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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계의 법률적 이슈(4) /유류오염손해배상보장 체제의 변화
[392호] 2006년 04월 28일 (금) 13:43:12 김인현 교수 komares@chol.com

Ⅰ. 서
유조선의 오염사고는 그 피해액수가 크고, 피해자인 어민 등이 보험으로 위험을 분산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선주 책임제한 제도로는 만족스러운 피해보상이 되지 못한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하여 국제사회는 두가지 제도를 도입하였다. 선주책임제한제도(LLMC)에서 유조선에 의한 오염사고를 분리시켜 민사책임협약(CLC)라는 새로운 조약을 탄생시켰다. 이 조약은 첫째, 일반선주책임제한제도에 비하여 선주의 책임제한액을 증액시켰다. 둘째, 선주로 하여금 오염사고 배상액에 대하여 강제보험에 가입시키고 피해자에게 보험자에 대한 직접청구권을 부여하였다.


피해자들을 더욱 두텁게 보호하기 위하여, 피해자의 피해액이 거액임에도 선주책임제한제도에 의하여 배상액이 제한되는 경우에 이를 넘어서는 일정한 액수에 대하여 까지는 유조선을 이용하여 유류를 수입하는 정유사들이 별도의 기금을 마련하게 되었다. 이를 IOPC FUND(이하 FUND)라고 한다. 유조선 선주가 보험에 가입하지 않아서 배상능력이 없는 경우에도  FUND에서 보상한다.


이러한 CLC와 FUND체제는 1970-80년대 그리고 1990년 초반까지는 잘 운영되어 왔다. 한국의 시프린스사고, 일본의 나호도카호 사고 등에서 양 체제는 효력을 발휘하였다. 특히 우리 나라 연안에서 발생한 소형유조선들의 사고에서 이들 선박이 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은 경우에 FUND가 개입하여 적절한 보상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1990년대 말과 2000년대에 들어와서 에리카호 및 프레스티지호 사고를 거치면서 두 가지 문제점이 노정되었다. 하나는 책임제한액이 사고의 크기에 비하여 너무 낮아서 피해자는 책임제한 때문에 보상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사고의 대형화는 FUND의 보상을 빈번하게 하여 FUND에 기금을 갹출하는 정유사들의 부담액이 높아짐으로써 선주의 사고에 대하여 정유사들이 지나치게 부담을 많이 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첫 번째의 것은 2000년 10월의 책임제한액의 증액에도 불구하고(2003년 11월 발효), 완전하지 않아 추가기금제도(supplementary fund)의 도입을 가져왔다. 두 번째의 내용은 협약자체의 개정논의, STOPIA 및 TOPIA 제안 그리고 유류운송을 위한 질적인 해운 작업반 구성 논의로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우리나라의 선주나 정유사 그리고 정부, 보험회사에게도 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본다.

 

Ⅱ. 현행 체제에 대한 요약
현행 유류오염손해배상 및 보상체제는 CLC와 FUND로 요약될 수 있다.
1. 유류오염손해배상을 위한 민사책임협약(CLC)
유류오염손해에 대한 민사책임 협약은 유조선이 오염사고를 야기한 경우에 피해자에 대한 선주의 책임과 제한에 대하여 정하고 있다. CLC의 특징은 아래와 같다.

(1)선주는 무과실 책임을 부담한다. 일반적인 책임원칙인 과실책임과는 달리, 무과실책임을 등록선주에게 부과함으로써 피해자는 선주의 과실을 입증할 필요가 없으므로 손해배상청구에서 유리하게 된다. 책임의 주체는 등록선주이다.

(2)책임제한 액수는 2003년 11월부터 5,000톤이하의 선박은 451만SDR(약 600만달러=약60억원)이다. 그 이상의 선박은 톤당 631SDR을 여기에 가산한다. 그러나 최대배상액수는 8977만7,000SDR(약 1억2,000만달러=1,200억원)이다.

(3)3,000톤 이상의 선주는 강제보험에 가입하여야 하고, 피해자에게는 직접 청구권이 주어진다. 실무상 피해자에 대한 보상은 P&I CLUB에서 지급하게 된다. 보험의 가입은 원칙적으로 자유이지만, CLC는 선주로 하여금 강제보험에 가입하게 한다. 유조선 선주가 제3자인 피해자에게 배상하여야 하는 손해배상책임을 보험으로 가입하게 되면 이는 책임보험이 되고 책임보험은 제3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직접 청구권을 인정하는 입법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는 자는 원칙적으로 피보험자인 선주이어야 하나, 피해자에게도 청구가 가능한 권리를 인정하여 피해자를 보호하게 된다. 
우리나라도 이에 발맞추어 유류오염손해배상보장법(이하 유배법)을 만들어 시행하고 있다. 우리 법의 큰 특징은 ① 나용선자도 등록선주와 같이 연대책임을 부담하고 ② 강제보험가입자의 범위가 200톤 이상의 선주로 확대되어 있다는 점이다.

2. 국제유류오염보상기금(IOPC FUND) 협약
유조선 선주가 CLC사고에 의한 책임제한을 한 다음에 피해자의 청구액과 책임제한액의 차액중 일정액수까지를 정유사가 기금을 마련하여 지급하는 보상체제를 IOPC FUND협약체제라고 한다. FUND협약은 CLC의 보충협약이라고 할 수 있다. FUND협약의 특징은 아래와 같다.


(1)정유사는 원유 수입량에 따라 국가별로 할당되는 기금을 갹출하여야 한다.

(2)가해자인 선주가 배상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거나, 선주책임제한액을 넘어서는 손해가 있는 경우, 배상책임을 부담하는 자가 없게 되는 경우에 최고 2억300만SDR(약 2억6,000만달러=약2,600억)까지 FUND가 보상한다.

(3)피해자는 FUND에 대하여 직접청구권을 갖는다. 펀드가 피고가 될 수 있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내용을 유배법에 반영하고 있다.

 

Ⅲ. 추가기금협약
상당히 높은 것으로 보았던 FUND협약의 책임제한액도 대형사고의 경우에는 넘어설 수 있다는 우려감이 팽배해지자, FUND협약을 개정하여 제한액을 높이는 문제가 제기되었다. 그러나 현행 한계치는 유럽국가 등을 제외하고는 발생할 수 없는 액수로 평가되자, 유럽국가를 제외한 국가는 이 문제를 방어적이고 소극적으로 보게 되었다. 선주의 책임제한액이 높아지면 각국의 분담액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이에 한국은 유럽국가들끼리만 별도로 추가 기금에 관한 협약을 만들어 희망 국가만 가입하여 운영할 것을 제안하게 되었다. 이렇게 하여 탄생한 것이 추가기금협약(Supplementary Fund)이다.
(1)희망하는 국가만 별도로 추가기금에 가입한다.
(2)유럽 및 일본등 13개국이 가입하여 2005년 3월에 발효되었다.
(3)추가기금은 CLC와 FUND의 보상액을 포함하여 최고 7억5,000만 SDR(약10억달러=1조원)까지 보상이 가능하다.


우리나라의 가입여부가 큰 이슈이다. 가입하게 되면 우리나라는 상당한 부담금을 납부하여야 한다. 이에 상당하는 만큼의 배상을 받을 수 있을 지가 문제가 된다. 추가기금협약은 상당히 높은 액수로 생각되는 액수 이상의 사고가 발생할 경우에만 작동을 하게 되므로, 우리나라의 사고에 있어서는 유럽국가와 달리 배상을 받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라는 점이 고민이다. 국제적인 협력 체제를 우선할 것인지 아니면 실제적인 배상가능성을 고려한 실리를 취할 것인지에 대한 정책적인 판단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Ⅳ. STOPIA 와 TOPIA
추가기금협약체제가 도입되면서 정유사들은 선사들이 야기한 유조선의 오염사고에 대하여 자신들이 지나치게 많은 액수의 책임을 분담한다는 점에 불만을 가지게 되었다. 먼저 정유사들의 협회인 OCIMF는 CLC와 FUND협약의 전면적 개편을 요구하였고, 이에 따라 FUND회의에서 작업반이 구성되어 활동하게 되었다.


CLC와 FUND협약의 개편논의는 선주들에게 부담을 주는 것으로 귀결된다. 왜냐하면 기금협약은 원래 선주가 배상하여야 하는 책임부분의 일정액을 정유사가 대신하여 부담하는 것으로 볼 수 있고, 개편논의는 필연코 현행체제로 부터 선주에게 부담이 되는 방향으로 개편이 진행될 것이고 이는 전체적으로 선주에게 추가적인 부담으로 돌아올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대처방안으로 국제 P&I Club은 정유사가 부담하는 FUND보상액의 일정부분을 선주측이 전보하여 준다는 자발적인 제안을 하게 되었으니 소위 STOPIA(Small Tanker Oil Pollution Indemnification Agreement: 소형유조선유류오염보상협정)와 TOPIA(Tanker Oil Pollution Indemnification Agreement: 유조선유류오염보상협정)이다. 이를 계기로 펀드협약의 개편을 위한 작업반 논의는 중단되었다.

1. 2005년 STOPIA 및 TOPIA
STOPIA는 소형유조선만 적용 대상이다. 2만9,548톤 이하의 유조선 사고가 추가협약에 가입한 국가에서 발생한 경우에 3차적으로(CLC-->FUND-->Supplementary FUND)으로 추가기금협약에서 보상하게 되는 액수 중에서 2,000만SDR(약 2,600만달러 = 약260억원) 까지는 국제P&I Club에서 FUND에게 전보하여 준다는 자발적인 약속을 국제 P&I Club이 한 것이다.
TOPIA는 모든 크기의 유조선을 대상으로, 추가기금협약의 가입국에서 발생한 사고로서 추가기금협약이 배상한 액수의 50%를 P&I가 지급한다는 내용이다. 국제 P&I Club은 STOPIA 와 TOPIA를 장래 선택적으로 적용한다는 입장이었다.
국제 P&I와 FUND는 이러한 내용을 담은 약정서를 체결하면서, P&I는 FUND에게 약정한 액수의 금액을 자신에게 직접 청구할 수 있는 법적권리가 있음을 인정하였다. 이러한 2005년 STOPIA는 추가기금협약의 발효일인 2005년 3월부터 시행되었다.

2. 2006년 STOPIA 및 TOPIA
2006년 2월 국제 P&I Club은 STOPIA를 추가기금협약국가에서 92FUND 가입국가로 확대시키는 개편안(첫 갱신논의는 2016년)을 FUND에 제시하였고, 합의가 이루어져 2월 20일부터 시행되었다. 2006년 3월 FUND회의에서 CLC국가에게 확대적용하는 문제가 제기되었다(예컨대, 중국은 CLC국가이지만 FUND국가는 아니다). 그러나 펀드가입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이유로 이러한 논의는 부결되었다.


2006년 TOPIA는 2005년과 변화가 없다. 2006년 부터는 TOPIA와 STOPIA는 별도로 존재하는 것이 되었다. 2006년 STOPIA는 우리나라와도 일정한 관련을 맺게 되었다. 우리 나라도 92FUND 가입국가이므로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오염사고에 대하여는 FUND가 보상한 액수 중 일정액까지는 FUND가 국제 P&I club으로부터 회수를 하게 되어 정유사의 부담이 줄어들게 되었다. 유조선 선주들의 입장에서는 대형선주로서 국제 P&I의 회원국인 경우는 추가보험료를 납부하게 될 것이지만, 한국해운조합에 가입한 소형선박들은 국제 P&I club과 관련이 없으므로 STOPIA약정에 구속되지 않는다. 그러나 용선을 하는 정유선사나 국제기구 등으로부터 STOPIA와 유사한 제도의 시행을 강요당할 수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Ⅴ. 유류운송에서 “양질의 해운” 위한 작업반 구성
EU를 중심으로 한 국가들은 기준미달선의 유조선사고가 많은 점에 착안하여 이를 퇴치하는 운동을 전개하고자 제안하였다. 기술적인 문제는 IMO에서 다루므로 보험 등 경제적인 문제로 국한하여 논의를 전개하고자 한다. 예컨대 기준미달선박이 A보험사에서 B보험사로 이동하는 경우 각국의 경쟁법 등이 보험회사들의 정보교환을 막고 있다면, 이를 찾아서 해결하여 정보교환이 가능하게하여 기준미달선에 대하여는 보험료를 높이거나 가입을 거부하도록 유도함으로써 사고 방지에 기여하겠다는 것이다.

2005년 10월의 총회에서 작업반의 구성이 승인되었고, 2006년 2월 회의에서 작업반에게 어느 정도 위임의 범위를 줄 것인지 결정하기로 하였으나, 의견이 나뉘어졌다. 2006년 5월회에서 위임의 범위를 다루기로 하였다.

2006년 2월 FUND회의에서 편의치적선 국가들은 이에 대하여, 기준미달선이란 존재하지 않고, 이러한 논의는 기국에게 큰 부담을 준다는 등의 이유로 반대의견을 피력하였다.

 

Ⅵ. 강제보험제도의 확대적용도입
CLC하의 강제보험은 2000톤 이상의 선박에만 적용된다. 그러므로 2000톤 이하의 선박은 강제보험적용대상에서 제외된다. 또한 이는 유조선에만 적용되고, 벙커사고에는 적용이 없다.


이러한 CLC체제하에서의 강제보험제도는 완전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 따라서 한국과 같이 강제책임보험의 가입범위를 확대시킨 국가도 있고, 일본을 비롯한 각국은 국내법으로 여기에 추가하여 난파물의 제거에도 강제보험에 가입할 것을 조건으로 입항을 허용하는 국가도 있다. 이러한 강제보험의 확산은 하나의 국제적인 추세라고 할 수 있다.

 

Ⅶ. 유럽연합의 움직임
에리카호 사고 이후 유럽연합은 해상의 안전을 위하여 계속하여 안을 제시하고 있다. 2005년 11월 EU위원회는 소위 “해상안전제안Ⅲ”(Maritime Safety PackageⅢ)를 유럽연합의회에 법안(directive)으로 제안하였다.(공식 이름은 COM(2005)593 final이다.) 그 주요한 내용은 아래와 같다.


(1)유럽연합국가 관할하의 해역에서 총톤수 300톤 이상의 선박에게 오염등 민사책임협약에 적용된다. (다만, 1996년 선주책임제한조약의 내용은 톤수불문 적용.)
(2)모든 유럽 연합 국가는 1996년 선주책임제한조약의 회원국이 된다.
(3)CLC에서 책임제한제도 철폐를 위해 노력한다. 책임제한제도가 없어진다는 것은 선주에게 불리하게 된다는 의미이다.
(4)1996년 선주선주책임제한조약을 EU법에 추가한다. 또한 모든 선주들은 1996년 선주책임제한조약하의 책임제한액의 두배 이상의 강제보험에 가입하여야 한다. 유럽연합 회원국의 EEZ에 선박이 입항하는 순간부터 적용한다. 1996년 선주책임제한조약은 선주의 책임이 강화되어있다. 이 조약은 원래보험이 강제화되어 있지 않다. 유럽에서 보험을 강제로 하게 되면 유조선이 아닌 일반  선박의 선주들도 강제보험에 가입하게되어 불리하여진다.


비회원국의 선박에 대하여는 중과실인 경우에도 책임제한배제사유가 되도록 한다. 1996년 협약하에서의 책임제한배제사유가 “혹은 무모하게 그리고 그러한 손해가 발생할 것을 알고서”(or recklessly and with knowledge that such would probably result)였던 것이 혹은 중과실(gross negligence)로 변경된다. 책임제한배제사유는 아직 까지 깨어진 적이 없다. 이것은 그 요건이 고의에 가까운 것이고 해상사고에서 고의란 없기 때문이다. 이것이 중과실로 변경된다면 선주의 책임제한은 깨어지게 되는 경우도 쉽게 발생할 것으로 본다. 큰 변화라고 할 수 있다.
 
Ⅷ. 결
2000년대에 들어서서 유료오염손해 배상체제는 선주(P&I Club)→정유사(FUND 협약)→선주의 추가보상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정유사들이 주동이 된 전체적인 개편논의는 종국적으로 선주의 부담이 늘어나는 것이므로, 국제 P&I club이 STOPIA라는 진화책을 마련한 것은 적절하였다고 본다. 우리나라 선주들 중에서 국제 P&I 그룹에 속한 클럽에 가입한 선주들은 보험료의 추가 인상이 불가피하다. 한국 P&I나 해운조합에 가입하는 선주들은 당분간 적용대상에서 제외될 것이지만, 정유사들은 자신들의 부담액이 늘어나게 되는 국제그룹 이외의 선박과는 운송계약체결을 거부할 것이므로 불리한 지위에 놓이게 될 것이다.
강제책임보험의 확대는 세계적인 추세이다. 우리나라도 일본과 같이 난파물제거 등에 대하여도 강제보험을 가입하도록 하는 법안을 마련하여야 할 것으로 본다. 유럽연합의 움직임은 선주의 책임제한제도와 강제보험에서 변화를 가져올 내용으로서 우리나라의 행정부나 학계에서도 주의 깊게 지켜볼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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