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투자회사제도가 시행 3년만에 폐지될 위기에 처해 있다. 재정경제부가 입법 추진중인 일명 ‘자본시장통합법(안)’이 해양수산부의 선박투자회사제도에 의해 출시되는 선박펀드를 흡수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해운업계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4월초 해양수산부는 선박운용사, 선사, 금융·증권사, 연구기관이 참석한 대책회의를 갖고 자본시장통합법의 해당 내용을 그대로 수용할 수 없다는 반대입장을 정리해 재경부에 의견서를 제출했다.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은 ‘자본시장통합법(안)’을 자본시장의 규제개혁과 투자자 보호 강화를 목적으로 연내 제정해 2008년부터 시행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재경부의 구상은 현재 여러 정부부처 관할로 산재돼 있는 금융투자기능을 통일된 규율에 귀속시킨다는 것이다. 국내 금융투자업을 6개 부문으로 분류하고 기존의 모든 금융투자업을 통폐합해 재경부가 관리한다는 의도다. 그에 따르면 해양부가 관할하고 있는 선박투자회사법은 2008년부터 폐지되고, 이 법을 근거로 설립된 선박운용회사는 자산운용업으로, 선박투자회사의 자산을 보관하는 자산보관회사는 자산보관관리업으로 각각 재배치됨으로써 선박펀드는 자연스럽게 재경부 관할로 이관된다.


선박펀드가 국적선사의 선박확보 지원방안으로 탄생하기는 했지만, 일반인의 투자를 유인하기 위해서는 보다 강력한 투자자 보호 규율이 필요하다는 명분은 충분히 납득이 간다. 그러나 선박펀드는 해운산업의 전문성 때문에 여타의 단종·단품 펀드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만기도 5년에서 길게는 15년까지 장기이며, 해운시황을 예측하고 실시간으로 관리해야 하는 특수성이 있다. 주무부처가 해운업에 대한 전문성을 갖지 못하면 감당하기 힘든 분야다.


해운업계도 해운의 전문성과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기능의 통폐합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한국 해운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면서 투자자들에게 이윤을 안겨준다는 선박펀드의 본뜻이 왜곡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현행 선박펀드는 출시전 해양부의 까다로운 인가 심사를 거친다. 이는 부실펀드 예방의 기능을 하고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

 

만약 해운에 대한 전문성이 없는 부처로 관할권이 넘어간 상태에서, 변화무쌍한 해운업황의 영향을 직접 받는 선박펀드의 사전심사와 사후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자칫 부실펀드를 양산하는 결과가 초래될 수도 있다. 이는 투자자 보호라는 명분에 배치될 뿐만 아니라 그로인해 결국 선박펀드가 투자자들로부터 외면당한다면 해운업계에도 큰 손실이 될 수 밖에 없다.


과거 2-3년간 호황기에 선박을 확보한 국적선사중 선박투자회사제도의 덕을 톡톡히 본 회사들도 있다. 해운호황기를 계기로 우리나라도 선박금융을 제공하는 라인이 다양해졌다. 그러나 불황기에도 지금과 같은 금융환경이 지속되리라고 확신하기 어렵다.

 

 따라서 해운산업의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 선박펀드는 선박금융의 일종으로 건재해야 한다. 더구나 정부가 해운강국을 추구하고 있을진대 해운업계의 중요한 인프라인 선박투자회사제도는 존속됨이 마땅하다. 투자자 보호는 현행 제도의 보완·개선을 통해서도 충분히 강화할 수 있다. ‘자본시장통합법’을 관장하는 재경부는 해운업계의 의견을 충분히 숙고해 합당한 결론을 내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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