을 할 때, 법률적 리스크가 무엇인지 조언하고 컨설팅하는 역할도 필요하다. 사실, ‘변호사=분쟁=돈벌이’라는 인식이 퍼져 있다. ‘물류전문 변호사’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분쟁이전의 문제를 해결하고 경영판단 부문에서의 도움을 줄 수 있는 ‘법률 대리인’이 되고 싶다.


최종 목표는 물류전문 로펌을 설립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인력이 갖춰져야 한다는 것인데, 최근 인하대 로스쿨이 물류 부문을 특화하는 등 앞으로 이 부문은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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