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부르크항 올 1분기 한국물량 11% 증가 궁금하다”

 

함부르크항 한국대표부에는 매달 한 통의 편지가 꼬박꼬박 날아들어온다. 정확히 말하면 이메일인데, 보내는 이는 Mr. Christian Ulken. 함부르크항만의 market research와 project research를 담당하는 그는 항만에 관한 동향을 빼곡히 스프레드쉬트에 적어 전 세계에 있는 항만대표부에 보낸다. 이번 달에도 어김없이 이메일이 들어와 읽어보니 뜻밖에도 다음과 같은 질문이 써있었다.
“We notice a significant growth in container traffic with South Korea in the 3rd quarter 2009 and an almost stable development onwards (see graphic below). For the first quarter 2010, we had an increase of 11% with South Korea(mainly due to the basic effect). Is there  any explanation regard in geconomic/trade for this development? Thank you in advance!”
 


내용인 즉슨, 위의 그래프로 알 수 있듯이 2009년 3사분기에 확연한 성장세를 보인 한국발 컨테이너물동량이 그 후에도 계속해서 안정적 상승기류를 유지하다가, 2010년 1분기에는 11%나 더 증가한 것에 대한 특별한 원인이 궁금하다는 것. 전세계가 미국발 금융위기로 다 같이 어려움을 겪은 지가 오래이고, 덧붙여 요즘은 그리스로부터 시작된 남유럽 재정위기로 인해 유로경제의 향방이 미지수로 점쳐짐에 따라, 또 한번 세계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점점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유럽의 메인포트인 함부르크에서는 한국의 활기찬 움직임에 대해서 의아해하고 있다니, 이 얼마나 신선하고도 기쁜 소식인가? 함부르크는 전세계의 화물이 모여드는 허브포트로 이 곳의 움직임을 보면 세계의 움직임을 알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위의 질문은 유독 한국이 눈에 띄는 발전을 보이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기에 더욱 뿌듯한 마음을 가지고 답을 해주었다.


근래 신문에는 우리의 무역수지가 4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느니, 5월 컨테이너 물동량이 사상 최대로, 월간 최고였던 2008년 3월보다 3.9% 증가했다느니 하는 긍정적인 내용들이 연신 보도되고 있어, 이미 한국은 경제위기 극복의 무드 속에 있음이 확연히 느껴진다. 부산항(30.7%), 광양항(19.6%), 인천항(23.9%) 등 주요항만들의 컨테이너 물동량이 모두 전년대비 큰 폭의 증가율을 보이고 있으며, 부산항의 경우 수출입화물, 환적화물 모두 글로벌 경기침체 이전의 수준회복을 넘어서 이미 앞서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모두가 일찍이 IMF때의 뼈를 깎는 극복의 경험을 밑거름 삼아 온 국민이 또 다시 노력한 결과물로서, 한국이 당당히 아시아에서 가장 빠른 경제 회복력을 보이고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특히 우리나라는 동유럽지역에 대한 투자를 오히려 늘리고 있다. 일찍이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화학 등 LG그룹이 계열부품업체들과 폴란드에 동반진출하여 브로츠와프(Wroclaw)와 므와바(Mlawa)에 생산기지를 두고 전자제품공장 클러스터를 형성하여 제품생산에 한창이고, 그 외에도 포스코가 LG상사, 아주스틸과 손잡고 코비에르지체(Kobierzyce)에 프로세싱 센터를 가동 중이다. 최근 2009년 12월에 STX그룹의 STX윈드파워가 폴란드 풍력발전단지개발 컨소시엄과 총 220MW, 3억 유로(약 5,000억원) 규모의 풍력발전단지를 동유럽 지역에 개발하는 사업 협약(MOU)를 체결했다.


폴란드 외에도 한국타이어의 헝가리 두나오이바로쉬(Dunaujvaros)공장, 현대자동차의 체코 노소비체(Nosovice)공장, 기아 자동차의 슬로바키아 질리나(Zillina)공장 등이 활발히 가동되고 있어 동유럽 지역에서 한국기업들의 활약은 실로 대단하다.
여기에 더욱 힘을 실어, 삼성전자가 폴란드의 브롱키(Wronki)에 있는 가전제품브랜드 아미카의 공장시설을 2009년 말에 인수하여, 이미 삼성의 가전제품 양산을 시작한 단계에 이르렀고, 유럽에서 급증하는 영상디스플레이 제품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방편으로 현재 가동중인 슬로바키아 갈란타(Galanta) 생산법인에 1억유로(약 1,500억원)를 추가로 투자할 계획이라고 올해 2월에 밝힌 바가 있다. 삼성전자는 폴란드와 슬로바키아를 유럽시장 공략의 전초기지로 삼고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이렇게 활발한 동유럽 지역에서의 생산활동을 보면, 한국에서 이 지역으로 들어가는 화물의 양은 현재보다도 점차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화물이 해상루트를 통하여 갈 경우 부산에서 출발하여 유럽의 관문으로 불리는 함부르크, 브레머하벤, 로테르담 등의 항만을 경유하여 철도, 트럭, 피더선 등을 통해 인터모달 수송되어 동유럽의 목적지까지 들어가게 되면, 당연히 함부르크의 물동량이 따라서 늘어나게 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올해 초부터 한국-유럽간 컨테이너 화물에 대한 선복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한국발 화물의 수요를 당해내지 못해, 현재 해상운임은 이미 2008년의 최고치를 회복하기에 이르렀고, 오히려 선복을 구하지 못한 대형화주들은 북유럽항만까지 가는 루트를 포기하고 아드리아틱 서비스 루트를 이용하여, 슬로베니아 코퍼항 등을 거쳐 최종목적지까지 철도 등을 이용한 복합수송을 해야 하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하였다. 외국 선사에 의해 서비스되던 아드리아틱 루트에 지난 5월부터 한진해운과 현대상선도 신규서비스를 개설한 것을 보면, 한국과 유럽간 화물이 확연히 증가했음을 알 수 있기도 하다.


너무나 어려웠던 글로벌경제위기로 전세계가 호되게 난리를 겪고, 2009년의 주요 항만별 물동량과 전세계 해운시황은 바닥을 향해 치달았으나, 이러한 난관을 딛고 분연히 일어서 상승기류를 단연코 주도하고 있는 주역이 바로 한국이라는 것이 매우 자랑스럽다.
현재는 미국에서 시작한 금융위기의 여파가 전세계를 뒤흔들고, 그리스에서부터 터져 나온 재정위기가 전 유럽을 넘어 세계를 동요시키는 시대. 더 이상 다른 나라에서 일어난 일에 무관심할 수 없는 우리는 이제 ‘세계는 하나’라는 말이 그냥 말로써만이 아니라, 피부로 느껴지는 때임을 실로 통감한다. 이렇듯 한국이라는 나라도 글로벌 팀에 소속된 플레이어라고 볼 때, 지금처럼만 분발하여 뛴다면 세계적인 분위기를 긍정적인 무드로 바꾸어 나가는데 일조를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며칠 전 뜻밖에 날라온 한 통의 편지에 담긴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위와 같이 한국의 선전에는 다 타당한 근거가 있다며 상세히 설명해 답장을 보내고는, 이렇게 뿌듯한 서신을 주고 받을 수 있게 된 기쁨을 나만 누릴 것이 아니라, 많은 이들과 함께 나누고 싶어 ‘해양한국’ 독자들에게 소식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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